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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홍빠 시점에서 본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

 

1.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명경기를 100% 필자 본인의 주관을 기준으로 선정해 소개합니다. 연도별로 나누어 시리즈 연재할 계획이며, 한 해 기준으로 TOP5 정도만 꼽을 예정이었으나 2001년 명경기 리스트를 적어보니 탑텐이 넘어가는 관계로다가.... 3~5경기를 1회분으로 묶어 분할합니다.
2. 한 해에 소개할 명경기가 10개도 넘어간다는 대목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제목은 '명경기'라고 적어놓고, 사실은, 그냥 필자가 재밌게 봤던 경기들 모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3. 그래도 명색이 명경기 모음이니 별점은 매깁니다. 별점은 ★★★★★ 만점이고, 당년도 경기들의 평균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즉, 2011년도 만점과 2001년도 만점의 경기력이 같단 소리가 아닙니다. 또한 별점 역시 100% 필자 본인의 주관에 의거합니다.

4. iTV나 게임큐 등 군소 방송사 경기는 영상을 찾기 힘들어서, 양대 방송사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5. 이하의 모든 내용은 홍진호 팬의 입장에서 작성되었으므로 홍진호에게 편향된 시선이 필연적이나, 경기 외적인 내용, 특히나 스타판과 관련된 내용은 가능한 한 객관성을 견지하려 노력할 것임을 밝힙니다.

6. 포스팅 편의를 위해 이하 반말로 작성합니다.

 

 

 

 

 

폭풍의 시작, 2001년

제 2의 최진우가 아닌 제 1의 홍진호라고 불리고 싶었던 선수,

저그 시대가 저물고 테란 시대의 서막이 오른 곳에 폭풍을 일으키다.

 

 홍진호의 공식적인 데뷔연도는 2000년이다. 후에 스타판 역사가 재편되면서 모든 공식의 기준이 양대 방송사, 그 중에서도 온게임넷, 또 그 중에서도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라는 브랜드를 단 자칭 공식대회에 편중되는 바람에 이외의 기록은 모두 서자 취급을 받았으며 그 영향인지 홍진호의 공식 데뷔가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에 진출한 2001년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홍진호의 공식적인 데뷔는 2000년 쉐르파배이고 이러한 사실은 한빛소프트배에서 엄재경 또한 언급한 바가 있다.(지금 생각해보면, 쉐르파배도 스타리그는 아니지만 온게임넷에서 방영해 줬기 때문에 그나마 언급된 것이라고 본다. 아니었다면 얄짤 없었을걸.)

 쉐르파배는 내가 제대로 보지 않아 자세히 언급하긴 좀 그렇지만, 어쨌든, 처음 진출한 방송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홍진호는 실력있는 신예 저그로 이름을 알렸고,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준우승하면서 1.07버전까지의 수혜를 받은 저그들을 제치고 최고의 저그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이른바 스타판 0세대, 혹은 1세대로 불리는 저그들의 종말을 고하고 1세대, 혹은 1.5세대 저그 시대의 서막을 열었음을 의미했다. 또한 이전까지의 저그 강세 시대가 저물고 스타판이 끝날 때 까지 이어졌던 테란 최강의 시대가 시작되는 그 대서사의 첫머리에 저그의 수장으로 홍진호가 있었다는 것, 그것은 이후 홍진호가 이른바 '스타판에서 저그가 가진 숙명'을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홍진호는 2001년, 저그의 몰락이 시작되고 테란의 부흥이 시작되는 전쟁터에서 폭풍의 시대를 열고 저그의 '진정한 시작'을 알렸다. 저그가 스타판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의 이전 저그들과 달리, 새롭게 시작된 저그의 잔혹한 숙명 앞에 홀로 맞서 싸우기 시작한 저그, 그가 바로 홍진호였다.

 

 

 

 

 


비로소 시작된 저그의 진정한 역사,

Lord of Zerg의 탄생,

그리고 저그라는 굴레와 시련의 시작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데뷔시절부터 진호를 지켜봐온 홍빠들에게, 홍진호의 팬으로서 가장 할 말이 많은 대회를 하나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홍빠들은 코카콜라배를 꼽을 것이고 나 역시 그렇다. 코카콜라배는 홍빠로서 애증의 마음으로 추억할 수 밖에 없는 대회다. 이 감정을 누군가는 2인자의 팬이 가진 열등감이라 비웃겠지만, 그들은 아마 코카콜라배 스타리그를 제대로 보지 못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일 것이다.

 

 쉐르파배와 한빛소프트배를 거치며 실력있는 저그로서 입지를 다지던 홍진호는, 코카콜라배 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하고 본선 16강에 안착했다. 홍진호는 첫 경기서부터 극악의 테란맵 라그나로크에서 김정민을 잡은 뒤 2승 1패의 무난한 성적으로 가볍게 8강에 진출, 8강에서 사투 끝에(재경기 끝에 진출. 박정석, 임성춘, 변길섭이라는 실력자들과 한 조였다.) 준결승에 진출하고 준결승에서는 조정현을 2:0으로 누르며 결승까지 한달음에 도착한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줬던 홍진호의 경기는 이전의 저그들이 보여준 것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경기였다.

 

 코카콜라배는 1.08버전으로 치뤄진 온게임넷의 첫 스타리그였다. 1.08버전에서는 밸런스 패치가 대거 이루어졌는데, 그때문에 선수들의 경기 양상은 이전 1.07버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변화는 특히나 하향패치에 가장 피해를 본 저그 선수들에게 더욱 강제되었다. 스포닝풀 건설 비용 증가, 히드라 발업 비용 증가, 럴커 개발 비용 증가 등은 상대적으로 초반에 공격 주도권을 가지면서도 부유하게 운영할 수 있었던 기존 저그 유저들의 경기방식에 치명적인 하향패치였다. 사우론 저그로 대변되는 확장과 물량 위주의 스타일은 점점 설 곳을 잃었고, 저그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했다. 원시적이고 원초적이었던 기존의 저그는 새로운 시대의 앞에서 새 역사를 강요받고 있었던 것이다. 홍진호는 그런 저그에게 새 시대를 풀어갈 새로운 해법을 가장 먼저 제시하고, 원초적이었던 저그의 기초를 정립하며 비로소 저그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저그의 진정한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새로운 저그 역사의 시작은 곧, 그 역사의 첫 머리에 기록될 저그의 lord, Lord of Zerg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1.08 패치는 스타판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약한 종족으로 분류되던 테란은 1.08패치의 수혜를 받고 단숨에 최강의 종족으로 자리매김했으며, 1.08 패치에 가장 피해를 입었던 저그는 테란과의 상성이 맞물리며 더더욱 리그에서 피해를 보게 되었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사실은 1.08 패치가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직전에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온게임넷은 직전 리그였던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가 이전에 개최된 3번의 스타리그보다 훨씬 흥행하자(사실, 코카콜라배 이전까지만 해도 스타판에서 스타리그, 정확히 말하면 온게임넷의 위상은 별 볼것 없었다. 오히려 게임큐나 겜티비, 아이티비의 리그가 더 주목받았다.) 그 흥행의 주역인 임요환을 띄우며 새 리그의 흥행요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코카콜라배는 국내 게임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다국적 기업의 후원을 받아 개최되는 대회기도 했다. 코카콜라배의 흥행여부는 차후 스타리그의 스폰서 선정과 밀접한 영향이 있었고 따라서 온게임넷으로서는 반드시 흥행에 성공해야 하는 대회였다. 그러므로 이전 대회에서 스타리그라는 브랜드의 위상을 단숨에 높여준 임요환이 반드시 상위 라운드까지, 가능하다면 결승까지 올라와야 했고 그러한 계산은 테란을 살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온게임넷은 상대적으로 약한 종족인 테란을 배려한다는 명분 하에, 망가진 밸런스에 대한 성토를 무시하고 한빛소프트배 공식 맵이었던 테란맵 홀 오브 발할라를 약간 수정해 코카콜라배 공식 맵으로 지정했으며, 테란을 배려하는 수준이 아닌 대놓고 테란이 이기라고 만든 수준의 테란맵 라그나로크를 공식 맵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온게임넷의 이러한 테란 우대는 모두 저그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테란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한 1.07버전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나, 코카콜라배 직전 1.08패치로 테란이 대폭 상향되고 저그가 대폭 하향되면서 저그는 코카콜라배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프로토스는 상성상 앞서는 테란에게도 밀리면서(역상성인 저그에겐 당연히...) 리그에 단 2명만 진출하게 되고, 테란은 역상성인 프로토스를 맵빨로 농락하고 상성인 저그를 한끼 식사하듯 해치웠다. 저그는 상성인 프로토스를 거의 만나지 못한 채, 역상성 관계의 테란을 맞아 불리한 맵에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1.08 패치로 이루어진 첫번째 스타리그에서 저그는 필연적으로 준우승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고, 저그가 준우승을 차지한 리그가 스타판 역사에 꼽힐 대박을 치면서 저그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1.08 패치가 없었더라면, 혹은 조금만 늦었더라면 저그의 '만들어진 불운' 또한 스타판 역사에 없었을 지 모르는 것이었다. 1.08 패치는 저그의 역사를 시작케 했지만, 동시에 저그의 운명, 혹은 저그의 역사 그 자체를 바꿨다.

 

 코카콜라배 스타리그는 다섯번째 스타리그이자, 스타판에서 스타리그라는 브랜드가 갖는 위치와 가치를 확실히 드높인 리그였다. 그 즈음부터 온게임넷과 온게임넷 해설진은 이전까지 해왔던 e스포츠의 위상과 인식 개선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고 스타판의 확장과 성장을 위한 가장 큰 전략의 틀을 수립하는데, 이른바 스토리 텔링이었다. 이는 온게임넷 개국 멤버였던 엄재경과 정일훈이 특히나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기도 했다. 스타판을 단순한 게임 경연이 아니라, 인물이 있고 이야기가 있어 스스로 자생력을 가지는 판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온게임넷은 코카콜라배를 포함한 두번의 리그에서 임요환이라는 가장 큰 흥행카드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보다 대중적인 흥행은 경기가 아닌 인물에 의해 손쉽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달성 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후 온게임넷은 경기 안에서 이야깃거리를 찾는 것 보다, 경기를 하는 선수의 캐릭터를 잡고 선수들간의 스토리 텔링에 보다 주력하면서 스타판을 종족-선수-게임이 얽혀 자생하는 하나의 유기적 개체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한다. 특히나 스타판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이야기의 줄기는 모두 엄재경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엄재경은 홍진호가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원년 리그를 제외하고는 계속되어오는 준우승의 한'을 중심에 두고 저그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한을 가진 종족이라는 설정은 향후 수 년간 스타리그의 스토리 텔링에 없어서는 안되는 소재였으며, 동시에 잘 팔리는 이야깃거리였다. 저그는 스타판의 스토리 텔링을 위해 조연으로 사용되어졌고, 그것은 저그에게 벗을 수 없는 굴레이자 시련이었다. 이 '만들어진 불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말할것도 없이 당대 최고의 저그였던 홍진호였고 코카콜라배는 그러한 악몽의 시작과도 같았다.

 

경기일 : 01.09.08.

경기대회 : 2001 코카콜라 스타리그 - 결승전

경기상대 : 임요환 - 테란

     대저그전 전적 [통산전적 280승 152패(승률64.8%), 2001년 전적 77승 17패(승률81.9%),

   코카콜라배 전적 9승 4패(승률 69.2%, 예선전적 없음)]

     홍진호:임요환 [통산전적 33:35(홍진호 승률 48.5%), 공식전 전적16:21(홍진호 승률 43.2%),

   비공식전 승률17:14(홍진호 승률 53.8%)]


 

 

 

 

 상술한대로, 코카콜라배 스타리그를 이야기 하면서 맵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코카콜라배는 여러모로 저그에게 불리한 대회였는데 특히나 맵이 그랬다. 코카콜라배에서 저그가 겪었던 부당함과 저그의 불리함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이야기 하기 위해, 자료를 근거로 논하도록 하겠다.(그래서 글이 매우 길어질 예정이다.) 자료를 보다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좀 차지하더라도 표로 작성했다. 표를 읽는 것이 골아프다면 그 아래에 정리해 둔 것만 읽어도 무방하다. 사실, 일일히 정리하기 귀찮아서 엔하위키에 누가 정리해 놨겠거니 싶어 찾아봤더니, 엉망진창이길래 좀 귀찮지만 스스로 자료를 찾아 정리했다. 적어도 내가 정리한 항목들만큼은 엔하위키 자료를 믿지 않는 것이 좋다.(진호가 코카배중 홀오발에서 [임]에게 패한 것만 해도 3패인데 2패라고 적어 놓질 않나, 전적은 대체 뭘 기준으로 잡은건지 엉망이고...) 엔하위키는 물론 재밌는 항목도 많고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정리해둔 데이터가 가득한 곳이지만, 불확실한 데이터나 정보도 많을 뿐더러 특히나 출처가 없는 자료들이 많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자료는 되지 못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출처가 명확한 자료들을 직접 정리하는 것이고, 나 역시 내 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작업했다. 사실, 나는 엔하위키를 킬링 타임용 그 이상으로 사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스타 관련 항목 여기저기에 진호로 드립을 해대서 싫다. 그 중에서도 콩드립, 2드립이 심각한 진호 페이지는 들어가고 싶지도 않다ㅠ_ㅠ 지니어스 끝나고 더 심해진 느낌... 그래서 이제 진호 관련 페이지는 안 본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엔하위키의 해당 항목을 수정하거나 어딘가에 인용할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출처를 표기해 주기 바란다.(이 글의 원문 주소: http://yusongi.tistory.com/413, 인용시 유의사항은 http://yusongi.tistory.com/notice/407를 참고 바람. 모바일에서는 http://yusongi.tistory.com/m/407로 확인 가능.) 자료 찾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내가 지금 병원에서 썩고 있어서 남는게 시간이라지만, 그래도 귀차니즘 참고 꾸역꾸역 정리한건데 불펌하면 화낼거다.

 

 스타판 초창기의 밸런스 붕괴 맵을 이제와 이야기 하면, 가끔 "지금 기준으로 봐서 그렇지 그 시절엔 개념맵이었음!"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홀 오브 발할라, 노스탤지어 등을 당시에는 개념맵이었다 포장하는 테뻔뻔들이 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홀오발이나 노스탤지아는 당시에도 밸런스 문제로 말이 많았고, 직접 밸런스에 대해 언급했던 선수들도 있었다. 말도 안되는 추억 보정은 제발 혼자서나 좀 했으면 좋겠다. 테뻔뻔도 정도가 있어야지... 하긴, 테뻔뻔들이 활개를 치는탓에 테저전 밸런스 6:4, 6.5:3.5 정도를 당연히 개념맵 취급했던 스타판 초창기는 저그빠로서 정말 복장 터지는 시절이었다.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으니 이쯤 해 두고, 나머지는 이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경기맵 : Neo Hall of Valhalla

별점 : ★★★★☆

 

 이 연재물의 제목이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인 만큼, 왠만해서는 진호가 진 경기를 넣고 싶지 않은 것이 홍빠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러나 진호의 스타일상, 지더라도 명경기가 많기 때문에(ㅠ_ㅠ) 어쩔 수 없이 진호가 패배한 경기도 가끔 포함될 것 같다. 이 경기도 진호가 지긴 했지만 명경기라 고민 끝에 포함했다.

 

 임요환은 홍진호가 이전까지 홀 오브 발할라에서 보여줬던 럴커 드랍을 의식해 빠르게 마린을 업그레이드 하지만, 홍진호는 그런 임요환의 허를 찔러 스파이어 후 본진 투햇 체제로 경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초반에 뮤탈 게릴라로 별 이득을 보지 못한 홍진호는 섬 지역에 멀티를 먹고, 이어서 타 스타팅 멀티도 가져감으로써 이전까지 가난한 상태에서 선 공격하던 전략 대신에 선 확장을 택한다. 견제를 위해 테란 본진에 기습 럴커 드랍을 시도했지만 그것이 막히면서, 도리어 테란의 병력에 의해 저그의 섬 멀티가 공격받게 된다. 저그가 어떻게든 섬 멀티의 해처리를 지켜내자 테란은 저그의 본진과 섬 멀티를 동시에 타격하면서 자신의 앞마당을 가져가려 하지만, 저그 역시 테란 앞마당의 일꾼을 털며 자원을 견제한다. 그러나 선 확장을 선택한 저그는 필연적으로(거기에 종족의 특성까지 더해) 병력의 화력과 양에서 테란에게 밀릴 수 밖에 없었고, 테란의 앞마당을 확실히 밀지 못한 상황에서 테란의 병력은 저그의 본진을 계속해서 점령한다. 저그는 처절하게 본진을 사수하면서도 맵 귀퉁이 멀티를 추가해 어떻게든 수비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하이브와 해처리를 뺀 본진의 주요 건물이 다 밀렸지만 그래도 본진을 지켜낸다. 저그의 주요 건물이 파괴된 것은 컸지만, 하이브가 깨지지 않은 상태였고 테란도 그동안 모아둔 한방 병력을 저그 본진에 다 쏟아부은데다가 앞마당도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진 자원을 쥐어짜다보니 손실이 제법 컸다. 홍진호는 자신의 본진에 있던 테란 잔여 병력을 청소하고 임요환의 드랍쉽 다수와 베슬까지 정리한다. 저그의 본진을 깨끗이 청소하지 못한 테란이 저그의 멀티를 노려봤지만 실패했고, 그 사이에 테란은 앞마당도 활성화 되지 않고 저그와 병력을 맞바꿨기 때문에 잔여 병력이 얼마 되지 않는 상태에서 본진 자원이 고갈된다. 홍진호는 테란의 본진에 드랍으로 역공하고 뒤이어 앞마당에도 럴커를 드랍하지만, 상성과 업그레이드에 모두 밀려 역공이 막히고 임요환은 앞서 마무리 하지 못했던 저그의 본진을 마저 청소한다. 저그의 견제에 본진과 앞마당을 모두 지켜낸 테란은 그동안 모은 병력으로 순회공연을 시작한다. 언덕 시즈탱크로 저그의 섬멀티를 청소하고, 저그가 타 스타팅에 재건한 본진도 다시 청소하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그는 주요 건물 파괴와 오버로드 손실로 병력 수급에 계속해서 딜레이가 걸렸고(업그레이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 그 동안 멀티 확장에 주력하며 시간을 끌지만 업그레이드 충실한 마메부대와 시즈탱크의 화력에 밀리고 거지같은 맵의 지형상 테란이 저그의 멀티를 청소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고 빨랐기 때문에 저그는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병력을 모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본진이나 멀티가 밀리고 있을 때 성급하게 병력을 꼴아박지 않고 꾹꾹 참아 병력을 모았다가 수비하며 테란의 병력 손실을 유도하는 홍진호의 침착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타 스타팅에 재건한 본진이 밀리자 저그 역시 테란의 섬멀티를 밀어버렸고, 그 와중에도 테란의 앞마당 견제를 잊지 않고 해주는 등 병력에서 밀리는 저그는 테란의 자원줄을 끊는 데 몰두한다. 시즈탱크에 자신의 섬멀티가 밀리면 자신도 테란의 앞마당을 털면서 분전했으나, 테란 한방 병력과 붙어야 할 때 마다 업그레이드 차이는 둘째치고 저그의 병력 자체가 너무 적었고 그나마도 계속해서 병력이 소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테란이 시즈탱크로 순회공연을 다니는 것을 저그가 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시간을 끌며 버티는 용도로 멀티를 내주었고(임요환은 저그의 섬멀티 언덕에서 터렛 짓고 농성까지 했다.), 그래도 틈을 찾아 테란이 순회공연을 도는 동안 여러번 본진 빈집털이를 노렸으나 계속 막혀버린다. 어쩔 수 없이 저그는 테란의 한방 병력을 건드리지 못한 채 테란의 섬멀티를 파괴해 추가 멀티를 내주지 않는 것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테란의 마지막 자원줄인 섬멀티를 계속 견제했으나 병력 부족으로 테란의 자원줄을 완전히 끊지 못한 채 저그의 병력만 소진되었고, 그동안 테란의 순회공연에 저그의 멀티가 다 밀려 병력도 자원줄도 없는 상황에서 홍진호는 마지막 진영이 털리자 남은 병력을 긁어 모아 들이붓고 GG선언을 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나는 진호가 이렇게 마지막까지 병력 다 쏟아붓고 GG선언하는 것을 좋아했다. 후회없이, 미련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여서.)

 

 이 경기를 요약한다면 '병력 모을 시간이 필요한 홍진호, 병력 생산할 자원이 필요한 임요환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겠다. 47분이 넘는 혈전 끝에 패배한 홍진호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이렇게나 잘 했는데, 이렇게나 분전했는데 패배라니...

 홍진호가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은 맵에 있었다. 테란은 시즈탱크만 있으면 저그의 본진을 포함한 모든 멀티를 공짜로 청소할 수 있다. 탱크를 엄호할 업그레이드 된 마메 한 부대 정도만 있다면, 탱크 몇기만 가지고도 전 맵을 돌며 빠르게 저그 멀티를 순회공연 할 수 있는 구조다. 테란의 강력한 한방 병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저그가 계속해서 병력교환을 해야 하지만, 반섬맵이라는 특성상 홀오발에서는 그것이 어렵다. 저그라는 종족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이 병력의 회전속도인데, 홀오발에서는 저그가 지상병력을 재충원하기까지의 속도가 느려 테란에게 병력 교환으로 이득을 얻기가 어렵다. 자연히 저그에게는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홀 오브 발할라는 다른 맵들보다 저그가 멀티를 내주고 벌 수 있는 시간이 훨씬 짧다. 다시 말해 저그는, 다른 맵보다 부대를 꾸리는 데 시간은 더 필요하지만, 그 시간을 벌기가 다른 맵보다 어렵다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그는 테란의 한방 병력을 상대하기도 힘들고, 멀티를 지켜내기도 힘들어 계속해서 피해가 누적되게 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병력도 얼마 없는 저그가 본진을 네번 정도나 밀렸는데도 계속해서 다시 일어나 테란과 혈투를 벌인 것은, 홍진호가 정말 대단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나 상성상 밀리는 히드라와 럴커를 가지고 이따위 맵에서 마메와 탱크를 상대로 이같은 혈투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홍진호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사실, 임요환은 본진과 앞마당의 자원으로만 경기를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홍진호의 계속된 견제에 섬 멀티는 제대로 돌릴 겨를이 없어 무용지물과 다름없었다. 반섬맵에서 본진 미네랄이 열 덩어리라는 것은 테란에게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본진과 앞마당 미네랄이 1~2덩어리만 적었더라도 임요환은 경기 끝까지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 왜 홀 오브 발할라가 테란에게 유리한걸까? 물론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대충 다 알겠지만... 그래도 한번 정리해보겠다.

 

 홀 오브 발할라는 반섬맵이므로 테란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완전 섬맵과 달리 반섬맵은 지상군 운용이 가능하므로, 주요 건물을 자유 자재로 옮길 수 있는 테란의 종족 특성상 극초반부터 육지를 점령할 수 있어 확장도 유리할 뿐더러(테란이 저그보다 멀티를 빨리 먹을 수 있으니 원...) 보다 좋은 진영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홀 오브 발할라는 여기에 더해 상대 앞마당에서 별도로 시야를 확보할 필요 없이 시즈 탱크로 상대 본진을 청소하는 것이 가능한데다가 섬멀티는 역언덕형이라 시즈 포격에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 맵이다. 시즈탱크로 바로 청소할 수 없는 멀티는 지도 네 귀퉁이의 비좁은 멀티인데 여기도 시야 확보만 되면 벽 너머로 시즈 포격을 통해 바로 청소가 가능한데다가 이 멀티는 성큰이나 스포어 건설을 하기에도 좁고 방어 병력을 두기에도 좁아 몰래 멀티가 아니라면 지키기 어렵다(테란은 마린 메딕 탱크로 어느정도 커버 가능). 그나마도 네오 버전에서는 두개로 축소되었고, 앞마당은 미네랄 멀티라 반섬맵에서 저그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멀티인데 반해 테란은 미네랄 잔뜩 먹고 마린 메딕 뽑아 육지를 점령하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게다가 본진에도 미네랄이 넘치므로, 테란은 우주방어 후 한방도 가능하고 본진 자원만으로도 어느정도 싸움이 된다. 저그는 방어로는 답이 없고 공격을 해야 하는데, 섬맵의 특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란이 우주방어를 시전하면 저그는 어지간해서는 답이 없고, 센터 싸움을 하자니 센터가 좁아 센터 싸움도 불리할 뿐더러 반섬맵이라 센터 선점도 테란에게 밀린다. ......... 이건 뭐 어쩌라고.....

 홀 오브 발할라에서 테란이 한방을 모아 순회공연을 시작하면 저그로서는 답이 없게 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테란에게 유리해 지기 때문에 저그는 초반에 승부를 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가난하게 몰아치는 폭풍 스타일이 이 맵에서 대테란전을 치루는 저그들의 모범답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홍진호는 1.08패치 이전의 저그들과 달리 가난한 운영에'도' 뛰어났고, 따라서 이 테란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저그와 테란이 똑같이 가난한 운영을 할 경우, 저그는 유닛의 효율상 테란에게 밀릴 수 밖에 없고 따라서 홍진호처럼 초반에 가난한 운영을 하며 컨트롤 싸움을 즐기던 임요환의 스타일은 홍진호에게 상성일 수 밖에 없었다.(물론, 홍진호가 이 경기를 가난하게 운영했다는 말은 아니다.) 홍진호가 유독 이 맵에서 임요환에게만 약했던 것은 홍진호가 임요환에게 실력으로 밀렸다고 보기 보다는, 반섬맵이라는 한계와 똑같이 가난한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갈 경우 필연적으로 테란에게 약할 수 밖에 없는 저그의 한계 때문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홍진호가 가난한 테란에게 모두 약하다는 말이 아니다. 가난한 스타일의 테란이든 부유한 스타일의 테란이든 전성기의 홍진호는 A급 테란은 학살하고 다녔고, S급 테란과도 호각의 성적이었다. 다만, 저그와 테란의 실력이 엇비슷할때 혹은 테란의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상성상 그리고 종족의 한계 때문에 저그가 지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 Hall of Valhalla에서의 모든 저테전 전적

  1-1. Original version

※ 국기봉의 선택 테란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9전

21

8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72.4

27.5

 공식전 전적 : 5전

2

3

 공식전 비율

40

60

  1-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4전

21

13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1.7

38.2

 공식전 전적 : 10전

6

4

 공식전 비율

60

40

  1-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 국기봉의 선택 테란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63전

42

21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6.6

33.3

 공식전 전적 : 15전

8

 공식전 비율

53.3

46.6 

 오리지널 버전부터 보자. 총 전적을 보면, 저그빠로서 이가 갈릴 수 밖에 없다. 테란이 저그를 상대로 무려 72%가 넘는 점유 승률을 올렸다. 그 아래의 공식전 전적은 좀 의문스럽겠지만, 1.07버전이 아무래도 테란에겐 상대적으로 패널티였던 것도 있고,  저그 유저였던 국기봉이 테란으로 플레이했다가 패하는 바람에 저렇게 된 것도 있다. 네오버전의 경우, 테란은 1.08 패치와 맞물려 공식전 점유 승률도 60%로 올 저그를 역전하고, 총 전적은 테란의 점유 승률이 62%에 육박한다. 종합해보면 두 버전을 통틀어 홀 오브 발할라에서는 테란이 저그를 상대로 67%에 육박하는 높은 점유 승률을 보인다. 공식전 전적 또한 저그에게 앞선다.

 

2. Hall of Valhalla에서 홍진호의 모든 저테전 전적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 국기봉의 선택 테란 포함.

승리

패배

 승률

 Original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전 

2

1

66.6

 Original version 공식전 전적 : 2전

2

0

100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6전

3

3

50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6전

3

3

50

Total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9전

5

4

55.5

Total 공식전 전적 : 8전

5

3

62.5

 그다지 좋은 성적은 아니라고 보여질 수도 있다. 총 전적 9전 5승 4패 중 3패는 코카배에서 임요환에게 당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2002 WCG 예선전의 패배다. 임요환과의 전적만 제외하면 6전 5승 1패로, 대테란전 83.3%의 고승률을 기록한다. 스팀팩에서 "요환이형에게만 지고 나머진 다 이겼는데, 내가 홀 오브 발할라에서 테란을 못 이기는 줄 알아." 하고 억울해 했던 홍진호의 마음이 십분 이해 간다.

 

3. Hall of Valhalla에서의 저테전 전적 (홍진호의 전적 제외)

  3-1. Original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6전

20

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76.9

23

 공식전 전적 : 3전

2

1

 공식전 비율

66.6

33.3

  3-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8전

18

10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4.2

35.7

 공식전 전적 : 4전

3

1

 공식전 비율

75

25

  3-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54전

38

1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70.3

29.6 

 공식전 전적 : 7전

5

 공식전 비율

71.4

28.5 

 3-1을 보자. 홍진호의 전적만 제외했을 뿐인데 가뜩이나 높았던 테란 점유 승률은 72.4%에서 4.5%나 급등하고, 저그 점유 승률은 동 수치 급락했다. 1-1에서 보았던 의아한 공식전 전적도 뒤바뀌어, 테란과 저그의 점유 승률이 약 27%씩 각각 증감 테란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네오 버전도 상황은 비슷한데,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니 테란의 총 점유 승률이 61.7에서 2.5% 상승하고 저그의 총 점유 승률은 동 수치 하락했으며, 공식전 점유 승률은 테란과 저그가 각각 15%씩 증감해 큰 차이를 보였다. 종합적으로,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면 테란의 총 점유 승률은 3.7% 상승하고 저그의 총 승률은 동 수치만큼 하락하며, 공식전 점유 승률 또한 테란과 저그가 18.1%의 큰 폭으로 각각 증감한다. 무개념 테란맵인 홀 오브 발할라에서, 홍진호가 저그라는 종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4. Hall of Valhalla에서의 저테전 전적 (임요환의 전적 제외)

  4-0. Hall of Valhalla에서 임요환의 전적 : 7전 7승 0패 (Original version 3전 중 공식전 1전, Neo version 4전 중 공식전 4전)

  4-1. Original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6전

18

8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9.2

30.7

 공식전 전적 : 4전

1

3

 공식전 비율

25

75

  4-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0전

17

13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6.6

43.3

 공식전 전적 : 6전

2

4

 공식전 비율

33.3

66.6

  4-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56전

35

21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2.5

37.5 

 공식전 전적 : 10전

3

7

 공식전 비율

30

70

 홍진호의 전적만 빼면 불공평하니, 임요환의 전적도 빼 보겠다. 상술했듯 반섬맵은 기본적으로 테란맵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데다가, 임요환의 경기 스타일은 특히나 반섬맵에서 더욱 강세를 보인다. 임요환은 홀 오브 발할라에서 전승하며 반섬맵 강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오리지널 버전에서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니 테란의 총 점유 승률은 3.2% 감소했고 저그의 총 점유 승률이 동수치만큼 올랐다.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보다 0.5%정도 낮은 종족 기여도를 보인다.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버전 공식전에서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면 저그와 테란의 점유 승률이 각각 15%씩 증감하는데, 임요환의 15% 종족 기여도는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보다 12% 낮다. 홀 오브 발할라가 테란에게 유리한 맵임을 감안하면 썩 높은 기여도는 아니다. 네오버전에서는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면 테란의 총 전적에서 5.1%, 공식전 전적에서 약26.6%의 점유 승률이 감소한다. 네오 버전에서 임요환은 종족 기여도를 대폭 끌어 올렸는데, 대 홍진호전에서 3승을 올린 영향이 컸다. 종합적으로 임요환의 전적은 총 점유 승률에서 4.1%, 공식전 점유 승률에서 23.3%씩 영향을 미쳤다.

 

5.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Hall of Valhalla에서의 저테전 전적

  5-1. Original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3전

17

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73.9

26

 공식전 전적 : 2전

1

1

 공식전 비율

50

50

  5-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7전

17

10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2.9

37

 공식전 전적 : 3전

2

1

 공식전 비율

66.6

33.3

  5-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47전

31

1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5.9

34 

 공식전 전적 : 4전

3

 공식전 비율

75

25

 홀 오브 발할라가 정말 테란맵인지에 대해 보다 공정히 분석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테란 임요환과 당대 최고의 저그 홍진호의 전적 모두를 제외한 저테전 전적을 살펴보겠다. 보다시피, 압도적으로 테란맵임을 알 수 있다. 이따위 맵에서 홍진호가 열심히 싸워줬기에 오리지널 버전에서 공식전 총 점유 승률이 40(T):60(Z)으로 저그가 높게 나온것이지, 홍진호가 아니었다면 엄대엄의 점유 승률에 그쳤다. 그나마도 1.07버전에서나 가능한 전적이었고, 1.08버전에서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홍진호가 있었기에 저그는 그나마 네오버전 테란 총 점유 승률을 1.2% 낮추고 동 수치만큼 점유 승률을 챙길 수 있었고, 공식전 점유 승률도 약 6.6%를 테란에게서 빼앗아 가질 수 있었다. 종합해보자면, 홍진호가 아니었다면, 임요환이 없었어도 테란은 저테전에서 21.7% 상승한 점유 승률을 기록하며 저그를 씹어먹고, 저그는 동 수치 감소한 점유 승률을 기록하며 테란에게 압도적으로 쳐발렸다 이거다.

 

 

 



 

 

경기맵 : Neo Jungle Story

별점 : ★★★★

 

 나는 힘싸움형 경기 보다는 난전형 경기를 더 좋아하는데, 이 경기 또한 가난한 운영을 하면서 소규모 난전이 이어지는 경기다. 임요환이 초반에 마인 벌쳐 게릴라를 하려고 뽑은 벌처를 홍진호가 다수의 저글링으로 무난히 막으면서 경기를 기분 좋게 시작한다. 홍진호는 정글 스토리에서 저그들이 대테란전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던 스파이어 테크 대신 럴커 테크를 탄다. 그 여파로 본진 옆 언덕에 떨어진 병력들을 막지 못해 손해를 보는가 싶었는데, 테란이 자신의 본진을 터는 동안 자신도 테란의 본진을 똑같이 털면서 첫번째 위기를 극복한다. 특히, 자신은 소수의 드론이나마 미네랄을 캘 수있었으나 임요환은 가스를 포함한 모든 자원 채취가 중단되어 피해가 보다 컸다. 리파이너리 반대쪽 미네랄 필드 옆에도 럴커를 버로우해 자원 채취도 방해하고 겸사겸사 서플라이도 공격하던 홍진호는, 럴커가 파괴된 이후 저글링 두마리 정도(피의 양을 보고 추측)만 던져서 시즈 되어있는 탱크가 저글링을 때리는 동시에 스플래시로 자신의 서플라이(공격당해 체력이 깎여있던 건물)도 터트리게 만들었다. 홍진호의 본능적 센스가 돋보였던 장면. 이후 자신이 멀티를 돌리는 동안 럴커로 테란 본진을 견제하면서 자원 채취를 계속 방해하고, 자신의 보유 병력이 현저히 부족할 때 테란의 병력이 진출했다고 해서 그나마 있던 유닛을 꼴아박는게 아니라 그냥 멀티 하나를 내어 주고 다른 데 멀티를 재건하면서 병력을 모으는 선택도 좋았다. 병력을 어느정도 모은 뒤에는 테란 한방 병력을 잘 싸먹고, 직후 가디언으로 테란의 앞마당을 청소한 다음, 바로 남은 가디언을 가지고 테란 본진을 털면서 모아둔 히드라와 럴커로 테란 본진을 마저 청소하면서 승리. 홍진호의 가난한 하이브센스있는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경기다. (참고로, 홍빠라면 경기 초반에 임요환의 드랍쉽 견제에 짜증나는게 정상이다.)

 

 정글 스토리를 개념맵 취급 하는 사람이 꽤 되는데, 전적으로 보나 맵 자체만 놓고 보나 정글 스토리는 테란맵이 맞다.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일단 앞마당에 가스가 없기 때문에 가스를 많이 먹는 저그의 특성상 당연히 불리하며 그나마도 본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수비가 힘들다. 또, 본진이 역언덕형이라 본진 옆 언덕에 시즈탱크만 갖다 놓으면 저그는 본진 드론이 팡팡 터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익스트랙터까지 털린다. 거기에 본진 옆 언덕은 빌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테란이 벙커나 터렛을 지은뒤 시즈탱크로 작정하고 농성을 벌이면 경기 초반에는 뮤탈로도, 드랍으로도 속수무책이다. 또, 뒷마당 언덕에 시즈탱크를 갖다놓아도 본진 일꾼을 털 수 있다. 가스 멀티는 스타팅 포인트와 섬 뿐인데, 스타팅을 먹자니 시즈탱크에 그냥 밀리고 섬 지역을 먹으려면 저그는 수송업을 해야 한다. 커맨드 센터를 만들어 가볍게 날려주기만 하면 되는 테란에 비하면 당연히 저그가 손해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밀어붙이기엔 테란은 입구가 1서플 1배럭 1SCV면 막히기 때문에 저그가 초반에 테란 본진을 털기도 힘들다. 게다가 센터에 투가스를 배치한 파격적인 노다지 멀티가 있지만, 센터 멀티를 제외하면 맵 전체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저그로서는 이 점도 불리하다. 또, 센터 멀티 때문에 개활지가 없어 센터 지역에서 힘싸움을 해도 저그가 불리하다. 하... 저그 다 죽는다 이놈들아.... 자연히 저그는 본진 스파이어 테크를 탄 뒤에 언덕 멀티를 가져가는 경기양상을 강요받게 된다.(이런 맵에서, 더군다나 결승전에서 스파이어 안 타고 히드라덴 올린 홍진호의 도전정신에 박수!)


 그럼, 이제까지 설명한 정글 스토리의 테란맵 요소가 과연 테저전 전적으로도 입증되었는지 살펴보겠다.

1. Jungle Story에서의 모든 저테전 전적

  1-1. Original version

※ 기욤패트리의 테란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7전

10

7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8.8

41.1

 공식전 전적 : 5전

3

2

 공식전 비율

60

40

  1-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69전

94

75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5.6

44.3

 공식전 전적 : 13전

6

7

 공식전 비율

46.1

53.8

   1-3. Total

※ 기욤패트리의 테란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86전

104

82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5.9

44

 공식전 전적 : 18전

9

9

 공식전 비율

50

50

 오리지널 버전부터 보자. 저그를 상대로 테란은 공식전만 따지면 6할, 총 전적도 6할이 넘는 점유 승률을 올렸다. 이후 네오 버전에서는 저그가 약진하여 저그의 점유 승률이 조금 올랐고, 공식전 전적은 1승 추월하게 된다. 그러나 두 버전의 합으로 볼 때 여전히 정글 스토리는 테란이 우위에 있는 맵이었다.

 

2. Jungle Story에서 홍진호의 모든 저테전 전적

※ Original version에서 전적 없음.

승리

패배

 승률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1전

9

2

81.8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5전

4

1

80

 홍진호는 테란이 유리하고 전적상으로도 우위에 있는 맵에서 80%가 넘는 고승률을 기록했다. 홍진호의 전적만 보면 정글 스토리가 저그맵인가 싶을 정도다. 홍진호가 오리지널 버전에서 전적이 없다는 사실과, 위의 저테전 모든 전적의 통계를 함께 보면 유의미한 결론 하나가 도출된다. 아래를 보자.

 

3. Jungle Story에서의 저테전 전적 (홍진호의 전적 제외)

  3-1. Original version : 홍진호의 전적이 없어 무의미한 통계이므로 생략.

  3-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58전

92

6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8.2

41.7

 공식전 전적 : 8전

5

3

 공식전 비율

62.5

37.5

  3-3. Total : Original version에서 홍진호의 전적이 없어 무의미한 통계이므로 생략.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자 테란의 점유 승률이 55.6%에서 58.2%로 상승하고, 저그의 점유 승률은 2.6% 감소했다. 공식전에서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는데, 53.8%로 46.1%의 테란 점유 승률을 앞서던 저그는 37.5%로 62.5%의 테란 점유 승률에 역전당한다. 홍진호는 16.3%나 되는 저그의 점유 승률을 책임지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한 사람이 한 종족에 끼치는 영향으로 보면 가히 엄청난 비율이었다.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자 테란 강세 양상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은, 그나마 홍진호가 있었기에 저테전 밸런스를 총 6:4정도(공식전은 5:5정도)로 맞출 수 있었다는 얘기도 된다. 

 

4. Jungle Story에서의 저테전 전적 (임요환의 전적 제외)

  4-0. Jungle Story에서 임요환의 전적

※ Original version 공식전 전적 없음.

승리

패배

 승률

 Original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전 

3

0

100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0전

7

3

70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4전

2

2

50

Total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3전

10

3

76.9

Total 공식전 전적 : 4전

2

2

50

  4-1. Original version : 앞서 홍진호의 전적이 없어 생략했으므로, 형평성 있는 자료 제공을 위해 마찬가지로 생략.

  4-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59전

87

72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4.7

45.2

 공식전 전적 : 9전

4

5

 공식전 비율

44.4

55.5

  4-3. Total : 앞서 홍진호의 Original version 전적이 없어 생략했으므로, 형평성 있는 자료 제공을 위해 마찬가지로 생략.

 임요환 역시 정글 스토리에서 성적이 좋았지만, 테란이 저그보다 유리한 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홍진호보다 11.8% 낮은 승률(홍진호는 오리지널 버전 전적이 없으므로 공정한 비교를 위해 네오 버전의 전적만 가지고 계산했다.)을 기록했으며, 공식전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아 홍진호보다 30%나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자 테란의 점유 승률이 0.9% 감소하고 저그의 점유 승률은 동 수치 상승했다. 이는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인 2.6%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글 스토리가 테란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맵임을 감안하면 임요환의 이름값에 못 미치는 결과였다. 임요환은 테란의 공식전 점유 승률에서 또한 1.7% 기여하는데 그친다.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에 비하면 1/10 수준이었다.  

 

5.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Jungle Story에서의 저테전 전적

  5-1. Original version : 홍진호의 전적이 없어 무의미한 통계이므로 생략.

  5-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48전

85

63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7.4

42.5

 공식전 전적 : 5전

3

2

 공식전 비율

60

40

  5-3. Total  : 홍진호의 Original version 전적이 없어 무의미한 통계이므로 생략.

 임요환과 홍진호라는, 당대 최고의 테란과 당대 최고의 저그가 가진 기록을 모두 제외하고 보아도 정글 스토리는 전적상 6:4 정도로 테란이 우위에 있는 맵이었다. 이것은 정글 스토리가 쓰였던 모든 기간동안의 통계로, 정글 스토리가 쓰였던 2003년까지(단, 정글 스토리가 마지막으로 사용된 것은 2006년 슈퍼파이트, 홍진호VS임요환, 홍진호 승)의 기록을 합산한 자료이므로 코카콜라배 당시의 저테전 전적을 이 자료만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코카콜라배 이후에도 오래, 그리고 많이 사용되어 200전 가까이 전적이 쌓이는 동안 전적이 보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주로 말하고자 하는 코카콜라배 당시의 저테전 기록을 따로 정리했다. 아래를 보자.

 

6. 2001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Jungle Story의 저테전 전적(예선 전적 포함)

  6-1. 홍진호의 Jungle Story 전적 : 6전 5승 1패, 승률 83.3%

  6-2. 임요환의 Jungle Story 전적 : 2전 0승 2패, 승률 0%

  6-3.

    6-3-1. 모든 저테전 전적

 

테란

저그

총 전적 : 79전

45

34

총 비율

56.9

43

    6-3-2.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한 저테전 전적

 

테란

저그

총 전적 : 73전

44

29

총 비율

60.2

39.7

    6-3-3.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저테전 전적

 

테란

저그

총 전적 : 77전

45

32

총 비율

58.4

41.5

    6-3-4.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저테전 전적

 

테란

저그

총 전적 : 71전

44

27

총 비율

61.9

38

 코카콜라배에서 정글 스토리의 저테전 전적을 살펴보면, 5-2의 누적 저테전 전적보다 오히려 테란 점유 승률이 감소하고 저그 점유 승률이 오르는 기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아래의 6-3-2를 보면 그 의아함은 바로 풀린다.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자 테란의 점유 승률이 3.3% 상승하고 저그의 점유 승률이 동 수치 감소해 5-2의 누적 저테전 전적과 비교해 점유 승률의 차이를 더 벌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2전 2패를 기록한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자 도리어 테란 승률이 오르고, 저그 승률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임요환은 코카콜라배 정글 스토리 맵에서 -1.5% 종족 기여도라는, 마이너스 종족 기여도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6-3-4를 보면 알 수 있듯,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모두 제외하자 5-2의 누적 저테전 전적보다 테란 점유 승률이 4.5% 상승하고 저그 점유 승률이 동 수치 감소해 격차가 더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코카콜라배에서 정글 스토리는 테란이 저그를 상대로 우위에 있던 맵이었으며, 그런 맵에서 홍진호는 83%가 넘는 고승률을 올리며 저그의 점유 승률에 많은 부분 기여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경기맵 : Neo Legacy of Char

별점 : ★★★☆

 

 레가시 오브 차에서 테란이 초반에 할 수 있는 선택은 크게 두가지, 원배럭(혹은 노배럭) 더블커맨드냐 빠른 테크냐로 갈린다. 저그가 앞마당을 쉽게 가져갈 수 있듯이 테란도 더블컴을 쉽게 가져갈 수 있으므로 홍진호는 빠르게 드론정찰을 시도하고, 너무 일찍 임요환의 본진에 도착한 김에 만약을 대비할 겸 가스러시를 시도해 테란의 테크를 늦춘다. 상대적으로 초반에 저그도 부유하게 갈 수 있는 맵임에도 불구하고 홍진호답게 드론을 째는게 아니라 앞마당만 먹고 레어를 바로 올렸고, 테란도 금방 앞마당을 따라온다. 이때 저그는 테란의 진영을 정찰해 의도를 파악한다. 저그가 테란과 똑같은 자원을 먹고 싸우면 당연히 불리하기 때문에 홍진호는 선 가스 확장 이후 삼룡이를 먹고, 그동안 임요환은 앞마당을 돌리며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저그는 테란의 본진에 럴커 드랍을 시도했으나 막히고(솔직히 [임]의 마메 컨트롤만큼은 정말 그 당시엔 사기였다. 지금 봐도 대단하고.) 테란은 우주방어를 시전하며 제공권 장악을 위한 발키리를 모은다. 저그는 테란의 스캔을 소진시키기 위해 테란의 앞마당 위쪽에 미끼용 럴커를 심어 일꾼을 조금 털면서 동시에 테란 본진에 히드라와 럴커를 드랍, 테란의 본진을 신나게 터는 데 성공하고 덤으로 테란의 병력도 소진시킨다. 그동안 저그는 멀티 활성화 시간을 벌고 빠른 회전력으로 병력을 다시 충원한다. 그러나 테란이 발키리로 오버로드를 청소하면서 저그의 추가 드랍을 막고 직후 저그의 멀티를 털면서 시간을 벌었고, 저그는 멀티를 내어주는 동안 본진에서 하이브를 올리고 디파일러를 뽑아 컨슘까지 마친다. 이때 홍진호가 드론을 컨슘하는 것을 보고 엄재경이 드론을 아까워 하는데, 홍진호가 드론을 컨슘하는 것은 드론은 인구수에 방해만 될 뿐이기 때문이 아니라 저글링을 뽑아 컨슘하기까지의 시간이 드론보다 훨씬 아깝기 때문이다. 홍진호의 공격이 가장 무서운 것은 그 타이밍이 날카롭다는 데 있다. 홍진호는 가장 효율적인 공격 타이밍을 잡기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그것이 바로 홍진호의 전매특허인 폭풍 스타일의 핵심인 것이다. 어쨌든, 테란이 드랍쉽으로 저그의 멀티와 본진을 터는 동안 홍진호는 임요환의 게릴라에 휘둘리지 않고 디파일러를 대동해 테란의 삼룡이를 청소한다. 자원이 말라가던 테란은 삼룡이를 다시 재건하면서 저그의 삼룡이 앞쪽 언덕에서 시즈탱크로 농성을 벌이지만, 저그는 언덕 위의 병력을 청소하는 동시에 일부의 병력은 테란의 삼룡이로 보내 테란의 멀티를 재차 막는다. 자원이 떨어진 테란이 악착같이 삼룡이를 먹고 양 진영 삼룡이 사이의 언덕을 점령해 농성하자, 저그는 언덕 위에 다크스웜을 뿌리고 럴커를 드랍해 언덕을 수복하고 역으로 테란 일꾼을 털기 시작한다. 임요환이 홍진호의 멀티를 털면서 시선을 돌려보려 하지만, 홍진호는 아랑곳 하지도 않는다. 이 경기에서 홍진호의 가장 큰 전략의 틀은, 국지전을 통해 테란의 병력과 자원을 소진시킨 뒤 테란의 추가 멀티를 막고 말려 죽이는 것이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경기 중 가장 재밌었던 장면은, 임요환이 탱크를 드랍해 자신의 멀티 하나를 털고 있을 때, 그 곳에 수비 병력이 부족했던 홍진호가 어짜피 털릴 일하던 드론을 오버로드에 태워 탱크 바로 옆에 드랍한 뒤, 드론으로 탱크를 때려잡는 장면이었다. 드론은 인구수 방해가 아니다! 역시 황신... 탱크쯤은 가볍게 때려잡아야 홍진호의 드론이 될 자격이 있지! 시즈된 탱크가 드론을 잡으려다 스플래시로 다른 탱크를 터트리는 명장면이 연출되는 동안, 가디언은 테란의 삼룡이를 청소한다. 이후 저그는 히드라의 물량으로 테란의 남은 병력을 정리한 뒤, 삼룡이쪽을 밀봉하면서 홍진호의 승리.

 

 레가시 오브 차의 경우, 내가 저징징이라서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자면 저그맵으로 불리기엔 저그에게'만' 유리한 면이 그닥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저그가 초반에 비교적 쉽게 투가스를 가져갈 수 있다 보니 저그가 조금 괜찮기는 하지만, 그것이 테저전에서 저그에게'만' 유리한가 생각해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테란 역시 더블컴을 쉽게 할 수 있는 편이고 따라서 딱히 테란이 손해 볼 게 없다. 물론, 본진 자원이 센터쪽으로 돌아 있기 때문에 저그가 드랍을 하거나 뮤탈 견제를 하는 데 약간의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테란도 스컬지만 조심한다면 드랍쉽 운용이 가능하다. 또 지상 러시 거리는 먼 편인데 반해 공중상의 거리가 가까워 테란의 초반 마메푸시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저그의 뮤탈 활용도가 좀 더 높아지긴 하지만, 테란도 초반부터 투가스를 먹을 수 있으니 발키리 몇기만 뽑아놔도 뮤탈이나 드랍이 힘을 쓰기 어렵고, 뮤탈만큼은 아니지만 테란도 레이스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어쨌든 뮤탈 카운터 유닛이 있는 테란으로서는 충분히 해법이 있다. 어쨌든간 테란은 홀오발이나 라그나로크에서 저그가 당했던 것처럼 대책없는 상황에 놓이지는 않는다. 빠르게 테크를 올려서 제공권을 장악한 후, 삼룡이쪽 틀어막고 우주방어를 시전하며 한방을 모으거나 저그 멀티를 막아도 된다. 삼룡이를 먹으(테란은 저그나 토스처럼 빌딩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 수비만을 위해서라면 커맨드도 필요 없음.) 본진까지 어느정도 수비가 가능한데다가(다만 세로방향에 걸렸을 땐 삼룡이를 먹는게 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저그에게.) 특히나 테란은 언덕에 시즈탱크 몇기만 올리고 마린 메딕을 조금 갖다 두면 저그의 언덕 럴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이득을 본다. 저그가 언덕 럴커로 테란만큼 이득을 보려면 하이브 올리고 디파일러 뽑아서 다크스웜까지 쳐야 하므로 한 세월이 걸리지만, 테란은 탱크와 드랍쉽 그리고 마메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저그보다 훨씬 빨리 언덕을 점령할 수 있다. 더군다나 언덕 시야만 확보되면, 테란 삼룡이 멀티에서 세로 방향의 저그 삼룡이까지 시즈 포격이 가능하다. 이게 말이 되나 이게... 그것 뿐인가? 앞마당 위쪽의 언덕도 테란이 탱크와 마메로 농성하기 좋다. 물론 저그도 언덕 럴커와 히드라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말했듯 디파일러 없이는 테란의 언덕 농성만큼 효과를 보기 힘들다.(럴커는 탱크에 비해 화력에서도 밀리고 사거리에서도 밀리므로 시즈 포격만큼 피해를 주기 힘들며, 히드라는 당연히 마메와 상대가 안된다.) 레가시 오브 차가 저그맵이라고 불릴만한 요소는 고작 앞서 이야기한 것들 정도인데, 저그'만' 유리한 게 아니라 테란에게도 대부분의 이점이 해당되며 어떤 면에서는 테란이 오히려 더 유리한 점도 있다. 이정도를 가지고 저그맵이라 불리기엔 좀 억울하지 않나 싶다.

 

 상술한 테란맵의 요소에 비하면 저그맵의 요소로 불리는 것들은 상당히 보잘것 없는 조건들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몇 되지 않으며, 테저전에 한정해서 보자면 저그맵을 만드는건 모든 종족전에 5:5 황금 밸런스의 맵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힘들다. 따라서, 추측컨대 이 맵은 별 생각없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가 저그맵이 된 것이다.

 오랫동안 스타판을 지켜봐오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양대 방송사가 의도하고 저그맵을 만드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테란 압살맵을 만드는 경우는 있어도 저그맵을 만드는 경우는 없다. 토스맵을 만드는 경우는 있어도 저그맵을 만드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테란맵을 만든다. 어떤 경우든 의도적으로 저그맵을 만드는 경우는 단언컨대 없었다. 물론, 작정하고 저그를 죽이는 맵은 잘 만든다.) 스타판 역사상 저그맵이라고 불릴만한 맵 자체도 몇 없지만은, 그나마도 테란맵(이나 테란 압살맵) 혹은 토스맵을 만들다가 실패하여 의도치 않게 저그맵이 된 경우이거나, 그냥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만들다가 우연히 저그맵이 된 경우 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생각해보라. 저그맵을 깔아서 저그가 리그에 바글바글 올라왔다가 혹여 X망대진이라 불리는 저저전 결승이나 충공깽의 4강 4저그 사태라도 벌어지면? 방송국은 리그가 끝날 때 까지 답없는 암흑기를 맞게 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가장 흥행력 떨어지는 저그를 굳이 힘들게 저그맵까지 만들어주며 리그에 많이 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저그는, 리그에서 테란이나 토스를 빛내줄 조연 소수만 있으면 충분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스타판 초창기에는 새로운 시도라는 명분 하에 답없는 밸런스를 자랑하는 맵들이 넘쳐났고 그 무개념맵의 수혜자는 대부분 테란이었다. 저그는 가끔가다 맵퍼들의 '실수'로, 소 뒷걸음질해 쥐 잡는 격으로 얻어걸리는 일부 맵들을 제외하고는 맵의 수혜를 거의 받지 못했으며 특히나 저테전에서 더더욱 그러했다. 그나마 얻어 걸린 맵들도 당시에 널리고 널렸던 테란맵들이 가진 사기성에 비하면 저그맵이라 부르기도 뭣했다. 스타판 초창기에 저그맵이라고 불렸던 맵들(몇개 되지도 않지만)을 살펴보면, 라그나로크나 홀오발처럼 답 없는 요소가 많거나 대놓고 이기라고 만든 맵 수준의 유리함을 가진 게 아니라, "이 정도면 저그도 꽤 할 만 하지 않나?" 수준이었고 특히나 저테전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레가시 오브 차 또한 마찬가지다.
 스타판이 후반으로 갈수록 그나마 저그맵이 조금씩 늘어났고(물론, 테란 맵에 갖다 댈 수준은 역시 아니다.) 게중에는 비상-뮤짤드림라이너라든가 이카루스라던가 저그배틀로얄같이 저테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명실상부한 저그맵도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스타판 후반기의 일이었고 스타판 초창기에 저그를 지배했던 홍진호는 그러한 저그맵의 수혜를 받지 못한 채 고군분투했다. 혹자는 마레기(이새끼는 어짜피 프로게이머 자격도 박탈당하고, 기록도 다 사라져서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나 이제동도 저그가 불리한 맵에서 싸웠다고들 하지만, 홍진호가 혈혈단신으로 싸웠던 무개념 씹테란맵에 비할 바 못 되었다.

 

 맵 얘기 하다가 옆길로 새서 글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레가시 오브 차는 저그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맵이라 보기 어렵고분명 저그에게 조금 유리한 점이 있긴 하지만 홀 오브 발할라나 라그나로크를 테란맵이라 부르듯 레오차를 저그맵이라고 똑같이 부르기에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1. Legacy of Char에서의 모든 저테전 전적

  1-1. Original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4전

12

12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0

50

 공식전 전적 : 4전

4

0

 공식전 비율

100

0

  1-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54전

17

37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1.4

68.5

 공식전 전적 : 6전

1

5

 공식전 비율

16.6

83.3

  1-3. Total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78전

29

49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7.1

62.8

 공식전 전적 : 10전

5

5

 공식전 비율

50

50

 오리지널 버전 전적을 보면, 총 점유 승률은 각각 50%으로 같지만 공식전에서는 테란이 100%의 점유 승률을 기록한 것이 눈에 띈다. 오리지널 버전으로 저그가 공식전에서 단 1승도 하지 못했다는 것과, 홍진호가 오리지널 버전에서 공식전 전적이 없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홍빠로서의 팬심때문일까? 아무튼, 네오 버전으로 오면서 저그는 해법을 찾아 점유 승률을 대폭 끌어올렸고 두 버전을 합쳐서도 테란을 점유 승률로 앞서게 되었다. 뒤쳐졌던 공식전 전적도 테란과 5:5로 맞췄다.

 

2. Legacy of Char에서 홍진호의 모든 저테전 전적

 ※ Original version 공식전 전적 없음.

승리

패배

 승률

 Original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전 

1

0

100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1전

9

2

81.8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3전

3

0

100

Total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2전

10

2

83.3

Total 공식전 전적 : 3전

3

0

100

 아무래도 저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이다보니, 승률이 높은 편이다. 공식전 승률 100%가 눈에 띈다.

 

3. Legacy of Char에서의 저테전 전적 (홍진호의 전적 제외)

  3-1. Original version : 홍진호의 공식전 전적이 없으므로 공식전 전적은 생략.

※ 공식전 전적 생략.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3전

12

11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2.2

47.8

  3-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43전

15

28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4.9

65.1

 공식전 전적 : 3전

1

2

 공식전 비율

33.3

66.6

  3-3. Total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66전

27

39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40.9

59 

 공식전 전적 : 7전

5

 공식전 비율

71.4

28.5 

 오리지널 버전에서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니 테란의 점유 승률이 소폭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네오 버전에서도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면 테란이 3.5%의 점유 승률을 끌어올리고, 저그의 점유 승률은 동 수치 하락한다. 두 버전을 종합해 보면 홍진호는 저그의 총 점유 승률에 3.8%를, 공식전 점유 승률에 21.5%나 기여한다. 레오차는 테란을 상대로 저그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이기도 했지만, 위 통계를 살펴보면 홍진호가 저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 '이라서' 잘했다기 보다는, 저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 '에서도' 홍진호가 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애초에 레오차가 '저그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이라고 기록된 것에 홍진호의 공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Legacy of Char에서의 저테전 전적 (임요환의 전적 제외) 

  4-0. Legacy of Char에서 임요환의 전적

 ※ Original version 비공식전 전적 없음.

승리

패배

 승률

 Original version 공식전 전적 : 2전 

2

0

100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6전

4

2

66.6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2전

0

2

0

Total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8전

6

2

75

Total 공식전 전적 : 4전

2

2

50

  4-1. Original version : 임요환의 비공식전 전적이 없으므로 공식전 전적만 표기.

비공식전 전적 없음.

테란

저그

 공식전 전적 : 2전

2

0

 공식전 비율

100

0

  4-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48전

13

35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27

72.9

 공식전 전적 : 4전

1

3

 공식전 비율

25

75

  4-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70전

23

47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2.8

67.1 

 공식전 전적 : 6전

3

3

 공식전 비율

50

50

 임요환 역시 상대적으로 저그가 유리한 레오차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네오 버전에서 임요환은 테란의 총 점유 승률을 4.4% 끌어 올렸으나, 공식전은 전패하면서 테란의 점유 승률에 -8.4%라는 마이너스 기여를 했다. 두 버전을 합해 임요환은 테란의 총 점유 승률에 4.3% 기여했다.

 

5.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Legacy of Char에서의 저테전 전적

  5-1. Original version : 홍진호의 전적이 비공식전 1전 뿐이므로 무의미한 통계라 판단되어 생략.

  5-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7전

11

2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29.7

70.2

 공식전 전적 : 2전

1

1

 공식전 비율

50

50

  5-3. Total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58전

21

37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6.2

63.7 

 공식전 전적 : 4전

3

 공식전 비율

75

25

 임요환과 홍진호의 전적을 모두 제외하고 보아도 레가시 오브 차는 상대적으로 저그에게 유리했던 맵으로 보인다. 그러나, 게이머들과 게임팬들에게 보다 중요하고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공식전에서는 테란과 점유 승률이 같거나 오히려 테란이 저그보다 점유 승률이 훨씬 높다. 내가 아직까지도 레오차를 '체감상으로는 그다지 저그에게'만' 유리한 건 아닌듯한 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홍진호는 이따위 맵들을 깔고 결승전을 치루면서도 3:2의 스코어로 임요환과 호각세를 보이며 치열하게 싸웠다.(홀 오브 발할라가 두 번 사용됨.) 내가 진호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이따위의 맵들에서 어떻게 그리 잘 싸웠는지 아직도 신기하다. 진호는 저따위 개테란맵들에서도 저그라는 종족에 마이너스 기여를 한 적이 없다. 그 악명높은 라그나로크에서조차도... 4경기에 쓰였던 씹테란맵 라그나로크에 대한 설명은 1부 1장에 썼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스타판 사상 최악의 테란맵 라그나로크. 그냥 테란맵도 아니다. 개테란맵, 씹테란맵, 그보다 더 최악의 수식을 해도 모자라는 극악의 테란맵. 스타판 후반기에 쓰였다면(지금은 없어졌으니 지금 쓰인다면...으로 가정하기가 좀 그렇다.) 전성기 이제동도 2군 테란에게 떡실신 당했을 거지같은 테란맵. 스타판 사상 최악의 밸런스 붕괴맵 TOP5에 들거라 확신한다. 당시 인터넷이나 배틀넷에서, 테란이 라그나로크에서 저그랑 싸워 진다면 스타 접어야 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또, 영상에서 김캐리가 설명하듯, 당시에 이 맵을 두고 선수들조차 여기서 테란을 이기는 저그가 바로 킹왕짱!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개테란맵이었다. 최종 전적은 T:Z+P=14:1.(당시 이 맵에서 피봤던 저그들을 살펴보자면 박태민, 성준모, 이근택, 이창훈, 장진남, 김신덕으로 지금이야 박태민과 장진남을 제외하면 듣보잡 취급을 받겠지만 성준모나 김신덕은 당시에 나름 잘 나가는 저그였고, 이창훈도 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팀플에서는 꽤나 쓸만했던 선수였다. 또, 당시 토스의 희망과도 같았던 임성춘이 라그나로크에서 임요환과 경기하는걸 보면서 피눈물 흘린 토스빠들도 많았다.) 타 종족으로 대테란전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선수가 바로 홍진호고, 이게 바로 그 경기다. 이 사실 만으로 이 경기는 별점 만점을 받아도 모자라고, 2001년 대테란전 최고의 저그 경기라는 칭송을 받아도 모자라다.

 

 맵을 보면 알겠지만... 저그 유저 입장에서는 그저 눈물난다. 러시 거리가 가까워도 너무 가까워서(특히나 이 경기처럼 가로로 걸리거나 혹은 세로로 걸리면 답이 없는 수준으로 가깝다.) 테란이 벙커링 해대면 막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저그 앞마당에 시즈탱크 갖다 놓고 레이스로 언덕 위 시야 확보만 되면 저그 자원줄은 그냥 테ㅋ란ㅋ꺼ㅋ 당연히 앞마당 먹고 수비를 해야 사는데, 앞마당을 먹으면 가뜩이나 가까운 러시거리가 더 가까워져서 테란이 엎어지면 바로 코 닿는 데 해처리가 있다. 거기다가 앞마당이 지도 가로 끝쪽에 있다보니 본진 수비를 위해 3해처리가 거의 강제되는데, 그 세번째 해처리를 본진 입구 앞에다가 깔면 저그 해처리와 테란 본진이 이웃집 수준이다ㅋㅋㅋ 기가막혀서 눈물이 난다. 센터가 너무 좁아서 저그가 힘싸움 하기도 불리하고, 길목이 다 좁아서 테란이 조이면 저그는 답이 없다. 아니, 애초에 저그가 9풀을 강제당하는데, 거기에 3햇까지 강제당하니 이건 뭐 어쩌라고... 3햇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본진 플레이로 버텨야 하는데, 그랬다간 그냥 말라 죽는다. 그냥 맵 자체가 저그에게 답이 없는 맵. 반면 테란은 벙커링을 해도 되고, 중앙에서 힘싸움 해도 되고, 저그 조여놓고 확장을 해도 되고, 본진에 시즈탱크 몇대만 두면 앞마당까지 수비 가능하니 꾹 참았다가 한방러시 해도 되고... 테란이 뭘 해도 되는 더러운 맵. 이따위 맵을 엄옹은 저그도 할 만 하다, 테란도 어렵다 포장이나 하고있으니... 저그빠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 밖에.(물론, 엄옹은 애초에 라그나로크 사용을 반대했다고 알고있다. 그래도 일단 리그에 쓰이기로 결정했고 저그유저였던 엄옹이 봐도 답없는 테란맵인지라 어떻게든 포장은 해야 했겠지만.)

 

-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 폭풍의 시작, 2001년. -1부 1장-, 천칭자리, http://yusongi.tistory.com/398

 

 글의 서두에서, 나는 홍진호가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힘겨운 싸움을 했다고 적었고 본문에서 그 주된 원인을 맵으로 꼽으며 설명했다.(1.08 패치 자체는 뭐 어쩔 수 없었다고 보고.) 그러나 홍진호가 준우승을 차지한 이유는 단순히 불리한 맵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온게임넷이 리그를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석연찮은 점을 보였는데, 그것이 온게임넷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었든 간에 홍진호가 온게임넷의 미숙한(혹은 악의적인) 리그 진행에 피해를 보았다는 것 만큼은 사실이었다.

 나는 홍빠이자 극렬 임까이지만, 홍진호를 높이기 위해 임요환을 깎아내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깎아내려 얻은 위상은 구차하고 초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임요환을 깎아 내리지 않더라도 홍진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며, 진호와 요환이의 사이 자체가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 관계이므로 요환이를 깎아 내린다고 진호에게 딱히 도움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본문에서 요환이의 종족 기여도와 진호의 종족 기여도를 비교했고, 지금부터는 스타판에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터부시되었던 이야기를 잠깐 꺼내고자 한다. 스타판에서 이 이야기가 터부시 되었던 것은, 물론 극성 임빠들이 스타판 팬덤을 쥐고 흔들었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많은 스타팬들이 스타판 역사를 꽃피우게한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 흠집내는 것을 무의식중에 꺼려했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좋은 일도 아닌데 언급해서 제 살 깎아먹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기제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스타판의 역사에 흠집을 내기 위해서도 아니고, 임요환이라는 선수를 깎아내리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홍진호라는 선수가 얼마나 부당한 싸움을 해야 했는지 그리고 그 부당함에 맞서 얼마나 잘 싸워줬는지 말하고 싶을 뿐이고, 스타판에서 희생당하고 훼손된 홍진호라는 선수의 역사를 바로 알리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문에서 설명한 맵의 불리함만 이야기한 채 이 이야기를 덮고 넘어갈 수가 없다.

 

 나는 글의 서두에서, 온게임넷이 한빛소프트배를 계기로 임요환이라는 흥행카드에 주목했으며 코카콜라배에서도 그 흥행카드를 활용하고자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코카콜라배는 온게임넷이 흥행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대회였음도 이야기했다. 본문에서 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두에서는, '임요환을 살려야 했고 그러므로 온게임넷이 테란을 살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서술하였으나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온게임넷이 도출한 결론은 임요환 그 자체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임요환을 대체할만한, 검증된 흥행카드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온게임넷으로서는 임요환을 제외한 다른 테란들이야 어떻게 되든 별 상관 없었다. 도리어 테란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임요환이 영웅처럼 홀로 우승하는 쪽이 그림은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테란 진영에서 임요환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평범한 맵을 깐다면 임요환이 결승까지 올라올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당시의 임요환은 아직까지 최강자가 아니었고, 따라서 테란맵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빛소프트배 직전까지, 주요 리그에서(스타판 초창기에는 여러 군소대회가 난립했고 정말 듣보인 대회도 많았으며 초청전 등의 이벤트전이 너무 많았다. 이런 잡다한 전적을 제외하고 당시에 호평받았던 대회들의 전적만 추렸다.) 임요환이 거둔 성적을 살펴보면 52%정도로 썩 좋은 성적이 아니었다. 물론, 1.07버전이니 테란이 힘들었던 것을 감안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당시 임요환의 라이벌로 여겨졌던 김정민은 테란으로 동 기간 동 대회들에서 63%이 넘는 승률을 올렸다. 다시 말해, 한빛소프트배 이전까지의 임요환은 그저 괜찮은 테란 선수 중 한 명이었을 뿐, 테란 최강자는 아니었다. 한빛소프트배에서 1패만 기록하고 우승을 거머쥐면서 한빛소프트배를 기점으로 임요환이 테란 최강자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맞지만, 당시에는 대부분의 우승자들이 우승 후 슬럼프를 겪고 성적이 떨어지는 이른바 우승자 징크스에 시달렸고, 따라서 아무리 직전 리그에서 임요환이 우승했다고 해도 온게임넷으로서는 임요환을 온전히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온게임넷은 테란맵들을 깔아주는데 그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요환을 결승에 올리기 위해 불합리한 리그 진행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임요환을 위한 첫번째 배려는 조 편성으로, 임요환이 편성받은 조에는 저그만 3명이었다. 토스야 본선에 2명밖에 올라오지 않았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저그가 7명 테란이 7명 올라왔는데 한 조에 저그 셋을 몰아넣어주면, 가뜩이나 테란맵 천지인 리그에서 그냥 꽁으로 8강에 올라가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당시 스타리그는 조 편성에 선수들이 직접 관여하지 않고(조지명식은 2002 네이트배부터 시작) 온게임넷이 자체 추첨하여 16강 대진을 결정하는 방식이었고 공정한 방법이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 결과적으로, 임요환은 결승포함 총 15전 중 테란전 1전, 토스전 1전을 제외한 13전을 모두 저그전으로 치루면서, 당시 가장 자신있었던 저그전만 줄창 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두번째 배려는 대진 맵 추첨에 있었다. 당시에는 역시 경기맵도 온게임넷이 자체 추첨했으며(선수들이 모든 맵에서 고르게 경기하는 현재의 노동환 방식은 2001 스카이배부터 시작. 코카콜라배에서 임요환의 특혜에 의의를 제기하며 노동환씨가 제안한 방식.), 이 역시 공정한 방법이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므로 한 선수가 특정 맵에서만 계속 경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특히나 임요환은 유례없이 맵 추첨의 특혜를 받았다. 임요환은 총 15전 중 11전을 라그나로크와 홀 오브 발할라에서 치뤘고, 공식맵 지정 전부터 온게임넷 내부적으로도 테란맵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라그나로크에서만 7전을 치뤘다. 코카콜라배에서 라그나로크는 총 15회 사용되었는데, 그 절반을 임요환의 경기에 사용했다는 말이 된다. 나머지 4전은 홀 오브 발할라에서 치뤘는데, 이 역시 다른 테란들(조정현, 변길섭, 정유석, 박경태 각각 2전씩 사용했고 나머지 테란들은 전적 없음.)이 홀오발을 사용한 횟수보다 많았다. 물론 결승에서 2회 사용된 것을 포함하는 수치이지만, 그렇다면 왜 하필 테란에게 유리한 홀 오브 발할라를 결승 1, 5경기에 배치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코카콜라배 기간 중 임요환은 레가시 오브 차와 정글 스토리에서 전패했다. 전적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어쨌든 공식 맵 4개 중 절반에 해당하는 2개의 맵에서 그것도 임요환이 자신있어하는 저그를 상대로 전패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임요환이 스타리그 사상 2연속 우승을 달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던(그리고 실제로 그러기를 바랬던) 온게임넷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레오차와 정글 스토리를 결승에서 두번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라그나로크를 1, 5경기에 배치하자니 누가 봐도 임요환을 우승시키려는 의도가 뻔히 보일 것이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테란에게 유리하면서도 혹여 비난을 받는다면 어떻게든 변명으로 커버칠 수 있는(라그나로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오발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임요환은 유리한 맵에서만 줄창 경기를 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세번째 배려는 스타판 역사상 전무후무한 점수제의 도입에 있었다. 이건 진짜 다시 생각해도, 분명한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따위 삽질을 할 생각을 했을까 싶은 제도였다. 임요환은 3저그 조에 배치받고 16강을 치뤘지만, 성준모와 김신덕 그리고 임요환이 각각 2승 1패로 성적이 맞물리게 된다.(박태민은 2패 탈락. 후에 세팅운영의 맙소사마술사가 되는 그 박태민 맞다.) 자연히 재경기로 이어졌는데, 이 때 온게임넷은 뜬금없이 방영 시간과 경기수를 핑계로 점수제를 도입한다. 경기 후 나오는 결과창을 기준으로 진출자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 방식은 오랜 시간동안 혈전을 벌여 승리하는 선수가 초반에 쇼부를 쳐보고 안될것 같으면 차라리 빠르게 GG선언을 하고 패배하는 선수보다 도리어 불리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말하자면, 승리한 선수가 아니라 패배한 선수가 도리어 8강 진출자격을 얻게 되는 황당한 방식이었다. 실제로 임요환은 김신덕을 상대로 라그나로크에서 1승을 선취한 뒤, 정글 스토리에서 성준모와 치룬 경기에서는 초반 쇼부가 막히자 빠르게 GG선언을 해 버린다. 재경기에서도 1승 1패씩으로 성적이 맞물리자, 빠르게 GG선언을 해버린 임요환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는(성준모 동반 진출, 김신덕 탈락) 촌극이 벌어졌다. 상위 라운드로의 진출을 위해 자신 없는 맵에서 쇼부가 막히자 빠르게 GG를 선언한 임요환의 선택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다분히 임요환다운 선택이었으나, 당시 선수들이 가지고 있던 선수로서의 자존심이나 자부심과도 거리가 멀었고 스포츠맨십이나 프로정신과도 거리가 먼 선택이었다. 물론, 그런 말도 안되는 선택을 가능케한 온게임넷이 욕 먹어야 하는게 맞다. 어쨌든 임요환은 16강에서 라그나로크만 3번을 깔고도 정글 스토리에서 1패, 레가시 오브 차에서 1패를 기록하며 점수제의 도움을 받아 겨우 8강에 진출하였고 이후 라그나로크와 홀오발에서만 경기를 치루며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진출하게 된다.

 

 임요환은 이렇듯 온게임넷의 유례없는(사실상 전무후무한) 전폭적인 지지와 우대를 받으며 손쉽게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서 홍진호를 만나 3:2의 접전 끝에 간신히 우승을 차지했다. 1경기가 끝난 이후 임요환이 지었던 황당한 표정과, 5경기가 끝난 이후 임요환의 넋나간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홍진호는 코카콜라배에서 예선과 결승을 포함해 총 21전을 치뤘고 15승 6패로 71.4%의 승률을 올렸다. 6패 중 3패는 결승에서 기록했으며, 결승까지 포함해 테란전만 16번을 치루며 힘겹게 싸웠다. 남은 3패 중 1패는 프로토스(임성춘)에게 패배한 것이고, 나머지 2패는 테란전에서 기록했다. 한번은 정글 스토리에서 조정현에게 패배한 것이고, 다른 한번은 임요환에게 홀 오브 발할라에서 패배한 것이었다. 홍진호는 총 21전 중 정글 스토리에서만 10전, 홀 오브 발할라에서 6전, 라그나로크에서 2전, 레가시 오브 차에서 3전을 치뤘다. 누가 봐도 불리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홍진호는 실력만으로 결승까지 진출했고, 결승에서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나 분패할 수 밖에 없었다. 레오차까지도  필요 없고, 정글 스토리가 1, 5경기에 배치되었더라면 당시의 홍진호는 충분히 우승을 하고도 남을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하게 결승을 치룬 임요환을 그토록 혼쭐내주었으니.

 

 내가 홍빠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당시의 실력만 놓고 보자면 홍진호가 임요환보다 앞서 있었다. 보다 공정하게 대회가 치뤄졌었더라면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의 우승은 홍진호의 것이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다. 당시에도 임요환의 우승에 대해 말이 많았고 여전히 임요환의 코카콜라배 우승에 대해 석연찮아 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스타판 초창기에는 임빠들이 워낙 극성이었고, 얼마 안 가 임요환이 이스포츠판의 간판스타이자 대외적 얼굴마담이 되면서, 임요환의 기록에 흠집을 내는 것은 스타판에 흠집을 내는 것과 다름없다는 분위기가 스타팬들 사이에 암암리 조성되어 코카콜라배의 부조리함은 한동안 스타판에서 언급이 터부시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홍진호가 스타판의 까임소재(혹은 개그소재)가 되고 '선수로서의' 홍진호가 폄하당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코카콜라배의 부조리함을 잊었다.

 

 그러나 나는 기억한다. 모두가 잊어도 나는 기억할 것이다.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의 진정한 승자는 홍진호였다는 것을. 엄재경은 코카콜라배 결승에서 진호를 아기 사자(더 정확히 옮기자면 새끼 사자)라고 표현했지만, 그 때 이미 홍진호는 라이언킹이었다.

 

 

 

 

 

 원래 이 시리즈의 목적은 진호의 명경기나 추천하면서 살짝 노가리나 까는 거였는데, 막상 쓰다보니 홍빠 기질이 올라와서(십오년 다 되어가는 일인데 아직도 코카배는 생각할때마다 빡침.....) 어쩌다 보니 홍빠 시점에서 스타판 역사를 정리하는 시리즈가 되어가는듯. 내가 써놓고 봐도 긴데 이걸 다 읽는 사람이 있을지가 의문. 다음엔 좀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써야겠다.

 

 길고 길었던 1부 2장 끝. 1부 3장에서 계속.

 쓰느라 힘들었던 나에게 박수. 여기까지 다 읽은 분들의 끈기에도 박수.

 

 

 

 

 

※ 홀 오브 발할라의 자료에 누차 왕중왕전 전적을 공식전으로 포함시켰다고 적어 놓았는데, 필자 임의대로 포함한 것이 아니라 원래 왕중왕전 전적은 공식전 전적으로 들어갑니다. 온게임넷이 진호의 왕중왕전 우승을 비공식전 우승으로 만들어 놓는 바람에 왕중왕전 전적이 공식전 전적에 포함되지 않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왕중왕전 전적도 공식전에 포함되는거 맞습니다. 그리고 진호의 우승을 도둑질 해간 온게임넷은....... 할 말도 많고 내뱉을 욕도 많지만 해당 경기를 다루면서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죠.

 

※ 본문에 사용된 기록은 기본적으로 포모스와 와이고수의 전적검색을 참고했습니다. 다만, 기록이 서로 상이하거나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 경우는 일일히 확인·대조 후 교정했습니다. 또한 전체 저테전 전적과 개인 전적을 제외한 나머지 기록 또한 직접 계산·정리했습니다. 따라서 본문을 무단 도용하는 행위를 금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yusongi.tistory.com/notice/407를 참고해 주세요. (모바일에서는http://yusongi.tistory.com/m/407로 접속해 주세요.)

 

※ 또한, 와이고수나 포모스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전적에는 누락된 기록들이 꽤 있습니다. 너무 오래 전 일인데다가 저 역시 경기 VOD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락된 기록을 메우지 못했고, 따라서 이 글에 있는 자료가 홍진호의 모든 기록인 것은 아닙니다. 차후 자료를 찾아 누락된 기록을 메운다면 이 글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포함한 블로그 내 모든 글의 불펌이나 무단 도용·인용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yusongi.tistory.com/notice/407를 참고해 주세요.

 (모바일에서는 http://yusongi.tistory.com/m/407로 접속해 주세요.) 




-전지적 홍빠 시점에서 본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

 

1.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명경기를 100% 필자 본인의 주관을 기준으로 선정해 소개합니다. 연도별로 나누어 시리즈 연재할 계획이며, 한 해 기준으로 TOP5 정도만 꼽을 예정이었으나 2001년 명경기 리스트를 적어보니 탑텐이 넘어가는 관계로다가.... 3~5경기를 1회분으로 묶어 분할합니다.
2. 한 해에 소개할 명경기가 10개도 넘어간다는 대목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제목은 '명경기'라고 적어놓고, 사실은, 그냥 필자가 재밌게 봤던 경기들 모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3. 그래도 명색이 명경기 모음이니 별점은 매깁니다. 별점은 ★★★★★ 만점이고, 당년도 경기들의 평균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즉, 2011년도 만점과 2001년도 만점의 경기력이 같단 소리가 아닙니다. 또한 별점 역시 100% 필자 본인의 주관에 의거합니다.

4. iTV나 게임큐 등 군소 방송사 경기는 영상을 찾기 힘들어서, 양대 방송사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5. 이하의 모든 내용은 홍진호 팬의 입장에서 작성되었으므로 홍진호에게 편향된 시선이 필연적이나, 경기 외적인 내용, 특히나 스타판과 관련된 내용은 가능한 한 객관성을 견지하려 노력할 것임을 밝힙니다.

6. 포스팅 편의를 위해 이하 반말로 작성합니다.

 

 

 

 

 

폭풍의 시작, 2001년

제 2의 최진우가 아닌 제 1의 홍진호라고 불리고 싶었던 선수,

저그 시대가 저물고 테란 시대의 서막이 오른 곳에 폭풍을 일으키다.

 

 홍진호의 공식적인 데뷔연도는 2000년이다. 후에 스타판 역사가 재편되면서 모든 공식의 기준이 양대 방송사, 그 중에서도 온게임넷, 또 그 중에서도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라는 브랜드를 단 자칭 공식대회에 편중되는 바람에 이외의 기록은 모두 서자 취급을 받았으며 그 영향인지 홍진호의 공식 데뷔가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에 진출한 2001년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홍진호의 공식적인 데뷔는 2000년 쉐르파배이고 이러한 사실은 한빛소프트배에서 엄재경 또한 언급한 바가 있다.(지금 생각해보면, 쉐르파배도 스타리그는 아니지만 온게임넷에서 방영해 줬기 때문에 그나마 언급된 것이라고 본다. 아니었다면 얄짤 없었을걸.)

 쉐르파배는 내가 제대로 보지 않아 자세히 언급하긴 좀 그렇지만, 어쨌든, 처음 진출한 방송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홍진호는 실력있는 신예 저그로 이름을 알렸고,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준우승하면서 1.07버전까지의 수혜를 받은 저그들을 제치고 최고의 저그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이른바 스타판 0세대, 혹은 1세대로 불리는 저그들의 종말을 고하고 1세대, 혹은 1.5세대 저그 시대의 서막을 열었음을 의미했다. 또한 이전까지의 저그 강세 시대가 저물고 스타판이 끝날 때 까지 이어졌던 테란 최강의 시대가 시작되는 그 대서사의 첫머리에 저그의 수장으로 홍진호가 있었다는 것, 그것은 이후 홍진호가 이른바 '스타판에서 저그가 가진 숙명'을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홍진호는 2001년, 저그의 몰락이 시작되고 테란의 부흥이 시작되는 전쟁터에서 폭풍의 시대를 열고 저그의 '진정한 시작'을 알렸다. 저그가 스타판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의 이전 저그들과 달리, 새롭게 시작된 저그의 잔혹한 숙명 앞에 홀로 맞서 싸우기 시작한 저그, 그가 바로 홍진호였다.

 

 

 

 

 

 

 

경기일 : 01. 02. 16.

경기대회 : 2001 Hanbitsoft 스타리그 - 16강 C조 1경기

경기상대 : 유병준(유대현으로 개명) - 테란

     대저그전 전적 [통산전적 31승 50패(승률 38.3%), 2001년 전적 5승 9패(승률 35.7%),

   한빛소프트배 전적 1승 2패(승률33.3%, 예선 대저그전 전적 없음)]

     홍진호:유병준 [통산전적 3:0, 공식전 전적 1:0, 홍진호 승률 100%]

경기맵 : Hall of Valhalla

별점 : ★★★★☆

 

 우선, 맵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빛스타리그는 1.07버전으로 진행되었고, 1.07버전은 저그가 상대적으로 조금 괜찮은 버전이었다. 테란>저그라는 종족간의 상성 설정이 뒤집힐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저그=테란 수준에 가까웠었던 것은 맞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테란이 리그에서 어려움을 겪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테란을 배려해 제작된 맵이 홀 오브 발할라로, 온게임넷의 첫 게임맵 공모 당선작이기도 하다. 그러나 배려가 지나쳐 도를 넘어선 테란맵을 만들어 놓았으니, 저그빠로서는 이가 갈리고도 남았다.

 홀 오브 발할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2부에서 더 자세히 하도록 하고, 일단 여기서는 테저전 전적만 간단하게 살펴보겠다. 한빛소프트배에 사용되었던 홀 오브 발할라(오리지널 버전)는 저테전 총 29전 중 테란 21승, 저그 8승으로 72.4:27.5의 압도적 테란 우세를 보이는 맵이다. 그나마도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면 테란 20승, 저그 6승으로 76.9:23의 답없는 밸런스를 자랑한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하겠지만, 동시대의 라그나로크가 너무 압도적인 개테란맵of개테란맵이라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일 뿐, 사실상 홀 오브 발할라 또한 개테란맵이었음은 분명하다.

 유병준은 1.08버전 이전에 주로 활동했으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므로, 유병준의 전적이나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불공평 할 것 같아 생략하고, 아래에서 경기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만 하겠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한빛소프트배는 유병준의 마지막 불꽃을 구가한 리그였다.

 

 다시 경기 얘기로 돌아와서, 이 경기는 홍진호의 온게임넷 스타리그 데뷔 경기이자(홍진호의 공식 데뷔 경기가 아니다. 홍진호의 공식 데뷔 경기는 쉐르파배 16강 VS나건동, 홍진호의 비공식 포함 데뷔전은 iTV 고수를 이겨라 VS강도경이다.)홍진호가 '폭풍'으로 게임팬들에게 인식된 경기다. 내가 진호의 팬이 된 계기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공격으로 테란을 괴롭힌 이 경기는 당시 게임팬들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꽤나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확장의 중요성과 물량으로 대변되던 당시 저그의 트렌드에 일갈하듯, 저그의 기본정신은 공격이다! 라는걸 일깨워주는듯 했던 경기. 계속되는 드랍으로 지독하게 유병준을 괴롭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초반의 드랍은 유병준이 무난하게 막아냈지만, 바로 이어진 럴커 드랍에 SCV 대박이 터지면서부터 홍진호가 경기 주도권을 내내 잡은채로 게임을 이끌었다. 마린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드랍하기 위해 럴커를 아래에 심어둔 채 먼저 히드라를 드랍하고, 다시 럴커를 올리는 센스는 지금이야 흔한 컨트롤이지만 당시로서는 분명 센스있는 플레이였다. 가난한 상태에서 파상공세를 펼치던 홍진호의 드랍작전은 탱크와 베슬이 나오면서 무난하게 막히나 싶었지만 2교대 드랍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리며 테란의 본진을 충분히 흔들었고, 중간에 드랍 위치 선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삽질을 좀 했으나 유병준의 멀티를 한번 깬 이후로는 테란 앞마당을 막으며 저그가 확장할 시간을 충분히 벌었다. 그렇다고 틀어막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본진에 드랍을 하면서 견제도 꾸준히 해줬고. 저그 멀티를 견제하기 위해 육지로 내려온 테란 한방 병력을 상대하면서 테란이 자원 수급할 시간을 주기 보다는, 자신의 멀티 하나를 내어주고 테란의 유일한 자원지역인 앞마당을 털면서 자원줄을 끊는 판단이 좋았다. 테란의 자원 수급을 끊은 이후 저그의 멀티 견제를 왔던 주병력을 줄여주고, 또다시 테란이 저그의 멀티를 노리는 동안 홍진호는 테란의 앞마당을 끊은 뒤 바로 테란의 남은 주병력을 싸먹으면서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이후 한참동안 유병준은 열심히 버티지만 결국 홍진호의 마지막 드랍에 GG.

 드랍으로 시작해 드랍으로 끝난, 홍진호의 상징인 폭풍드랍의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 준 경기(당시 기준)였다.

 

 당시 유병준은 우주방어로 유명한 테란이었고(반대되는 게이머는 현 게임해설가 김동준. 김동준은 우주공격 테란이었다.) 이 경기에서도 유병준의 수비력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계속되는 공격으로 집요하게 빈틈을 만들고, 그 빈틈을 파고드는 홍진호가 좀 더 잘해서 이겼을 뿐. 어떻게든 상대의 빈틈을 파고든다, 혹 상대가 빈틈이 없다면 공격으로 빈틈을 만든다-라는 홍진호의 경기 성향을 잘 보여준 경기.

 돈도 없고 병력도 없는데 끝까지 버티는 유병준이나 끝까지 공격하는 홍진호나 둘 다 악착같이 경기해서 더 재밌었다. 후에 성춘쇼에서도 밝혔듯, 유병준이 정말 열심히 버텼다. 그래서 더 명경기 그림이 나오긴 했지만.

 2001년 난전형 양상의 저테전으로는 손에 꼽히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공방양민보다 못한 경기력인데, 당시에는 정말 굉장한 수준의 경기였다. 뭐, 홍빠 보정빨인지 지금 봐도 나는 꽤 재밌다.

 

 여담으로, 나는 여전히 유대현 보다는 유병준이 입에 붙는다. 습관이 되어서 맨날 유병준이라고 한다...ㅠ_ㅠ;;

 


 

 

 

 

 

경기일 : 01. 06. 22.

경기대회 : 2001 코카콜라 스타리그 - 16강 B조 2경기

경기상대 : 김정민 - 테란

     대저그전 전적 [통산전적 167승 121패(승률58%), 2001년 전적 50승 22패(승률69.4%),

   코카콜라배 전적 6승 3패(승률66.7%, 예선전적 포함)]

     홍진호:김정민 [통산전적 23:13(홍진호 승률 63.9%), 공식전 전적 11:4(홍진호 승률 73.3%)]

경기맵 : Ragnarok

별점 : ★★★★★

 

 스타판 사상 최악의 테란맵 라그나로크. 그냥 테란맵도 아니다. 개테란맵, 씹테란맵, 그보다 더 최악의 수식을 해도 모자라는 극악의 테란맵. 스타판 후반기에 쓰였다면(지금은 없어졌으니 지금 쓰인다면...으로 가정하기가 좀 그렇다.) 전성기 이제동도 2군 테란에게 떡실신 당했을 거지같은 테란맵. 스타판 사상 최악의 밸런스 붕괴맵 TOP5에 들거라 확신한다. 당시 인터넷이나 배틀넷에서, 테란이 라그나로크에서 저그랑 싸워 진다면 스타 접어야 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또, 영상에서 김캐리가 설명하듯, 당시에 이 맵을 두고 선수들조차 여기서 테란을 이기는 저그가 바로 킹왕짱!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개테란맵이었다. 최종 전적은 T:Z+P=14:1.(당시 이 맵에서 피봤던 저그들을 살펴보자면 박태민, 성준모, 이근택, 이창훈, 장진남, 김신덕으로 지금에서야 박태민과 장진남을 제외하면 듣보잡 취급을 받겠지만 성준모나 김신덕은 당시에 나름 잘 나가는 저그였고, 이창훈도 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팀플에서는 꽤나 쓸만했던 선수였다. 또, 당시 토스의 희망과도 같았던 임성춘이 라그나로크에서 임요환과 경기하는걸 보면서 피눈물 흘린 토스빠들도 많았다.) 타 종족으로 대테란전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선수가 바로 홍진호고, 이게 바로 그 경기다. 이 사실 만으로 이 경기는 별점 만점을 받아도 모자라고, 2001년 대테란전 최고의 저그 경기라는 칭송을 받아도 모자라다.

 

 맵을 보면 알겠지만... 저그 유저 입장에서는 그저 눈물난다. 러시 거리가 가까워도 너무 가까워서(특히나 이 경기처럼 가로로 걸리거나 혹은 세로로 걸리면 답이 없는 수준으로 가깝다.) 테란이 벙커링 해대면 막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저그 앞마당에 시즈탱크 갖다 놓고 레이스로 언덕 위 시야 확보만 되면 저그 자원줄은 그냥 테ㅋ란ㅋ꺼ㅋ 당연히 앞마당 먹고 수비를 해야 사는데, 앞마당을 먹으면 가뜩이나 가까운 러시거리가 더 가까워져서 테란이 엎어지면 바로 코 닿는 데 해처리가 있다. 거기다가 앞마당이 지도 가로 끝쪽에 있다보니 본진 수비를 위해 3해처리가 거의 강제되는데, 그 세번째 해처리를 본진 입구 앞에다가 깔면 저그 해처리와 테란 본진이 이웃집 수준이다ㅋㅋㅋ 기가막혀서 눈물이 난다. 센터가 너무 좁아서 저그가 힘싸움 하기도 불리하고, 길목이 다 좁아서 테란이 조이면 저그는 답이 없다. 아니, 애초에 저그가 9풀을 강제당하는데, 거기에 3햇까지 강제당하니 이건 뭐 어쩌라고... 3햇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본진 플레이로 버텨야 하는데, 그랬다간 그냥 말라죽는다. 그냥 맵 자체가 저그에게 답이 없는 맵. 반면 테란은 벙커링을 해도 되고, 중앙에서 힘싸움 해도 되고, 저그 조여놓고 확장을 해도 되고, 본진에 시즈탱크 몇대만 두면 앞마당까지 수비 가능하니 꾹 참았다가 한방러시 해도 되고... 테란이 뭘 해도 되는 더러운 맵. 이따위 맵을 엄옹은 저그도 할 만 하다, 테란도 어렵다 포장이나 하고있으니... 저그빠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 밖에.(물론, 엄옹은 애초에 라그나로크 사용을 반대했다고 알고있다. 그래도 일단 리그에 쓰이기로 결정했고 저그유저였던 엄옹이 봐도 답없는 테란맵인지라 어떻게든 포장은 해야 했겠지만.)

 

 맵도 개테란맵인데, 김정민이라는 선수는 또 어땠나. 지금 와서 평가하는 김정민이야 전성기가 빨리 끝난데다가 개인리그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서 갈수록 네임밸류가 떨어진 '스타판 초창기의 A급 테란'이지만, 당시만 해도 임요환에게 견줄 S급 테란이었고(임요환과 테란 진영에서 라이벌 구도였고 그래서 임빠들이 꽤 견제했었음.), 스스로는 다 망가졌다고 말했던 2005년까지도 프로리그에서 야무지게 제 몫을 하며 클라스를 입증했었으며, 후대에도 테란의 기초를 갈고 닦았다 평가받았을 만큼 정석테란이었다. 당시 손꼽히는 대저그전 강자기도 했고. 게다가 코카배 당시에 홍진호는 쉐르파배, 한빛배에서 이름을 알리고 이제 막 뜨기 시작하는 저그의 신예 강자였지만 김정민은 이미 임요환과 테란의 왕좌를 놓고 다투는 네임드 선수였다. (스타판 역사가 십년도 넘긴 후에야 그냥 싸그리 통틀어 스타판 조상들이지, 당시에는 스타판 초창기였기에 고작 몇개월, 1년여 정도 먼저 이름을 알린게 굉장히 큰 차이였다.) 그런 김정민에게 라그나로크라는 씹테란맵에서 이겼다는 것은, 지금에 와서야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당시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엄청난 의의를 가지는 사건이었다.

 

 물론, 김정민이 라그나로크라는 희대의 테란맵을 믿고 초반에는 조금 안일하게 경기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저그 본진으로 진출하면서 입구 안 막은 것만 봐도... 하지만 그것만이 패인은 아니다. 참았다가 한방을 끌고 나오지 왜 자꾸 나와서 병력 소모를 하느냐고 김캐리가 계속 답답해 했지만, 김정민과 홍진호는 이미 친분이 있는 상태였고 이전에도 여러번 경기를 하거나 연습을 한 사이였다. 본진에 틀어박혀 수비만 하는 타입은 홍진호 스타일에 취약하다는 것 정도는 김정민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물론 공격형 테란도 거진 홍진호가 때려잡고 다녔다만...), 그것이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홍진호는 김정민이 공격할 틈을 주지 않았고, 방어할 시간 조차 주지 않았다.

 

 초반부터 김정민은 다른 테란이 그러하듯 마린을 끌고 나와서 적당히 저그를 압박했지만 홍진호가 잘 막아냈고, 홍진호는 자신의 병력과 김정민의 병력을 초반부터 맞교환 하면서 가난한 상태에서 성큰까지 다수 건설한 약점을 어느정도 극복해냈다. 저글링과 러커가 테란 병력을 싸먹으려고 달려들자 김정민은 보다 좁은 지형으로 유인했지만, 끌려가지 않고 순간적으로 테란 본진으로 쳐들어간 홍진호의 센스가 결정적이었다. 부랴부랴 회군했을 땐 입구도 안 막은 테란 본진으로 저그 병력이 쳐들어간 뒤였고, 시즈도 안 해놓은 탱크 한기 정도는 저글링 밥이지 뭐... 테란 주병력을 싸먹고 난 뒤에는 망설임 없이 계속 테란 본진에 들이닥쳐 몰아붙이면서 저그가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테란을 조여놓은 상태였으니 한타이밍 정도 멀티를 생각해봄직도 한데, 최소한만 먹고 병력 꽉꽉 쥐어짜는 홍진호의 가난한 저그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가 되겠다.(이건 뭐 맵에 의한 반강제긴 하다만은...) 당시에, 앞마당만 먹은 저그가 계속 병력 뽑아 테란 괴롭히면서도 가스를 700이나 모으는걸 보면 참... 홍진호의 드론은 앞발에 모터라도 달았나... 아무튼, 중간에 히드라 7마리가 동시에 러커변태 하는 장면은 장관. 그 이후로는 완급조절 해가면서 드랍으로 자원줄 끊는 선택도 좋았고, 오버로드로 드랍 훼이크를 쓰고 입구를 개방해서 테란 본진 열고 마무리 하는 센스도 좋았고.

 

 라그나로크에서, S급 테란을, 이렇게 좋은 경기력으로 잡아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홍진호가 당시 대테란전 최강자였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거다. 경기 패배후의 김정민 표정이 ㅎㄷㄷ한데 저 표정이야 말로 이 경기가 어떤 경기였는지 가장 확실히 보여준다고 생각.

 진짜, 이 희대의 씹테란맵 라그나로크, 개테란맵 홀 오브 발할라, 테란맵 정글스토리를 4번이나 맵으로 깐(홀 오브 발할라 2번) 코카콜라배 결승전에서 우승자와 호각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3:2 준우승한 홍진호는 정말정말정말 대단한거다. 솔직히 우승으로 쳐줘야 한다ㅠ_ㅠ... 뭐 이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경기일 : 01. 08. 24.

경기대회 : 2001 코카콜라 스타리그 - 04강 1경기 1세트

경기상대 : 조정현 - 테란

     대저그전 전적 [통산전적 86승 78패(승률52.4%), 2001년 전적 23승 21패(승률52.3%),

   코카콜라배 전적 10승 4패(승률71.4%, 예선전적 포함)]

     홍진호:조정현 [통산전적 12:5(홍진호 승률70.6%), 공식전 전적 7:4(홍진호 승률 63.6%)]

경기맵 : Neo Hall of Valhalla

별점 : ★★★


 홀 오브 발할라에 대한 얘기는 위에서 대충 언급한데다가 다음 2부에서 제대로 할테니 일단 넘어가고, 상대 선수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해 보겠다. 조정현은 선수 생활 초기부터 저막끼가 있다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었으나(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막.....), 사실 생각보다 저그전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2001년은 조정현이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두번째로 대저그전 전적이 좋았던 해였으며, 더더군다나 코카콜라배에서는 대저그전 페이스를 상당히 끌어올려 75%의 승률(예선전적 제외)을 기록했다. 홍진호에게 2패 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저그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했는데, 경기 내용도 괜찮은 편이었다. 특유의 아스트랄함 때문에 강력한 포스 같은게 없어서 그렇지, 2001년의 조정현은 저그를 상대로도 꽤나 괜찮은 맞수였다.

 

 이전까지는 홀오발에서 럴커를 주력으로 사용했던 홍진호였으나, 이번에는 스파이어부터 올리면서 1차 훼이크를 줬다. 그러나 메인으로 뮤탈을 사용하지 않고, 스컬지만 보여주면서 테란이 럴커보다 뮤탈에 상대적으로 신경쓰게 만든 뒤(물론 겸사겸사 드랍쉽도 잡고) 뮤탈이 아닌 히드라와 럴커를 또다시 주력으로 사용한다. 홍진호는 선 조이기 후 확장, 조정현은 선수비 후 한방을 생각하고 경기를 운영했는데, 조정현이 홍진호의 멀티를 견제하러 오자 홍진호는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해진 본진에 드랍을 하면서 테란 본진을 털고 자신의 멀티를 견제하러 온 병력도 동시에 일부 청소해 멀티를 지키면서 경기가 사실상 기울게 된다. 이후 조정현은 본진 자원만으로 경기를 운영하지만 가난한 본진 플레이로는 가난본좌 홍진호를 이길 수가 없지! 홍진호가 조정현의 본진을 다시 털어대자 조정현도 홍진호의 본진을 노리며 맞불을 놓지만... 홍진호는 기본적으로 "엘리전?ㅋ 콜!ㅋ 자신있음 본진 바꾸던가ㅋ"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원하게 테란 본진을 마저 턴다.(어짜피 홍진호는 멀티도 여럿 있었고... 본진 플레이 하던 조정현이 이길 수가 없다;;) 스파이어 올린 후 내내 스컬지 뽑아서 드랍쉽만 노리던 홍진호는 마지막 정리용 가디언(이 당시는 가필패가 아닌 가필승 시절..ㅠ_ㅠ)을 사용할 때가 되어서야 뮤탈을 뽑고, 가디언으로 테란 본진을 마무리 청소 하면서 GG를 받아냈다.

 사실, 홍진호가 너무 쉽게 꿀떡 이긴 것 같지만, 경기 중반에 나오듯 멀티 언덕 위에서 시즈하면 테란이 저그 멀티를 공짜로 청소하는 더러운 테란맵에서 이렇게 쉽게 이긴 것 자체가 대단한거다.

 

 참... 물론 2001년 경기들은 지금 기준으로 볼 때 경기 수준이 OME급이지만... 그래도 그 시대의 낭만이 있고 스타일리스트들의 로망이 있고 무엇보다 스포츠맨십이 있어 다시 봐도 좋다. 건물 모두가 불타고 자원이 다 떨어지고 뮤탈에 멀티가 막혀 커맨드 센터가 길 잃고 떠다녀도, 히드라를 SCV로 막으면서도 끝까지 버티며 포기하지 않는 그 근성,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는 그 선수로서의 투지와 열정이 보여서, 지금 보면 아마추어 수준 같을지라도 나는 당시의 경기를 좋아한다. 아마 나는, 조정현이 마지막에 분전하는 그 모습에 끌려 이 경기를 꼽았는지도 모른다.

 

 

 

 

 

 역시 추억팔이는 재밌다. 지금 보면 촌스러운 무대와 의상과 외모에, 허접한 경기력이지만 초창기의 스타판은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낭만이 있다. 그 낭만이 나로 하여금 이 시절을 자꾸만 추억하게 하는 건 아닐런지.

 

 어쨌든, 1부 1장 끝. 1부 2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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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9.01. 상대전적 추가

 + 14.09.01. 대저그전 전적 추가

  일주일째 야근으로 몸이 죽어나지만, 그래도 이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짧게라도 몇 자 적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한달쯤 전에, 네가 곰티비 클래식에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 때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그저 단순히 네게 고마웠고, 또 네가 걱정되었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니까.

 

  너는 이스포츠판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너는 '레전드'라는 표현이 부담스럽다며 스스로를 '퇴물'이라 칭하지만, 스타판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네가 '스타판의 레전드'를 넘어 '이스포츠판의 레전드'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흔히 스타판을 만들고 키운 제 1 공신으로 임요환이 언급되지만, 그 큰 판을 만들고 키우는 데 어찌 임요환만 공헌했으랴.([임]의 공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임요환 외에도 황형준, 엄재경, 정일훈, 김태형, 전용준 등등 스타판을 만들고, 키우고, 꾸며가며 뒷바라지 했던 이들이 있었고 너도 그 '공신'중 한명이었다.

  너는 아주 오랫동안 '저그의 수장'이었고, 스타판이라는 스토리의 '주인공'이었으며, '이슈 메이커'였고, 수많은 팬들을 스타판에 유입시킨 '팬덤의 중심'이었으며, 무엇보다도 '뛰어난 선수'였다. 너는 폼이 많이 떨어졌을 때에도 스타판에 남아 '개그 소스'로까지 쓰였고, 스타판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너는 스타판이 요긴하게 써먹는 '소재'였다.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모든것을 다 해 스타판에 이바지했다. 아니, 너의 모든것, 그 하나하나가 스타판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보는게 맞겠다. 네가 했던 말이나 행동들 전부는 너의 의도와 상관없이 스타팬들의 유희를 위해 쓰여졌고 네가 걸었던 행보는 네 목적과 상관없이 스타판의 스토리 구성을 위해 쓰여졌다. 스타판에 존재했던 팬들도, 스타판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던 이들도 모두 너를 뜯어먹고 너를 쥐어짜 마시며 즐기고, 살아갔다. 네가 받는 상처나 짓밟힌 너의 꿈과는 상관없이... 그것은 스타판이 끝날 때 까지도 이어졌다.

 

  그저 네 팬이었던 나도 계속되는 폭력에 마음이 너덜너덜해 졌을 때가 있었고 끝나지 않는 조롱에 정신이 산산조각났을 때가 있었다.

  하물며 너는 어땠을런지.

 

  그럼에도 너는 폭력과 조롱을 견디며 스타판에 남아줬다. 그것은 못다 이룬 우승에 대한 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네가 언젠가 말한대로 스타판의 '선구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엄밀히 따지자면 신주영 이기석 김도형 김창선 등을 1세대로 봐야 하지만, 언제부턴가 스타판 1세대를 이야기할 때 임요환, 홍진호부터 꼽는 일이 많아졌고 너는 소위 '올드'로 불리던 시점부터는 그 판의 '1세대'이자 '선구자'로서, 그리고 그 판을 지탱해 온 '버팀목'으로서 스타판과 후배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한다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신한 시즌1때까지만 해도 너의 부활을 기대하고 네 제3의 전성기를 기대하던 이들이 낙담하고, 너를 등지고, 이제 홍진호는 끝났다며 더이상 네게 기대하지 않던 때가 2007년. 폼은 떨어질때로 떨어지고, 김철과의 보이지 않던 트러블, 출전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그나마 방송경기에 대한 감각도 무뎌지면서 세상의 모든 욕이 너를 향하던 시절.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견디기 힘든 모욕감을 참아내면서 너는 버텼다.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을 때도 너는 '거기서' 버텼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놓지 않았다. 한참 후배들, 어린 동생들을 선임으로 모셔야 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너는 '선수로서의 마지막 도전'을 위해 공군에 입대했고 너보다 월등한 후배들과 맞서 싸웠다.

  아마추어인 내가 봐도 07년 08년의 너는 '답이 없는' 실력이었고 네가 상대해야 할 후배들은 압도적인 피지컬과 기량을 자랑했다. 그들에게 도전하는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그 즈음에는 그 누구도 너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 나처럼 맹목적으로 너를 응원했던 팬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네가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없다는 걸. 널 응원하는 나를 내 이성은 매번 "이제 그만 포기해, 더이상 상처받지 말고." 하며 비웃었었다.

  너를 응원하던 나도, 너의 팬들도, 너의 팬들이었던 자들도, 너의 팬들이 아닌 자들도, 너의 안티였던 이들도 모두 너의 선수 생명이 끝났음을 알고 있었던 그 때, 너는 정말 몰랐을까? 냉정히 말해 그 때의 네 실력이 어땠는지를.

  이영호라는 스타판 최고의 괴물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리고 그 괴물과 호각세를 이루는 스타판 최고의 저그를 보면서도 너는 포기하지 않고 스타판에 남아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부딪히고, 깨지기만 했다. 너는 이제 더이상 정상에 설 수 없음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정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네 무모함을 비웃다 못해 더이상 지켜보는 이가 없었을 때 까지도.

  이 모든 일들이 정녕 네 개인적 욕심이나 한 때문이었을까?

 

  변변찮은 성적 없이 네가 벤치만 지키고 있었을 때, 많은 이들이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며 차라리 너의 은퇴를 종용하던 시절, 그 시절엔 한번씩 상상해보곤 했다. 네가 저그로서 정점을 찍었을 때, 혹은 비록 정규리그 우승 타이틀이 없기는 하지만 스니커즈배 우승 즈음 해서 은퇴하고 전설로 남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네가 이렇게 조롱당하고 무시당하는 일 없이, 네가 원했던 대로 좀 더 명예로울 수 있었을까 하고. 그랬을런지도 모른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고 옛 기록은 우상화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너는 볼 꼴 못볼 꼴을 다 보면서 스타판이 끝나기 직전까지 그곳을 지탱했다. 마지막까지 너는 안될 걸 뻔히 알면서도 까마득한 후배와 스타리그 예선에서 붙었고 이기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은퇴경기에서까지 네 스타일로 네 경기를 했다.

  나와 비교도 안되게 능력있는 까마득한 후배들이 이전에 내가 있었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재주를 뽐내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을 안다. 그 허탈함과 굴욕감과 비참함.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않고 되려 나를 대접해 주지만, 내 스스로 뼈저리게 나의 한계와 현실을 알고 있을 때의 그 좌절감. 그러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다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 구차하게 느껴지는지도 안다. 그럼에도 너는 거기서 버텼다. 너는 네 자리에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고, 마지막까지 '선구자'로서의 책임감을 버리지 않은 채 끝까지 임요환 없는 스타판에서 맏형 노릇을 했다.

  그것은 너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네가 선수 생활 후반기에 까먹은 그 아까운 승률이나 네 폼이 떨어진 이후에 조롱받으며 싸잡아 평가절하 당한 너의 전성기적 실력을 생각하면 아쉽다는 생각부터 든다. 나도 이럴진대 '존경받는 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너는 오죽할까.

  그럼에도 네 승률을 계속 까먹어가면서, 네 업적의 가치를 계속 상실해 가면서 도전했던 너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못 이룬 우승? 07년 이후의 네가 정말로 우승을 노리고 게임했을까? 최강자로 불리던 후배들을 이겨보겠다는 승부욕? 대체 너의 목표는 뭐였을까.

  생각해 보건대 너는 임요환이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제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삼십대 프로게이머도 가능하다는 것, 삼십대가 되어도 여전히 도전하고 승부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 길은 녹록치 않았고 삼십대 프로게이머로서의 너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네가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되려 너의 모습을 통해 후배들이 좌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즈음, 너는 GG를 선언했다. 그 선택 마저도 너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후배들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너는 후배들에게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느니 그쯤에서 멈추는 걸 택했고, 이름뿐인 선수생활을 택하느니 차라리 은퇴를 택했다. 사실 눈 딱 감고 그 자리에서 케텝의 얼굴마담으로 있었더라면 너는 2년 정도는 더 안정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수치스럽고 초라하다 생각되었을 수 있으나 네가 당했던 조롱과 멸시와 모욕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너는 하는 것 없이 자리를 차지하기 보다 재능있는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케텝이 붙잡았으나 끝끝내 현역 선수고, 코치 자리고 거절했던 것도 아마 비슷한 맥락이었을게다. 너는 지쳤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네 은퇴경기를 보며 굳어졌다.

 

  은퇴 이후에도 너는 이스포츠판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고 여전히 어떤식으로든 게임을 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겠으나 이스포츠 판에서 상처 투성이로 버텼던 너를 기억하는 내게는 눈물나게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었다.

 

  2014년 여기는, 게임을 마약 취급하는 나라다. 여전히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이들 중 대부분이 이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고, 여전히 프로게이머는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천대당하는 나라다. 너와 임요환을 비롯한 수많은 게이머들이 자신의 피와 땀과 눈물과 청춘을 바쳐 노력했지만 여전히 이스포츠와 프로게이머는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다. '전 프로게이머' 타이틀을 달았다는 이유로 프로그램도 제대로 보지 않고, 너의 활약도 보지 않고 그저 '게임 폐인'으로 너를 폄하하는 악플들이 달리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너는 이제 막 방송일을 시작했다. 너는 연기자가 될 수도 가수가 될 수도 그렇다고 개그맨이 될 수도 없다. 가장 애매하고 가장 성공하기 힘든 '방송인'으로서의 길을 너는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전 프로게이머'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전 프로게이머' 방송인인 너는 방송 카메라가 있는데도 종일 게임만 한다. 너의 방송 분량 대부분은 게임이다. 그것도 발매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아주 오래된 게임. 방송에는 네가 집에서 게임하는 모습이 나가고 네가 게임 대회를 주최해 거기서 우승하는 모습이 나간다. 이스포츠 향유층이 아닌 이들은 게임 폐인이 티비에 나온다며 말세라고 악플을 달고, 인터넷에 관심없는 기성세대는 티비속의 너를 보곤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냐며 혀를 찬다. 프로게이머로서 십년 넘게 네가 치열하게 훈련했던 시간들, 그 시간의 잔재로 네게 남은 버릇들이 그들에게는 '그깟 게임'이다. 여기는 그런 나라다.

  이 나라에서 네가 방송인으로 성공하는 데 '전 프로게이머'라는 수식은 네게 득일까, 실일까. 득일수도 있다. 스타판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대부분은 네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테니. 또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절대적인 너의 우호세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꽤 많은 너의 '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는, 인터넷에서 너를 비호하는 이들보다 스타판의 너를 몰랐던 이들이 훨씬 더 많다. 그들을 상대로는 '전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여전히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고, '게임'은 '악'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많다. 온라인의 힘이 많이 세 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세상은 오프라인의 힘이 움직이고, 그들 중 다수는 짐작컨대 게임에 관대한 이들이 아니다.

 

  '전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이 방송인 홍진호에게 득이 될 지도 장담할 수 없는데, 하물며 '여전히 게임하는 전 프로게이머'라는 수식이 네 방송일에 도움이 될 지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부정할 수 있다. 나이 서른이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게임하는 남자, 그것도 현재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왠지 백수같고, 철 없어 보이며, 마이너 같다. 정말 단호히 말하자면 한마디로 B급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는 결코 네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너는 게임을 한다. 동생의 부탁에 흔쾌히 아프리카 방송에서 팀플을 한다. 공중파 방송인 <나혼자 산다>에 나와서도 종일 게임을 하고, 네가 직접 주최한 게임 대회 <스타 파이널 포>에서도 게임을 한다. 그리고 인터넷 방송국 게임 대회인 <곰티비 클래식>에서도 헤드셋을 끼고, 키보드를 치고, 마우스를 잡는다. 점점 더 화려한 조명을 받고 점점 더 좋은 카메라 앞에 서면서 '방송물'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법한 네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초라한 조명 아래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카메라 앞에서 게임을 한다.

  이제 많이 굳어버린 손, 퇴화된 동체시력, 늦어진 반응속도, 부정확한 상황판단, 떨어진 방송경기 감각... 세월의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감수하고 컨트롤도 멀티태스킹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게임을 한다. 공방 양민들 상대로도 차마 말하기 싫은 승률을 올리면서도 매일 아침마다 습관처럼 게임을 하고 옛 동료나 동생들과 추억을 곱씹으며 '썩은 손'으로 게임을 한다. 명절에 본가에 내려가서도 팬들과 후배들을 위해 피씨방까지 찾아가 게임을 하고, 한참 어리고 뛰어난 실력의 후배들과도 승산없는 게임을 한다.

 

  너는 여전히 게임이 너의 반쪽이라 말하고 여전히 게임계를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너에게 고맙다. 네가 스타판에서 당했던 그 모든 것들을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여전히 게임에 관해서라면 게이머를 처음 시작하던 그 시기의 그 마음을 가지고 있어주어 고맙다. 게이머 홍진호였던 너의 과거, 게이머 홍진호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게이머 홍진호를 사랑하는 이들을 놓지 않아주어 고맙다.

 

 구성훈과의 경기에서 무난히 발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너는 선전했고 꽤나 접전을 보여줬다. 게이머에게 꾸준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군다나 방송경기의 감각이라는게 얼마나 잃기 쉬운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면, 너는 여전히 레전드 게이머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저 대충 얼굴마담이나 하려고 나온 게 아니었다는 걸 보여줘서 고마웠다.

 여전히 네 게임은 재밌고, 게임하는 너는 여전히 멋지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게임하는 너를 사랑한다.



* '홍진호 팬'이 '홍진호'에게 바치는 헌사. 라는 글을 읽지 않으셨다면, 이 글부터 읽어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http://yusongi.tistory.com/343

* 아직 감정이 다 정리되지 않아, 매우 횡설수설합니다.

 

 

 

 

 

  언제부턴가 너와 나는 말도 안 되는 최면에 걸렸다.

 

  아주 오래 전, 어떤 이들은 네가 가진 우승 기록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그것을 부정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그래서 너의 역사를 왜곡했다. 그들에게 너는 우승 없는 저그여야 했고 그래서 그들은 너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최면을 걸었다. "홍진호는 우승하지 못했다." 하고. 많은 이들은 그 최면에 의문을 품었고 나는 그 최면을 완강히 거부했다. 너는 성격상, 그리고 입장상 그것을 드러나게 거부하지는 못했으나 너 역시 그 최면을 탐탁찮아했다.

  그러나 최면은 계속 이어졌고 점차 많은 이들이 그 최면에 빠져들었다. 너 역시 언제부턴가 그 최면에 걸려버렸고, 나는 마지막까지 발악했으나 힘이 없었다.

 

  네가 이룬 업적들은 모두 '서자' 취급을 받으며 우스갯거리로 전락했다. 나는 칭찬받아 마땅한 너의 역사가 농락당하는 걸 보고도 어찌할 힘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꾸준히 너의 역사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역사와 너를 '준우승의 한' 이라던가 '이벤트전의 제왕'이라던가 하며 비웃었지만, 나는 안다. 너에게는 자랑스러운 우승의 역사가 있었고 네가 이룬 준우승의 업적은 '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빛났다는걸.

 

  네가 이번에 이룬 열세번째의 우승, 그 자랑스러운 업적도 사람들에게 우스갯거리로 치부되는 너의 역사에 편입되어 모욕당하겠지만, 나는 너의 우승이 자랑스럽고 기쁘다. 너도 그렇지 않을까.

 

 

 

  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스타판의 불운아였다. 사실, 너의 불운은 모두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것이었으니 너는 불운아라기 보다는 차라리 희생양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옳을지도 모른다. 팬들이 그토록 성토했던, 너에게 의도된 불리함을 너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가끔씩 너의 아쉬웠던 순간들에 대해 얘기하던 너 역시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너를 뜯어먹고 너를 쥐어짜 마시며 몸집을 키운 스타판이 끝날 때 까지도 너는 명예회복 하지 못한 채 훼손된 반쪽짜리 역사로 헌액되었다. 그래서 나는 서운했고, 너의 업적을 부정한 이들은 마지막까지도 자신들이 좋을대로 너를 이용하기만 했기 때문에 그들이 미웠다.

 

  한번씩 궁금할 때가 있었다. 너는 서운하지 않았는지. 스타판의 흥행을 위해 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희생되고, 훼손되고, 모욕당한 너는 정말 괜찮은지.

 

  네가 스타판을 떠났을 때, 나는 매우 서운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스타판에서 그 어떤 프로게이머보다 많은 수모와 치욕을 당하면서도 스타판을 위해 노력했고 견디기 힘든 모욕과 수난을 참으며 스타판에서 버텨줬다. 십년 넘는 세월이면 너도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해 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너 역시 편히 살아야 할 때라고도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게 서운한 마음이 더 컸던 것은, 내가 욕하는 그 어떤 이들처럼 나도 너에게 욕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버텨줬는데, 조금 더 버텨주면 안돼?" 하고, 나는 당연히 너의 인내와 너의 희생을 기대했으며 그것이 단순한 나의 욕심인 것을 알면서도 너에게 강요하고 싶었다. 네가 정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나같은 팬의 그 욕심 때문에 험한 그 바닥에서, 험한 일을 감내하며 그 곳에서 그때껏 버텨줬다는 걸 알면서도.

 

 

 

  방송일로 바쁜 너를 보면서 나는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했고 또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너의 이십대를 통째로 바친 스타판에서 네가 더 잘 나갔어야 했는데, 네가 더 큰 사랑을 받고 더 위대한 기록으로 남았어야 했는데, 네가 일군 역사들이 모욕당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는데, 네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고 너에게 쏟아지는 오물들을 막아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네가 푸대접 받고 너를 훼손했던 스타판이었지만, 내가 가장 사랑했던 너는 프로게이머 홍진호였고 스타판의 홍진호였고 이스포츠의 홍진호였기 때문이라서 그런걸까. 이스포츠판과 네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럼에도 이스포츠판과 나는 너에게 서운하단 소리를 할 자격이 없어서 더 씁쓸했다.

 

  스타 파이널 포 기획 소식을 들었을 때, 그 기획의 주체가 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나를 질책했다. 네가 어떤 사람인데. 대놓고 저그 우승 막으려고 테란맵 토스맵 깔아대던 시절에도, 그 이후에도 한번도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던 너인데. 마지막까지 프로게이머로서의 자존심, 이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던 너인데. 그런 너인데, 너는 계속해서 너의 본심을 증명했는데 나는 번번히 너를 걱정하고 의심하기만 했었다. 그래서일까, 너는 또다시 증명했다. 그리고 또다시 약속을 지켰다. 은퇴할 때 했었던, "이 스포츠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약속을.

 

  이제 막 방송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싶은 일도 많을텐데. 바쁘고 힘들텐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선수로 참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물론 선수로 곰클에 참가해 준다는 말만 들었을 때에도 고맙고 기뻤지만) 리그를 기획할 생각을 해 줬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

  너의 고향, 너의 뿌리, 너의 어머니이자 너의 아이인 스타리그. 사실 고향 떠나 성공하면 타향에 그대로 눌러앉아 새 삶 사는 경우도 많은데,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그리고 돌아와줘서 그리고 "내가 그래도 좀 여유로우니, 뭐 도울 것 없을까?" 하고 마음써줘서 고마웠다.

  사실, 새로 생긴 너의 팬들은 너의 오랜 팬들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또 너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있는 듯 보여서, 네가 힘들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나같은 팬은 이제 너에게 별 쓸모 없는 팬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너의 오랜 팬들, 네가 게임하는 모습을 가장 사랑하던 그들을 위해 다시 헤드셋을 끼고, 키보드를 잡고, 마우스를 잡아줘서 고마웠다.

  네가 이렇게 마음쓰지 않아도 너는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네가 스타판을 돌아보지 않는대도 누구도 널 원망할 수 없는데도.

 

 

 

  너는 여전히 너라서 고맙다. 여전한 네 게임 스타일도 고맙고, 전성기 만큼은 당연히 아니지만 여전히 선수시절 실력을 가지고 있어줘서 고맙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져줘서 고맙고, 팬들을 사랑해줘서 고맙고, 이스포츠를 떠나지 않아줘서 고맙다.

  여전히 우승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앞으로도 가끔은 네 경기를 볼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해줘서 고맙다.

  여전히,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너라서 고맙다.

 

 

  몬스터짐 스타 파이널 포 우승자 홍진호.

  열세번째 우승을 축하하며, 사랑한다.

 

 

 

 

 

* 역시 감정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글 쓰기가 무리인듯 하여, 짧게 글을 마칩니다. 아마 곰클이 끝나도 비슷한 글을 쓰게 될 것 같으니, 그 때 제대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홍진호 팬사이트 '더 옐로우'에 놀러오세요! : http://jino.dot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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