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전자 담배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 물론 전자 담배 커뮤니티에 가면 전문가들이 많지만, 취미로 하드하게 팔 게 아니라 딱 연초 대용으로 전환 예정이고 딱 필요한 것만 알면 되겠다는 입문자들에게 적당한 글.

* 개인 블로그이므로 평어체로 작성.

 

 

 

0. 연초

 나는 아주 어릴 때 부터 담배를 피웠다. 거쳐간 담배도 많다. 디스로 시작해서 솔, 도라지, 88, 디스 플러스, 말보로 레드, 던힐 레드, 레종, 타임, 보헴 시가 5mg, 보헴 시가 1mg까지. 보헴 시가 1mg만 5년 이상 피운 것 같다.

 끽연 기간은 길었음에도 흡연량은 많지 않았는데 이는 내가 간헐적 흡연자였기 때문이었다. 많이 피울 땐 하루 반 갑씩 매일 피울 때도 있었고, 아예 안 피울 땐 한 개비도 입에 대지 않고 일 년을 지내기도 했다. 난 뭐든 그렇지만 한 번 중독되면 미쳐 살다가도 마음먹고 중단하면 딱 끊을 수 있는 성격이라 그런지 담배 의존도는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담배는 늘상 생각났다. 그걸 내가 참을 마음이 있느냐, 혹은 참을 마음이 없느냐에 따라 흡연 여부는 결정되었다.

 최근 몇 년 간은 평일에만 하루 너댓개비 정도 피우는 정도로 흡연량이 고정되어 있었다. 오전에 한 개비, 점심 후 한 개비, 오후에 한 개비, 퇴근길에 한 두 개비 정도.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으니 딱히 담배가 생각나지 않거나 생각 나더라도 참을만 한 수준이었다.

 

 

 

1. 고민

 전자 담배로 전환할까 하는 생각은 오래 전 부터 있었으나 여러 이유로 망설였는데

 첫째, 연초와 달리 입문 비용이 존재

 둘째, 나는 흡연량이 많지 않으므로 전환 이후 금전적 이득이 거의 없음

 셋째, 연초에서 느끼는 심리적 만족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

 넷째, 기기 폭발 등 안전문제에 관한 두려움

 마지막으로, 모르는 분야 새로 공부하기 귀찮음......

 금전적으로는 연초를 피울 때에는 없었던 초기 비용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전자 담배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그 초기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거나 일부만 회수할 수 있다는 점(중고거래를 하더라도 감가상각이 있으니), 그에 비해 나는 헤비 스모커가 아니라 전환시 얻는 금전적 이득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비용을 좀 더 사용하더라도 그에 걸맞는 심리적 만족과 보상을 얻으면 상관 없는데 그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간혹 얼핏 주워 들었던 전자 담배 기기 폭발 등 안전 문제에도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 모든 것에 확신을 가지려면 전자 담배라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야 했지만 최근 몇 년간 나는 그냥 사는 것도 너무 귀찮아서 그럴 여력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다.

 

 

 

2. 결심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고 있었는데...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전자 담배를 짧게나마 경험해 보곤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잠깐 만났던 사람이 전자 담배를 피웠는데, 처음엔 그 사람이 피우는 것도 싫어서 구박하다가, 그 사람 담배를 몇 번 얻어 피워보니 꽤 괜찮아서 그 사람과 헤어지기 전까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땐 그 사람의 전자 담배를 얻어 피우곤 했다. 그 사람은 헤비 베이퍼가 아니어서 내 앞에서 베이핑을 하는 일이 많지 않았고, 당연히 나도 얻어 피울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 사람을 만난 이후 전자 담배에 대한 인식은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만난 사람도 전자 담배를 피웠는데, 이미 전자 담배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서인지 또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람의 전자 담배도 당연스럽게 얻어 피우게 되었다. 이 사람은 헤비 베이퍼여서, 같이 있으면 나 역시 베이핑 하는 횟수가 꽤 많았다. 그렇게 베이핑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그 사람과 같이 있다가 집에 오는 길에 연초를 태우면 어찌나 역하던지.

 원래도 연초 냄새를 싫어하는 편이라 흡연 후 냄새 관리에 신경쓰는 편이었는데, 전자 담배를 접한 이후에는 점점 연초 냄새가 역하게 느껴져서 종국엔 흡연하는 일에 스트레스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담배를 물었는데 그 자체에 또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라니. 이쯤 되자 금전적 득실이고 안전성 의문이고 뭐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일로 스트레스를 만땅 받은 어느 주말,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 주말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나의 철칙을 끝까지 무식하게 지키면서. 주말에도 방에서 맘껏 피울 수 있는 전자 담배를 사자! 하고. 몇 년간 고민한 시간이 무색하게 막상 결심하기까지는 단 1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역시 지름신은 무섭다.

 

 

 

3. 공부와 구매

 연초는 그냥 편의점 가서 담배 하나 고르고 돈을 지불하면 되지만, 전자 담배는 입문 전에 공부해야 할 것이 꽤 많은 편이다. 나는 한 번 마음 먹기까지가 오래 걸릴 뿐, 실행하기로 마음 먹으면 일사천리이므로 결심하자 마자 당일 공부를 시작해 당일 대충 다 끝내버리고 기기와 무화기와 기타 잡다한 것들과 액상까지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이 불과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3-1. 전자 담배의 구성

  배터리 + 배터리를 사용하여 전류를 만들어주는 기기 + 기기에에서 전류를 공급받고 액상을 담아 증기를 만드는 공간인 무화기 + 무화기에서 직접적으로 증기를 만드는 코일 + 무화기에서 증기를 만들 수 있도록 재료가 되어주는 액상

  크게 이렇게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무화기 설명이 좀 이상한가 싶은데, 무화기 자체는 도마이고 액상이 도마 위의 당근이라면 코일은 당근을 써는 칼 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3-2. 베이핑의 종류

  연초를 태우는 것을 흡연, 스모킹이라고 하듯 전자 담배를 피우는 것은 베이핑이라 한다.

  베이핑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연초를 피우듯 입을 거쳐 호흡하는 것을 입호흡, 증기를 아예 폐로 때려박고 다시 뱉는 폐호흡. 그리고 그 사이의 반 폐호흡이 있는데 이건 일단 넘어가자.

  연초를 피우던 습관대로 베이핑 하려면 입호흡을 하면 된다. 이게 왜 중요한고 하니 베이핑의 종류에 따라 구입해야 하는 기기, 액상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나는 입호흡만 하기로 결정했다.

 

  3-3. 기기 종류 1

  가장 먼저 결정할 것은 가변 기기를 사용할 것인지, 메커니컬 모드 기기를 사용할 것인지 하는 것이다.

  가변 기기는 기기에서 온갖 설정을 지원한다. 내가 코일을 몇 와트로 지질 것인지, 몇 볼트로 지질 것인지, 코일 종류에 따라서 달리 지질 것인지 등등. 그리고 배터리 폭발에는 크게 의미가 없긴 하지만 나름 안전 장치도 있긴 하다.

  메커니컬 모드 기기는 보통 멕, 멕모드 등으로 불리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냥 배터리를 넣으면 배터리 상태에 따라서 밀어준다. 안전장치? 뭣도 없다. 가변 기기의 안전 장치도 '안전'하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아예 없는 멕모드에 비하면 뭐. 보통 전자 담배 폭발로 기사 뜨는 것들은 거의 멕모드다. 쓰기 나름이고 배터리 문제가 가장 크다지만, 그래도 멕모드가 가변 기기보다 위험하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듯.

  그럼 뭐야? 내 멋대로 설정도 안 되고 위험한데 왜 멕모드 쓰는거야? 라는 질문에 한 마디로 대답하자면 갬-성. 가변 기기에 비해 훨씬 작고, 가볍고, 쌔끈하고, 예쁘다. 뭐 그 외에 아날로그가 주는 베이핑시의 느낌적인 느낌 뭐 이런 것도 있다고 한다. 배터리의 잔량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그 베이핑의 맛... 뭐 이런 거. 그깟 감성이 다여? 싶은 나 같은 사람은 가변 기기 쓰면 된다. 그리고 갬-성이 체고시다 하는 사람은 멕모드 쓰면 된다. 단, 가변 기보다 공부해야 할 것도 주의해야 할 것도 많으니 그 점은 필히 감안하고 선택할 것.

  내 손목은 소중하므로 나는 가변 기기를 선택했다.

 

 3-4. 기기 종류 2

  가변 기기를 골랐든 메커니컬 모드 기기를 골랐든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번엔 배터리에 따른 분류다.

  기기는 배터리를 몇 알 삽입하냐에 따라 한 발 기기, 두 발 기기로 불린다. 다만 최근에는 내장형 배터리 제품도 많다. 보통 라이트 유저들은 내장형 제품을 선호하지만 커뮤니티에 포진된 전문가들과 헤비 베이퍼들은 배터리 교환형을 선호하는 편.

  흡연량이 많거나 높은 와트수를 사용(폐호흡이거나 저항이 높은 코일을 사용할 경우)해야 한다면 한 발 기기로는 배터리 부족을 경험하게 된다.

  두 발 기기를 사용한다면 배터리 걱정 없이 양껏 베이핑 하겠지만 무게와 크기의 압박으로 휴대성이 떨어지게 된다.

  난 입호흡만 할 예정이고, 흡연량도 많지 않으므로 무게와 휴대성을 고려해 한 발 기기를 선택했다.

 

 3-5. 기기 선택

  자, 나는 한 발 짜리 가변 기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제부터는 취향에 따라 순서가 바뀔 수 있다. 기기를 먼저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무화기를 선택할지, 무화기를 먼저 선택하고 그에 맞는 기기를 선택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어쨌든 나는 기기 먼저 고르기로 했다.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격이 착할 것.

  둘째, 최대한 작을 것.

  셋째, 심플하고 예쁠 것.

  넷째, 최대한 가벼울 것.

  다섯째, 무화기와 함께 올스뎅 혹은 올블랙 깔맞춤이 가능할 것.

  내 취향은 최대한 작고 심플한 것이다. 20대 청년들이 가지고 다닐법한 우락부락한 느낌이나 휘황찬란 번쩍번쩍은 취향이아니다. 기기에 무늬? 있어봤자 닦는데 힘만 더 든다. 크고 아름다운 LED창? 배터리만 잡아먹고 기기 크기나 키우지 뭐. 그립감을 위한 굴곡? 역시나 닦는데 손만 더 간다.

  그래서 선택한 건 나온지 3년은 된 피코75. 풀 네임은 ELEAF사의 ISTIC PICO 75.

  가격은 신품 기준 2만원 대 후반으로 저렴. 배터리 2개를 가로로 붙여놓은 것 정도의 사이즈로 한 발 가변 기기에서는 이보다 더 작기 힘들 만큼 작음. 굴곡이나 잡다한 무늬 없이 심플하게 딱 떨어지는 형태. 기기 자체도 가벼운 편. 올블랙, 올스뎅 가능! 펌웨어 버전도 3개나 있고, 소소하지만 로고 커스텀도 가능. 저렴이 주제에 프리힛 설정도 가능. 출시된 지 오래 되었다는 것 빼면 이보다 좋은 선택지가 없었다.

 

 3-6. 무화기 종류

  무화기는 크게 기성 코일을 사용하는지, 아니면 코일 리빌드(코일을 직접 만들어 사용)가 가능한지에 따라 나뉜다.

  리빌드 종류에 따라 또 나뉘지만 난 안하니까 거기까진 자세히 공부 안 했으므로 패스. 코일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코일값에 압박을 받지 않게 되어 유지비가 말도 안 되게 저렴해지고 원하는대로 맛 표현도 가능해진다. 다만 코일 리빌드에도 초기 비용이 들어가고 그 귀차니즘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

  나같은 귀차니스트들은 그냥 기성 코일을 사용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코일 종류에 따라 맛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코일을 쓰는 무화기인지 미리 알 필요가 있다. 또한 코일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기종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구하기 쉬운 코일을 사용하는 무화기를 선택하자.

 

 3-7. 무화기 선택

  나는 귀차니즘 때문에 리빌드 따위를 할 일은 없으므로 기성 코일을 사용하는 무화기를 선택하기로 했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코일 수급이 쉬울 것.

  둘째, 코일 가격이 저렴할 것.

  셋째, 상부 주입, 하부 코일 방식일 것.

  넷째, 유리 경통을 사용할 것.

  다섯째, 심플하고 예쁘며 올블랙이나 올스뎅이 가능할 것.

  여섯째, 맛 표현이 나쁘지 않을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로, 내가 고른 기기에 체결 가능할 것. 각 기기마다 체결 가능한 무화기의 사이즈가 정해져 있다. 이 사이즈를 넘어갈 경우 오버행이라고 해서 대두가 되어 보기 싫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아예 체결이 불가하기도 하니 주의 바람. 그래서 무화기 먼저 고르고 기기 고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코일을 외국에서 직구해서 쓰면 싼 거 모르는 게 아닌데 너무 귀찮다. 내가 구매한 상품이 가품일 경우 상황은 더 귀찮아진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느니 조금 더 주더라도 그냥 국내에서 쉽게 구매 가능하고 문제 있을 경우 수입사에 컴플레인 가능한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저렴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는데, 이건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것 뿐만 아니라 코일 내구성까지 포함하는 얘기다. 코일이 하나에 백원짜리면 뭐해, 하루에 두세개씩 교체해야 하면 돈도 돈이고 귀찮고 어휴...

  그리고 액상 주입이 최대한 간편하길 원했다. 액상 주입하느라 모드기 분리하고 어쩌구 하면 귀찮아서 못 쓴다. 액상 줄줄 새고 손에 묻고 하면 열받아서 때려칠 성격 나야 나. 비슷하게 코일이 하부 방식이 아니면 베이핑 할 때 마다 상부 코일 적시고 어쩌고... 귀찮아서 안 하고 말지.

  그래서 선택한 게 노틸러스 2S. 풀 네임은 ASPIRE사의 NOUTILUS 2S.

  국내 인터넷몰 기준 코일값 개당 2-3천원. 사용해 보니 코일 개당 약 1700회 이상(약 1.5초 이상 기준) 퍼프 가능. 개개인의 베이핑 습관에 따라 다르지만 진짜 하루 종일 물고 사는 수준이 아니면 코일 한 개로 일주일은 사용 가능. 이 정도면 코일 수급과 가성비는 괜찮은 편. 하부 코일 방식이고 액상도 상부 주입이며 꽤 간편하다고 생각됨. 액상 주입을 위한 상부 오픈은 이중 잠금이라 누수 위험도 덜한 편. 유리 경통을 사용하고 경통 보호를 위해 바깥에 한 겹 더 있는 것도 난 마음에 듦. 디자인은 개취가 있지만 나쁘지 않은 편이고 드립팁 때문에 올블랙은 불가하지만 올스뎅은 가능. 노틸러스 코일이 입호흡 무화기 중에서는 상위권 맛 표현이라 이것도 장점.

  피코75는 보통 22MM까지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기 지름이 23MM이라 23MM까지는 오버행이란 느낌 없이 체결 가능하고, 정상 사용도 가능하다. 노틸러스 2S는 23MM이라 간신히 딱 맞게 체결 후 사용 가능. 체결 후 에어홀 조절도 가능하고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없으니, 피코 75와 노틸러스 2S 구매 고려중이라면 그냥 사면 된다.

 

 3-8. 배터리와 충전기 선택

  배터리는 비보호 고방전 배터리를 사용하면 된다. 기기에 따라 사용 가능한 배터리 종류가 다르므로 기기를 먼저 선택 후 배터리를 선택할 것. 보통 한 발 가변 기기에는 18650 배터리를 주로 쓴다. 피코가 사용하는 18650 배터리도 또 종류가 나뉘는데, 사람들은 보통 25R 이나 30Q 중 선택한다. 25R은 2500Mah, 30Q는 3000Mah이고 가격이 다르니 본인 사정 따라 선택하면 될 듯. 제조사는 삼성 엘지부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회사들이 많은데, 전자 담배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비보호 배터리, 즉 보호 장치 따위 없는 배터리이므로 어지간하면 삼성이나 엘지 배터리로 구매하고 그 이하는 싸도 쳐다보지 말자. 배터리가 아무리 비싸도 손목 보다는 싸다.

  내 손목은 소중하므로 삼성 18650 30Q로 2알 구매했다.

  전자 담배 폭발 사고의 대다수 원인은 배터리 문제이고 가변 기기라 할 지라도 배터리 문제로 인한 사고는 막아주지 못하므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 배터리 관련된 항목들이다. 배터리 자체가 비보호 고방전 배터리다보니 충전기도 좀 투자하는 게 좋다. 보통은 허준 충전기라 불리는 XTAR사의 VC시리즈나 NITECORE 충전기를 사용한다.

  난 나이트코어 보다는 저렴한 XTAR의 VC2로 구매했다.

  입문시 한 발 기기의 경우 배터리 2개와 2구 충전기, 두 발 기기의 경우 배터리 4개와 4구 충전기를 추천한다. 보통 가변 기기에는 자체 충전이 가능하도록 마이크로 5핀 단자가 달려 있지만, 기기 자체 충전은 기기와 배터리 모두의 성능을 저하 시키고 안전상 위험도 있어 절대로 자체 충전은 권하지 않는다.(배터리 내장형은 제외) 그러므로 항상 배터리 여유분이 있어야 해서, 기기에 필요한 배터리의 2배수는 구입하는 것이 좋다.

 

 3-9. 액상 선택

  드디어 기기 선택이 끝났으면 이제 액상을 고를 차례. 액상은 개인 취향이 강한 영역이므로 함부로 추천하기도 뭣하니 그냥 본인이 책임지고 선택하면 된다. 좀 비싸더라도 근처 오프샵 가서 시연 후 구매하는 것도 방법.

  액상은 크게 분류하자면 수입 기성 액상, 국산 클론or자체 액상, 개인 김장 액상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수입 기성 액상은 말 그대로 외국의 유명한 액상 회사들에서 오리지널 레시피로 내놓는 제품들. 직구로 사는 방법도 있고, 국내에서 정식 유통하는 액상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 클론 액상이나 자체 액상은 국내 액상 전문몰에서 유명한 수입 기성 액상을 카피한 제품이거나, 혹은 자체 레시피로 만든 제품들. 이건 그냥 국내 온라인 몰에서 구매하면 되니 간편.

  개인 김장 액상은 국내 액상 전문몰이나 해외에서 액상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을 수급해 직접 제작하는 걸 의미한다. 내가 직접 만들어 먹으니 안심되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내 마음대로 만들 수도 있고 장점은 많지만 실패 가능성과 그에 따른 비용 낭비와 무엇보다도 귀차니즘 때문에 입문자는 일단 액상 좀 사 먹어 보다가 나중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나는 비용상의 문제와 편의성 때문에 국산 클론이나 자체 액상으로 구입했다.

 

 3-10. 잡동사니

  이 외에도 베이핑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잡동사니들을 함께 구매하는 것이 좋다.

  첫째, 코일. 무화기 살 때 같이 구매하면 배송비를 아낄 수 있다. 무화기 상자에는 보통 코일이 맛뵈기용 한 두개 정도만 들어 있으므로 꼭 같이 구매해서 배송비를 아끼도록 하자. 나는 노틸러스 코일 중 입홉용으로 가장 맛 표현이 좋다는 0.7옴 BVC 코일로 구매했다. 0.7옴 매쉬가 더 좋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나는 킹성비에 만족하기로 함. 매쉬 코일이라고 해서 드라마틱한 맛 차이가 없다면 가성비가 최고지 뭐. 노틸러스 코일 기준 코일 1박스가 5개입이므로 제 돈 주고 벌크 산 기분을 느끼지 않으려면 꼭 5개 단위로 구입하도록 하자.

  둘째, 뾰족 공병. 온라인에서 대용량 액상(60ml 이상)을 구입하면 액상 휴대가 힘들기 때문에 액상을 소분해 휴대할 공병이 필수로 필요하다. 보통 상부 주입구는 좁아서 뾰족 공병이 아니면 액상 주입이 힘들다. 그러니 액상을 구매할 때 꼭 뾰족 공병을 여분으로 몇 개씩 구매하도록 하자. 한 두개만 사서 세척후 재사용 해야지 하고 나처럼 몇 개 안 사두면 후회하니 꼭 넉넉히 사도록 하자. 뾰족 공병의 속 뚜껑을 열어서 몇 번 재사용 하다보니 액상이 줄줄 흐르더라. 한 두번만 재활용 하고 새로 사는게 정신 건강에 좋다.

  셋째, 알콜 스왑. 베이핑을 시작하면 알게 되겠지만 이놈을 하루 종일 물고 있게 된다. 밥 먹고도 물고, 커피 마시고도 물고, 일 하다 말고 나와서도 물고, 아무튼 왠종일. 그러다 보면 드립팁에서 온갖 세균이 서식할 거란 건 안 봐도 비디오. 세균도 세균이지만 찜찜하지 않은가. 물 세척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물 세척을 해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 알콜 스왑으로 닦고 베이핑하면 좋다. 혹시 액상 누수가 있을 때 기기나 손이 끈적끈적 난리인데 이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필수템은 아니지만 강추템. 여기에 자매품으로 알콜 대용량 한 통 사 두면 요긴하게 쓰임.

  넷째, 충전기 어댑터. 내가 구매한 허준 충전기 기준으로 보통 1A 충전이 정석인데, 요즘 핸드폰을 사면 딸려오는 고속 충전기 어댑터는 다 2A 이상이다. 한두번 정도는 큰 문제 없겠지만, 그래도 1A 충전기 어댑터 하나 사서 전용으로 쓰는게 배터리와 충전기에 좋고 장기적으로는 그게 이득이다. 1A 어댑터 얼마 하지도 않는다.

 

 

 

4. 수령 후 사용

 주말에 주문한 상품들이 빛의 속도로 화요일에 도착했다. 퇴근 후 집 앞에 한가득 쌓인 택배 상자를 들일 때의 그 희열이란! 택배를 뜯으며 한시라도 빨리 베이핑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마구 들었다. 그래서 효율적인 시간 사용을 위해 순차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하나, 배터리와 충전기를 꺼내 충전부터 시작한다.

 둘, 무화기를 꺼내 코일까지 완전 분리 후 코일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그릇에 넣고 베이킹소다+구연산(없으면 식초)를 부어 잠시 방치했다가 꺼낸 뒤 흐르는 물에 문질러 가며 씻는다. 이후 물을 잘 털고 옴망한 그릇에 넣어 부품이 잠길 때 까지 소독용 에탄올을 붓는다. 잠시 방치한 뒤 꺼내어 에탄올을 탁탁 털고 키친타올 위에 잠시 올려둔다.

 셋, 기기에 동봉된 사용 설명서를 읽는다.

 넷, 구입한 액상을 열어 향을 맡아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액상을 선택한다.

 다섯, 대충 충전된 배터리 하나를 꺼내 기기에 넣고 초기 세팅을 한다. 나는 기성 코일을 사용하므로 코일에 기재된 와트 중 가장 낮은 값으로 설정했다.

 여섯, 알콜이 다 마른 무화기를 코일까지 넣어 재조립 후 액상을 넣는다.

 일곱, 무화기와 기기를 결합 후 베이핑!

 처음 수령한 배터리는 잔량이 거의 없으므로 일단 충전부터, 그리고 일단 급한대로 하나 꺼내서 사용하다가 앵꼬 되기 전에 좀 더 오래 충전한 다른 하나랑 바꿔주면 된다.

 무화기는 위생상 수령 직후만이라도 제대로 세척해서 사용하길 권장. 베이킹 소다에 구연산까지 두 번 일하기 귀찮으면 소독용 에탄올로라도 꼭 헹구고 시작하는 게 좋다. 세척을 한 번만 할 거라면 에탄올로 하는 것이 부품을 빨리 말릴 수 있어 좋다. 다만 에탄올 단독 세척시 에탄올에 담근 채로 한번씩 부품을 문질러 닦아주길. 그리고 에탄올 세척 후 수돗물로 헹구지 않는 게 빠른 건조에 유리하다. 수돗물로 헹구지 않아도 아무 문제없다. 에탄올을 잘 털어서 완벽히 말린 후 액상을 주입하지 않으면 액상이 희석되어 맛이 연해지니 주의할것.

 분해한 무화기를 재조립시에는 꽉꽉 누르고 조여서 조립하지 않으면 누수의 원인이 되니 조립은 침착하게 하도록 하자. 조립 잘못해서 액상 줄줄 새면 정말 짜증난다.

 

 

 

5. 입문 후기

 첫 모금 물고 크으... 대만족. 얻어 피울 때도 좋았는데 확실히 내가 고른 내 기계로, 내가 고른 맛으로 피우니 더 좋더라. 내 예상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가장 좋은 점은 역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 그간 연초를 피우면서 입, 손, 옷, 머리카락 등에 밴 냄새를 관리하느라 들였던 노력이 이젠 필요 없어졌다는 점. 그리고 피우고 나서 내게 나는 냄새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전담으로 전환하고 나니 베이핑 후에도 산뜻 상쾌하다는 게 매우 좋다. 연초와 달리 베이핑 후 내가 좋아하는 과일향이 코와 입에 남아서 기분 전환이 된다.

 그리고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덜 받는다는 것. 물론 금연구역이나 금연건물 내에서 베이핑하는 몰상식한 짓은 당연히 하지 않지만, 내 집 내 방 안에서 자유롭게 베이핑이 가능하고 한밤중에 잠깐 깼을 때에도 한 모금 하고 바로 다시 잠들 수 있다니 그야말로 신세계.
 취향에 따라 기분에 따라 액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입문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액상이 10여종... 기분따라 바꿔 먹는데 이게 또 쏠쏠한 재미가 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입문한 것도 내겐 장점이었음. 피코 75와 노틸러스 2S가 워낙 저렴한 편이기도 하고, 액상도 국산 액상 구입해서 비용을 아끼기도 했지만, 기기+무화기+배터리+충전기+여분 코일+대용량 액상 다수...를 구입하고도 20만원 정도에서 끝났으니. 액상은 지금 속도면 가진것 만으로 6개월은 먹을듯;;;

 아, 연초를 피울 때 보다 가래가 덜 끼는게 정말 좋다. 베이핑 시작한 이후로 가래는 거의 끼지 않는 편. 연초는 한 두대만 피운 날도 밤이면 가래가 끓었는데, 전자 담배는 하루 종일 물고 있었던 날도 밤에 가래가 아주 조금만 낀다.

 숙고 끝에 고른 피코75와 노틸러스 2S의 조합은 너무 좋아서 하나씩 더 사둘까 고민중. 스뎅으로 깔맞춤 했는데 깔끔하고 좋다.  손에 쏙 들어와서 베이핑시 안정감도 있고, 뭐 전문가가 아니라 다른 기기들은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입문자에겐 퍽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함. 일단 디자인 내 취향인 걸 찾기가 힘들어서ㅠㅠ 좀 맘에 든다 싶으면 다들 크고 무겁고 난리 난리... 그래서 아마 하나씩 더 사두고 난 이 조합으로 정착할 것 같다. 전자담배 커뮤니티에 상주하는 사람들처럼 기기 몇개 몇십개씩 사 모으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액상은.... 20개 까지는 모을 것 같음.

 장점만 얘기했는데 심각한 단점이 있다. 라이트 스모커이자 간헐적 흡연자였던 내가 전자 담배를 시작한 뒤로는 내 기준으로 헤비 베이퍼가 되었다. 하루 최소 200번은 퍼프하는 것 같다. 액상 소모량도 당초 내 예상을 뛰어 넘었다. 다행히 저렴한 곳을 찾아서 크게 부담될 수준까진 아니지만. 코일 하나로 2주는 쓰려고 했던 내 계획은 망해버리고 1주 1코일 소모로 코일값이 좀 들 예정. 돈도 돈이지만 하루종일 물고 있으니 건강이 좀 염려되기도 한다.

 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전자 담배를 피우면 PG때문에 입과 목의 수분을 빼앗겨 계속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도 단점. 그에 따라 화장실을 많이 가게 된다는 것도 단점이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만족한다. 진작 전자 담배로 전환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해 소비한 비용 중에 가장 만족한 소비 TOP5 안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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