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 욕설 조금 포함.


1.

 블프때 산 자날과 군심을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캠페인이나 하려고 산건데 캠페인은 자날 좀 하다가 잠깐 멈추고 그냥 놀고 있다. 컴퓨터 데리고 실컷 놀다가 래더에 도전했는데 결과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공방도 안 거치고 바로 래더로 돌진한 내가 미친놈이다.)

 아직도 저그를 제외하고는 새로 추가된 유닛과 테크트리를 다 못 외웠으니 뭐 겜을 잘하면 그게 이상한거지ㅋㅋㅋ 해병, 추적자 이따위 한글화도 영 적응이 안돼서 설정을 영어로 바꿨다. 그러니 유닛과 테크 명칭 헷갈리는건 해결됐다만 새로 추가되거나 변경된 건 여전히 못 외우고 어지간히 해메는 중. 그나마 저그는 다 외웠다. 저그의 단순한 테크트리가 이럴땐 고맙더군.

 그런 저그도 이러저러한 변경점이 있어 적응하는데 좀 어리둥절했다. 처음에 딱 컴퓨터랑 대전을 하는데, 다크가 와서 내 유닛을 신나게 썰고 있는데 다크가 안 보이더라 이거지. 뭐여? 오버로드가 바로 머리 위에 있는데?(하는 시점에 쏘원이 떠올랐... 크흑. 쏘원은 진짜 홍빠로서 댄배와의 저그전을 제외하면 상처뿐인 리그다.) 놀라서 한참을 허둥댔지 뭐냐. 오버로드도 업글을 해야 한다는걸 알고 시이발 내가 억울해서ㅠㅠ 저그 하향 너무 심한거 아님? 가뜩이나 별 볼일 없는 저그가 디텍터까지 신경써야겠음? 앙? 저그의 이점 중에 하나가 시작하자마자 디텍터가 주어진다는건데... 아놔. 또 하나 신기했던건, 성큰과 스포어를 움직일 수 있다는거ㅋㅋㅋ 저저전 처음 할 때, 컴퓨터 진영에서 스포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뚜벅뚜벅 걷는거 보고 기절할뻔ㅋㅋㅋ 그제서야 자세히 보니 언버로우 버튼이 있더라고. 뭐 이런 재밌는 요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변경점은 저그 너프 씨팔!

 짜증나는게, 저그가 럴커와 스컬지와 디파일러 없이 어떻게 게임을 하냐 이거여. 럴커 없으면 토스, 테란 뭘로 조임? 스컬지 없으면 토스 공중유닛 어떻게 잡음? 디파일러 없으면 후반에 테란 어떻게 이김?ㅋㅋㅋㅋㅋ 아, 진짜 짱난다 짱나. 덕분에 중반부 넘기면서부터 테란한테 관광당하는건 기본이고 토스한테도 탈탈 털리기가 다반사였음. 그나마 이긴건 테란이든 토스든 초반에 바퀴+히드라 쇼부고... 래더 맵들은 또 하나같이 왜 그모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그냥 저그 고른게 존나 죄다 죄, 진호 말마따나.

 내가 진짜 스2 하면서 계속, 진호의 프로젝트A가 막 떠오르더라ㅋㅋㅋ 그래... 이런 기분이었군. 이렇게 아예 다른 겜 하는 기분이라 진호가 스2에는 흥미를 못 느꼈군. 싶으면서. 나야 뭐 그냥 취미로 하는거라지만 진호는 십년 넘게, 이십대 통째로 바쳐 직업으로 삼았던 게임인데 그 후속작이 아예 다른 게임처럼 느껴지니 정이 안 붙는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아니 뭐 이건 둘째치고 진호가 계속 상대 테크트리 보고도 뭔지 잘 몰라서 어리둥절행 했던게 진짜 뼈저리게 공감이 갔다 이거다ㅋㅋㅋ 아니 그리고 뭔놈의 오브젝트가 다 그렇게 구분이 잘 안 가냐 이거여. 스1이 선명한 유화의 느낌이라면 스2는 유닛도 건물도 뭔가 수채화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저그는 좀 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2가 흔히 말하는 글로벌 좆망겜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고 여전히 RTS의 진수라는 느낌이다. 뭐 이젠 스2를 대체할만한 RTS는 모두 사장되고 없긴 하다만은 어쨌든 RTS장르로서의 스2는 여전히 잘 만든 게임이다. 스2가 부진한건 스2가 못 만든 게임이라서라기보다는 그냥 RTS 장르가 쇠락한 탓이겠지. 요 사이 충분히 해 보고 느낀 건, 스2가 게임성으로 보자면 절대 좆망겜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까 시이팔 DK새퀴야 저그 버프좀... 저그 다 나가 죽는 소리 안 들리냐? 저그는 어케 살라고 시이팔.... (그래도 아직 자존심이 있어서 내가 겜알못이라는건 인정하기 싫은거다. 그런거다.)


2.

 스2를 재미있게(라고 쓰고 빡친 상태로 라고 읽는....) 하면서, 아니 사실은 공방에서 신나게 털리면서,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는데도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이 내가 스타크래프트1을 더 좋아할 수 밖에 없어서일까. 스2를 하다가 다시 스1로 돌아와 한동안 손 놓았던 공방을 하는데... 물론 이미 손이 다 굳은 상태니 스1이라고 날라다니겠느냐만은 그래도 해온 시간이 있다고 스2보다는 그래도 낫더라...

 스2 UI가 스1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은 나도 아주 잘 안다. 그래도 그 스1의 불편하고 귀찮고 컨트롤을 강요하는 UI와 시스템에서 더더욱 게임하는 맛을 느낀다면 내가 좀 이상한 놈일는지. 아니면 그저 익숙함 때문일는지. 그것도 아니면 원래 RTS 장르는 좀 귀찮고 불편해야 더 재밌는 것인지.

 어쨌든 스2로 만족 못하는 부분들을 스1을 하면서 좀 메웠다. 뭐 스1도 개떡같이 못하기는 마찬가진데 스2 하면서 질 때 보다 스1 하면서 질 때가 짜증도 재미도 두배다. 더 오래 해왔던거라 지면 더 짜증나긴 하는데, 지면서도 재밌는 게임이 스1이더라. 스1을 내가 오래 쉬기도 했고, 이제 공방에서도 다 진골들만 남아서인지 그냥 탈탈 털린다ㅋㅋㅋ 그래도 뭐 스2보다는 성적이 아주 조금 더 나은듯. 진호 표현 빌리자면 손이 썩어도 너무 썩어서 아주 문드러진 상황이라 후반 가서 디파일러 쓸 때 쯤이면 아주 난리도 아니다. 그렇다고 진호의 폭풍 스타일을 해보자니 그나마 나의 겜 전성기에도 버거웠는데 지금은 뭐ㅋㅋㅋ 말할것도 없고. 결국 난 여전히 원치않는 목동저그 스타일. 그것도 아니면 초반에 짝퉁 폭풍이라고 쓰고 쥐어짜기라고 읽는 쇼부 스타일로 이길 수 밖에.

 결론은 블쟈야 스컬지와 디파일러 내놔라... 럴커야 공허의 유산에서 추가된다지만 자날과 군심에서 상처받은 저그빠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좀 늦은거 아니니...


3.

 아무튼 그래서 요즘 스1과 스2를 번갈아가며 진짜 빡겜을 하고 있는 중. 왜 아직도 게임에서 지면 그렇게 빡치는지 모르겠다ㅋㅋㅋ 이제 난 이기는것보다 지는게 당연한데 왜 아직도 열받는거지ㅋㅋㅋ 열받는다고 밤새서 게임하느라 휴게실에 짱박혀 있다가 새벽에 혈압 체크하러 온 간호사한테 쿠사리 먹은게 한두번도 아니여... 그래도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진 상태에서는 끝내기가 힘들다. 어떻게든, 쇼부든 뭐든 어떻게든 이겨야 종료 버튼을 누를 마음이 생기니 원.

 그러니까, 대충 이러한 테크다.

스2 공방에 들어간다 -> 테란한테 진다 -> 씨이팔 테란 씹사기 DK 개새끼 블쟈 개놈들의 테란 사랑 씨팔 눈물겹다 눈물겨워 -> 그래 역시 역상성인 토스를 갖고 놀아야 재밌지 -> 토스한테 진다 -> 씨이팔 토스 씹사기 저그가 역상성인 토스 나부랭이한테 털려야겠냐? 밸붕의 아이콘 DK 개새끼 -> 그래 그나마 승률이 제일 괜찮은 저그전을 해야겠어 동족전을 잘해야 진짜 그 종족을 잘 한다고 할 수 있지 -> 저그한테 진다 -> 아놔...... 바, 방금은 실수였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역시 저그로 테란을 이길 때 가장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듯 그러니 테란전 하자 -> 테란한테 진다 -> ............. 무한반복.............. -> 씨이팔 이따위 밸붕겜이니 글로벌 좆망겜 소리 듣지.... 스2 안한다 내가 더러워서 때려친다 내가 -> 스1 공방에 들어간다 -> 자 그럼 토스를 한끼 식사로 해치우고 가볍게 손을 풀어 보실까? -> 토스한테 진다 -> 아 손이 덜 풀렸네 역시 손을 풀려면 테란전을 해야한다니까 디파일러와 럴커가 있는 한 테란은 개껌이지 -> 테란한테 진다 -> 시발 역시 테란은 씹사기여... 이 빡치는 마음을 저그전 하면서 달래야겠어 -> 저그한테 진다 -> 역시 저저전은 빌드빨 정찰빨 운빨이지... 오늘 운이 좀 안 받는군? 그럼 이제 손이 풀렸을테니 토스좀 갖고 놀아볼까? 저그한테 토스따위는 한입거리지 -> 토스한테 진다 -> .................... 무한반복 ............... -> 아 빡쳐! 겜 안해! -> (잠시 뒤) -> 내가 이기고 만다 -> 스2 -> 스1 -> 스2 -> 스1 -> ...... 둘 다 이길 때 까지 무한반복..................

 써놓고 보니 내가 봐도 미친놈이다.


4.

 그러니까, 이렇게 진짜 미친놈처럼 게임에 매달리고 있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들. 앞서 말했듯이 플젝A에서 진호가 스2의 저그가 약하고 천대받는 종족이라고 했던 말도 기억나고(뭐 스1에선 안그랬냐마는) 진호가 저그를 골랐다는 이유도 생각나고... 뭐 또... 진호는 이 약하고 미움받는 종족으로 어떻게 그렇게 잘 했을까 새삼 대견하고 대단하고... 뭐 그런것들.

 사실 저그라는 종족이 진짜 약하고 보잘것 없는 종족인데, 저그 팬들이 저묵묵이라 테뻔뻔과 프징징들의 등쌀에 밀려 부각되지 않았을 뿐. 제일 팬심 약하고 제일 충성도 약한 저그를 골라서 그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묵묵하게 성적 내고 저그를 이끌었던 진호는 정말 대단하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더불어 제일 팬심 약하고 제일 충성도 약한 저그를 골라서 진호가 역사 속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도 속상하고. 이래저래 진호는 정말 종족빨 못받은 게이머다.

 시대는 감안하지도 않고, 그 시절 저그의 한계와 그 한계에 부딪혀가며 계속 그 한계의 벽을 조금씩 무너트려간 진호의 노력은 보지도 않고, 결국 후대 저그들이 했던 걸 넌 못 했으니 넌 그저 그런 저그야, 하고 홍진호의 저그를 비난하는 놈들은 스타를 안 했거나 스타를 제대로 안 봤거나 아니면 그냥 뇌가 없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도 아니라면 누군가의 악질 빠거나. 주로 악질 마빡이 새퀴들 같은 부류. 그놈들은 씨팔 저그의 모든게 만물 마주작설ㅋㅋㅋ 마주작이 정립했다고 하는 3햇 하이브?ㅋㅋㅋㅋㅋ 꼭 저그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저알못들이 마주작을 과대포장한다. 저그의 가장 큰 패러다임을 제시한 건 마주작의 3햇 하이브가 아니라 홍진호의 라바관리라는걸 모르는 놈들은 저그를 할 자격이 없다.

 좀 샜는데, 아무튼, 홍진호가 얼마나 대단한 게이머이고 얼마나 레전드인지를 모르는 놈들이 그냥 뭣모르고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유머짤만 보고, 혹은 잘못된 정보만 보고 게이머 홍진호를 까대는 걸 보면서 빡치는게 하루 이틀은 아니다만은 이렇게 한참 겜 하고 나면 새삼 그놈들이 더 괘씸하다. 이런 저그로 테란을 그렇게까지나 씹어먹고 다녔는데... 그걸 알지도 못하는 스알못들이 진호를 까고 노냐 싶어서.

 결론은 종족빨 못받은 홍진호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운데...... 또 진호가 저그를 고르지 않았더라면 내가 진호를 좋아했을까 싶기도 하고. 누가 뭐래도 홍진호는 저그와 제일 잘 어울리는 게이머니까.

 역시 게임하다보면 꼭 끝에서는 진호를 찬양하게 된다. 저그... 이 애증의 저그....


5.

 또 다시, 게임하는 홍진호를 보고싶다. 가장 빛나는 홍진호를.

기왕이면 다른 게임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진호가 보고싶다. 저그를 잡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진호의 경기를 보고싶다.

진호는 스타즈 파티를 이제 완전히 후배들의 판으로 생각하고 있는듯 한데, 그리운 얼굴들과 스타하는 진호를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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