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을 차치하고서라도, 요 몇해간 군 관련 사고 소식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최근들어 유독 군대에서 사건이 많이 발생다기 보다는 최근들어 군 사고가 세간에 알려지는 거겠지. 미디어의 발달, 특히나 인터넷의 발달에는 부작용도 많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 또한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그 누가 억울한 청년들의 죽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기십년전까지 그래왔듯 군 내부에서 조용히 덮고 묻었을테지.

 

 오래전에 육군을 만기 전역한 남동생이 있지만, 전역한 남자들이 밥자리에서든 술자리에서든 흔히 꺼내놓는다는 군시절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웠다. 워낙 과묵한 놈이라 그런지, 휴가를 나오거나 가끔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에도 군 생활 어떠냐는 질문에는 그저 "괜찮아요." 한마디로 답했고, 제대한 이후에도 좀체 군시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진짜 사나이'를 보시고 "너 때도 저런거 있었니?" 하고 물으실 때마다 "그래도 요즘은 군대 많이 좋아졌나보네요." 하는 정도가 다였다. 지난 임병장 사건이나 그 이전에 군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나와 어머니는 신나게 군대의 문제점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성토하는데 반해 동생은 "죽은 놈도 불쌍하고, 총기 난사한 그 놈도 불쌍하고..." 하며 '군대에 있는 놈들은 모두 불쌍한 놈들'이라고 했다. 이정도의 이야기가 동생 입에서 나온 군대 이야기의 전부다.

 동생이 전역한 이후로 한동안 내가 들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군대에 대한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 뿐이었다. 물론 술자리나 회식에 동석한 동료나 상사나 또 다른 누군가가 군복무 시절의 무용담을 거나하게 풀었던 적이 있었을테지만, 기억하지 못한다. 역시 나는 내게 '의미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면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것이 이야기든, 기억이든, 생일이나 혈액형 같은 아주 사소한 것이든간에. 공무와 관련되어 기록해 놓은 것이 아닌 이상 사적인 것들은 좀처럼 기억에 상주하지 못한다.

 

 그런 내가 남동생 이후에 군대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는 경우는 딱 두가지 경우다. 하나는 우리 막내 도련님이 군대 갔을 시절이고, 또 하나가 이 글의 주제인 진호가 군대 갔을때의 이야기다.

 막둥이 앤디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공익 복무를 하느라 기초 군사 훈련밖에 받지 못한 4명과 그나마도 받지 못하고 면제된 1명의 이야기는, 팬의 입장에서도 사실 딱히 쓸 것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말할수록 까먹기 십상이라 아예 언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사실, 막내도 군생활을 딱히 힘들게 한 편이 아니라서 더더욱 그렇다. 불법으로 병역을 기피하지는 않았으므로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딱히 자랑할 거리도 안되고 하니 그냥 그런갑다 하는 정도다. 사실 막내가 군입대한 직후에는 걱정도 많았고 안타까운 것도 많았으나(추운 겨울에 간 건 둘째치고 생일은 좀 지나고 가지 싶었던 것들 등) 짬 좀 차면서부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당시 홍보단(연예병사)의 분위기가 괜찮아 보였기에 막내의 군복무에 대해서는 크게 응어리 진 것이 없다.

 그러나 진호의 경우에는 좀 다른데,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적어보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공군 시절의 홍진호와, 공군 프로 게임단인 공군 에이스(Airforce ACE, 이하 한글로 표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에 윤일병 사건에 부들부들 하다가, 오늘 우연찮게 다시 성춘쇼를 돌려보고는 빡쳐서 급 작성하는 글이다. 그래서 미리 말해두건대, 공군 에이스에 대한 비난과 공군 에이스 소속이었던 몇몇 선수들에 대한 비난 내지는 비하가 이 글에 넘칠 예정이므로 공군 에이스에서 악명을 떨쳤던 선수의 팬들은 이 글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이 글에서 가장 먼저 확실하게 전제할 것이 있다. 공군 에이스는 다른 스포츠 상무팀과 마찬가지로, 이스포츠의 '프로 상무 게임팀'이라는 것이다.

 "게임은 마약이다!" 따위의 정신나간 주장을 하는 인사가 국회의원직에 앉아 있는 대한민국에 뭘 바라겠냐만은, 2014년 현재도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젊은이들 많은 커뮤니티에서조차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 두드리는게 스포츠면 유치원생이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것도 스포츠다." 식의 비난이나 "엄마 천원만 주세요, 피씨방 가서 스포츠 한시간만 즐기다 올게요." 따위의 비아냥대는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심지어 게임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조차 이스포츠를 '스포츠'와 동등한 개념의 것인지, 이스포츠가 '스포츠'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빈번하게 논란이 일어나며,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프로게이머를 그저 게임 중독자 정도로 취급하고, 프로게이머가 받는 억대 연봉을 마뜩찮아하며, '선수'들의 '경기'에 환호하는 게임팬들을 게임 폐인으로 본다. 하물며, 공군 에이스가 창설되던 2007년에는 지금보다 그 '업신여김'의 강도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무려 7년 전에,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상무 게임단'이 창설된 것이다. 군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절대적이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았으며 심지어 게임팬들 사이에서조차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스타판 관계자들의 노력, 특히나 문체부 인사 몇명과 국회의원 원희룡 등의 소위 '높으신 분들'의 노력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들이 '노력'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임요환'이었다.

 나는 블로그에서 몇번이고 내가 '극렬 임까'임을 밝혀왔다. 임요환이라는 사람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홍진호의 라이벌인 임요환'을 미워했고 어느 시점부터는 '게이머로서의 임요환'을 싫어하게 된 경우다. 특히나 나는 임요환의 '과장된 역사와 업적'을 부정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이스포츠(혹은 스타판) 임요환이 없었더라면..."으로 시작하는 시리즈 같은 것들 말이다. 스타판은 당시 게임채널 관계자들과 게임팬들, 그리고 임요환과 홍진호를 비롯한 1세대 게이머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거의 유일하게 인정하는 임요환의 '(게임 내의 업적이 아닌) 이스포츠계의 업적'을 꼽자면 바로 "공군 에이스 창단은 임요환 덕에 가능했다."라는 명제다.

 2007년 당시 임요환은 내일 모레면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였고, 선수로서의 입지도 좁아진 상태였다. 임요환은 진작부터 '30대 프로게이머'의 꿈을 공공연히 얘기해왔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군복무 해결이라는 선결과제가 있었다. 그러나 단 며칠만 연습을 쉬어도 손이 굳어버리는 프로게이머란 직업의 특성상, 특히나 프로게이머로서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대의 임요환에게 군입대 결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고 이 즈음에 자칭 임빠인 원희룡 의원과 만나게 되면서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상무 게임팀' 공군 에이스가 창설된다. 게이머들에게는 군복무를 해결하면서도 2년이라는 시간동안 연습과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는 어마어마한 메리트가 있었고, 이것은 특히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경기 출전을 잘 하지 못하는 미필 선수들이나 군입대를 더이상 미루기 힘든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선수생활'을 위한 한줄기 빛이자 희망이었다. 또한 공군의 입장에서는 공군의 이미지를 보다 젊고 활기차게 쇄신하고, 스타팬의 대부분이 곧 성인이 되어 군입대 해야 하거나 입대 적령기에 있는 젊은 남성이었기에 공군을 홍보하기에도 적합하다는 계산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계산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가장 흥행성 높은 카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공군 에이스의 창단 조건은 '임요환의 공군 입대'였다. 이러한 사실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로, 따라서 내가 제아무리 극렬한 진성 임까라지만 공군 에이스 창단의 일등공신이 임요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창설된 공군 에이스는, 다시한번 말하지만,

1. 프로게이머들의 선수 생활 지속을 돕기 위해(라는 명목으로) 창설되었다.

2. 프로게이머들의 군복무 문제를 해결한다.

3. 프로게이머들이 일반 군복무시 생길 수 있는 '프로 선수'로서의 능력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습 환경을 제공한다.

4. 프로게이머들이 일반 군복무시 생길 수 있는 '프로 선수'로서의 경험과 경력의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 출전 기회를 제공한다.

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상무 게임팀'이었다. 일반적인 특기병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제하고 글을 시작한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지만 나는 늘 용두사미의 글을 쓰니 괜찮을거다.

 

 상술한대로, 공군에이스는 '임요환을 위해 창설된 상무팀'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혜택을 가장 먼저 받은 것도,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것도 임요환이 아니었다. 길 가다 로또맞은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후술될 모든 악습과 폐단을 만드는데 관여한 강도경이었다. (강도경의 동기인 최인규, 조형근도 있지만 별다른 성토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일단 강도경만 논한다.)

 공군 에이스의 창단 논의가 시작될 무렵, 강도경은 은퇴를 선언하고 은퇴식을 가진 후 코치로 전향해 군입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군 에이스 창단이 가시화되면서 공군은 우선 프로게이머를 전산특기병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이즈음에는 WBC 병역특례 논란의 여파로 공군 에이스의 창단이 사회적으로도 제법 이슈거리가 되었고 반발 또한 거셌는데, 이 시기 강도경은 "프로게이머의 병역특례는 말도 안된다."와 같은 발언으로 상무 게임단 창설에 부정적인 뉘앙스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전산특기병 모집을 시작하자 강도경은 전산특기병 선발에 가장 먼저 응모했고, 결국 제 1기 전산특기병(전산특기병은 원래도 존재하던 보직이고 지금도 존재하는 보직이지만, 이 글에서는 '공군 에이스 입단'을 목적으로 선발된 전산특기병을 지칭하며 그래서 기수도 강도경부터 1기로 계산한다.)으로 공군에서 군복무를 시작했다. 제1기니 내무반에서 선임이라고 쪼아댈 사람도 없고, 그야말로 '꿀 빠는' 군생활을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원래대로라면 전산특기병(이하 전특병) 1기로 군복무를 시작해야 했을 임요환은 이래저래 일정이 꼬이고, 미뤄져 전특병 2기로 입대한다. 당시 임요환은 그 어떤 선수의 은퇴식과는 비교되지 않을 수준의 '송별식'과 '헌정 방송' 그리고 수많은 인터뷰와 이벤트를 가졌다.(가끔 [임]이 은퇴식을 안한 건, 이때 받은 걸로 충분히 퉁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농 반, 진 반의 생각을 한다.) 임요환 팬이 아닌 다른 선수의 팬이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만큼, 그리고 시기할 만큼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전특병 1기는 공군의 중앙전산소에 배속되는데 그쳤을 뿐, 아직 공군 에이스가 창단된 것은 아니었다. 전특병 2기인 임요환이 입대하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중앙전산소 소속 전특병 4명은 '공군팀'으로 경기에 설 수 있었으며, 임요환 입대 이후에야 비로소 공군 에이스가 정식으로 창단되었다. 그야말로 임요환의, 임요환에 의한, 임요환을 위한 팀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극렬 임까인 나조차 인정하는 이 분명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은퇴 이후까지 "공군 에이스가 만들어 진 것은 결코 임요환 때문이 아니었다."는 망언을 하고 다닌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강도경이었다.

 

 강도경은 전특병 1기로 입대한 3명중 가장 형이었고(단, 동갑인 최인규가 생일은 더 빠르다.) 가장 먼저 데뷔한 선배였으며, 성격 또한 조용히 뒤에 있기보단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전특병 내무반의 권력은 강도경이 거머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의 본모습은 돈과 권력을 쥐었을 때 비로소 나온다고 했던가? 강도경은 일반 사병으로서는 두려울 것 없는 위치에서 전특병 내무반을 제멋대로 주물렀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악습이 탄생했다.



빙산의 일부.


 임요환을 오래 봐 온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중간에 보이는 임요환의 저 빡친 표정은 진심이다. 그것도 보통 빡치면 저런 표정이 안 나온다.

 진호가 제대하고 나서도 지켜본 바로는, 공군 에이스 출신들은 군시절 있었던 좋지 못한 일화들을 정말 어지간해서는 매체에다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제 얼굴에 침뱉기라고 생각해서인지, 가뜩이나 창단 이후 끊임없이 해체 압박과 여론에 시달리는 공군 에이스의 이미지에 먹칠하면 후배들에게 해가 될까봐 걱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공군 에이스 내부의 일을 얘기할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얘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임요환이 얘기한 저 일화만으로도 공군 에이스 내무반에서 강도경이 가졌던 절대적 권력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만은, 임요환이나 진호나 공군 에이스 시절 힘들었던 일화에 대해 얘기할때면 항상 '일일히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이라는 전제를 붙여가며 아주 사소한 일화만 얘기하는 편이다.

 사실, 공군 전역자들의 인터뷰나 알려진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휴가 나온 성학승을 불러서까지 갈구는 바람에 성학승을 울렸던 일화는 뭐 유명하고, 게이머들이 일일히 밝히지 않은 수많은 악습의 근원에는 강도경이 있었다(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한 게이머들이 꽤 있었다.). 공군 에이스 내무반 밖, 다른 중앙 전산소 병사들에게까지 유명했을 정도이니 아마 상상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강도경은 뭐 스타판 초창기부터 송병석과 아이들의 일원으로서 임요환에게 적대심을 가진 대표적 게이머였으며 성깔로 유명했으니 후임으로 들어온 임요환에게 열폭하는 것이야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지만, 임요환을 제외한 다른 후임들에게도 얼마나 진상짓을 떨었는지 군생활 하며 강도경에게 이를 간 게이머가 한둘이 아니었다.

 공군에서 쓰이는 은어로 '꼽창', ''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상식 이상의 수준으로 후임들을 죽어라 갈궈대는 선임을 이르는 말이다. 원래부터 성격이 꼬인 인간이 짬 차며 꼽창이 되는 경우와, 후임을 받지 못해 짬이 차고도 선임을 오랫동안 모시는 꼬인 군번이 한꺼번에 쌓인걸 푸느라 꼽창이 되는 경우 두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는데, 뭐 유의미한 구분은 아니고 한마디로 개진상 떠는 선임들은 모두 꼽창이라 불린다. 공군 중앙전산소에서 가장 유명한 두명의 꼽창이 전설로 내려온다는데 한명은 상술한 강도경이요, 나머지 한명은 후술할 이주영이다. (다만 이주영은 후자의 경우로, 강도경에게 하도 들들 볶였던 것을 후임들에게 한꺼번에 푸느라 꼽창이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설이 있긴 하다만은 동기인 박대만에 비해 악명이 상대적으로 드높았던 것을 보면, 꼽창은 결국 그냥 꼽창일 뿐이다.)

 

 또 하나의 꼽창으로 꼽히는 이주영은 전특병 5기로 입대한 이후 1년이 넘도록 후임을 받지 못하는 와중에 시간이 흘러 전특병 1기(이하부터 공군 에이스 1기라고 호칭을 바꾸겠다.)가 전역한다. 그리고 임요환이 최고참일 때 공군 에이스 6기로 박정석과 오영종 그리고 한동욱이 입대했으며, 두달 뒤 홍진호와 차재욱이 공군 에이스 7기로 입대하게 된다. 그리고 홍진호가 자대 배치를 받기도 전에 임요환은 제대했다.

 원래 진호는 공군 에이스 6기로 입대할 예정이었다. 5기가 제대로 꼬인 군번인 반면에 6기는 제대로 풀린 군번으로, 1기를 제외하면 공군 에이스 중에서 가장 '꿀 빤' 기수가 되겠다. 그러나 일이 꼬여 입대가 미뤄졌고 진호는 7기로 입대하면서 군생활은 한층 더 꼬이게 된다.



ㅋ.......


중간에 잠깐 딴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별로 길진 않다.


 방송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인터뷰로 서너번 더 이주영과 박정석에 대해 성토했지만, 방송에서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인터뷰 기사는 생략하겠다.

 진호를 아주 오랜 기간동안 지켜보면서 의문이었던 점 중 하나는, 저 애는 대체 속에 부처가 몇명이나 들어앉아 있는걸까, 였다. 존경받는 게이머가 되기 위해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까지도 조심했던 시절도 있었다지만, 진호 멘탈이 산산조각나 그런 것에 더이상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때에도 진호는 인간적으로 정말 착한 게이머였다. 아무래도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천성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지은 죄도 없는 자신을 죽일 기세로 달려들던 수많은 자칭 '게임팬'들(블로그의 다른 글에서도 수차례 말했지만, 단순히 디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의 조롱과 멸시와 비난에 마음이 부서지고 멘탈이 가루가 되면서도 버티고 버텨 지금은 그냥 같이 웃어 넘기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것만 봐도, 홍진호의 천성이 얼마나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고 사람에게 다정한지를 알 수 있다.

 스타판의 0세대, 1세대라고 불리는 형뻘 선수들부터 자신과 함께 활동했던 1.5세대 선수들은 물론이고 스타판 가장 마지막 세대의 막내동생뻘 선수들까지 거의 모두와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거의 진호가 유일했다. 가족같은 분위기였던 스타판 초창기에는 물론이고, 보다 경쟁이 심화되고 체계가 갖춰져 같은 또래끼리도 서먹한 선수들이 많았던 스타판 마지막까지 홍진호가 스타판에서 가장 발이 넓은 선수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금이야 스스로 '콩드립'도 쳐대지만, 선수시절까지만해도 그토록 싫어했던 콩드립을 까마득한 후배가 쳐도 허허 웃어 넘기고, 그 까마득한 후배가 방송에서 콩댄스를 춰도 같이 춰주고, 동생들이 방송에서 콩간지 표정을 따라해도 그냥 농으로 받아줄 정도로 진호는 동생들과 후배들에게 관대한 형이자 선배였다. 진호의 곁에 늘 사람이 많았던 것은, 진호가 착한 성격을 타고 난 것 외에도 진호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호는 누가 자신에게 잘못한 것이나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것을, 대체로는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다. 가장 극단적으로는 삼연벙 사건만 봐도, 사실 범인이라면 삼연벙이라는 그 세번의 경기 자체만으로도 임요환에 대한 미움을 금방 털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진호는 그 사건이 터진지 며칠 안되어 임요환과 만나 시시덕거리며 웃었을 정도로 속 없는 사람이다. 뿐인가? 그 사건으로 아주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었고 더 오랫동안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시달려야 했으며 결과적으로는 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전성기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진호는 여전히 임요환과 친하게 지낸다. 임요환이 순간적으로 밉긴 했지만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홍진호는 그런 사람이다. 또 하나 얘기해 보겠다. 진호는 자신을 데뷔시킨 송호창 감독(이라고 불러주기도 싫지만...)에게 피씨방 사업을 빙자해 이용당하고, 사기당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투나SG의 돈줄이었던 홍진호를 절대 KTF로 보내지 않으려 버둥거렸던 송호창조차도 진호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을 만큼 심각한 사건이었고, 당시에 진호가 부진을 겪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호는 KTF로 이적후 송호창의 악행을 잊었는지, 또 금방 투나SG에 놀러 다녔고 송호창과도 나쁘지 않게 지냈으며 선수생활을 은퇴할 때 까지도 자신이 사기당한 사실을 함구하고 지냈다. 게임업계 사람들도 진호가 송호창에게 사기당한 내용을 거의 모를 정도로. 홍진호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홍진호를 잘 알기 때문에, 은퇴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까지 여전히 진호가 언급하는 군시절의 박정석과 이주영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적당히 했으면 이전까지 그랬듯 혼자 속으로 삭히고 잊어버렸을 홍진호란 걸 잘 알기 때문에.

 

 상기 2개의 동영상에서 언급된 공군 에이스 내의 똥군기에 대해, 먼저 여기서 정리해 두고 이하에서 자세히 후술하겠다.

01. 아직 입대하지도 않은 선수에 대해 밖에서 예능하다 왔다며, 게이머로 보지 않을 정도로 안좋은 이미지로 낙인부터 찍음.

02. 자대배치 받고 일주일도 안된 신병에게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일단 갈굼부터 시작. "예 알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외에 "잘 모르겠습니다." 했다고 갈굼.

03. 홍진호가 먼저 나서서 뭘 한게 없다는 박정석의 제대후 발언.

04. 후임은 선임이 경기장에서 받은 선물을 받아 들어야 한다는 관행이 있었음. 선임이 한번 거절해도 후임은 서너번까지 애원하듯, 빼앗듯 나서서 선임 짐을 받아 들어야 하고 그러한 행동을 선임들은 원하고 즐겼음. 가끔 그런거 싫어하는 선임이 있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몰라 망설이면 해당 선임이 아니라 맞선임에게 끌려갔음.

05. 박정석曰 뒤지고 싶냐?

06. 이주영에 대한 홍진호의 평가 : 사람이 이렇게까지도 싫어질 수 있구나, 미친 줄 알았다, 보통 꼽창이 아니다,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누구 시켜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김)선기처럼 대놓고 하면 순간 그 자리에서는 화나도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데.

07. 지 게임 졌다고 승질내서 후임들이 눈치보게 만듦, 그래놓고 홍진호가 게임 져서 혼자 삭히고 있는거 보고 아니꼬워서 갈궜다고 자랑스럽게 인터뷰한 홍진호 아버지군번들.

08. 신병은 배틀넷 접속도 못하게 하는 똥룰, 심지어 사전에 얘기도 안 해줌.

09. 신병은 늦게까지 연습하지도 못하게 하고 취침시간 되면 바로 취침해야 함.

10. 군대에서 흡연하는것 가지고 갈구는 것으로도 모자라 냄새나니까 흡연후 밖에서 10분 대기, 가글한뒤 비누로 손 씻은 후 내무반 입장하라고 시킨 이주영.

11. 자기들보다 나이 많고, 선배고, 인기 많고, 선수로서 우월했던 홍진호를 위해 계획된 기죽이기.

 

 아, 새삼 다시 정리하니 빡친다. 이제까지는 욕과 비하를 꾹꾹 자제해 왔지만 이하부터는 욕과 비난, 비하 등등이 난무할 예정이므로 읽는데 주의를 요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나는 '인간 박정석'이나 '게이머 박정석'을 싫어하지 않는다, 절대로. 호불호를 따지자면 오히려 好에 가깝다. 정석이가 진호랑 한솥밥 먹고 지낸 시간이 얼마며 KTF에서 동고동락 하기 이전부터 또 얼마나 친하게 지냈는지를 잘 아는데, 그 오랜 시간동안 든 정이 있는데 어찌 싫어할 수 있겠는가. 박정석이 얼마나 FM인지, 얼마나 곧은 성격인지에 대해서 역시나 나도 박정석의 팬들만큼이나 오래 지켜보았으므로 잘 안다. 공군 이후에도 진호가 정석이를 얼마나 아끼고 좋아하는지도 물론 잘 알고, 둘이 잘 지내고 있는 것 또한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전히 불편해하고 서운해하고 미워하는 박정석은 '인간 박정석'이나 '게이머 박정석'이 아니라, '공군 에이스 시절의 박정석'임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또한, 이주영은 진호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기에 나는 이주영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감정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나는 이주영에 대해서는 '공군 에이스의 이주영' 이전에는 어떠한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다시 말하자면 호감도 불호도 가지고 있지 않은 0의 상태에서 '공군 에이스의 이주영'을 접한게 거의 전부였음을 밝힌다. 따라서 '드론 많이 뽑는 출산드론'이라는 것 이외에는, 내게 이주영은 오로지 '공군 에이스의 이주영'일 뿐이다.

 

 먼저 <아직 입대하지도 않은 선수에 대해 밖에서 예능하다 왔다며, 게이머로 보지 않을 정도로 안좋은 이미지로 낙인부터 찍은 것>에 대해 말해보겠다.

 까놓고 말해보자. 진호가 신병일때 공군 에이스에 있었던 이재훈, 김환중, 김선기, 이주영, 박대만, 박정석, 오영종, 한동욱 중에서 '게이머로서' 진호보다 우월했던 놈이 누가 있나? 그래, 박정석 정도나 진호와 동급으로 봐줄 수 있겠다. 그런 박정석 조차도 진호에게 경력, 경기수, 다승, 승률, 다전제 경험 등등 모든 분야에서 다 밀린다.(스카이 우승 얘긴 하지 말자, 열받아서 말 길어지니까. 농담 아니고 진지하게 말해서 진호도 우승 많이 했다.) 하물며 다른애들? 오영종과 한동욱이 고작 스타리그 우승 한번씩 해봤다고 진호에게 비벼볼 수 있을 것 같은가? 진호보다 우승 횟수로조차 밀리는게 오영종과 한동욱이다. 앞서 언급한 다른 분야에서 뒤지는 것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이재훈, 김환중, 김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저그였던 이주영? 까놓고 말해서 감히 진호 옆에 이름이나 쓸 수 있겠나?

 게이머로서 별달리 이뤄논 것도 없는 것들이, 끽해야 우승 한번 한 놈들이(스타리그 중심으로 왜곡된 스타판 초창기의 리그와 훼손된 진호의 역사적 가치와 우승에 대해서는 내가 이전에 설명한 글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홍진호는 우승 존나 많이 했다. http://yusongi.tistory.com/343 그리고 http://yusongi.tistory.com/346) 감히 '게이머로서의 홍진호'를 논해?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진호가 게이머로 안 보이면, 지들은 대체 뭘까 생각이나 해봤는가 모르겠다. 분수를 알고 주제를 알아야지.

 그리고 진호가 밖에서 예능 하다가 왔다고 고깝게 봤다니 그것도 웃겨서 말이 안 나온다. 팀에서 사실상 짐 빼고 나와서 공군 입대 기다리는 와중에 공군쪽에서 일이 꼬여서 진호가 한 기수 늦게 들어가게 된것도 억울한데, 그 시간동안 다시 KTF 매직엔스(이하 케텝) 가서 연습하기도 어정쩡하고, 마침 온게임넷에서 방송 제의가 들어와서 한게 뭐 나쁜가? 이것도 까놓고 말해보자. 방송사에서 예능은 아무나 시켜주나? 그것도 메인으로 이름 걸고? 그거 아무나 안 시킨다. 네임밸류, 흥행성, 시장성 같은걸 다 따져보고 시키는거지. 지들은 '가치'가 없어서 안 시켜준 예능 좀 했다고 아니꼽나? 지들이 인기 없고, 네임밸류 떨어져서 '못'한거지 '안'한건가? 공군에이스 제대하자마자 예능부터 시작한 이주영은 뭔가?ㅋㅋㅋ 어떻게 열폭을 해도 그렇게 '없어뵈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예능 좀 하다 왔다고 홍진호가 게이머로 안 보였으면, 아예 은퇴하고 공군 에이스 입단한 강도경은 뭐냐?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없다. 그냥 열등감 폭발시킬 꼬투리 잡기였을 뿐이다.

 

 <자대배치 받고 일주일도 안된 신병에게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일단 갈굼부터 시작한 것>과 <"예 알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외에 "잘 모르겠습니다." 라는 말을 했다고 갈군 것>에 대해 얘기해 보자.

 내가 저 성춘쇼 보고 하도 기가막혀서 동생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야, 군대 가면 처음에 아무것도 안 알려줘놓고 일단 갈구기부터 하냐?" 하고. 답변은 "한번은 알려줘. 두번을 안 알려줘서 그렇지." 였다. 또, "야, 군대에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면 까이냐?" 하니 "아니." 하는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군대 다녀온지 십년은 된 동생이 군생활 할 때도 그랬다는데 2009년에 저게 왠 똥군기였는지 진짜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를 일이다.

 상식적으로, 이제 막 자대배치 받은 신병이 뭘 아나? 눈치로 하는것도 어느정도 눈치를 볼 수 있을만한 데이터가 있을 때의 얘기지, 아예 제로베이스에서 뭘 어떻게 알고 알아서 하라는건지. 최소한 한번은 알려주는게 옳은거다. 가르쳐 주지도 않고 알아서 잘 하길 바라는건 뭔 개떡같은 심술보인가. 그리고 신병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게 대체 왜 죄란거냐? 모르는걸 모른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아님 처음부터 알려주길 하던가. 내가 또 이게 너무 기막혀 주위 몇명에게 물어보니 십수년 전에 군복무한 이들도 "잘 모르겠다고 하면 한번은 알려주는 편이야, 빡쳐하긴 하지만. 아예 못 물어보게 하진 않아." 란다. 진짜 2009년에 왠 개떡같은 똥군기냐.

 이건 정말이지 상식선에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까기도 기막힌다. 뭐라고 까야 하는거야, 이거. 그냥 몰상식하다.

 

 <홍진호가 먼저 나서서 뭘 한게 없다는 박정석의 제대후 발언>은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ㅋㅋㅋ

  내가 진호를 공군에 보내놓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진호 성격이 워낙 귀차니즘 자주 앓고, 대충대충 설렁설렁 하기 좋아하는 성격인데다가 오랜 시간동안 스타판 최고참으로 군림했으니 어린애들 선임으로 모시며 막내생활 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공군 입대가 결정된 시점부터 진호가 "각오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와 같은 말들을 여러번 했지만, 그래도 어쩐지 바지런떨고, 열심히 하는 홍진호가 잘 상상이 가질 않아서. 그래서 진호 공군 들어간 이후로 혹시나 어디선가 공군에서의 진호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얼마나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는지.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자 같이 입소한 동기들의 후기라던가 아니면 같은 중앙전산소에서 복무하는 일반병들의 목격담 같은 것들을 몇개 볼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열심히 한다, 친절하다, 착하다, 솔선수범한다 와 같은 얘기들 뿐이어서 한시름 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성춘쇼를 볼 때, 대체 박정석이 왜 저런 얘길 했는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여러개의 후기들이 다 조작일 리도 없고, 설마 진호가 박정석 앞에서만 아무것도 안했을 리는 없고. 방송이니까 그냥 재미삼아 한 말일수도 있지만 솔직히 저건 좀 아니지 않나. 방송에서 공군 에이스 내부 얘기를 부추기는거 아는데, 본인이 후임이라 '당한 입장'인것도 아니고, 선임이라 '갈군 입장'에서 저런 얘길 함부로 해도 되는건가? 진호 이미지는?

 아니면 바로 아래에 서술할 내용때문이냐 박정석? 혹시 너도 니 선물 안 들어준다고 진호 갈궜니?

 

 <후임은 선임이 경기장에서 받은 선물을 받아 들어야 한다는 관행>은 진짜 기가 막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후임이 선임한테 예쁨 좀 받으려고 자발적으로 선임 짐도 들어주고 그럴 수는 있지. 근데 그게 당연한 것처럼, 강제되는 분위기는 대체 뭐냐ㅋㅋㅋ 그것도 모자라서, 선임이 한번 거절해도 후임은 서너번까지 애원하듯 빼앗듯 나서서 선임 선물을 받아 들어야 하고 그러한 행동을 선임들은 원하고 즐겼다니 진짜 똥군기도 이따위 개똥같은 똥군기가 없네. 단체로 뭘 옮겨야 하는데 선임이 짐을 드는걸 보고도 후임이 멍하니 놀았으면 문제지. 근데 선물은 개인 소유 아니여? 그걸 후임이 안 들어줬다고 갈구는 것도 어이없는데 한두번 거절했다고 그런갑다 하면 그게 또 고깝다니ㅋㅋㅋㅋㅋㅋ 시팔, 이게 말이여 방구여? 후임이랑 연애하나? 밀당해? 서너번 튕겨가며 후임 갈구는 시간에 연습이나 쳐 할 것이지, 그딴 사소하고 거지같은 것에 목매고 후임들 갈구면서 허튼짓이나 하고 다니니 경기력이 그따위들이었지.

 게다가 진호 말마따나 그런거 싫어하는 선임도 있는데, 짬 좀 차면 모를까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은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냐? 게다가 정말 자기 선물을 자기가 들고싶어하는 선임인것 같아 그냥 두면 그 선임한테는 안 불려가도 맞선임에게 끌려갔다는(이건 정확히 나온 말은 아니고, 진호가 제대로 말을 안 해서 문맥상 내가 해석한거다. 물론 그 해당 선임한테 불려갔다면 그건 더 거지같은 경우고. 이게 너무 말도 안되는 경우라 맞선임에게 불려갔다고 해석했다.) 개같은 경우는ㅋㅋㅋㅋㅋ 하...... 단체로 이따위 삽질이나 하고 있었으니 공군 성적이 그렇게 개똥같았지. 게임하라고 불러놨더니 똥군기 잡으며 일진놀이들이나 쳐 하고 있었다니ㅋㅋㅋㅋ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박정석 너, 설마 진호가 선물 안 받아 들었다고 "뭘 나서서 한 게 없다."고 한거냐? 어?

 

 <지 게임 졌다고 승질내서 후임들이 눈치보게 만들어놓고, 진호가 게임 져서 혼자 삭히고 있는거 보고 아니꼬워서 갈궜다고 자랑스럽게 인터뷰한 홍진호 아버지군번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쏘원 16강에서 진호가 묻지마 다크관광 당한 이후로 오영종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이후로 딱히 진호와 경기할 일도 없고 해서 싫어하지도 않았다. 별 감정 없었는데... 아마 드리머였을거다. 진호가 공군 에이스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서, 게임 지니까 말없이 혼자 삭히고 있는걸(오영종은 "티낸다."고 표현했을거다, 아마. 내가 드리머는 가슴아파서 한번 본 이후로 다신 못봤지만 맞을거다. 어쨌든 아니꼬웠다는 표현이었다.) 보고 갈궜다고 인터뷰 했던게. 그리고 이건 오영종 혼자 갈군게 아니라 박정석도 같이 갈궜다고 알고 있다. 내가 진짜 이때 오영종한테 없던 정까지 떨어져서 진짜ㅋㅋㅋ 그럼 어떡할까? 졌는데 웃을까? 그럼 빠졌다고 갈굴꺼잖아? 게이머가 지면 당연히 기분 나빠야 하는게 정상 아니냐? 진호가 지 게임 졌다고 선임들한테 지랄한것도 아니고, 혼자 그랬다는데 게임 지고 표정관리 못한게 그렇게도 아니꼬우셨쎄요?ㅋㅋㅋㅋ

 그래놓고 박정석은 지가 서지수한테 게임 졌다고 기분나쁜 티 사방팔방 냈지. 서지수한테 뺨맞고 애꿎은 후임들 앞에서 빡쳐하니 좋더냐.

 

 <군대에서 흡연하는것 가지고 갈구는 것으로도 모자라 냄새나니까 흡연후 밖에서 10분 대기, 가글한뒤 비누로 손 씻은 후 내무반 입장하라고 시킨 이주영>은 진짜 미친놈이다.

 담배 끊었던 사람도 다시 담배 피우게 만드는 곳이 군대고, 담배 안 피웠던 사람도 담배 배워오는 곳이 군대인데(물론 게중에 소수는 정말 대단하게 금연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흡연한다고 들었다.) 지깟게 뭐라고 담배가지고 씨팔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담배냄새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 담배냄새를 싫어하는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바로 옆에서 흡연하는 것도 아닌데 군대에서 너도나도 피우는 담배 가지고 지가 뭔데 저따위로 유난을 떠는지는 절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꼴초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담배냄새를 풍겨대며, 그것이 비흡연자에게 얼마나 혐오스러운지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이병이 담배를 피워봤자 얼마나 피우겠는가? 일과시간에 펑펑 피울 수도 없을 것이고 기껏해야 하루 서너개비 피우는 정도일텐데 그정도는 그냥 흡연후 옷 탈탈 털기만 해도 옆사람에게 담배냄새로 피해를 주지 않는다. 대화를 많이 한다면야 가글정도는 하면 좋겠지만, 그 겨울에 밖에서 10분을 세워두고 손을 씻게하고 그따위로 안 갈궈도 담배냄새 잘 안 난다. 진호 몸에 코 박을 것도 아니고, 진호 옆에 찰싹 붙어 있을것도 아닌데.

 이주영이 그렇게 사소한거 가지고 갈궈대는 꼬장타입이었다던데, 진호가 이 일화 얘기할때 어떤식으로 꼬장피웠는지 확 알겠더라. 다른 공군 일반병들 후기 보니 사람 존나 피곤한 스타일이라는데 그 말도 이해가 되고.

 

 <신병은 배틀넷 접속도 못하게 하는 똥룰, 심지어 사전에 얘기도 안 해줌.> <신병은 늦게까지 연습하지도 못하게 하고 취침시간 되면 바로 취침해야 함.>.......... 하... 공군 에이스 정체가 뭐임???

 다시 말하지만 공군 에이스는 상무 게임팀이다. 프로게이머로서, 프로 선수로서 가진 능력과 경력이 단절되지 않기 위해 가는 곳이고 그러한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 창설된 곳이다. 그런데 게임하러 갔더니 게임을 못하게 하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씨발. 진짜 욕나온다.

 기본적으로 프로게이머들의 연습은 배틀넷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처음 빌드를 짜기 위해서라면 싱글모드로 놓고 빌드타임 재가면서 구상하는 일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건 다른 선수들과 붙으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빌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게임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찾아 보완하는 것이다. 그러한 연습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배틀넷에 접속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아주 당연한 행동을 공군 에이스 내의 신병들은 할 수 없었으며, 심지어 그러한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조차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다. 아니, 연습을 해야 팀내 랭킹전도 하고 경기에도 나가지 연습을 못하게 하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군 에이스 왜 만듦???ㅋㅋㅋ 왜 존재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팔 장난하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훈련소에서 훈련받느라 한달동안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지 못해 현저히 감이 떨어졌을 신병들,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연습이 필요한 신병들에게 야간 훈련조차 금지했다. 오직 '신병들에게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한 개똥같은 룰의 시행 주체가 누군지 중요한데, 간부라면 모두 금지시키거나 모두 허가했지 신병만 금지시켰을 리가 없고, 99%의 확률로 개똥군기 잡기 좋아하는 공군에이스 선임들이 만든 똥룰이라고 본다. 개똥군기 잡을 게 따로있지 게임하러 갔는데 게임을 못ㅋ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 하려고 간 공군 에이스다. 게임 하라고 부른 공군 에이스다. 근데 신병들 똥군기 잡는답시고 일진놀이하는 선임들은 신병들 연습도 안 시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려면 공군 에이스는 왜 만들었냐. 공군 에이스는 왜 존재하냐. 공군 에이스에 왜 들어갔냐. 저따위 개떡같은 규칙을 만들어서 일진놀이 하고 있었으니까 공군 에이스 성적이 그따위였지!!!!!!!!!!!!!!!! 진짜 개놈들. 만년 꼴지해도 괜찮다고 위로하고 잘 하라고 응원하는 팬들 보기 미안하고 부끄럽지도 않더냐? 그딴 거지같은 똥군기 잡을 시간에 서로 도와 연습을 했어도 될락말락한 실력들로, 고따구로 헛짓거리나 하고 자빠졌으니까 성적이고 경기력이고 다 그모냥들이었지!!!!!!!!!!!!!!!!!!!!!!!!!!!!!!!!!!!

 제일 화나고 빡치는게 이거다. 지들끼리 개똥군기 잡는것도 스타팬으로서는 솔직히 짜증나는데, 이건 그러한 차원을 넘어 지들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똥을 투척한 것과 다름이 없다. 팬들이 공군 에이스를 얼마나 응원했는데, 공군 에이스 해체될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걱정했는데... 정작 지들은 저따위 헛짓거리나 하고 있었다니. 팬들을 기만해도 이렇게 기만할 수는 없는거 아닌가? 경기장에서 응원해주는 팬들 보면서 양심에 찔린적이나 있었느냐고 묻고 싶다.

 

 <박정석曰 뒤지고 싶냐?> <이주영에 대한 홍진호의 평가 : 사람이 이렇게까지도 싫어질 수 있구나, 미친 줄 알았다, 보통 꼽창이 아니다,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누구 시켜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김)선기처럼 대놓고 하면 순간 그 자리에서는 화나도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데.>와 관련해서.

 앞서서 내가 공군에이스는 일반 특기병이라기보다는 e스포츠 상무팀이라고 하는 이유와 정당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했다.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 아닌가의 논의와는 별개로, 공군 에이스가 e스포츠팀임을 천명했고(정확히는 군 프로게임단) 공군에이스의 대외적 존재 목표가 일반 스포츠 상무팀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일반 스포츠 상무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밝히건대 나는 다른 스포츠종목의 팬이 아니다. 그래서 스포츠 상무팀의 팬들보다는 상무팀 내부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을 쓰기 전, 최소한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본 뒤에 작성하는 성의는 잊지 않았다는 것을 명기한다.

 살다보면 듣기 싫어도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 혹은 내가 관심없는 축구나 야구나 농구나 하는 것들에 대해 들어야 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그냥 잊어버리고 말지만, 가끔씩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아마도 내가 그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시기―그러니까 아주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남동생이 군입대를 앞뒀을 무렵, 그리고 이후로는 앤디가 군입대를 목전에 뒀을 무렵, 또 진호가 공군 에이스에 입단하겠다고 밝혔을 무렵―에 들었던 것들이었을테지. 진호와 관련된 글이니 진호의 얘기만 해 보자면, 2009년쯤, 아마 회식자리였을 것이다. 흔한 군대 이야기에서 어찌어찌 이야기가 흘러 '군기'에 대한 시덥잖은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로 저마다의 부대 군기가 그렇게도 드셌다며 자랑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것들을 늘어놓다가, 이야기는 소위 '똥군기'로 유명한 부대들을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흘렀는데, 그 '똥군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가 '상무팀'이란 얘길 들었다.

 상무팀이라는게 기본적으로는, 사회에서 운동을 하다 나이가 차서 입대한 '프로 선수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그리고 공군 에이스의 존재 이유와 같이, 상무팀은 은퇴 직전 선수들의 요양소 개념이 아니라, 선수들의 병역을 해결해 주면서도 이후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지원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따라서 상무팀으로 입대하는 병사들은 병사이자 여전히 '프로 선수'로서, 이전에 해왔던 선수 생활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고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할 예정인 사람들임을 자타가 인정하는 것이다. 즉, 상무팀에서 만나게 되는 선임이나 후임은 모두 이전에 리그에서 만난 선수들이었고 팀 동료였으며 선배이자 후배였고, 제대후 상무팀에서 나와 기존의 팀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만나게 될 선배이자 후배이자 동료인 셈이다.

 상무팀 내부의 병사들이 사회에서 대개 10년정도, 혹은 그 이상 알고 지낸 선·후배·동료 사이거나, 내지는 동갑내기 친구·형·동생 사이었고, 제대후 최소 3년정도 혹은 그 이상 지속적으로도 생업에 있다면(그것이 선수로든, 코칭스텝으로든, 또 다른 어떤 식으로든) 업계에서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상무팀 내부의 '군기'가 일반적인 타 내무반의 그것과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야기한다. 그것은 아주 필연적인 것이다, 일반병들 대부분이 사회에서 모르는 사이였던 이들끼리 만나 제대후에는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기에(물론, 관계를 지속하며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에 비해서는 소수이다. 그마저도 후술할 '일반적 군기'에 시달리지 않았을 경우에나 가능하니, 당연히 예외로 둠이 옳다.) 가능한 '일반적인 군기'가 필연적인것처럼. 사회에서 10년간 형이자 선배로 지내왔던 이가 후임으로 들어왔다고 치자. 그리고 그 후임은 다시 사회로 나가면 여전히 내게 선배이고 형이며 같은 업계에서 마주쳐야 할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후임으로 들어왔다고, 감히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제대 후 바로 은퇴를 하고 업계를 떠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상무팀 내에서의 군기는 '일반적인 군기'와는 조금 다른 것이고,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다.

 물론 상무팀도 군대 내에 소속된 단체고, 그렇다 보니 가장 대전제가 되는 법규들은 군법을 따른다. 그렇다보니 소위 '군기'를 잡는 행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등병이 자대배치를 받은 뒤 짧게는 보름에서 한달 정도, 이 곳이 사회가 아니라 군대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군대 내부의 규칙을 알려주는 수준에 그칠 뿐, '짬밥놀이'라든지 '똥군기 잡기'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사회에서 형이거나 선배였을 경우 후임이라 할 지라도 존중하고 대우해 주며(일반병들만 해도 나이먹고 가면 대부분은 대접 해준다는데...), 짬이 좀 찬 뒤로는 공공연히(당연히 간부 없는 곳에서만) 형이나 선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사회에서 선배(형)였다가 군에서 후임이 된 사람은 사회에서는 후배(동생)였을지라도 군에서 선임이 된 사람을 존중하고, 마찬가지로 군에서 선임일지라도 사회에서 선배였던 사람이 후임으로 들어왔을 때 하대하거나 꼬장부리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것이다. 당연히, 흔히 군 가혹행위라고 불리는 구타나 기합, 혹은 막말등은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사회 나가서 매장당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군대는 계급 사회'라는 명제를 말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군대 내의 계급은 일반병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대는 계급 사회'라는 명제에서의 '계급'은 별 단 사람들끼리의 이야기이지, 일반병들은 군법상 모두가 그냥 '일반병 계급'일 뿐이다. 이등병, 일등병, 상병, 병장이라는 호칭은 '계급'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경력'을 칭하는 호칭이다. 말하자면, 군대 내에서 선배와 후배를 구분하기 편리하게 나누는 것일 뿐, 병장이나 상병이 '계급'이 될 수 없음을 뜻한다. 이것이 일선 군 지휘관들이 가진 귀차니즘에 의해 남용되고 있을 뿐, 군법상 일반병은 모두 일반병 계급으로 묶인 다는 것이 정석이다. 따라서, 군대 내에서 계급을 운운하며 병장이나 상병이 일병과 이병을 갈궈대는 것은, 고등학교 일진들이 일이년 선배랍시고 후배들을 모아 갈궈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모두 계급상으로는 '고등학생' 신분임에도. 군대 내에서 통솔권을 가지고 명령과 복종의 관계에 있는 것은 일반병끼리가 아니라, 정말로 '계급'장을 단 이들과 일반병끼리의 관계에서나 허용되는 것이다. 뭐, 지금의 한국 군대는 명문화 된 규정과 법규에서 많이 벗어나 악습과 똥군기를 규율삼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윤일병 사건이나, 병사 2인 동반 자살 등의 군사고가 있는 것이겠고.) 공식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러므로 사회에서 10년정도 선후배였던 관계, 그리고 제대후에도 여전히 선후배일 관계와 고작 2년여동안 군대 내에서 선후배일 관계가 충돌한다면 어떤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함이 옳겠는가? 사회에서 맺었던 관계 그리고 앞으로도 맺을 관계를 무시하는 것도, 그렇다고 군대 내에서 맺은 관계를 무시하는 것도 적절치 않으니 서로 상호 존중함이 옳을 것이다. 상호 존중, 그것이 일반병 사이의 '경력'에 대한 호칭을 '계급'이나 '서열'이라 잘못 인식하고 소위 '똥군기'를 잡는 병영문화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병영문화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학연이나 지연처럼 '측근 봐주기'의 악습이라기 보다는 '인지상정'이라 봐야 할 것이다. 말했듯, 상무팀은 그 특성상, 모르는 이들이 모여 있다가 모르는 이들로 흩어지는 일반 부대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사람이 모인 곳에서 '인지상정'이 어찌 나쁘다 하겠는가, 그것도 '같은 계급에 있는 일반병들'끼리.

 그런데 공군 에이스는 어떠했나? 사회에서 10년을 알고 지낸 형한테 막말도 하고, 기합도 주고(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진호가 분명히 언급했다.) 별의 별 말도 안되는 똥군기를 잡아가면서 그것을 '군대니까'라는 말로 정당화했다. 앞서 말했듯 일반병은 다 같은 일반병이다. 거기서 군기 잡겠다고 짬밥놀이 하는건, 그냥 고등학교 양아치들이 하는 일진놀이에 불과하다.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하기에는, 공군 에이스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고, 그러므로 뿌리깊게 내려오는 악습이나 관행을 빙자한 폐단도 없었다. 초창기 멤버들이 어떻게 마음먹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분명 '이상적인 군대'가 될 수 있는 곳이었다. 사회에서 무작위로 모인 것도 아니고, 서로 친하거나 최소한 알고 지내던 사이들이 모였으니 병무청이 부르짖는 '선진 병영 문화 실현'이 충분히 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나 강도경이 똥물을 끼얹고 간 데 이어 나머지 멤버들마저 "위에서도 그랬으니까..." 식의 자기합리화로 어릴때 못 해봤던 일진놀이나 실컷 해대며 "군대가 그렇지 뭐."따위의 합리화까지 시전했다. 그러면서 공군 에이스를 다른 상무팀, 그 이상적인 모습(선임과 후임의 상호존중이라는 측면에서)이 아닌 일반적인 군대, 그 온갖 부조리의 구덩이와 다름없이 만들었다. 있었던 악습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할판에, 창단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곳이 창설된지 60년이 넘은(당시 기준, 지금은 70년이 다 되어간다.) 군대의 부조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공군 에이스 구성원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곁다리로 얘기해 보자면, 내가 진호처럼 정석이를 너무 오래 지켜보아서인지, 그래서 정석이에게만큼은 기대라는게 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석이가 그 부조리를 그대로, 더군다나 앞장서 행했다는 것은 굉장히 충격이었고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박정석이 FM맨이라는 걸 알지만서도, 그러한 악행과 폐단을 '군대니까'라는 핑계로, FM은 FM이지라는 식으로 그대로 따랐다는게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그것은 FM도 뭣도 아니다. 그냥, 일종의 '집단의 광기'에 휩쓸려 앞장섰던 것일 뿐. 내가 아는 박정석이라면 그따위 얼마 안된 악습(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개짓거리)은 과감히 자기 선에서 끊고 안할 줄 알았다. 내가 아는 '바른 사나이' 박정석이라면. 그래서 내가 '공군 에이스의 박정석'을 떠올리면 여전히 불편하고, 서운하고, 미운가보다.

 공군 에이스 내부의 그 개똥같은 일들이 발생 가능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다. 첫째는 사회에서 선배(혹은 형)이었던 선수들이 후배(혹은 동생)들을 '너무 풀어줬던 것'이겠고, 둘째는 공군 에이스에 입대한 선수들 대부분이 은퇴 직전에 있었거나 사실상 이미 은퇴했던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스타판 초창기에는 사실상 선후배라는 개념이 없었다. 스타판 1세대부터 1.5세대까지의 선수들은 데뷔 시기가 거의 차이나지 않았던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시에는 공식적인 데뷔의 기준이라는 것이 없었다. 게임단에 입단한 것을 데뷔로 봐야 하는 것인지, 그저 게임채널에 출연한 것을 데뷔로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식적으로 게임경기에 출전한 것을 데뷔로 봐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게임계의 자각조차 없었다. (여기에 '공식적인 게임 경기'의 기준까지 논하자면 훨씬 더 복잡해진다. 당시에는 군소 게임대회가 난립하던 시기였으므로.) 이것은 비단 이스포츠계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새로 막 시작하는 업계 특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선후배 구분은 서로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모두가 '동료'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스타판 초창기에는 선수가 적었고, 따라서 서로 형·동생으로 가족같이 지내는 것이 업계 분위기였다. 게임계에서 선후배 개념이 생겨난 것은 신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2세대 선수들이 기지개를 펼 즈음인 2004년이었으며 그때까지도 게임계는 '세대'구분은 했으되 '선후배'의 개념이 흔히 통용되지 않았다. 선후배의 구분은 선수들끼리 가끔 농담식으로나 사용되었을 뿐, 여전히 스타판은 가족같은 분위기였으며 스타판에서 선후배의 구분이 보다 활발해 진 것은 2.5세대 이후나 되어서였다. 따라서, 1.5세대 선수로서 스타판이 끝나기 직전까지 현업에 있었던 홍진호는 3.5세대의 선수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선후배의 개념보다는 형동생의 개념으로 동생들을 가족같이 대하는 것에 익숙했다. 앞서 말했듯, 홍진호는 스타판에서 발이 가장 넓다고 봐도 좋을 선수였다. 1세대 선수들부터 3.5세대 선수들까지 홍진호는 스타판 전 세대를 아울러 친분이 있었고 그것은 단순히 지인이나 동료의 개념이 아닌, 친한 형동생의 개념의 친분이었다. (나이와 데뷔연차가 10년 가까이 차이나는 동생·후배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별명으로 드립치는걸 웃어 넘겨주는게 쉬운 일이겠는가.) 물론, 다른 1.5세대 선수들 역시 위계를 중시하기보다 후배·동생들과 가족처럼 지냇으나, 진호처럼 동생들에게 격의없이 대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전상욱이 [임]의 머리크기로 드립쳤다가 임요환이 정색한 것으로 모자라 후배 관리 못한다고 최연성 갈궈서 SKT 내부가 싸해졌던건 유명한 일화고, 박정석 역시 KTF에서 군기반장 역할을 했으며, 강민 또한 G.O시절 예의없는 동생들 교육담당이었으니. 그러나 진호는 그런 것이 없었다. (아, 윤얄이도ㅠㅠ)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아서인지, 계급과 권위의식이 별로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호는 후배와 동생들에게 그저 '사람 좋은 형'이었고(물론 게임할 때 건드리면 얄짤없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동생들과 후배들을 '너무 풀어줬던 셈'이 되었다. 홍진호라는 사람이 사회에서 무섭거나 두려운 존재였다면, 흔히 말하는 카리스마 있고 건드리지 못할 형이자 선배였다면 공군 에이스에서 선임이었더라도 사회에선 후배·동생인 이들이 과연 진호에게 그렇게 막 대할 수 있었겠는가?

   아예 은퇴식까지 치르고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강도경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당시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선수들 대부분은 소속 게임단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이나 하고 있거나 혹은 그마저도 할 처지가 안되는, 그야말로 설 곳이 없었던 은퇴 직전의 선수들이었다. (물론, 진호도 마찬가지다.) 스타크래프트는 정통 RTS 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은 나이가 들 수록 전략 시뮬레이션이 가져오는 단점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나이가 들 수록 창의성이 떨어지기에 참신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전보다 힘들어 지고, 신체적 노화로 순간 반응속도가 느려지며 손가락이 굳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떨어지고 마이크로 컨트롤이 버거워진다. 또한 나이가 먹을수록 두뇌도 퇴화되기 때문에 순간 판단능력또한 저하된다.) 공군 에이스에 입대한 선수들 대부분은 프로게이머로서의 한계에 내몰린 선수들이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가진 선수로서의 생명력이 이미 끝났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프로선수인데, 스스로의 상태를 본인이 모를 수가 없다.) 그러므로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선수들은 선수로서의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도전을 위해 공군 에이스에 입단했거나, 선수 생활을 마무리도 지을 겸 군문제도 해결할 겸 해서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경우, 이 두가지 경우로 나뉜다. 진호나 요환이나 박정석처럼 공군 제대 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갔던 이들이야 전자의 이유로 공군 에이스에 입단했을 테지만, 공군을 제대하자 마자 보란듯이 제대한 많은 이들은 후자의 이유로 공군 에이스에 입단했음이 자명하다. 즉,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많은 선수들이 공군 에이스를 프로게이머로서의 마지막 관문이자 행보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는 자연히 공군 에이스의 멤버들을 공군 제대 후에는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이들이라 인식하게 했다. "밖에 나가서 볼 것도 아닌데"라는 마인드가 공군 에이스의 분위기를 일반 상무팀이 아닌 일반 내부반 분위기로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마인드는 공군 에이스의 창설 목적에 가장 결정적으로 위배되었으며 공군을 제대한 공군 에이스 선수들이 보란듯이 바로 은퇴하는 것을 보고(코치직으로 옮기는 이들은 양반 수준이었다.) 게임팬들 사이에서도 공군 에이스의 존재 의의에 대해 성토하는 일이 잦아졌다.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군 문제를 배려해 줬더니 그냥 거기서 남들보다 편하게(초기 멤버들이야 내무반 생활이 편했음은 확실하지만, 사실, 군 생활 자체는 힘들었다는 증언이 많다. 일반적인 군 작업이나 일과를 똑같이 했고, 경기 준비를 위한 연습 시간을 내기 어려워 일과시간 이후에 개인 시간을 빼서 연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군생활 하고서는 보란듯이 은퇴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 안에서 하라는 게임은 제대로 안 하고 일진 놀이나 하면서 똥군기 잡는데 신나 있었다- 라는 사실은 스타판을 지켜봐온 팬으로서 분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일진놀이에 내가 아끼는 선수가 시달렸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어쨌든, 군 제대 후에는 어자피 이 판을 떠날 계획이었던 많은 공군 에이스 멤버들은 마음놓고 개똥 군기를 잡으며 일진놀이를 즐겼고, 계획한 대로 제대 후 거의 곧바로 스타판을 떠나버렸다. 공군 에이스가 이렇게 은퇴 직전의 선수들이 쉬다 가는 요양소 역할이나 하고 있다가, 앞으로도 계속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있는 선수들의 집합소가 된 것은 박대경 감독이 취임한 이후 시간이 조금 지나서였고, 진호는 뭐 똥군기 놀이 하는 일진 선임들의 갈굼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홍진호는 사회에서 무서운 형·선배도 아니었던 데다가, 이주영으로 대표되는 꼽창 선임들은 어짜피 제대 후엔 은퇴하고 진호를 볼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는지 진호를 마음껏, 아주 신나게 갈궈댔다. 다른 형들에게는 참 깍듯했던 박정석도 언제부턴가 진호에게는 다른 형들을 대할 때 보다 훨씬 더 편해 보인다고 생각해 왔었고, 그것이 진호가 군대 가기 전까지는 참 좋아 보였는데 박정석이 진호의 선임이 된 이후로 정석이의 그런 태도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요환이나 민이나 강도경이나 하는 형들이 자기 후임으로 들어왔더라도 박정석은 진호한테 했듯이 그렇게 막말하고, 기합주고 그랬을까 싶어서. 물론 정석이는 사회 나가서 진호를 안 볼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니었을 테고, 진호가 너무 편해서 그랬겠지만, 그렇기에 난 더더욱 서운했던 것이다. 이주영은 뭐.... 진호가 저렇게 평한 것 만으로도 더이상 말할 게 없다. 다시 말하지만, 진호는 워낙에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누군가에게 서운하거나 누군가가 잘못한 것을 웬만하면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런 진호가 저렇게까지 말을 했으니, 진짜 오죽 꼽창이었으면 진호가 몇번이나 이주영, 박정석을 언급하며 서운해 했을까 싶다.

 

 진호의 팬으로서, 이 모든 것들이 <자기들보다 나이 많고, 선배고, 인기 많고, 선수로서 우월했던 홍진호를 위해 계획된 기죽이기.>의 일환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군대를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군대에서 일진놀이 하는게 그토록 신났더냐고 묻고 싶다. 사회에서 선배·형들은 프로게임계를 일궈 대기업 소속 선수로 연봉 받으며 선수생활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거기에 더해 선수들끼리 가족같이 지내며 좋은 분위기에서 게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더니, 기껏 그러한 선배·형들의 혜택을 받으며 게임한 놈들은 군대 조금 먼저 가서 그따위 개똥같은 군기나 잡으며 일진놀이 하니까 참 재미있었느냐고. 네놈들이 거기서 일진놀이 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네놈들이 갈궈댄 선배·형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알고 갈궈댔느냐고. 하여간, 승부조작 사건때도 느꼈지만, 애써 선배·형들이 개고생 해가며 판을 만들고 길을 닦으면 그 혜택을 보며 상대적으로 편하게 게임했던 것들이 배때지가 불러서 꼭 선배·형들의 노고를 말아먹는다.

 군대가 아니라면 감히 홍진호를 그렇게 갈궈 볼 수도 없는 입장들이었겠지만, 프로게이머가 게임이나 성적으로 이겨먹으려고 해야지, 그따위로 비겁하게 선배 위에 서려고 하고, 일진놀이 하려고 하는게 생각할수록 가소롭기 그지없다.

 

 여기에 더해, 공군 에이스와 관련해 박대경 감독 이야기를 잠깐 하고 싶다. 박대경 감독은 84년생이다. 진호보다 2살, 정석이보다 1살 어리다. 물론 군대는 계급 사회고, 박대경 감독이야 말로 그 '계급'장을 단 사람이니 일반병이었던 진호나 정석이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임은 분명하지만, 군대 내부에서야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다만은 인터뷰 등 공식 석상에서는 '진호', '정석이'로 부르기 보다는 '홍진호 이병', '박정석 일병'과 같은 식으로 부르는 센스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박대경 감독이 공군 에이스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이었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그의 활약에 대해서 높이 사지만, 내가 박대경 감독을 온전히 아낄 수 없었던 것은 이전 유성렬 감독과 달리 진호보다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석상에서 이름을 불러대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군 내부에서야 뭐 진호야라고 부르든 야라고 부르든 상관없지만 진호보다 어린 놈이 대외에서 진호 진호 해대니까 참 보기 싫더라.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다. 사실 이렇게까지 길게 쓸 계획이 아니었는데, 글을 쓰면서 빡침이 자꾸 올라와서 그랬는지 말이 길어졌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번호 매겨가며 정연하게 쓸 걸 그랬다.

 진호가 공군 에이스에서 고생한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공군 에이스 내부에서 연습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일진놀이나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한때 공군을 응원했던 입장에서 정말 화나고 실망스러운 사실이었다. 나중에 공군 에이스에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 모범이 되고 노력하기는 커녕 그러고들 있었다는 게.

 어쨌든, 나는 진호가 공군 에이스에서 고생한 게 마음아파서 공군 시절 진호를 잘 보지 못한다. 물론 공군 시절 명경기가 있으니 경기는 보지만, 드리머라던가 여기저기서 잠깐씩 나오는 백스테이지 조차도 나는 보는 것을 꺼리며, 심지어는 군 제대후 게임예능에서 군시절 얘기 하는것도 두번 이상은 잘 안 본다. 너무너무너무 불편해서.

 이 글에서 정석이를 좀 까댔는데(덤으로 빵종이도), 여전히 진호와 잘 지내고 여전히 진호가 아끼는 동생들이라는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군 에이스의 박정석(과 공군 에이스의 오영종)이 공군 에이스의 이주영만큼이나 불편하다. 그건 아마 내가 진호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것 같다. 그래도 공군 에이스 이전의 박정석은 좋아했었고, 공군 에이스 이후의 박정석도 싫어하지 않음을 다시한번 밝힌다. 물론, 정석이와 빵종이가 이전처럼 진호를 '형'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군 제대 후에도 맞먹으려 들었다면 아마 나는 [임]보다 더 미워했겠지.

 나는 왠만하면, 사람을 미워는 해도 싫어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미움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지라 사람에게 미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보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 가능하면 나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혹 싫어한다손 치더라도 '~로서'의 누군가를 싫어하려고 하는 편이지, 사람 자체를 싫어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임요환에 대한 나의 감정이 애증을 넘어 '게이머로서의 임요환'은 싫어했었지만, 절대 '인간 임요환'을 싫어한 적은 없었듯. (지금이야 [임]이 잠정적 은퇴 상태이니 이제 더이상 '게이머로서의 임요환'을 싫어할 일도 없다.) 그러나 내가 게이머 중에서 인간 그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딱 둘 있는데, 하나는 강도경이요 또 하나는 이주영이다. 둘은 정말 인간 그 자체로 싫다. 그래서 강도경이 KT에서 잘 나가고 있는것으로도 모자라 공군 에이스 전역자 모임에도 따박따박 끼어 있는 것을 보면 진짜 토기가 치밀 정도다. (강도경과 함께 군생활 했던 선수들이 보살이지, 절대 강도경이 군 생활을 그럭저럭 잘 한게 아니다. 진호도 그렇지만 [임]도 한동안 공군 에이스 전역자 모임이 있으면 가길 꺼려했는데, 시간이 흘렀다고 이젠 같이 어울리는걸 보니 진짜 다들 보살인듯.) 세상은 저렇게 좆같이 사는 놈이 잘된다 싶어 짜증나기도 하고. 그리고 공군 에이스 모임에서도 안 보이는 이주영은 복학했다는데,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는 몰라도 꼭 자기보다 더한 꼽창 만나서 진호 갈군 만큼 꼭 고대로 돌려받길 바란다.(덤으로 김선기도.) 그리고 박정석 오영종.... 진호한테 잘 해라-_-...

 

 요즘 계속해서 쏟아지는 군 사고를 보며 참담한 심정이다. 특히 윤일병 기사를 볼때면 화날 때가 많다. 군 관련 부조리들이 한두개가 아니지만(터무니 없는 월급과 말도 안되는 처우, 군 관련 비리, 불법 군면제, 복무 형평성 등) 현실적으로 그 많은 것들을 한번에 다 개선할 수는 없어도, 가장 많은 군복무 애로사항이자 가장 많은 시간 함께 붙어있는 내무반의 분위기 개선은 반드시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병은 모두 일반병일 뿐, 말도 안되는 군기 잡기나 서열 나누기로 일진놀이 하지 말고 선임들은 후임들을 다독이고, 후임들은 선임들을 도와가며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병영문화가 부디 단시간 내에 자리잡을 수 있기를, 그래서 더 이상은 병사간의 가혹행위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기를 바란다. 

 

 개인 블로그이고 혼자 노는 곳이라 그냥 내키는대로 글을 쓰고, 글 보는 이를 별로 의식하지는 않는 편이지만...(그, 그치만 댓글은 언제나 환영+_+!) 이 글은 너무 길어서 여기까지 다 읽은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내용도 아닌데,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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