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 다음화 방영시간까지 약 24시간을 남긴 시점, 5번째 복습 후. 가볍게, 의식의 흐름대로.

 

 

 

01.

 남휘종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다. 본방 볼 때는 "??? (초반에 멍청한 짓 할때) -> 뭐여, 말하는게 왜 저래? (징벌 얘기 할때) -> 같은 저그유저의 情 ㅠ_ㅠ (3연벙 얘기할때) -> 지가 겜알못이라 져놓고 저런 4가지 없는 말뽄새를 봤나... (어따대고)" 순으로 감정이 변해서 방송이 끝난 후에는 "ㅋ_ㅋ 아이고 꼬셔라ㅋㅋㅋ 잘 떨어졌네ㅋㅋㅋ 멍청한게(=겜알못) 4가지까지 없더니 쌤통이다ㅋ_ㅋ"였었고, 그 기분은 리뷰를 위해서 다시 복습했을 때 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번 보고, 네번 보고, 다섯번 보니까ㅋㅋㅋ 이젠 그냥 웃긴다. 본인도 방송 보고 이불킥을 3천번은 했을 것 같아서 더 웃기고, 시즌1에서 김구라의 깽판을 떠올려 보면 남휘종은 그냥 귀엽게 찡찡대는 수준으로 보일 정도. 희대의 명대사 "어따대고"가 남긴 했지만, 아직 사회를 모르는, 똑똑하기만 한 철없는 어린애를 보는 것 같아서 재밌고, 미운 7살 보는 느낌의 귀여움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02.

 역시 홍진호. 팬심 다 버리고 봐도 니가 짱이다. 니가 제일 똑똑하고, 니가 제일 성격 좋고, 니가 제일 게임 잘 해.

 

03.

 [임]은 까도 홍빠가 깐다?! 솔직히 3연벙이라던가... [임]이 진호에게 했던 만행들을 생각하면 밉다. 미운데;; 그래도 스타판도 아니고 다른 데 가서 까이는 건 또 왠지 가슴아프고 싫을 것 같애. 대괄이는 결승에서 진호가 깐다! 그러니까 어리버리 그만 타고 열심히 해서 결승까지 무사해야 해!

 

04.

 게이머 시절에도 여기저기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스킨십 하는거 좋아하더니... 나이가 서른이 넘어도 그 살을 타는 성격은 고쳐지지가 않능가봉가. 이상민 앉히는 장면에서 갑자기 홍압박이 번뜩! 떠올라서 순간 움찔. 압박교의 압박교주 홍진호 시절 영상을 하드에서 꺼내보니 왠지 마음이 찡하네. 지니어스에서, 딱히 누구누구 처럼 정치질 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지지를 받는 건,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잘 어울리는 그 천성때문인가보다. 홍빠의 시선으로 진호만 쳐다보며 1화를 복습하다 보니, 뒷배경으로 다른 연합과도 열심히 대화하고 잘 어울리는 모습이 눈에 띄어 예뻤다.

 

05.

 [임]은 콩까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출사표 던지고 나오더니만, 자꾸 얄이의 스멜이... 물론 홍빠와 임까를 겸하는 내게는 재밌는 모습이지만. 특히나 비하인드 2탄 보고 진짜 속이 다 후련했음. 그래도 남들 다 보는 앞에서 그러는건 왠지 존심 상하니까, 앞으론 진호랑 둘이 있을때만 그러길. 아무리 미워도 e스포츠판의 황제라는걸 부정하고 싶진 않으니까. 결론적으로, 남들 앞에서 콩까지 말고 셀프까기 시전하기도 하지 말라고. 그놈의 준우승 소리 좀 그만 못 하겠냐!

 

06.

 지니어스 시즌1 결승전에서 5시 방향 드립이나 이번 시즌 1화에서의 종족 드립이나. 진호의 입에서 직업병적인 말이 나오는게 좋다. 10년 넘게 업으로 삼아온 프로게이머 생활, 그것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보이는 것 같아서. 홍진호의 이십대 전부가 게임이었다는게 정말 사실로 느껴져서. 그래서 가끔 진호 손목의 굳은살을 볼 때 마다 찌잉. 게이머 그만둔 지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선명한, 노력과 열정과 진심의 흔적. 나는 홍진호의 직업병이 좋다.

 

07.

 진호가 예전에 인터뷰 한 것 중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체로 자신이 주종으로 플레이 하는 종족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고. 테란은 신중하고 점잖으며, 토스는 남자답고 화끈하고, 저그는 장난 잘 치고 활발하다고.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대충 뉘앙스는 비슷하다. 아무튼. 스티커 안 떼어져서 남휘종 피해가며 도망칠때, 남휘종이 홍 보고 "저글링 같은데~" 라고 한 말에 나도 조금 공감. 지니어스 홈피에서는 아예 '발업진호'라는 표현을 썼더만?ㅋㅋㅋ 발업이라... 진호는 말업이라고 해야...

 

 07-1.

  근데 남휘종은 진호랑 동갑인가? 진호랑 동갑이란 얘기도 있고. 뭐 그렇담 상관 없는데 83이란 얘기도 있는 것 같아서. 83인데 진호한테 반말 찍찍 하고 쩌글링 같다고 한거면 나 겁나 화날듯!

 

08.

 진호가 프로게이머 시절의 그 모습을 보여주는게 좋다. 피지컬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한없이 작아졌던 게이머 생활 후반 말고, 무서울 것 없었던 어린 사자의 모습을 한, 당당하고 패기 넘치는, 저돌적이고 공격적으로 몰아쳤던, 폭풍 그 자체였던 게이머 생활 초반의 홍진호. 진호의 게임을 해설하던 해설자들이 수없이 감탄을 내뱉고, 어? 어? 하면서 놀라던 그 재기발랄하던 시절의 홍진호. 그 모습이 순간적으로 나오는 게 좋다. 1화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09.

 게이머 시절에는 주로 남을 안는 것만 보다가, 이상민에게 포옥 안기면서 "끄응~" 하는 걸 보니 왜이렇게 낯설고 귀엽지? 게이머 시절에야 주로 동생들이긴 했지만 동갑들도 잘 압박하고, 형들도 잘 압박했었는데... 이상민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가. 아무튼 귀여웠다. 그래도 홍압박 모드가 더 좋네.

 

10.

 삼연벙은 진짜 홍진호 팬의 입장에서 임요환을 3만번 까도 모자람. 본인 말로는 그 뒤 전략도 다 세워 왔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그건 누가 봐도 반 도박성 올인전략이었음. 일반적으로 치즈에 동원되는 SVC 숫자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는데 뭘. 그리고 진호가 그거 막았어도 게임 뒤집기는 힘든 상황이지. 빌드 다 꼬이고 드론 존나 잃고 저글링 꼴아박아가며 막아도, 요벙이는 진호가 벙커링으로 씨름하는 동안 모은 미네랄로 테크 올리고 중반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 뒤 전략을 세우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그 올인성 벙커링 자체가 전략인거지.

 전략 좋다 이거야. 근데 꼭 그렇게까지 잔인했어야 하나 싶다. 승리? 물론 중요하지, 프로니까. 그치만 프로라면 멋진 승부를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진호 말마따나 그 전주에 이중등록이 겁나 멋진 경기였고, 그래서 진호는 승부도 승부지만 기대하는 팬들을 위해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었는데... 이벤트전도 아니고 4강에서 그런식으로, 임진록의 네임밸류에 맞지 않는 그런 플레이는 솔직히 프로정신이 부족한거지.

 게다가 당시에 저그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홍빠 시점이다.) 박성준한테 대놓고 초반 벙커링 한다고 알려주고 했는데, 그 박성준도 5번을 내리 못막고 졌다고 했다. 그런데 설마 4강에서 그런 치즈로 초반에 끝낼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진호가 그걸 어떻게 막았겠는가? 진호가 3연벙에 당하고 그 뒤에 박성준은 막아서... 박성준은 막았는데 홍진호는 왜 못막았음? 걍 못막은 놈 잘못이지. 라고 하기에는 진호가 너무 억울하다. 박성준도 몰랐을 땐 못 막았고, 요벙이랑 그거 연습해 준 다음에 벙커링을 대비해서 엄청 연습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막을 수 있었던 거고.

 사실상 1.5세대부터 저그의 수장을 맡았던 진호의 역사가 곧 저그의 역사라고 감히 단언한다. 진호가 그렇게 처참히 벙커링에 무너졌기 때문에, 그 역사를 거울로 삼아 후대의 저그들이 벙커링을 경계하고, 대비하고, 막을 수 있었다. 언제나 맨 앞에서 걷는 사람은 희생당하기 마련이다. 진호는 희생자다.

 아무튼 당시 그 개테란맵에서 벙커링이라는, 치즈의 역사를 새로 쓴 임요벙은 대단하지만 나빴다. 전략적인 부분은 인정하나 프로 정신은 부족했다. 당시의 개테란맵을 보면, 저그는 앞마당을 가져가지 못하면 답이 없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되겠나? 그 때 기준으로 봐야 한다. 진호의 선택은 최선이었다. 특히나,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던' 당시의 진호에게는.

 하나 더. 요벙이는 3연벙이 끝난 뒤 불과 두달만에 다음 시즌에서 또 벙커링을 썼다. 그때는 진호가 요벙이에게 시원하게 복수해줬다. 풀벌레에 쏘이고, 뱀에 물려가면서 처음 숲길을 걸어 가는 사람이 있어야 그 다음 사람, 또 다음 사람이 첫번째 사람이 갔던 길을 따라가며 길을 닦는다. 진호는 늘 풀벌레에 쏘이고, 뱀에 물리고, 풀독이 오른 첫번째 사람이었다.

 남휘종이 3연벙때 울었다는 말을 하니, 덩달아 3연벙에 대한 소회가 끓어오르면서 [임]이 얼마나 밉던지. 평생 속죄해라! 그 일로 멘탈 다 부서지고, 한창 더 올라갈 수 있었던 시기에 추락해 사실상 거의 무너졌던걸 생각하면 정말 홍빠 입장에서 [임]은 밉다. 그래놓고 자기는 결승에서 제자한테 탈탈 털려 울지를 않나, 진호 멘탈 다 부숴놓고 지는 결승전 또 밟지를 않나. 솔직히 밉기는 진짜 밉다. 미운 만큼 정이 생겨서 결국 애증이지만. 아무튼, 나라면 그 멘탈 박살난 시점에 임요환이란 사람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을텐데, 진호를 보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말 밖엔. 그러니 임요환은 홍진호에게 평생 사죄해라!

 

11.

 홍... 점점 인물이 리즈시절때의 그것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제 나잇살도 있고 하니 배용준저그 시절까지 돌아갈 순 없겠지만, 05년 즈음으로만 돌아가줘도 그저 땡큐 베리 감사.

 

12.

 확실히 예능적 재미를 이끌어 낼 인물이 중요하긴 하다. 노홍철과 은지원을 크게 기대했지만, 아직 몸이 덜 풀려서 그런지 크게 활약한 건 없어서 아쉽. 역시나 이상민의 관록이 돋보였음. 예능감과 더불어 눈치와 감, 센스가 발군이라 이번에도 홍에게 위협적인 적수가 될 것 같음.

 

13.

 유정현의 우승은 정말 뜬금포ㅋㅋㅋ 은각하가 황당해 할 때 나도 터짐. 저게 컨셉이고 계획된 거라면 정말 무서운거고, 그냥 뽀록이라면 뭐... 곧 광탈하겠지.

 

14.

 이두희는 생긴건 꼭 아저씨 같이 생겨서는... 은근히 귀염. 2두희, 이2희, 이두2, 2E2, 22E, 2EE, E2E, E22, EE2... 홍빠였다던데 홍이랑 천생연분이네.

 

15.

 이은결의 배신자다!는 정말 웃겼음. 약간 김풍 롤 같기도 하고? 조유영은 은근히 성질있는듯. 딱 보면서 시즌1의 박은지가 떠오름.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예쁘니까 ~_~

 

16.

 임윤선은 물론이고 이다혜도 홍에게 큰 위협이 될 듯. 다만 이다혜의 경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길게 쓰기 귀찮으니까 생략하지만...(뭐 나중에 다시 추가할 수도 있고.) 어쨌든 시즌1에 비해 여성출연자들이 확실히 강해졌다. 진호의 라이벌이 늘어나는게 좀 두렵...;_; 이번에도 진호가 혼자 다 해먹어야 하는데... ;_;

 

17.

 사자뽕이라는 단어는 정말 쩌는듯. 누가 생각한 건진 몰라도 1화를 단 한 단어로만 설명하라면 '사자뽕'만큼이나 명료한 단어가 없는 것 같다. 이 단어 들은 뒤로... 정확히 말하면 "남휘종이 사자뽕 맞아서 졌다."는 글 본 뒤로 남휘종만 보면 웃김ㅋㅋㅋ

 

18.

 1화를 보면서 뇌리에 박힌 몇가지 명대사들- 숲들숲들, 징벌, 어따대고, 게임이 끝났어요, 질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저그 유저였기 때문에 울었어요, 머리 안 돌아가?, 요환이형 바보다, 알고 있었어요, XX걸고 뱀이야.... 확실히 남휘종이 정말 인상깊긴 했나보다. 진호 대사보다 남휘종 대사가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ㅋㅋㅋ

 

19.

 역시 지니어스는 BGM이 반은 먹여살림. 브금이 너무 좋아서 다운 받아 여러번 들었다. 특히나 남휘종 탈락 인터뷰쯤 나오는 The Rock Diamond의 Chaos라는 음악에 꽂혔다.

 

20.

 2화 예고를 보니 진호가 위험한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네. 어떻게 되는건지 빨리 보고싶다. [임]이 진호에 대한 짝사랑을 버린다고 했는데 배신을 때릴건지 어쩔건지도 진짜 궁금. 아... 궁금해서 돌아버리겠다. 일주일은 너무 길다. 그 와중에 [임]이 "너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서?" 라고 하니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응!" 하고 말하는 진호가 너무 귀엽고 믓찌다! 아... 빨리 24시간이 지나서 지니어스 좀 보고싶다... ㅠ_ㅠ 기다리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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