0. 글에 앞서

 

 - 필자는 청춘FC의 팬이며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 씌여진 글이므로 당연히 주관적인 시선에서 작성될겁니다.

 - 그래도 이 글은 최대한 냉정한 시각에서 오늘 본 경기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 청춘FC와 청춘FC 팬들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댓글은 즉시 삭제합니다. 개인 블로그라는 집의 주인으로서, 내 집에 내가 원하는 손님만 들이고 대접할 권리가 있습니다.

 -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멘탈에 금이 간 상태이며 아마 글을 모두 마칠 때까지 그러한 상태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글은 아마도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될겁니다.

 - 경기를 본 후 시간이 좀 지난 상태에서 작성하는 글이므로 세세한 부분까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이하부터는 평어로 작성합니다.

 

 

 

 

 

 

 

 

 

01.

 

  현장에 가서 봤다면 더 재밌었겠지만 난 복작대는 곳은 어지간해서는 질색이라 집에서 봤다. 직관은 못 가도 공중파 생중계 해주는데 팬으로서 풀타임 경기를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 반차를 쓰고 간식거리 바리바리 사들고 집에 오니 세시 반.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어쩌고 꼼지락 대다가 티비 앞에 간식과 콜라 셋팅하고 앉은게 세시 사십분쯤 되었나보다. 30분부터 사전방송 시작했나본데 난 사전방송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앞부분을 조금 놓쳤다. 이럴 줄 알았다면 오자마자 티비부터 트는건데 아까비;_;... 뭐 여튼 사전방송 보고있자니 KBS가 꽤 준비를 많이 했다는게 느껴졌다. 청춘FC 선수들 하나하나 소개영상도 따로 만들어주고, 최근 K챌 팬들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챌린지 리그와 팀 소개에도 신경쓴 티가 났다.

 

  국축팬들은 뭐 중계 보기도 전부터 어차피 지나가는 들러리 취급 당할것이네, 악역 취급 당할것이네, 제대로 소개도 안될 것이네 아주 소설을 쓰고 난리를 치더니만... 챌린지 리그와 팀 소개 해주는데 그 열폭종자들 생각나서 웃겼다. 방송을 보고 난 다음 까도 늦지 않는데, 지들이 무슨 궁예도 아니면서 어찌나 관심법은 시전하시는지들... 솔직히 이런 기회 아니면 챌린지 리그와 팀들이 공중파에 그렇게 제대로 소개될 일이 몇번이나 있냐. 홍보가 안되느니 어쩌느니 마케팅에 정통하신 국축빠들 보기에도 좀 괜찮았는지, 뒤늦게 만족한다 괜찮았다 그런 소리 올라오대? 진짜 기가막혀서ㅋㅋㅋ 보고나서 까자고 말하던 일부 이성적인 사람들의 의견 개무시하고 여론질 하던 일부+일부+일부+일부+일부의 국축빠들 오늘 밤에 이불 좀 걷어찼으면 좋겠는데 걔들은 쪽팔린 줄 몰라서 그러지도 않겠지... 애초에 이불킥 할 놈들이었으면 그렇게 지들 뇌피셜을 오피셜마냥 싸지르면서 선동질은 안 했을테니. 하여간 노-답들.

 

  청춘 선수들 한명한명 특징 짚어가며 소개해준건 정말 좋았는데, 라커룸 인터뷰는 감독까지만 했어야하는거 아닌가 싶다. 모든 선수들의 인터뷰를 다 딸 게 아니라면, 인터뷰를 하는 일부만 조명받는 거라... 특히나 이번 인터뷰에서도 보였듯 기존에 프로그램에서 비중있게 조명해주던 선수들 위주로 인터뷰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에 편집상으로 소외당했거나 비중(내지는 방송분량)이 없던 선수들에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다. 김동우를 가장 아끼고 응원하는 입장에서야 내가 아끼는 선수가 인터뷰를 했으니 별 불만 없다가도, 청춘FC라는 팀의 팬으로서는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소외된 선수들이 눈에 밟혔다. 또,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경기고 정말 일생 일대의 기회인데 그 기회를 앞두고 진지하고 조용하게 마인드컨트롤 해야 할 시간에 방송 카메라 들이대고 인터뷰 하는건 선수들에게 무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에 대한 집중을 깨트리는 것 같아서 말이지. 새삼 생중계 경기 한다는 사실이 상기되어 더 긴장될수도 있고. 아무튼 경기 전 선수들 인터뷰는 안하는게 좋았을듯 싶다.

 

 

 

 

 

02.

 

  선발 명단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읭? 이게 선발 라인업이라고??? 하면서 좀 놀라다가... 생각해보니 전략적인 판단이었던듯. 하늘이와 우성이 빼고는 비주전들을 선발로 내보낸 감독들의 과감한 선택 자체는 좋았다고 본다. 냉정하게 보자면, 청춘FC의 경기 양상은 대체로 전반전에는 긴장하거나 정신줄 놓아서 말아먹다가 하프타임때 락커룸에서 감독들에게 와장창 깨지고 나서 멘탈정비 되면 후반전에 각잡고 제대로 뛰는 식이다. 이번 경기의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은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그동안 출전 시간이 적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선발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감독들의 애정과 배려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전술적으로 보자면 전반전은 사실상 막고 지키기였다고 본다. 최저손실, 최저실점으로 전반전은 일단 지키고, 상대팀 두명은 사실상 풀타임을 뛰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정예멤버로 후반 반전을 노린다는게 감독들의 의중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리와 명분 두가지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선수 기용이었음.

 

  오늘 선발 출전한 선수들을 폄하하는건 절대 아니지만, 사실, 선수들도 자인하듯 청춘FC의 그 빈약한 스쿼드 안에서도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는 분명히 있다. 안정환과 이을용 두 감독들이 그동안 성적 내는데 꽤 신경쓴 편이어서, 비주전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그동안 부각될 기회는 커녕 노출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던 선수들이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그런 선수들에게 마지막 경기를 선발로 뛸 기회를 줘서 내가 다 고마웠다.

 

  전반전에도 원톱을 남하늘 세운건 대체할 자원이 없었으니 당연한거였고, 키퍼를 우성이에게 맡긴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선발 라인업을 비주전으로 짠 만큼 아무래도 실점 위기가 더 많을 것은 자명할 터, 그러한 상황에서 골리가 막지 못해서 전반부터 실점을 하게되면 후반에 그 점수차를 따라가고 분위기 뒤집기가 힘들어지니, 키퍼만큼은 주전 키퍼를 쓰는게 아주 정확한 전략이었다. 확실히 우성이는 국내 들어온 이후로 주전 키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한듯. 뭐 이건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03.

 

  전반전을 보면서 '암걸릴 것 같다'는 표현이 자꾸 떠올랐다. 와, 진짜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네.

 

  이강이 동우 대신 공미 자리에 들어갔는데, 아니, 공미가 10분 뛰고 엥꼬나면 어쩌자는 거냐... 감독들이 이강을 15분짜리 조커라고 얘기했는데, 정말 딱 15분 지나니까 퍼져서 아무것도 못 하더라. 볼 차는 센스가 아무리 좋으면 뭐하냐 체력이 안되는데... 그리고 실전경기 뛰어본지 오래되서 그런가 경기 운영을 너무 못했다. 공미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 하면서 중원 운영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공격이 되지도 않고 전방이든 후방이든 우왕좌왕 아주 난리가 남. 공미가 공격을 만들어주기는 커녕 이강한테 볼이 가면 흐름이 툭툭 끊기니 뭐가 될 리가 있냐. 체력이 조루인건 이미 알고있었다만 진짜 딱 15분짜리였을줄이야... 이강은 일단 체력부터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 풀타임은 고사하고 그래도 45분은 뛸 수 있어야지... 그라운드 위에서 퍼져있는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다만, 아무튼, 팬으로서 참 아쉬웠다. 참, 그리고 이강의 또 다른 문제점은, 너무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는거다. 공미 자리는 원톱 자리가 아닌데 이걸 자꾸 잊는것 같다. 공미는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득점은 그 다음인데, 이강은 자꾸 왕년의 에이스 본능을 못 버리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다가 공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 뭐 이건 이강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춘FC 공미의 공통적인 문제점. 아무튼, 오늘 경기에서 이강은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순간순간 확실히 볼 센스는 있다는게 느껴지긴 했는데, 문제는 딱 거기까지만이었다는 것.

 

  그리고 원태... 오늘 아무것도 안했다. 정말로. 물론 원태가 골리에서 필드 플레이어로 뒤늦게 포변하는 바람에 필드 플레이 경험이 적고, 특히나 윙으로 뛴 경험이 거의 없어서 어려워한다는거 아는데, 그래도 그렇지 윙포워드인데 돌파도 안되고 크로스도 안되고.... 아니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데, 원태쪽으로 공이 갔다 하면 주구장창 빼앗기니 공격이 될 리가 있나. 그렇다고 윙포워드에게 공을 안 줄 수도 없는데, 공을 주면 안주니만 못한 결과가 되니 이건 뭐.... 물론 챌린지 선발팀 우측 풀백이 뚫기 힘든 선수였다는 건 인정하는데, 그걸 감안해도 너무 무기력했다. 이강은 그래도 뭐 한 거라도 있어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도 있겠는데, 원태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한 수준이라 평가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래도 전보다 더 의욕적으로 경기한 것 같긴 한데, 원태에게는 너무 버거운 상대가 붙었다는게 아쉬울 뿐.

 

  전반전 2선에서는 그나마 웅재가 나았던 것 같다. 웅재도 여전히 골결정력 제로에 수렴하는, 포워드로서는 많이 부족한 자원이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많이 늘었다는게 보였다. 그리고 이강이나 원태보다는 덜 무기력했고, 더 적극적이었던것 같다. 격수로서의 센스나 기본기나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완전히 무너졌던 레프트윙에 비해 그래도 웅재가 맡았던 라이트윙은 그나마 조금은 버텨줬으니. 볼 컨트롤하는것은 좀 늘었더라. 몸싸움도 맨날 지더니 이번엔 꽤 다부지게 했고.

 

  하늘이야 매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선수라... 그나마 하늘이 없었다면 전반전에 청춘 전방은 단체 파업이었을듯. 그나마 하늘이가 어떻게든 혼자 파고들고 기회를 만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위안삼았다. 확실히 한번씩 나오는 본능적인 센스가 남달라서, 전반전에도 몇 장면이 눈에 띄었다. 다만 전반전에서는 거의 고립된 상태였고 상대팀 수비 뚫는걸 버거워하는게 보여 아쉬웠다.

 

 

 

 

 

04.

 

  전반전 격수진에서 남하늘 혼자 뛰었다면 전반전 포백은 병남이가 애들 멱살잡고 혼자 캐리한 수준이었다고 봐도 무방.

  레프트백 용섭이는 처음 체력 짱짱한 15분간은 헤매더니 감 잡을때쯤 되니까 체력이 엥꼬. 물론 엥꼬난 뒤에도 이강보다야 잘 버텼다만 풀백이 기진맥진해서 털리니 상대팀 라이트윙은 아주 신나서 파고들고 난리가 났지.

  라이트백 션은 사실 탈탈 털린건 아니지만, 역시나 대인마크가 잘 안됐고 번번히 침투 허용. 못했다고 겁나 까일 만큼은 아니지만 잘한것도 아닌.

  센터백 바른이는 뭐... 포백 라인에서 딱 중심잡고 막아줘야 할 센터백이 우왕좌왕 허둥지둥 난리가 났으니... 훌렁훌렁 아주 잘 벗겨지더라. 실수가 잦았음.

 

  그나마 또 다른 센터백 병남이가 사실상 바른이 영역을 포함한 센터백 영역 전부는 물론이고, 풀백 영역까지 어느정도 커버쳐주면서 진짜 목숨걸고 4선 라인을 지켰다. 사실 병남이가 백넘버 4번을 받은 데 불만이 좀 있었는데(주전 센터백으로는 경훈이가 더 낫다고 생각해서) 오늘 병남이는 백넘버 4번값 제대로 했다. 병남이 없었으면 전반 포백 라인 와장창 무너졌을듯. 그나마 병남이가 중심 잡고 버텨줘서 4선이 유지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중미....... 하..... 4231에서 공미 다음으로 경기 운영하는데 중요한 자리가 중미인데... 중원 조율하고 공수 연결해줘야하는데... 전반전 중미들은 한 게 없다.

  정현이는 풀백만 하다가 중미로 올라가니까 애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건지, 중원 조율은 커녕 어리버리 타다가 끝이었음. 그러다가 점점 내려와서 수비를 보는데 이건 뭐 라이트백 둘인줄 알았네... 그나마도 훌렁훌렁 벗겨져서 사실상 수비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뛰어다니긴 많이 뛰어다녔지만 정작 한 건 없다.

  승호는 정현이처럼 자기 포지션 못 찾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빨리빨리 뿌려줘야 하는 자리에서 공 잡고 질질 끄니까 상대팀에 공을 계속 뺏기고, 중미면 중원에서 더 치열하게 싸워줘야 하는데 상대팀에 질질 끌려다니니 중미로서 할 수 있는게 없지. 승호도 열심히는 하더만 결과적으로는 한 게 없는 셈이 되어버렸다.

 

 

 

 

 

05.

 

  전반전 MOM은 사실상 김우성. 우성이 아니었으면 청춘FC는 전반부터 2-3점은 먹었을거다. 우성이는 오늘 한 골 이상의 역할을 충분히 했음. 성남전에 이은 인생경기였다. 그만큼 발전하고 성장했다고 봐야겠지. 칭찬해주고 싶다.

 

  우성이는 사실 벨기에 전지훈련 까지만 해도 너무 불안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멘탈이 약하고, 경기중엔 너무 소심해서 주전 키퍼감이란 확신이 들지 않았는데, 국내 들어온 이후에는 안정감이 좀 생기는듯 싶더니만 성남전에서 인생경기 한 뒤로는 자신감을 찾았는지 확실한 주전키퍼로 자리잡음. 아직까지도 볼을 완전히 캐치하지 못하고 불안한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정말 많이 좋아진게 눈에 보인다. 부상후 축구를 쉬었던 도한이와 달리 K3리그에서 꾸준히 뛰기도 했고, 또 훈련기간동안 여러번의 경기에 걸쳐 출전 시간이 도한이보다 더 많다보니, 확실히 경기 실전 감각이 더 좋다. 난 도한이를 더 응원하긴 하지만, 성남과의 경기나 이번 경기로 보건대 우성이에게 청춘FC 1번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음.

 

 

 

 

 

06.

 

  후반전 키퍼 도한이는... 물론 좀 억울한 면이 있기도 하다. 도한이가 먹은 두 골 다 분명 막기 힘든 골이었던것은 맞다. 도한이도 여러번 선방했는데 골 먹은것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으니 도한이 응원하는 입장에서 속상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확실히 도한이가 너무 섣불리 판단하고 성급하게 움직였기때문에 막기 힘든 골을 막을수 없는 골로 만들어버린 경향도 있었다. 도한이가 제대로 성장만 한다면 스위퍼 키퍼가 될만한 재목이긴 하지만, 아직 그러할 실력이 되지 않는데 골대 앞 혼전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는 것은 좀 지양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너무 안타깝다. 저번에도 그렇고, 확실히 도한이가 골리일때 좀 더 까다로운 볼이 오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운이 없어서 안타깝긴 한데 프로라는 세계가 원래 운도 실력으로 보는지라... 참 아쉬울 뿐.

 

 

 

 

 

07. 

 

  후반전 풀백 라인은 사실 그저 그랬다.

 

  민영이가 맡은 라이트백은... 상대팀 레프트윙이 빠른 선수였는데 그래도 그럭저럭 버텨줬다. 물론 벗겨지기도 했지만 민영이 특유의 악바리 근성으로 어떻게든 버텨줘서 완전 무너져버리진 않았다.

 

  호덕이는 레프트백에서 잘 버텨줬고 사실상 윙어 역할까지 하면서 왼쪽을 넓게 커버쳐줘서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도 도움이 됐음. 오늘 고생 많았고 4선 중에서 제일 잘 했다.

 

  센터백 경훈이와 동현이는 못했다고 하기도 그렇지만 잘했다고 하기도 그런... 전반전에서 센터백이었던 병남이가 나머지 세명 멱살잡고 포백라인 책임졌던 것과는 다르게 둘은 후반전 포백라인을 든든히 받쳐주진 못했다. 라인이 쳐지지 않게 잡아주고 후방 중앙을 받쳐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이 좀 부족했다. 물론 상대팀 격수들이 공간침투 하는게 진짜 소위 쩔었다는거 감안해도,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센터백들이 4선 간격 유지도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별로였고. 그래도 둘이서 정말 투지를 가지고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고 실제로도 와장창 무너졌다기보단 흔들린 정도라 못했다고 하기도 뭣하다.

 

  중미에서는... 근영이는 오늘 제 컨디션이 아니었는지 평소엔 그렇게 부지런히 살림하러 다니더니만 오늘은 좀 움직임이 둔한 편 같아 아쉬웠다. 희영이는 평소처럼 공수전환 해가며 그래도 그나마 중원살림 해준 편. 둘다 후반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는 좀 얼타더니 시간 지나면서 정신 차리더만.

 

 

 

 

08.

 

  후반 양쪽 윙은 정말이지 한마디로 헬이었다 헬.

 

  동우 다음으로 국회 응원하지만 오늘은 정말 못했다. 너무 못해서 눈에 안 띌래야 안 띌 수가 없었음. 다른데 좀 보려고 해도 국회가 너무 못해서 자동으로 그쪽에 눈이 가더라. 전훈 합류해서 훈련 받은것도 아니라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다른 선수들보다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거 알고, 나이가 이제 곧 서른 둘이니 당연히 힘들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축구 쉰지 12년이나 되었으니 아무래도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게 당연하다는 것도 아는데, 그거 감안해도 못한건 사실이다. 윙포워드로 세웠는데 돌파도 안되고, 크로스도 안되고, 그렇다고 빨리빨리 패스해서 루트를 만드는 것도 아니라 공 가지고 있다가 뺏겨버리고... 공이 국회쪽으로만 갔다 하면 흐름이 툭툭 끊겨버리니 공격은 커녕 역습 루트만 된 셈이었음. 근데 또 정말 악착같이 이 악물고 하고 있다는게 보여서... 정말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부치니까, 못하는 거 보고 속터지고 화나다가도 또 너무 안쓰러웠다.

 

  치호가 그라운드 위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는지 안다. 윙포워드가 치호의 원래 포지션이 아니라는것도 안다. 수비 보던 애가 전방에서 공격하려니 힘들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평소엔 그래도 제 몫은 해냈었지만, 오늘은 못했다. 상대팀 라이트백이 철벽 수준이라 돌파가 힘들어보여서 안쓰러웠지만 정말 번번히 막혀버리니 보는 입장에선 답답할 밖에. 혼자 안될것 같으면 호덕이가 넓은 범위 커버쳐주고 있으니까 공격 상황에서는 좀 도와주러 와달라고 얘기를 하든지. 치호 본인도 정말 답답했겠다만 나도 답답했다. 레프트윙에서 한 것도 없고 할 수 있는것도 없으니.

 

  하늘이는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서도 중간중간 돋보이는 센스를 보여주긴 했다만, 역시나 온더 볼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들 제치는게 힘겨워 보였음. 또, 원탑이면 최전방에 나가 있어야 하는데 자꾸 쳐져있는 모습이 보여서 아쉬웠다. 물론 후반전에도 원탑에 하늘이 없었으면 망했을거라는건 자명.

 

 

 

 

 

09.

 

  동우. 동우야.... 김동우. 김동우야......................................................................

다른 글에서도 몇번 밝힌적 있지만 나는 김동우의 팬이다. 청춘FC 선수들 중에서 가장 응원중이다. 근데, 오늘 동우 플레이는 많이 아쉬웠다.

 

  청춘FC 공격진 쓰리톱 뽑으라면 하늘이, 성진이와 더불어 꼭 한자리 차지해야 하는 사람이 김동우라는 생각은 오늘 경기를 보고 난 뒤에도 여전하다. 일단 김동우가 있어야 청춘FC 공격라인이 살아나는건 확실하다. 전반전에 이강 대신 교체해 들어갔을때도 확실히 동우가 들어간 뒤에 청춘FC 중원이 살아나고 어떻게든 공격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뭐 다들 확인했을듯. 동우가 중원을 조율하고 인터셉트 하고 패스 뿌리면서 중원을 지휘해야 그나마 공격루트가 생기고 상대 골문 앞까지 갈 수가 있다. 오늘도 동우는 상대팀의 압박수비와 밀집된 3, 4선 뚫고 어떻게든 경기를 운영하면서, 평소보단 힘겨웠지만 어쨌든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나마 오늘 잘 한 몇 안되는 선수 중에 동우도 포함되는건 사실이다.

 

  근데.... 내가 생각하는 동우의 고질병이 두개 있다. 하나는 적극적인 압박 플레이가 없다는 것. 물론 동우가 수비수가 아니다보니 라인 내려가면서 압박할 필요는 없어도, 중원이나 전방에서 자기가 커버쳐야할 구역에 상대가 온더 볼 상황이라면 바지런히 쫓아가 압박플레이를 하고 볼을 따야 하는데, 그런 적극성이 좀 부족하다.(압박을 안한다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안한다는 거다.)  물론 나이가 많아서 힘들다는거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우리 진영에서 볼이 구르는 것도 아니고 상대 진영에서 구르고 있는데 공미가 걸어다니는 경우가 있다는게(매번 그런건 아니지만) 말이 되니 말이....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악의 고질병은 중거리슛 난사. 이건 내가 동우 소개하는 애정어린 글에도 단점이라고 적었을 정도로 치명적인 단점이다. 골대 앞에서 욕심을 내는거면 모르겠는데 패널티 에리어 근처도 아닌 저 멀리서부터 중거리슛을 뻥뻥 때린다. 결정력이나 좋으면 모르겠으나, 내가 봤을때 동우는 좋은 공미지 좋은 격수가 아닌지라, 결정력은 사실 좀 떨어진다. 안 때리느니만 못한 슛을 뻥뻥 때리니 이건 동우한테도 마이너스다. 공미의 가장 큰 역할은 중원을 조율하고 전방에서 패스를 뿌려서 공격 루트를 만들어주는 것인데, 차라리 부지런히 패스 뿌렸으면 플러스면 플러스가 되었지 마이너스는 아닌데, 정확도 떨어지는 중거리슛을 난사하면 플러스 되는 일 없이 무조건 마이너스다. 그래서 제발 국내 들어와서는 스카우터들이 보고 있을테니 중거리슛 난사는 안 했으면 싶었는데... 오늘 보니 아주 작정한 것처럼 난사를 하더라. 아무리 플레이 메이커 역할 잘 하면 뭐하냐고, 시청자들에겐 난사만 기억에 남을텐데. 아주 속상해 미치는 줄 알았네.

 

  물론 동우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레프트윙이든 라이트윙이든 전후반전 내내 없는 수준이었고 공격 루트는 하늘이 하나 뿐인데 고립 상태니 공미로서 할 수 있는게 없었겠지. 그러니 볼 오면 급한 마음에 일단 때리고 보는거고. 그래도 그나마 자신이 에이스인건 맞으니까, 주장이자 형으로서 팀을 위해 어떻게든 해결해 주고 싶었을 마음도 이해한다. 사실 전반전 막판에 하늘이 못 보고 중거리 때린거 포함해서 몇번은 동우 시야가 좁아서 실수한 것도 있지만, 정말로 좌우 다 무너져서 동우 혼자 해결해야 했던 상황도 있었고. 공미 자리에서 속터져 미칠 상황이었을 동우 입장도 이해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자꾸 조급해 하니까 시야가 좁아져서 정작 패스 줘야할 때 못 준 적이 있었던게 사실이고.

 

  서울이랜드전 직관러 얘기 들어보면 김동우 원맨팀이었다고들 하고, 성남전에서도 중원조율과 전방 운영 정말 잘 했는데. 서울전에서야 어땠는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이제껏 내내 잘해오다가(물론 그때도 앞서 말한 고질병이 없었던게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었음) 마지막 경기에서 너무 아쉬운 운영을 보여줘서 속상했다. 물론 평소보다 못한 동우가 오늘 경기에서도 우성이 제외하면 에이스급이었다는게 함정.

 

 

 

 

 

10.

 

  오늘 경기 보면서 내내 성진이와 제석이의 부재가 뼈아프게 느껴졌다. 양쪽 윙을 맡아주던 애들이 없으니까 공미가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어지고 공격 루트는 일원화되면서 원톱 봉쇄되면 전방이 묶인다. 청춘FC의 장점 중 하나가 양 사이드 윙이 빠르다는 것이었고 거기서부터 득점이 시작됐는데 양 날개를 잘렸으니... 제석이와 성진이가 있었다면 오늘 동우나 하늘이도 고립되지 않고 전방이 좀 풀렸을텐데. 제석이도 성진이도 왜 하필 이 시기에 부상인지 너무 아쉽다. 제석이와 성진이 개개인에게도 아쉬운 일이지만, 청춘FC라는 팀으로서도 정말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라는게 오늘 경기로 다시금 증명된 셈. 그래도 애들이 벤치에 앉아서 볼 수 있게 제석이와 성진이를 로스터에 올려준 두 감독에게 정말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화면에 제석이랑 성진이 잡히는데 순간 울컥했네.

 

  경기 내내 애들이 전반적으로 엄청 긴장하고, 얼어있는게 보여서 답답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다들 공중파 생중계 되는 경기가 처음이라 그런지 엄청 긴장한 것 같았다. 뭐 성남전에서도 구름관중 보고 긴장했지만 이번엔 관중도 많고 생중계 되는 경기다보니 아주 바짝 쫄아있는게 보였음. 게다가 마지막 경기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인지 애들이 다들 중압감과 조급함에 시달려서 아주 우왕좌왕 허둥지둥... 게다가 서로 욕심내고.... 누구랄것도 없이, 전반적으로 애들 전체가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한편으론, 상대팀 선수들을 부담스러워하고 버거워하는게 화면 너머에까지 느껴져서 많이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경기하면서 매 순간 느꼈을 한계와 자괴감도 걱정됐고. 그래도, 실력차이가 났는데도, 이정도면 투지와 조직력으로 뭉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개인 기량 차이는 꽤 났는데, 그걸 극복하고 버틸 수 있는 팀을 만든 안정환과 이을용의 지도력에도 세삼 감탄했다. 이정도면, 그래도 잘 한거 맞다.

 

  청춘FC 선수들, 아마추어 리그인 K3에서의 경력을 제외하면, 고등학교나 대학교까지만 제대로 된 선수생활 마치고 1~2년씩은 기본으로 쉰 선수들이다. 에이스인 동우도 축구를 쉰 기간이 3년이고, 용섭이는 10년을 쉬었으며 국회는 12년을 쉬었다. 오랫동안 축구를 쉬던 선수들,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채 방치되었던 선수들이 4개월만에 이만큼 성장한 건 정말 대단한거다. 그리고, 몇년을 쉰 선수들이 단 4개월만에 프로 선수를 이길 수 없는건 당연한거다. 근데 청춘FC가 진 걸 가지고 정의구현이라는 둥(제작진이 잘못한거지 애들이 무슨 죄냐 이 개새끼들아), 고소하다는 둥(니놈이 응원하는 팀도 반드시 강팀에게 지고나서 그 팀 팬들에게 고소하단 소리 쳐 듣길), 축구 접어야 한다는 둥(지들이 뭔데 애들 꿈과 열정을 평가하고 지랄들이냐), 역시 프로 수준은 아니었다는 둥(4개월 훈련한 애들한테 지면 그게 프로냐? 이제 다시 축구 시작하는 애들인데 당연히 현 상태에서는 실력차이 나는게 맞는거지 병신아).... 아무튼 ㅋㅋㅋ 거리면서 온갖 비아냥에, 무시에, 조롱에... 국축빠가 청춘FC 팬들 보면서 빠가 까를 만든다고 했던가? 난 그 말 그들에게 고대로 돌려주고 싶다. K리그에 관심을 가지고 싶다가도, 국축빠들 때문에 정내미가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KBS 이 캐병신 새끼들아 내가 이 기획 반대한 이유를 두 눈으로 쳐 보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냐? 마지막 기횐데, 만회할 기회도 없는데, 전국에 생중계로 애들 부쳐하는거 내보내니까 이제 만족해? 대체 이게 누굴 위한 경기였냐? 누군가에겐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경기였는데, 꼭 이렇게 처절하게 끝내도록 했어야 했는지 좀 씨부려보지 그래. 씨발새끼들아, 청춘FC 애들에게 하등 도움도 안 되는 이 좆같은 기획 밀어부쳐서 그래 니들 살림은 좀 나아졌냐?

 

 

 

 

 

11. 청춘FC VS 챌린지 선발팀 출전 기록

 

VS 챌린지 선발팀

전반전

 

 

남하늘

 

최원태

성치호

이   강

김동우

이웅재

명승호

길정현

김용섭

김바른

주병남

Sean

김우성

 

 

VS 챌린지 선발팀

후반전

 

 

남하늘

 

성치호

김동우

천국회

최희영

임근영

염호덕

이동현

지경훈

허민영

이도한

 

 

 

 

 

12.

 

  난 내 생일도 잘 안 챙기는 사람이다. 주위에서 말해줘서 안 적도 많다. 그렇게 기념일 같은 것에 무신경한 사람이다보니 스물 다섯명이나 되는 청춘FC 선수들의 생일을 하나하나 챙기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이번엔 좀 챙기고 싶네. 성진이의 생일은.

 

  조금 늦었지만, 생일 축하한다 성진아. 그 어떤 해보다 아플 생일이지만, 그래도 축하해. 부상이 아니었다면 너는 네 생일날 화려하게 빛나는 저 그라운드 위를 누볐을거고 어쩌면 득점을 했거나 값진 어시스트를 했을지도 모르지. 아니, 넌 분명 그랬을거야. 그랬다면 네게 평생 잊지 못할 생일이 되었을텐데. 그 어느때보다 기쁘고 즐거워야 할 날,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던 네 심정이 어땠을는지... 차마 어떠한 말로도 위로를 해 주기가 어렵네.

 

  그래도, 그래도 부디 너무 아프기만 한 생일은 아니었기를. 부디 마음에 난 상처를 조금이라도 위로받는 생일이었기를. 그랬기를 바래.

  내년 생일은 더 행복하기를 바래. 분명 그럴거야.

 

  생일 축하해. 늦었지만.

 

 

 

 

 

13.

 

  아직 아이들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기도 하고, 아직 방송이 끝난 것도 아니라... 아직은 선수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지 않다. 아직은.






+.


  청춘FC 팬분들 중에 이 글 보러 들어오신 분이 계시고,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로 같이 대성통곡이나 할까요ㅠㅠ? 같이 수다떨어주세요ㅠㅠ 이래저래 속상해 미치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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