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경점 : 티 에디션 메인 페이지에 커스텀 갤러리 추가, 우측 상단에 커스텀 갤러리 위젯 추가, 푸터에 1차 카테고리 리스트 추가, 우측에 아카이브 추가.



우측 상단에 커스텀 갤러리를 위젯으로 좀 넣고 싶었는데, 영 맘에 드는 위젯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 위젯은 페이드 되면서 일정 간격으로 사진을 계속 바꿔주는 심플한 위젯(테두리고 뭐고 아무것도  필요 없이 사진만 뜨는)이었는데, 커스텀 갤러리 위젯 몇개를 찾아봤더니 플래시 떡칠에 테두리나 효과 떡칠에 지저분한 위젯 제공사 표기까지..

찾는것 보다 만드는 게 더 빠를것 같아서 기성 위젯은 포기. 짜집기한 자바 스크립트로 대충 구현. 랜덤으로 돌리고 싶은데, 자바를 잘 모르다 보니 대충 짜집기 해봐도 자꾸 오류만 뿜어내길래 포기. 랜덤은 나중에 구현해야지.

사진 계정을 따서 쭉 나열하면 되는 방식. 일단 외관상으론 깔끔하지만 사진 계정 일일히 따고 나열하고 하는게 좀 귀찮긴 하다. 뭐 원하는 사진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게 장점이긴 한데 귀찮아서 그 짓을 자주 하진 못할듯.


사진 계정을 아주 죽을 똥 싸게 땄는데, 위젯으로만 쓰긴 아까워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티 에디션 메인 페이지에 야매로 커스텀 갤러리를 쑤셔 넣었다.

뭐 사실, 말이 갤러리지 그냥 원하는 사진 계정 갖다가 마퀴로 처리한 것 뿐이다. 그래도 해놓고 보니 예쁜듯. 사진 양이 많은데다가 원본 사이즈 조절도 안하고 쑤셔 넣어서 로딩 시간이 좀 걸리고, 자리 좀 차지하긴 하지만.

애초에 이 스킨을 만들때의 컨셉은 심플하고 이미지 없는 스킨! 로딩 완전 빠르고 데이터 얼마 안 잡아먹고, 깔끔한거! 였는데... 사진을 덕지덕지 갖다가 박아놓으니 로딩도 길어지고 데이터 순삭.... 그래도 심플한 스킨에 사진을 넣으니 사진이 돋보이긴 하는 것 같다. 글이 주 컨텐츠인 블로그라 그닥 좋은일은 아닌것 같다만. 이건 뭐 좀 지켜봤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삭제 예정.


블로그를 쓰다보니 아카이브가 필요하긴 한데, 좌우 사이드에 뭐가 덕지덕지 있으면 지저분하기도 하고 화면을 차지하기도 해서 어떻게 처리할지를 좀 고민했다. 카테고리처럼 드롭다운으로 할까 하다가 자주 쓸 것도 아닌데 뭐 그럴 필요까진 없는 것 같아서 토글 처리하기로 결정.

그런데 토글 처리하려고 보니 죄다 스크립트, 제이쿼리.. 스크립트든 제이쿼리든 뭐든 일단 덕지덕지 붙으면 페이지는 느려질 수 밖에 없는지라, 그리고 애초에 나는 정말 스크립트로 구현할 수 밖에 없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 구현해보자는 주의라 한참을 씨름했다.

결국 스크립트는 안 썼고, 스타일 시트를 손보는 선에서 쇼부쳤음. 아, 옛날에는 이런거 죄다 스크립트 쳐발라서 처리했는데.. 세상 좋아졌구나.


그리고 이 블로그는 나 혼자 조용히 노는 곳이라, 스킨 또한 그 컨셉에 충실하게 오직 내 사용환경에 맞게 만들었는데, 그러다보니 다른 환경에서 접속했을때 페이지가 와장창 깨져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뭐 다른 환경에서 쓸 일이 애초에 별로 없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씩이나마 다른 환경에서 쓸 일이 있고, 또 방문자는 몇 없지만 어쨌든 나와는 환경이 다른 방문자들을 위해서 뭔가는 해야겠고..

내가 확인한 주요 문제는 좌측 사이드가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좌측에 있는것이라고 해봐야 프로필, 공지 리스트, 카테고리 리스트, 카운터인데.. 프로필과 카운터는 필요없고, 공지 리스트야 하단 메뉴에 구현할 수 있는 것이고... 카테고리 리스트가 문제였다.

뭐 포스트가 올라올만한 메인 카테고리는 상단에 빼두긴 했지만, 그래도 1차 카테고리만이라도 푸터에 달아두는게 어떨까 계속 생각만 하다가, 새해를 맞아 새단장 하는 의미에서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몇개월 만인지;;

아무튼, 카테고리 리스트가 ul태그를 사용하기 때문에 float을 먹여서 좌측이나 우측으로 정렬하는건 쉽지만, 나는 꼭 가운데에 가로로 정렬하고 싶었기 때문에 좀 고생했다. 결국 어찌저찌 대충 해놓긴 했다.

아주 오래전에 그것도 독학으로 배워서인지, 나는 여전히 div나 ul보다 table이 편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정렬 가능하고 원하는대로 구현하기 쉽고. 그래도 구시대의 유물이니 떨치려고 하는것 뿐. 뭐 로딩속도와도 관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나름대로 웹표준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거겠지. 물론 아직 멀었다. 아는게 별로 없으니까.

카테고리 전체보기(all)을 없애는것도 꽤 고생했다. 스타일 시트를 만지면 되는건 알겠는데, all과 1차 카테고리 목록 리스트가 동일하게 묶여버려서 대체 어떻게 all만 빼내야 하는건가 한참 삽질했다. 결국 성공.




신년 맞이 단장도 했고, 이제 쓰다가 중단한 글들만 완성시키면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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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th Album


SHINHWA

The everlasting mythology

Since 1998. 03. 24.

Eric. Minwoo. Dongwan. Hyesung. Junjin. Andy.






신화 12집 나온다 오예!!!!!!!!!!!!!!

소처럼 일해라 내새끼들ㅠㅠ 쉬지말고 일 해!!!

요즘 자꾸, 해체했다가 재결합한 애들이 뭔가 자기들이 엄청 대단한 장수그룹인양..

엄청 오래 가수활동 한 그룹인양..(몇주년 몇주년 세는데 그 기간의 반도 활동 안 했으면서ㅋㅋ)

암튼 말도 안되는 애들이 장수 아이돌인양 행세하고 다니는데

가서 원조이자 국내 유일 최장수 아이돌 그룹의 위엄을 보여줘!!! 출격!!!!


1월 5일에 티저사진 뜨고, 8일날 티저뜨고, 2월에 발매인가?

흠..

암튼. 컴백이 임박했군.


물럿거라! 아이돌계의 살아있는 화석레전드 신화가 납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렸어.

보고싶다, 내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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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포스 쩝니다...

 

일단 커플상은 기본으로 깔고 감.

엙의 에스코트 거부하더니 다시 자기가 스윽 팔짱 끼는 정유미 귀여움ㅋㅋㅋ


정유미 시선강탈ㅋㅋㅋㅋ 아 진짜 러블리하다.

그리고 역시 문정혁 가차없죠ㅇㅇ 파트너는 파트너일뿐 그저 마이웨이ㅋㅋ

와중에 아직 발매도 안한 신화 새 앨범 홍보하는 문에릭 너는 영원한 신화의 문리다ㅠㅠ

요즘 꼬꼬마 애들이 아무데나 '리다' 갖다 붙이더라. 우리 에릭꺼야 우리 엙 별명이라고 엙이 원조라고ㅠㅠ 최소한 알고 쓰라고!!!!!!!!


김뎅 소원대로 신화 포에버좀 외쳐주지ㅋㅋ 왠지 시상식 끝나고 김뎅이 땡깡피울게 자동 재생되는군.

이번에 캐백수에서 쟁쟁한 드라마도 많이 나오고 해서 우수상 이상 못 받을수도 있겠다고 걱정했는데

엙도 그래서인지 네티즌상에서 소감 다 말해버리고ㅋㅋ

그래도 다행히 상 잘 받아서 기쁘다. 이제 연기력도 많이 좋아져서 상 탔다고 욕먹지도 않을거고..

최우수 받았다면 좋았겠지만 연발 시청률이 좀 딸려서.. 그래도 우수상이 어디냐! 잘했다 문정혁!

상 받은 기쁨 실컷 누리고 행복해하길.




연말이라고 밖에서 꼬기 먹느라고 시상식을 제대로 못 봤는데, 엙이 연기대상 3관왕을 차지할 줄은 예상 못 하고 있던지라

수상 소식 듣고 놀랐다. 기쁘기도 기뻤고.


사실 존나 신나 어예!!!!!!!!!!!!!!!!!!!!!!!!!!!!!!!!!!!!!!!! 외쳐 문정혁!!!!!!!!!!!!!!!!!!!!!!!!!!!!!!!!!!!!!!!!!!!!!!!!!!!!!


여러분 저 사람이 우리 리다예요, 우리 에릭이라고!!!!!!!! 신화의 리더 문에릭 문정혁이라고!!!!!!!!!!!!!!!!!!!!!!!!!!!!!!!!!

어화둥둥 내새끼 아이고 이뻐라 우쭈쭈 우리애기 우리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관왕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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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병원 탈출!

새해가 오기 전에 탈출하려고 아주 용 썼다.


이제 나는 자유인!이 아니고 회사의 노예...


몸 좀 사리며 살아야지.

한창때도 비루한 몸뚱이긴 했다만은, 그래도 그나마 버틸 힘이 있었던 그때로 돌아가고파ㅠ_ㅠ


열심히 살자!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 스킨 컬러링도 새로 했음.

겨울이라 좀 어두운 색으로. 깔끔하고 좋다.


역시 좀 귀찮긴 했어도 내가 편한대로 블로그 스킨 만들어 놓으니까 좋네.

스타일 시트에서 코드 2개만 바꾸면 블로그 스킨이 바뀜ㅋㅋ 편하다.

 



BGM : October - Time To Love

출처 : 브금저장소 (http://bgmstore.net/view/Xn1U4)






1.

 

 이제는 그럴 일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스타(이 글에서는 스타크래프트 1을 지칭)와 스타리그(이 글에서 스타리그는 개인리그와 프로리그를 통칭하며 필요할 경우 각각 개인리그와 프로리그로 구별)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가끔씩이나마 그 시절 그 경기와 그 선수들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기쁘고 또 즐거운 일이다. 때로는 함께 추억에 젖기도 하고 또 때로는 신이 나게 키보드 배틀을 하기도 하면서 나는 십여 년 전 어느 지점으로 돌아가 내가 사랑했던 선수와 함께 보낸 청춘의 열정을 복기한다.


 내게 홍진호라는 이름은 흉터다. 너무 뜨겁게 사랑해서, 데여 버린 상처 또한 지워지지 않는 그런 이름. 오글거리지 않느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몇 년 뒤에 내가 이 글을 다시 읽어본대도 나는 이불을 뻥뻥 차기는커녕 여전히 가슴 아릴 것이다. 그만큼 그를 사랑했던 것은 진심이었다. 그를 사랑했던 그 오랜 기간동안, 연애하는 것만큼 행복했고 가슴 아팠던 것도 사실이었다.


 홍진호가 가진 이름은 많았다. 지금이야 많이 희석되었다지만 그가 그토록 싫어했던 '콩'이라는 이름엔 원래 비하의 의미가 가득했었다. '만년 2인자', '무관의 제왕', '비운의 저그'나 '이벤트 전의 황제', '테란을 일으킨 자' 정도는 나쁜 이름에 들지도 못한다. '육회저그', '종필저그', '포풍', '콩익덕'... 홍진호를 부르는 수많은 이름은 아주 오랫동안 그를 조롱하고 비하하면서 그의 이미지도 바꿔갔다. '라이언킹', '홍매너', '홍랜덤', '폭풍'같은 이름은 서서히 잊혀져갔다. 동시에 시대를 호령한 최고의 저그라는 이미지도 묻혀버렸다.


 이제는 오래전인 그 어떤 지점서부터는 홍진호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타인과 싸워야 할 때가 많아졌다. 그들과 내가 홍진호를 부르는 이름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열심히 키배를 떠 가면서 홍진호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를 주장했으나 허사일 때가 많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기억하고 사랑했던 이름이 홍진호의 이름이듯이, 그들이 기억하고 조롱했던 이름도 홍진호의 이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나는 홍진호가 가진 이름들을 모두 인정하고 상대도 그렇게 하는 선에서 논쟁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 어디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는 각자의 기준과 취향의 문제이므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지만, 그래도 나는 홍진호의 부정적인 이름을 우선으로 놓는 이들을 볼 때마다 속상해서 씩씩거리곤 했다.


 최강의 저그가 누구인가를 꼽는다면 스타팬들은 99.9%의 확률로 이제동을 꼽을 것이다. 나 역시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다음 자리를 놓고 주말에도 신나게 논쟁을 벌였지만, 그 논쟁 속에서 거론된 것은 아니나 다를까 홍진호의 부정적인 이름이었다. 골든 마우스에 빛나는 투신 박성준, 저그 빌드에 크게 기여하고 성적도 준수했던 목동 조용호, 압도적 포스를 자랑했던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 거론되는 여러 이름 가운데 홍진호는 0회 우승의 준우승자로 불렸다.

 메이저 스타리그가 끝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홍진호는 재평가는커녕 여전히 그 시절의 오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것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면, 홍진호의 오명을 기억하는 이들의 그 지점보다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시간이 지나 잊혀져가는 지점, 후대의 영광에 가리워진 그 지점을 찾아 거꾸로 오르는 것은 매우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 지점을 찾지 않고 자신들이 기억하는 지점에서 홍진호를 부르는 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홍진호의 팬으로서 여전히 억울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홍진호의 이름, 그 시작에 어떠한 것들이 있었는지를 기억해달라.”

 누군가에게는 아주 번거롭고 귀찮은 일일 것이다. 다른 저그를 사랑하는 누군가에게는 내키지 않는 일일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관심 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도 차마 강요할 수 없는 주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글을 쓴다. 홍진호가 가진 이름, 그중에 이제는 잊혀져 가는 이름을 위하여.

 

 

 

2.

 

 테란 암울의 시기가 끝나고 테란 최강 시기가 시작되는 그 지점에 그가 있었다. 테란의 시대라는 서사 첫머리에서 테란과 맞서 싸운 저그가 있었다. 자연히 저그의 희망과 저그라는 굴레를 동시에 짊어져야 했던 선수가 있었다. 테란의 수장이 바뀌는 동안에도 여전히 홀로 최후의 저그로서 그들을 상대했던 저그의 수장이 있었다. 홍진호가 있었다.

 

 그야말로 테란 천하였다. 스타판 전체에서 손꼽힐만한 천재적이고 압도적인 선수들이 모두 테란을 잡았다.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테란을 위한 맵이 넘쳐났다. 상성에서 뒤처지는 저그로, 역사에 길이 남은 불리한 맵과 역사에 길이 남은 최강의 선수들을 상대해 저그의 자존심을 지켰던 것은 홍진호였다. 그래서 그 시절, 홍진호의 이름은 최강의 저그였고 최고의 프로게이머였고 영원한 우승 후보였다. 분명 홍진호에게는 그런 이름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 홍진호의 이름은 저그 그 자체였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새끼 사자에서 멋지게 자라나 왕이 된 라이언킹이라는 이름도 있었고, 팬들과 상대 선수에게 그리고 경기 매너가 좋아 붙은 홍매너라는 이름도 있었다. 저그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다른 종족도 잘해서 홍랜덤이라는 이름도 가졌었다. 그리고 내가 영원히 잊지 못할 폭풍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벅찬 이름이.

 

 홍진호가 군림했던 시기는 아직 원시적이었다. 스타판이라는 생태계는 이제 겨우 조금씩 제대로 된 틀을 갖춰가고 있었다. 그 혼란 속에서 홍진호가 남겼던 자취들은 지워지거나, 잊혀지거나, 아니면 별것 아닌 것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원시적이었던 것은 스타판 뿐만 아니라 저그도 마찬가지여서, 빌드 정립이라든가 전략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세 종족 중 가장 원초적이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 시기에, 홍진호는 다른 저그들과 조금 달랐다. 해설자의 설명처럼 '공격적이다'라고 단정하기에는 모자란 무언가가 있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다만, 그 무엇인가가 홍진호와 다른 저그를 구별하는 지점이며 홍진호가 최고의 저그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많은 저그들이 그를 따라 했다. 어떤 선수는 부대 지정까지도 따라 했다고 했다. 그러나 홍진호와는 달랐다. 저그라는 종족 자체가 타 종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빌드가 정립되기 어려운 종족이어서였을까. 홍진호 경기의 핵심은 빌드가 아니라 감각이었고 홍진호에게는 순간적인 판단과 센스가 곧 빌드였다. 어쩌면 원시적이었던 그 시기에 가장 걸맞은 저그의 제왕이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대엔 아주 찬란한 작품이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면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버리는 것은 쉬웠다. 그 원초적이었던 시기에 가장 빛났던 홍진호의 감각은 빌드로 인정받지 못했다. 따라 할 수 있는 이가 없고 정립되기에 부적합하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홍진호는 벼락이라도 맞듯이, 저그 빌드에는 기여한 바 없이 그저 혼자만 잘했던 저그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든 문명은 원시시대의 산물을 토대로 발전하였으나,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이룬 문명이 원시를 거쳤다는 것을 부정이라도 하듯 지난 시대는 무시되었다. 그 시기가 문명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였고 태초에 그 시대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시대와 문명의 존재가 어찌 되었을지 모른다는 것들을 계산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모두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문명에 도취해 그들이 누리는 시대를 찬양하기 바빴다. 그렇게 원시시대는 폄하 받았고 잊혀져갔다. 그리고 그 구시대의 상징에 홍진호가 있었다.

 

 스타판의 시간은 빨랐고 선수들의 개화기는 짧았다. 홍진호가 피웠던 꽃은 시들어가고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해 꽃을 피웠다. 홍진호는 새로운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자 발버둥 쳤지만,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홍진호는 자신이 만개할 때 시들어갔던 이전의 강자들처럼 저무는 해가 되어갔다. 새로운 시대의 저그는 홍진호가 지배하던 시대를 거름 삼아 더 화려하고 커다란 꽃을 더 오래 피웠다. 저그가 우승을 차지하고 왕좌를 가졌다.

 홍진호가 폄하되는 구시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그 시점부터였을 것이다. 홍진호가 피투성이로 죽을 힘을 다해 싸웠던 시대, 도저히 저그가 테란을 이길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책임은 홍진호 개인의 책임으로 귀속되었다. 홍진호가 혈혈단신으로 저그를 이끌었기에, 그래서 저그가 우승하지 못한 것은 도리어 홍진호의 책임이 되었다. 홍진호가 흘린 피와 땀이 후대의 양분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저 후대가 이룬 것을 진작 성취하지 못했던 홍진호를 비난하거나 비하하기 바빴다. 홍진호에게 저그라는 이름을 주었던 이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이름을 거두어갔다. 그리고 이제껏 홍진호에게 있었던 이름들이 아닌, 다른 이름들이 붙기 시작했다. 사실, 그것들은 이름이라기보다는 폭력에 가까웠다.

 

 시대는 발전을 계속해나갔고 세대도 여러 번 바뀌었다. 그 사이 평가가 바뀐 선수들도 많았다. 평가가 높아진 선수들도 있었지만, 평가 절하당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홍진호와 홍진호의 시대만큼 지속적으로 그 가치를 부정당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박성준도 조용호도 박태민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혹은 시대가 지날수록 평가가 더 좋아지기도 했지만, 홍진호만큼은 예외였다. 홍진호의 업적은 대역죄로 몰락한 가문의 자손들처럼, 홍진호라는 죄인의 기록이란 낙인이 박힌 채로 역사 속에 파묻혔다. 저그의 문명이 발전해갈수록, 저그로 우승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저그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홍진호가 지은 '우승하지 못한 죄'는 더 선명해졌다. 저그는 태초의 부진을 부정이라도 하듯 홍진호에게 더 매몰찼다.

 

 홍진호는 까였다. 저그 최초의 우승을 달성한 박성준과 비교당하며 까였고, 운영형 저그의 기틀을 닦은 조용호와 비교당하며 까였고, 저그로 엄청난 포스를 내뿜었던 박태민과 비교당하며 까였고, 저그로 모든 것을 이룬 이제동과 비교당하며 까였다. 그가 지배했던 저그의 시대는 이후의 강자들이 지배했던 저그의 시대보다 열등했다며 까였고, 그래서 그 시대의 유물이나 업적은 보잘것없다고 까였다.

 홍진호가 지배했던 시기가 얼마나 저그에게 잔인했고 그 매서운 시대 속에서 홍진호가 처절하게 이뤄낸 것들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3.

 

홍진호가 개인리그에서 상대했던 당대 선수들

 (홍진호가 4강 이상 진출한 개인리그에서, 4강 이하에서 상대해 승리한 선수들)

김정민(2001) : 134전 89승 45패 (66.4%) / vs Zerg 57전 45승 12패 (78.9%)

변길섭(2002) : 144전 87승 57패 (60.4%) / vs Zerg 89전 64승 25패 (71.9%)

이윤열(2002) : 238전 169승 69패 (71.0%) / vs Zerg 110전 78승 32패 (70.9%)

이윤열(2003) : 177전 116승 61패 (65.5%) / vs Zerg 79전 55승 24패 (69.6%)

이병민(2003) : 57전 42승 15패 (73.7%) / vs Zerg 27전 18승 9패 (66.7%)

전상욱(2006) : 92전 59승 33패 (64.1%) / vs Zerg 38전 25승 13패 (65.8%)

강도경(2002) : 145전 87승 58패 (60.0%) / vs Zerg 46전 30승 16패 (65.2%)
장진남(2002) : 181전 97승 84패 (53.6%) / vs Zerg 48전 31승 17패 (64.6%)

이병민(2004) : 121전 66승 55패 (54.5%) / vs Zerg 31전 20승 11패 (64.5%)

한동욱(2006) : 78전 44승 34패 (56.4%) / vs Zerg 33전 21승 12패 (63.6%)

기욤패트리(2002) : 113전 58승 55패 (51.3%) / vs Zerg 44전 28승 16패 (63.6%)
박정석(2002) : 184전 108승 76패 (58.7%) / vs Zerg 112전 71승 41패 (63.4%)
임요환(2002) : 170전 102승 68패 (60.0%) / vs Zerg 87전 55승 32패 (63.2%)

조용호(2002) : 109전 67승 42패 (61.5%) / vs Zerg 37전 23승 14패 (62.2%)

박성준(2004) : 143전 95승 48패 (66.4%) / vs Zerg 29전 18승 11패 (62.1%) 

최인규(2002) : 155전 88승 67패 (56.8%) / vs Zerg 70전 43승 27패 (61.4%)

김동수(2001) : 88전 52승 36패 (59.1%) / vs Zerg 38전 23승 15패 (60.5%)

조정현(2001) : 63전 36승 27패 (57.1%) / vs Zerg 38전 23승 15패 (60.5%)

한웅렬(2002) : 121전 76승 45패 (62.8%) / vs Zerg 55전 33승 22패 (60.0%)

조용호(2003) : 159전 97승 62패 (61.0%) / vs Zerg 42전 25승 17패 (59.5%)
베르뜨랑(2002) : 119전 71승 48패 (59.7%) / vs Zerg 64전 38승 26패 (59.4%)

김현진(2002) : 64전 36승 28패 (56.2%) / vs Zerg 27전 16승 11패 (59.3%)

박경락(2002) : 150전 95승 55패 (63.3%) / vs Zerg 53전 30승 23패 (56.6%)

박정석(2001) : 59전 34승 25패 (57.6%) / vs Zerg 23전 13승 10패 (56.5%)
김현진(2003) : 105전 52승 53패 (49.5%) / vs Zerg 49전 25승 24패 (51.0%)

이병민(2006) : 77전 41승 36패 (53.2%) / vs Zerg 26전 15승 11패 (57.7%)

박정석(2004) : 105전 64승 41패 (61.0%) / vs Zerg 40전 23승 17패 (57.5%)
임요환(2004) : 113전 60승 53패 (53.1%) / vs Zerg 47전 27승 20패 (57.4%)
전상욱(2004) : 120전 78승 42패 (65.0%) / vs Zerg 37전 21승 16패 (56.8%)

 

그리고 이들을 꺾고 올라가 결승에서 만난 선수들

2001 코카콜라 임요환 (2001) : 216전 159승 57패 (73.6%) / vs Zerg 94전 77승 17패 (81.9%)
2002 KPGA 1차 임요환 (2002) : 170전 102승 68패 (60.0%) / vs Zerg 87전 55승 32패 (63.2%)
2002 KPGA 2차 이윤열 (2002) : 238전 169승 69패 (71.0%) / vs Zerg 110전 78승 32패 (70.9%)
2003 TG삼보 최연성 (2003) : 87전 68승 19패 (78.2%) / vs Zerg 32전 27승 5패 (84.4%)
2003 올림푸스 서지훈 (2003) : 129전 85승 44패 (65.9%) / vs Zerg 73전 51승 22패 (69.9%)

 

이 과정에서 홍진호가 극복해야 했던 맵들

 (홍진호가 4강 이상 진출한 개인리그에서 사용된 맵들 중, 저그 승률이 45% 이하인 맵)

Silent Vortex   T100% : Z0% / P100% : Z0%

Ragnarok   T92.8% : Z7.1%

Pelennor   T87.5% : Z12.5% / P66.7% : Z33.3%

Crimson Isles   P80% : Z20%

U-Boat   T75% : Z25%

Indian Lament   P70.3% : Z29.6% / T60.7% : Z39.2%

815Ⅲ   T67% : Z33%

Incubus   T65.6% : Z34.4%

Enter The Dragon   T65.5% : Z34.4%

개마고원   T64.6% : Z35.4%

Symmetry Of Psy   T62.5% : Z37.5%

Neo Hall of Valhalla   T61.7% : Z38.2%

백두대간   T59.2% : Z40.7%

River Of Flames   T59.1% : Z40.8%

신개척시대   T59% : Z41%

Rush Hour3   T57.5% : Z42.5%

Neo Forbidden Zone   T57.1% : Z42.9%

Requiem   T56.9% : Z43%

Nostalgia   T56.7% : Z43.3%

Neo Bifrost   T56.3% : Z43.7%

Plains To Hill   T56% : Z43.9%

Jungle Story   T55.9% : Z44%

Blade Storm   T55.3% : Z44.7%

 

이러한 맵들에서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

 (미리 분석해 둔 데이터가 2001 코카콜라배 뿐이라 이것만 예시로 들겠으나, 이런 사례를 찾자면 여럿 찾을 수 있을 것이다.)

Hall of Valhalla

 -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T66.6% : Z33.3% -> T70.3% : Z29.6% => 종족 기여도 3.7%

 - 공식전 전적   T53.3% : Z46.6% -> T71.4% : Z28.5% => 종족 기여도 18.1%

 

Jungle Story

 -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T55.6% : Z44.3% -> T58.2% : Z41.7% => 종족 기여도 2.6%

 - 공식전 전적   T50% : Z50% -> T62.5 : Z37.5% => 종족 기여도 16.3%

 

Ragnork

 - 종족 기여도   100%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 홍진호가 남긴 기록들

2001년 : 123전 78승 45패 (63.4%)
vs Terran 54전 34승 20패 (63.0%)
vs Protoss 33전 20승 13패 (60.6%)
vs Zerg 36전 24승 12패 (66.7%)

 

2002년 : 210전 143승 67패 (68.1%)
vs Terran 95전 68승 27패 (71.6%)
vs Protoss 64전 41승 23패 (64.1%)
vs Zerg 51전 34승 17패 (66.7%)

 

2003년 : 164전 99승 65패 (60.4%)

vs Terran 85전 46승 39패 (54.1%)
vs Protoss 33전 22승 11패 (66.7%)
vs Zerg 46전 31승 15패 (67.4%)

 

2004년 : 95전 58승 37패 (61.1%)
vs Terran 42전 25승 17패 (59.5%)
vs Protoss 30전 22승 8패 (73.3%)
vs Zerg 23전 11승 12패 (47.8%)


연간 역상성 종족전 최고 승률 보유 저그 : 2002년 71.6%, 비공식전 포함


역대 케스파랭킹 2위 횟수 3위 : 12회[2002.09-2003.02(6회), 2003.10-2004.03(6회)]

역대 케스파랭킹 3위 이내 횟수 공동 5위 : 24회, (공동 5위 김택용)

역대 케스파랭킹 5위 이내 횟수 5위 : 32회

역대 케스파랭킹 10위 이내 횟수 공동 6위 : 44회, (공동 6위 임요환)

(홍진호 위에 랭크된 선수들 : 이영호, 이제동, 김택용, 임요환, 이윤열, 송병구)

 

역대 케스파랭킹 저그랭킹 1위 횟수 2위 : 27회[2002.05-2004.07(27회)]

역대 케스파랭킹 저그랭킹 2위 횟수 8위 : 7회[2002.03-2002.04(2회), 2004.09-2005.01(5회)]

역대 케스파랭킹 저그랭킹 3위 이내 횟수 2위 : 46회

(홍진호 위에 랭크된 저그 : 이제동)

 

역대 양대 리그 4강 진출 횟수 : 4위(10회)
[1위 : 이제동 (12) / 2위 : 이윤열, 이영호 (11) / 5위 : 임요환, 최연성 (9) / 7위 : 강민, 조용호, 송병구 (8) / 10위 : 김택용, 정명훈 (7)]


역대 두 번째로 억대연봉 장기계약 체결
역대 두 번째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100승 클럽 가입
역대 두 번째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명예의 전당 등록
역대 온게임넷 스타리그 다승순위 2위
역대 프로게이머 통산 다승순위 5위

 

통산전적 923전 527승 396패 (57.1%)
대테란전 427전 235승 192패 (55%)
대토스전 275전 165승 110패 (60%)
대저그전 221전 127승 94패 (57.5%)

 

 

 

4.

 

 타 종족에 비해 저그가 선수들의 순위를 매김에 있어 의견 충돌이 잦은 것은 결국 홍진호의 존재 때문이다. 홍진호가 우위냐 박성준이 우위냐, 홍진호가 우위냐 조용호가 우위냐를 놓고 몇 년 동안 답이 없는 설전이 벌어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홍진호가 우승하지 못한 저그라는 것에서부터 기인한다. 결국, 우승 한번 하지 못한 홍진호가 죄인이 된다.

 

 후대의 저그들은 쉽게, 압도적으로 차지한 그 우승을 홍진호는 차지하지 못했으므로 홍진호는 평가 절하되어야 하는가?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홍진호가 남긴 업적과 기록은 그 가치를 상실하거나 일부만 인정받아야 하는가?

 홍진호가 결승에서 맞서 싸운 상대와 박성준, 조용호, 박태민이 맞서 싸운 상대는 다르다. 그것을 그저 승패만을 놓고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각자 세대가 다르고 전성기를 맞이한 시대가 다른 선수들을, 각 시대와 세대의 차이를 무시한 채 거시적 관점에서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홍진호의 전성기는 박성준의 전성기나 조용호의 전성기나 박태민의 전성기와 견주어 보아도 더 좋은 승수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도 홍진호는 우승이 없으니 그들보다 못한 저그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떠한 선수를 평가할 때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함은 옳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되도록이면 수치화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으려고 한다. 그러나 저마다 최강과 최고를 가리는 기준은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러니까, 스타팬들이 가장 손쉽게 꺼내는 그 '커리어'에 우승 횟수만 포함시킬 수도 있고 나처럼 전성기 승률과 승수, 누적 승률과 승수, 역상성 종족전 전적, 맵 밸런스, 상대해온 선수들, 시대와 시기, 랭킹, 종족 기여도, 상징성(이 상징성이라는 것이 결코 스타성에서만 기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모나 성격, 경기 스타일, 성적 등을 포괄한다고 보며, 따라서 이것이 완전히 주관적인 기준인가라는 의문에 나는 부정적이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어떤 것에 더 점수를 줄 것인가도 결국은 주관적이다.

 그러므로 홍진호를 최고의 저그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강의 저그를 꼽을 때 이제동 다음 자리에 홍진호가 아닌 다른 저그를 넣을 수도 있다. 서로의 기준 차이일 뿐, 어떤 것도 정답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홍진호라는 선수를 평가할 때, '0회 우승의 준우승 저그'라는 이름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가 있다면, 그러한 이름으로 홍진호를 부르는 것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떠올린 그 이름의 시작에 어떠한 것들이 있었는지를 부디 돌이켜 봐주었으면 좋겠다. 그대들의 기억 속에도, 그대들이 홍진호에게 붙여준 '저그'라는 이름이 있고 '폭풍'이라는 이름이 있고 홍진호가 애처롭게 싸우며 지켜낸 저그의 시대가 있을 것이다.

 "0회 우승의 저그 따위가 어딜 감히 3회 우승의 저그에게?"와 같은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홍진호에게 너무 잔인한 말이다.

 

 

 

5.

 

 홍진호가 가졌던 예쁘고 영광스러운 이름은 홍진호의 시대와 함께 잊혀져가고 있다. 추억은 미화되기도 한다지만, 그보다 더 손쉽게 바래지기도 한다. 우승 한 번 하지 못한 죄로 홍진호의 이름과 홍진호의 시대는 점점 더 그 가치를 잃을 것이다. 홍진호는 계속해서 평가 절하 받을 것이고 나는 그것을 억울해 할 것이고 그래서 눈이 뒤집혀 키배를 뜨다가도 "그러게, 한 번만이라도 우승했다면 어떻게든 좋게 평가해 볼텐데.." 하는 말을 들으면 속상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그렇게 홍진호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콩, 2인자, 비운의 저그 등 좋지 않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릴 것이다.

 

 그러나, 절대 그의 시대를 잊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가 이뤄낸 업적과 가치를 고스란히 인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의 진정한 이름으로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를 두고 열정적으로 키배를 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그를 최고의 저그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가 가진 수많은 이름, 그중에서도

폭풍 홍진호의 진정한 이름, ‘저그의 혼’으로 그를 부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 전적 출처 : http://www.ygosu.com

+ 참고자료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 : http://yusongi.tistory.com/413

+ 이 글은 PGR21에도 게시되었습니다.


0.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 욕설 조금 포함.


1.

 블프때 산 자날과 군심을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캠페인이나 하려고 산건데 캠페인은 자날 좀 하다가 잠깐 멈추고 그냥 놀고 있다. 컴퓨터 데리고 실컷 놀다가 래더에 도전했는데 결과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공방도 안 거치고 바로 래더로 돌진한 내가 미친놈이다.)

 아직도 저그를 제외하고는 새로 추가된 유닛과 테크트리를 다 못 외웠으니 뭐 겜을 잘하면 그게 이상한거지ㅋㅋㅋ 해병, 추적자 이따위 한글화도 영 적응이 안돼서 설정을 영어로 바꿨다. 그러니 유닛과 테크 명칭 헷갈리는건 해결됐다만 새로 추가되거나 변경된 건 여전히 못 외우고 어지간히 해메는 중. 그나마 저그는 다 외웠다. 저그의 단순한 테크트리가 이럴땐 고맙더군.

 그런 저그도 이러저러한 변경점이 있어 적응하는데 좀 어리둥절했다. 처음에 딱 컴퓨터랑 대전을 하는데, 다크가 와서 내 유닛을 신나게 썰고 있는데 다크가 안 보이더라 이거지. 뭐여? 오버로드가 바로 머리 위에 있는데?(하는 시점에 쏘원이 떠올랐... 크흑. 쏘원은 진짜 홍빠로서 댄배와의 저그전을 제외하면 상처뿐인 리그다.) 놀라서 한참을 허둥댔지 뭐냐. 오버로드도 업글을 해야 한다는걸 알고 시이발 내가 억울해서ㅠㅠ 저그 하향 너무 심한거 아님? 가뜩이나 별 볼일 없는 저그가 디텍터까지 신경써야겠음? 앙? 저그의 이점 중에 하나가 시작하자마자 디텍터가 주어진다는건데... 아놔. 또 하나 신기했던건, 성큰과 스포어를 움직일 수 있다는거ㅋㅋㅋ 저저전 처음 할 때, 컴퓨터 진영에서 스포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뚜벅뚜벅 걷는거 보고 기절할뻔ㅋㅋㅋ 그제서야 자세히 보니 언버로우 버튼이 있더라고. 뭐 이런 재밌는 요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변경점은 저그 너프 씨팔!

 짜증나는게, 저그가 럴커와 스컬지와 디파일러 없이 어떻게 게임을 하냐 이거여. 럴커 없으면 토스, 테란 뭘로 조임? 스컬지 없으면 토스 공중유닛 어떻게 잡음? 디파일러 없으면 후반에 테란 어떻게 이김?ㅋㅋㅋㅋㅋ 아, 진짜 짱난다 짱나. 덕분에 중반부 넘기면서부터 테란한테 관광당하는건 기본이고 토스한테도 탈탈 털리기가 다반사였음. 그나마 이긴건 테란이든 토스든 초반에 바퀴+히드라 쇼부고... 래더 맵들은 또 하나같이 왜 그모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그냥 저그 고른게 존나 죄다 죄, 진호 말마따나.

 내가 진짜 스2 하면서 계속, 진호의 프로젝트A가 막 떠오르더라ㅋㅋㅋ 그래... 이런 기분이었군. 이렇게 아예 다른 겜 하는 기분이라 진호가 스2에는 흥미를 못 느꼈군. 싶으면서. 나야 뭐 그냥 취미로 하는거라지만 진호는 십년 넘게, 이십대 통째로 바쳐 직업으로 삼았던 게임인데 그 후속작이 아예 다른 게임처럼 느껴지니 정이 안 붙는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아니 뭐 이건 둘째치고 진호가 계속 상대 테크트리 보고도 뭔지 잘 몰라서 어리둥절행 했던게 진짜 뼈저리게 공감이 갔다 이거다ㅋㅋㅋ 아니 그리고 뭔놈의 오브젝트가 다 그렇게 구분이 잘 안 가냐 이거여. 스1이 선명한 유화의 느낌이라면 스2는 유닛도 건물도 뭔가 수채화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저그는 좀 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2가 흔히 말하는 글로벌 좆망겜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고 여전히 RTS의 진수라는 느낌이다. 뭐 이젠 스2를 대체할만한 RTS는 모두 사장되고 없긴 하다만은 어쨌든 RTS장르로서의 스2는 여전히 잘 만든 게임이다. 스2가 부진한건 스2가 못 만든 게임이라서라기보다는 그냥 RTS 장르가 쇠락한 탓이겠지. 요 사이 충분히 해 보고 느낀 건, 스2가 게임성으로 보자면 절대 좆망겜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까 시이팔 DK새퀴야 저그 버프좀... 저그 다 나가 죽는 소리 안 들리냐? 저그는 어케 살라고 시이팔.... (그래도 아직 자존심이 있어서 내가 겜알못이라는건 인정하기 싫은거다. 그런거다.)


2.

 스2를 재미있게(라고 쓰고 빡친 상태로 라고 읽는....) 하면서, 아니 사실은 공방에서 신나게 털리면서,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는데도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이 내가 스타크래프트1을 더 좋아할 수 밖에 없어서일까. 스2를 하다가 다시 스1로 돌아와 한동안 손 놓았던 공방을 하는데... 물론 이미 손이 다 굳은 상태니 스1이라고 날라다니겠느냐만은 그래도 해온 시간이 있다고 스2보다는 그래도 낫더라...

 스2 UI가 스1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은 나도 아주 잘 안다. 그래도 그 스1의 불편하고 귀찮고 컨트롤을 강요하는 UI와 시스템에서 더더욱 게임하는 맛을 느낀다면 내가 좀 이상한 놈일는지. 아니면 그저 익숙함 때문일는지. 그것도 아니면 원래 RTS 장르는 좀 귀찮고 불편해야 더 재밌는 것인지.

 어쨌든 스2로 만족 못하는 부분들을 스1을 하면서 좀 메웠다. 뭐 스1도 개떡같이 못하기는 마찬가진데 스2 하면서 질 때 보다 스1 하면서 질 때가 짜증도 재미도 두배다. 더 오래 해왔던거라 지면 더 짜증나긴 하는데, 지면서도 재밌는 게임이 스1이더라. 스1을 내가 오래 쉬기도 했고, 이제 공방에서도 다 진골들만 남아서인지 그냥 탈탈 털린다ㅋㅋㅋ 그래도 뭐 스2보다는 성적이 아주 조금 더 나은듯. 진호 표현 빌리자면 손이 썩어도 너무 썩어서 아주 문드러진 상황이라 후반 가서 디파일러 쓸 때 쯤이면 아주 난리도 아니다. 그렇다고 진호의 폭풍 스타일을 해보자니 그나마 나의 겜 전성기에도 버거웠는데 지금은 뭐ㅋㅋㅋ 말할것도 없고. 결국 난 여전히 원치않는 목동저그 스타일. 그것도 아니면 초반에 짝퉁 폭풍이라고 쓰고 쥐어짜기라고 읽는 쇼부 스타일로 이길 수 밖에.

 결론은 블쟈야 스컬지와 디파일러 내놔라... 럴커야 공허의 유산에서 추가된다지만 자날과 군심에서 상처받은 저그빠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좀 늦은거 아니니...


3.

 아무튼 그래서 요즘 스1과 스2를 번갈아가며 진짜 빡겜을 하고 있는 중. 왜 아직도 게임에서 지면 그렇게 빡치는지 모르겠다ㅋㅋㅋ 이제 난 이기는것보다 지는게 당연한데 왜 아직도 열받는거지ㅋㅋㅋ 열받는다고 밤새서 게임하느라 휴게실에 짱박혀 있다가 새벽에 혈압 체크하러 온 간호사한테 쿠사리 먹은게 한두번도 아니여... 그래도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진 상태에서는 끝내기가 힘들다. 어떻게든, 쇼부든 뭐든 어떻게든 이겨야 종료 버튼을 누를 마음이 생기니 원.

 그러니까, 대충 이러한 테크다.

스2 공방에 들어간다 -> 테란한테 진다 -> 씨이팔 테란 씹사기 DK 개새끼 블쟈 개놈들의 테란 사랑 씨팔 눈물겹다 눈물겨워 -> 그래 역시 역상성인 토스를 갖고 놀아야 재밌지 -> 토스한테 진다 -> 씨이팔 토스 씹사기 저그가 역상성인 토스 나부랭이한테 털려야겠냐? 밸붕의 아이콘 DK 개새끼 -> 그래 그나마 승률이 제일 괜찮은 저그전을 해야겠어 동족전을 잘해야 진짜 그 종족을 잘 한다고 할 수 있지 -> 저그한테 진다 -> 아놔...... 바, 방금은 실수였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역시 저그로 테란을 이길 때 가장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듯 그러니 테란전 하자 -> 테란한테 진다 -> ............. 무한반복.............. -> 씨이팔 이따위 밸붕겜이니 글로벌 좆망겜 소리 듣지.... 스2 안한다 내가 더러워서 때려친다 내가 -> 스1 공방에 들어간다 -> 자 그럼 토스를 한끼 식사로 해치우고 가볍게 손을 풀어 보실까? -> 토스한테 진다 -> 아 손이 덜 풀렸네 역시 손을 풀려면 테란전을 해야한다니까 디파일러와 럴커가 있는 한 테란은 개껌이지 -> 테란한테 진다 -> 시발 역시 테란은 씹사기여... 이 빡치는 마음을 저그전 하면서 달래야겠어 -> 저그한테 진다 -> 역시 저저전은 빌드빨 정찰빨 운빨이지... 오늘 운이 좀 안 받는군? 그럼 이제 손이 풀렸을테니 토스좀 갖고 놀아볼까? 저그한테 토스따위는 한입거리지 -> 토스한테 진다 -> .................... 무한반복 ............... -> 아 빡쳐! 겜 안해! -> (잠시 뒤) -> 내가 이기고 만다 -> 스2 -> 스1 -> 스2 -> 스1 -> ...... 둘 다 이길 때 까지 무한반복..................

 써놓고 보니 내가 봐도 미친놈이다.


4.

 그러니까, 이렇게 진짜 미친놈처럼 게임에 매달리고 있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들. 앞서 말했듯이 플젝A에서 진호가 스2의 저그가 약하고 천대받는 종족이라고 했던 말도 기억나고(뭐 스1에선 안그랬냐마는) 진호가 저그를 골랐다는 이유도 생각나고... 뭐 또... 진호는 이 약하고 미움받는 종족으로 어떻게 그렇게 잘 했을까 새삼 대견하고 대단하고... 뭐 그런것들.

 사실 저그라는 종족이 진짜 약하고 보잘것 없는 종족인데, 저그 팬들이 저묵묵이라 테뻔뻔과 프징징들의 등쌀에 밀려 부각되지 않았을 뿐. 제일 팬심 약하고 제일 충성도 약한 저그를 골라서 그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묵묵하게 성적 내고 저그를 이끌었던 진호는 정말 대단하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더불어 제일 팬심 약하고 제일 충성도 약한 저그를 골라서 진호가 역사 속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도 속상하고. 이래저래 진호는 정말 종족빨 못받은 게이머다.

 시대는 감안하지도 않고, 그 시절 저그의 한계와 그 한계에 부딪혀가며 계속 그 한계의 벽을 조금씩 무너트려간 진호의 노력은 보지도 않고, 결국 후대 저그들이 했던 걸 넌 못 했으니 넌 그저 그런 저그야, 하고 홍진호의 저그를 비난하는 놈들은 스타를 안 했거나 스타를 제대로 안 봤거나 아니면 그냥 뇌가 없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도 아니라면 누군가의 악질 빠거나. 주로 악질 마빡이 새퀴들 같은 부류. 그놈들은 씨팔 저그의 모든게 만물 마주작설ㅋㅋㅋ 마주작이 정립했다고 하는 3햇 하이브?ㅋㅋㅋㅋㅋ 꼭 저그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저알못들이 마주작을 과대포장한다. 저그의 가장 큰 패러다임을 제시한 건 마주작의 3햇 하이브가 아니라 홍진호의 라바관리라는걸 모르는 놈들은 저그를 할 자격이 없다.

 좀 샜는데, 아무튼, 홍진호가 얼마나 대단한 게이머이고 얼마나 레전드인지를 모르는 놈들이 그냥 뭣모르고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유머짤만 보고, 혹은 잘못된 정보만 보고 게이머 홍진호를 까대는 걸 보면서 빡치는게 하루 이틀은 아니다만은 이렇게 한참 겜 하고 나면 새삼 그놈들이 더 괘씸하다. 이런 저그로 테란을 그렇게까지나 씹어먹고 다녔는데... 그걸 알지도 못하는 스알못들이 진호를 까고 노냐 싶어서.

 결론은 종족빨 못받은 홍진호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운데...... 또 진호가 저그를 고르지 않았더라면 내가 진호를 좋아했을까 싶기도 하고. 누가 뭐래도 홍진호는 저그와 제일 잘 어울리는 게이머니까.

 역시 게임하다보면 꼭 끝에서는 진호를 찬양하게 된다. 저그... 이 애증의 저그....


5.

 또 다시, 게임하는 홍진호를 보고싶다. 가장 빛나는 홍진호를.

기왕이면 다른 게임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진호가 보고싶다. 저그를 잡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진호의 경기를 보고싶다.

진호는 스타즈 파티를 이제 완전히 후배들의 판으로 생각하고 있는듯 한데, 그리운 얼굴들과 스타하는 진호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사실 스2가 가격 내린지는 한참 됐지만... 게임 하는것도 귀찮고 왠지 스1을 배신하는 느낌도 들어서 그냥 넘겼었다.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을 각 2만원에 파는걸 보고 블리자드의 콧대가 언제 이렇게 꺾였나 싶어서 놀랐었는데(자날 첫 발매때 블쟈의 시건방을 보고 쌍욕을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ㅋㅋㅋ) 아무리 블프라지만 자날과 군심이 각 1만원이라니.....
스1과의 으리와 스2에 관한 호기심 사이에서 좀 고민했다. 스2 캠페인이 재밌단 소리를 들어서 해보고싶기도 했고 다시는 이 가격에 사지 못할거라는 예감이 지름신을 불러오기도 했고ㅋㅋㅋ 좀 고민하다가 이, 이건 사야해! 하고 일단 샀다.
어차피 손이 다 굳어서 래더겜은 못할거고, 스1때도 유즈맵은 별로 안 했고... 그냥 캠페인만 하고 말 것 같긴 한데, 자날과 군심 각각 만원씩이면 캠페인만 하고 접어도 아까울 일은 없을것 같다. 미우나 고우나 블쟈의 장인정신이야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닥치고 찬양 아니겠나. 게임 장인들이 한땀한땀 만든 게임이 만원이면 사실 엄청 싼거다.
이 나이에 새로 스2 배워서 래더를 뛰진 않겠지만, 얼마전에 스1 함 해보니 진짜 손이 맛탱이가 가버려서 이 손으로 캠페인이나 할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 스2는 컨트롤이 더 편해지긴 했다만 APM이 너무 처참한 수준이라ㅠㅠ
인스톨 하고 로그인 한 상태로 한참 망설이다가 잠시 보류. 빡겜하게 될 것 같아서ㅋㅋㅋ 조용한 병실에서 타닥거리면 민폐기도 하니 새벽에 휴게실 가서 혼자 해야지ㅋㅋㅋ 아 꽤 떨리네ㅋㅋㅋ 그때까지 진호의 플젝에이나 봐야겠다.
외도는 아니고 잠시 스2로 조용히 외출 다녀오겠음!
그래도 내 사랑은 스1뿐이야ㅜㅜ 럴커야 사랑해 스컬지야 사랑해 디파일러야 사랑해ㅠㅠ

암튼, 스2 구입을 망설인다면 지금이 최저가이니 망설이지 말고 질러도 좋을듯. 블쟈가 절대 만원 이하로 내릴 일은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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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원체 꿈을 잘 꾸지도 않는 편이지만, 꿈에 사람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고,

가뭄에 콩나듯 사람이 나오는 꿈을 꿔도 주변인이 나오는 꿈이 대부분인데.

뜬금없이 꿈에 등짝이 나타났다.

진호도 아니고 정석이가 왜 내 꿈에?

그것도 아주 개인적인 내용으로.

너무 프라이빗한 줄거리에 등장인물로 정석이가 등장해서 당황함.

그것도 2014년식 등짝이 아니고 2003년식 등짝이었음. 케텝으로 이적하기 직전의 한빛 박정석.

뭐여 이거ㅋㅋㅋ

사실, 진호의 공군 입대 이후에는 정석이에 대한 애정이 급 식어서(미워한 적도 있고ㅋㅋㅋ)

꿈에서 다정하고 상냥한 정석이를 보니 왠지 미안했달까.

그래도 정석아 내가 2008년 초 까지는 너 진짜 예뻐했다. 진호가 너 예뻐했던 만큼 나도 너 예뻐했었어.

어느정도는 자업자득 임마.

어쨌든, 꿈에서 2003년의 정석이를 보니... 꿈에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음.

근데 등짝은 2003년식이었는데 나는 2014년식이었다?! 이거 뭐여?ㅋㅋㅋ


2.

김뎅의 새 앨범.

캬... 녹는다.

본격 뮤직비디오 촬영, 편집 가능한 최초의 아이돌이라고 쓰고 조상돌이라고 읽... 신화 김동완!

역시 이름값 하는 내새끼들.

이름 그대로 신화를 써가는 울애기들.

다음엔 또 어떤 '최초'를 보여줄까? 하긴, 신화의 매일매일이 가요계에서는 '최초'이니까... 새삼스럽나?

(지들보다 후배도 아니고 선배인 아이돌한테 망언크리 쏟아내고, 해체했던 기간이 활동 기간보다 더 긴데도

뻔뻔스럽게 초장수 아이돌 행세 하는 g모그룹 김모군 보고 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팔 아직도 쌍욕 나옴.

얼마전에 또 입 잘못 털어댔다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김동완 새 앨범 대박!


3.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고 짜증난다는건 아주 오랜 기간 체득하여 알고 있다지만....

한살한살 나이 먹어갈수록 정신적으로 더 내몰리는 기분이다. 병원이라면 지긋지긋.

사실, 병원에서 딱히 할 것도 없고, 아픈 날만 아니면 시간도 많은데,

그냥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젊을땐 병원에서도 별거별거 잘만 했는데, 이젠 드라마 같은걸 보기도 귀찮다.

정확히 말하자면 '새' 드라마나 '새' 만화나 '새' 책을 보는게 귀찮다. 몰입할 기운이 없나보다.

그래서 맨날 예전에 봤던거 재탕 재탕 재탕.

엙 나온 연애의 발견도 기력이 없어서 못보고, 여기저기 진호 나온 방송들도 못보고.

그냥 울 애들 예전에 나왔던 프로들, 아니면 무대들 보고, 진호 옛 경기들이나 심심풀이용으로 틀어놓고

사실 하루종일 멍때린다. 게임도 기력이 없어서 못하겠다.

무기력의 끝을 달리는 중.

일 하고 싶다.


4.

쓰다가 중단한 글들. 꼭 쓰고 싶은 글들인데 언제쯤 마무리 할 수 있을까나.

새 글은 커녕 쓰다가 만 글들이나 완성하고싶다ㅋㅋㅋ

 - 십년만에 말하는, '삼연벙'에 관한 오해들.

 - 신화, 2인자라 폄훼당하는 '1인자'에 대하여.

 - 내가 팬질하는 이들의 공통점.

 -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 폭풍의 시작, 2001년. -1부 3장-

 - '홍진호'에 관한 오해들.

 - [신화 바로알기 시리즈] 전설을 넘어, 계속되는 '신화'가 되어라.

 - [신화 바로알기 시리즈] 아이돌과 뮤지션의 사이에서.

 - [신화 바로알기 시리즈]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최장수 아이돌'의 무게.

 - 홍진호 팬이 본 [더 지니어스 2 -룰 브레이커-] 05화.

이게 전부 올 한해동안 쓰다가 만 글들ㅋㅋㅋ 엄청 많구나.

이거 말고 그냥 혼자 기획한 글이나 프로젝트가 더 많다는게 함정...

빡쳐서 중단한 지니어스 리뷰부터, 신화 16주년을 맞아 기획한 3부작 시리즈에,

진호에 대한 말도 안되는 카더라에 빡쳐서 기획한 글,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

그냥 쓰고 싶어서 썼던 팬질 넋두리에, 김태우의 개소리에 빡쳐서 작성하기 시작했던 신화 글에,

얼마전 삼연벙 10년을 맞아 쓰기시작한 글까지........ 근데 어쩌다보니 이래저래 마무리를 다 못했네.

해야되는데ㅠㅠ..... 저렇게 쓰다 만 글이 많으니 블로그 들어 올 때 마다 찝찝하다.


5.

나이를 먹을 수록 과거에 사는 것 같다.

나의 과거가 과거에서 끝나지 않도록, 여전히 현재를 살아주는 이들에게 고맙다.

신화도, 진호도, 장숸과 재덕이도.

빨리 털고 일어나서 현재를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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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호 생일이라고 괜히 감상에 젖어서는 밤새 옛 경기 돌려보고 돌려보고 돌려보고.....

그리워하고 그리워하고 그리워하고...

그러다가 아침에서야 잠들었네.

 

그제 밤부터 어제 아침까지는 진호 생일 축하글 쓴다고 밤새고ㅋㅋㅋ

아 그거 다 쓰고 읽어보니 몇 자 되지도 않는구만 쓰려면 왜 그리 오래 걸리는지.

사진 하나도 고르고 고르고, 중간에 넣을 게임도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고민하느라ㅋㅋㅋㅋ

같은 병실 쓰는 사람들 때문에 타자를 타닥타닥 치지도 못하고 소리 죽여 치느라 더 오래 걸린것도 있지만.

 

어쨌든, 이틀 밤을 새고 나니 아무리 낮잠을 자도 몸이 또 이상하다.

간호사 올 시간 되면 노트북 닫아놓고 자는척 했는데ㅋㅋㅋㅋ 간호사가 혈압을 한번 재더니 또 재봄ㅋㅋㅋㅋ

오늘은 아침 먹고 실컷 자다가 점심 먹고 또 자다가 저녁 먹고 또 자다가ㅋㅋㅋㅋ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데도 정신이 또렷치가 않다.

 

각설하고,

블로그에 들어와보니 투데이가;;;;;

이거 뭐여;;;;; 하고 보니 인벤쪽을 경유해 접속한 기록이 많다.

엥? 인벤? 내가 인벤 안 가본지가 언젠데......... 하고 들어가보니

누가 내 글을 퍼갔네.

그게 화제글이 되면서 링크 타고 온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뭐, 펌글이라고 써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내 블로그 주소를 지우지 않고 적어줬으니 그걸로 그려려니 해야 하는건가.

그래도, 기왕 글을 퍼 갈 거였으면 영상도 함께 퍼가지...

글 중간중간에 삽입한 경기 영상은 제외하고 퍼갔더라. 쩝. 아쉽게스리.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보고 싶은 경기라 넣은거였는데.

..... 그리고, 글자색 지정은 안된다 치더라도 가운데 정렬좀 해주지ㅠㅠ

좌측정렬 하니 글이 너무 못나보임ㅠㅠ 레이아웃이 얼마나 중요한데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런거에 굉장히 집착함.

 

인스티즈에서도 퍼갔던데-_- 흠.... 펌글이면 펌글이라고 표시좀.....

그리고 기왕 퍼갈거면 제발 레이아웃좀 그대로 퍼가라고ㅠㅠ 내가 괜히 가운데 정렬 한 줄 아냐!!!

 

아, 브금은 왜들 다 빼고 퍼간거야!!! 브금도 내가 얼마나 고민해서 고른건데!!!!

 

아참ㅋㅋㅋ 인벤 댓글 보고 깨달은건데, 통산전적을 내가 잘못 적었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이게 뭔일이래ㅠㅠ 내가 이런 중요한 글에서 이따위 실수를 하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

거지같은 몸상태로 밤새 글쓰느라 실수한줄도 몰랐어!!!! 라고 변명하고 싶다.

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조금 지났지만 진호의 생일을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으니...

그걸로 기쁘다.

 

 

 

진호가 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던 선수인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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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 이미 넌 고마운 사람
 
 
 
 
 
홍진호
HongJinhO
[NC]...YellOw
 
 
1982. 10. 31.
 
 
前 프로게이머
前 프로게임단 감독/프런트
現 방송인
 
 
 
 
 
서른 세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주의 : 14년 치 팬심 꽉꽉 담은 글
 
 
 
 
 
프로게이머 홍진호
 
 
방송 데뷔 : 2000. 12. 10. iTV 게임월드 <고수를 이겨라> (VS강도경)
공식 데뷔 : 2000. 12. 12. 쉐르파배 오픈대회 (VS나건동)
공식 은퇴 : 2011. 06. 25.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VS전상욱)
 
 
통산전적 923전 527승 396패 (57.1%)
대테란전 427전 253승 192패 (59.2%)
대토스전 275전 165승 110패 (60%)
대저그전 221전 127승 94패 (57.5%)
 
 
선수생활을 하면서,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경기를 치른 선수
전성기가 끝난 이후부터는 주구장창 지면서 승률을 까먹고도 통산 승률이 50%대 후반이었던 선수
역상성 종족인 테란을 상대로 게이머 생활 막판까지 60%에 가까운 승률을 보유한 선수
만년 2인자라 놀림받았지만, 사실은 스타크래프트1 역사 첫 머리에 기록된
저그의 제왕
 
 
 
 
 
'저그'라고 쓰고 '홍진호'라고 읽는다
 
 
다른 저그 프로게이머들이 테란에 무너질 때에도 끝까지 저그의 자존심을 지켰던
Lord of Zerg
 
 
연간 역상성 종족(테란)전 최고 승률 보유 저그 : 2002년 71.6%, 비공식전 포함
이 기록은 스타크래프트1 리그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깨지지 않았다.
 
 
전성기 : 2001-2004
 
2001
통산전적 123전 78승 45패 (63.4%)
대테란전 54전 34승 20패 (63.0%)
대토스전 33전 20승 13패 (60.6%)
대저그전 36전 24승 12패 (66.7%)
 
2002
통산전적 210전 143승 67패 (68.1%)
대테란전 95전 68승 27패 (71.6%)
대토스전 64전 41승 23패 (64.1%)
대저그전 51전 34승 17패 (66.7%)
 
2003
통산전적 164전 99승 65패 (60.4%)
대테란전 85전 46승 39패 (54.1%)
대토스전 33전 22승 11패 (66.7%)
대저그전 46전 31승 15패 (67.4%)
 
2004
통산전적 95전 58승 37패 (61.1%)
대테란전 42전 25승 17패 (59.5%)
대토스전 30전 22승 8패 (73.3%)
대저그전 23전 11승 12패 (47.8%)
 
 
이후, 흔히 놀림감으로 많이 거론되는 '삼연벙 사건'이 터지면서 홍진호는 기나긴 슬럼프를 겪었고,
홍진호의 전성기는 2004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전성기를 끝내버린 임요환을, 홍진호는 원망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그 사건이 일어난 뒤, 며칠 안 되어 임요환과 히히덕거리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다만, 홍진호는 4강이라는 멋진 무대에서 허무하게 진 것보다는,
오랜만의 임진록을 기다렸을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홍진호는 그런 선수였다.
 
 
 
 
 
폭풍이라고 불렸던 선수
 
 
가난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자원으로 가장 효율적인 전투와 운영을 했던 선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하며, 경기 내내 공격을 쉬지 않았던 선수
폭풍처럼 몰아치며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공격적인 선수
 
 
전략적이고 가난한 홍진호의 스타일을 보며 사람들은 저그답지 않은 저그라고 했지만,
사실은 저그의 본질을 가장 먼저 파악했던, 그래서 가장 저그다웠던 선수
 
 
언제나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휘몰아칠 땐 그 누구보다 두려웠던 선수
아슬아슬하고 처절한 경기마저도 그것이 매력적이었던 선수
 
 
홍진호라서 가능했던 폭풍 스타일,
그것은 스타크래프트1 역사에 꼽히는 매력적인 경기방식이었고
그래서 홍진호는 가장 사랑받는 '스타일리스트'였다.
 
2003 Olympus 스타리그 16강 : 홍진호 VS 김현진
 
2003 LG IBM PC TEAM LEAGUE : 홍진호 VS 박태민
 
2003 MyCube 스타리그 16강 : 홍진호 VS 강민
 
누가 봐도, 설사 게임을 모르는 이가 보아도
이 경기들을 보면 홍진호가 왜 '폭풍'이라고 불렸는지 알 수 있을것이다.
 
 
 
 
 
독하지 못했던 천재의 끈질긴 도전
 
 
홍진호 자신은 부정하지만, 홍진호는 스타크래프트1 역사상 손꼽히는 천재성을 가진 선수였다.
저그 플레이어로서 그가 가진 순간 최적화 능력은
계산이나 연습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감각에 의한 재능이었다.
홍진호는 피지컬이나 연습이 아니라, 천부적인 감각으로 경기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홍진호는 독하지 못한 천재였다.
자신의 라이벌처럼 지독하게 연습에 매달리지도 않았으며,
그 라이벌처럼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한다'는 마인드도 없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예민하고 날카로웠으나 홍진호는 무디고 둥근 편에 속했다.
말하자면, 한량 같은 선수였다.
 
 
홍진호는 영리하지 못했다.
지면 탈락, 이겨야 4강에 진출하는 상황을 앞두고 홍진호는 프로토스를 상대로 8강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맵은 저그:프로토스의 전적이 1:9(최종 전적 기준)인 극악의 프로토스 맵.
당대 3대 저그였던 저그 선수도 종족을 테란으로 바꾸어 플레이할 만큼 저그에게 무덤과도 같은 맵이었다.
홍진호는 당시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타 종족 플레이를 잘하기로 손꼽히는 실력자였기에
영리하게 다른 종족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었지만,
“저의 보잘것없는 저그를 팬들께서 사랑해 주시기에 저그로 승리해 보이고 싶습니다.”라며 저그를 택했다.
당연히 경기는 저그인 홍진호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었으나,
홍진호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듯 악착같이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네트워크 사정이 좋지 않아 계속해서 경기가 끊겼고, 재경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치자
홍진호는 네트워크가 연결된 찰나의 순간에 재빠르게 항복 선언을 했다.
네트워크 사정에 의한 재경기는 선수의 과실이 아니었고, 4강 진출이 간절했던 홍진호가 조금만 더 영리했다면
네트워크가 완전히 끊기기를 기다렸다가 재경기를 노려볼 수도 있었겠지만,
홍진호는 되려 자신이 항복 선언을 하지 못해서 재경기가 될까봐 걱정된다는 듯 행동했다.
홍진호는 그런 선수였다.
아무리 불리한 경기도 악착같이 버티며 지더라도 마지막까지 '한 방'을 쏟아 붓고 항복했지만,
떳떳하고 당당하지 못한 승리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는, 승부 앞에서 누구보다 순수한 선수였다.
아쉬운 8강을 마치고, 상대 선수이자 아끼는 동생에게 웃으며 "꼭 우승해라." 하고 등을 두드려 줄 줄 아는 선수였다.
 
 
홍진호는 모질지도 못했다.
결승전 징크스, 비운의 준우승자 이미지가 생겨날 무렵 모처럼 오른 결승전에서
홍진호는 1경기 승기를 다 잡은 채 상대의 항복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때 상대 선수는 항복 선언이 아니라,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사운드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홍진호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에서의 석연찮은 경기 중단 요청이었다.
홍진호는 재경기를 거부하고 경기 강행을 요구할 수도 있었으나, 상대의 경기 중단 요청을 받아들이고 재경기를 했다.
결승전에서는 1경기와 5경기에 같은 맵을 사용하게 되어 있었다.
홍진호는 방금 사용한 전략 대신, 5경기에 사용하고자 준비했던 전략을 미리 앞당겨 사용해 1경기에 승리했으나,
박빙의 승부로 4경기 안에 결승전을 끝내지 못했고, 결국 5경기에서 앞서 사용한 전략을 다시 사용했다가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분명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홍진호는 웃으며 동생의 우승을 축하해주는 선수였다.
불이 꺼진 무대 뒤에서 홀로 주저앉아 울지라도.
 
 
멍청하다 느껴질 정도로 영리하지 못했고, 모질지 못했으며 독하지 못한 홍진호였지만,
홍진호는 누구보다도 끈질기게 도전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우승을 눈앞에 두고 실패하면서
수년간 쌓인 절망과 좌절의 벽을 넘어
홍진호는 끈질기게 우승을 향해 내달리는 선수였다.
모두가 "홍진호는 끝났다"고 말하고, "홍진호는 안된다"고 비웃고 비난할 때에도, 그 비난을 견뎌가면서.
 
 
 
 
 
노장은 죽지 않는다
 
 
홍진호의 전성기는 사실상 2004년에 끝났다.
2006년,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개인리그 우승에 도전했지만 3위에 그쳤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홍진호는 2005년, 2006년에 이미 스타판의 '노장'이었으며 '끝물' 소리를 들었고
2007년 이후 홍진호는 '먹튀', '퇴물'로 불렸다.
개인리그는 물론이고 프로리그(팀 단위 리그)에서도 얼굴을 보기 힘들었으며
마지막 '발버둥'이었을 2008 개인리그 32강에서 탈락한 이후 군에 입대했다.
 
 
홍진호는 공군 프로게임단인 공군 에이스로 입대했다.
홍진호는 '프로게이머로서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상 선수생활 마무리를 위한 행보쯤으로 여겼다.
팬들도 홍진호를 응원하긴 했지만, 홍진호의 회생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현역 선수로서의 홍진호, 프로게이머로서의 홍진호는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0809 신한은행 프로리그 : 홍진호 VS 김택용
735일 동안 공식전에서 승리해보지 못한 퇴물 선수와
대저그전 최강 프로토스, 대저그전 7연승 중인 케스파 공인 랭킹 2위의 선수의 경기.
누구도 홍진호가 이길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팬인 나조차도 그랬다.
그랬는데............
거짓말처럼 홍진호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것도 한창 전성기 시절의 폭풍 스타일로.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홍진호는 경기로 보여줬다.
 
0910 신한은행 프로리그 : 홍진호 VS 이제동
전성기가 6년 전에 끝난, 한때 최강이었던 저그와
동족전 제일 잘하는 저그, 당대 최강의 저그이자 역대 최강 저그의 경기.
'저그의 시작'과 '저그의 끝'이 맞붙은 이 경기에서,
제 손으로 저그의 역사를 열고 그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던 이가 승리했다.
저그라는 종족을 더 잘 알고, 더 잘 다뤘던 홍진호의 승리였다.
왜 저그의 진정한 왕이 홍진호인지를, 홍진호는 경기로 증명했다.
 
0910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 홍진호 VS 신상문
프로리그(팀 단위 리그) 꼴찌 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랭킹 75위의 노장 선수와
한 팀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에이스이자 대저그전 7승 무패, 랭킹 14위 젊은 선수의 경기.
피지컬이 좋지 못한 홍진호가 11년이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경기양상을 흡수해 자신의 경기 스타일과 접목했기 때문이었다.
전성기가 끝난 지 6년이나 지난 선수의 경기임에도 왜 홍진호의 경기는 여전히 재미있는지,
홍진호가 왜 대테란전 스페셜리스트였는지를 알 수 있는 경기.
 
 
홍진호가 선수생활 후반에 보여준 기적과도 같은 승리는,
전성기는 끝났을지언정 선수로서의 삶은 아직 끝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는
선언 같은 것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저그의 진정한 왕
 
 
홍진호의 은퇴식에서, 홍진호의 팬을 포함한 많은 e스포츠팬들이 홍진호에게 했던 말
“저그의 진정한 왕, 부디 영원하소서.”
 
 
역대 케스파랭킹 2위 횟수 3위 : 12회[2002.09-2003.02(6회), 2003.10-2004.03(6회)]
역대 케스파랭킹 3위 이내 횟수 공동 5위 : 24회, (공동 5위 김택용)
역대 케스파랭킹 5위 이내 횟수 5위 : 32회
역대 케스파랭킹 10위 이내 횟수 공동 6위 : 44회, (공동 6위 임요환)
+ 케스파랭킹 : 한국 e스포츠 협회 공인 랭킹
역대 케스파랭킹 저그랭킹 1위 횟수 2위 : 27회[2002.05-2004.07(27회)]
역대 케스파랭킹 저그랭킹 2위 횟수 8위 : 7회[2002.03-2002.04(2회), 2004.09-2005.01(5회)]
역대 케스파랭킹 저그랭킹 3위 이내 횟수 2위 : 46회
 
 
홍진호는 스타크래프트1 리그가 시작될 즈음부터 그 리그가 막을 내릴 즈음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그 오랜 기간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데뷔하고 은퇴했으며 이름을 날렸지만
역사에서 홍진호 위에 랭크된 선수들이라고는 이영호, 이제동, 김택용, 송병구, 이윤열, 임요환 정도다.
그나마도 이영호, 이제동, 김택용, 송병구는 1~2세대 뒤의 선수들이다.
이들은 이전 세대의 유산을 받아 진일보함으로써 세대교체에 성공한 선수들이니
앞세대 선수들보다 실력상 우위에 있음이 당연하고, 따라서 단순 비교가 어렵다.
홍진호와 동시대에 경쟁했던 선수들 중 홍진호 위에 랭크된 선수는 이윤열, 임요환이 전부다.
당시에 홍진호가 이들을 상대로 얼마나 불리한 맵에서 싸웠는지, 얼마나 불리한 종족으로 싸웠는지를 안다면
홍진호가 이들보다 뒤처지는 선수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저그 플레이어 중 홍진호보다 상위에 랭크된 선수는 이제동뿐이다.
홍진호 이후 그리고 이제동 이전 사이에 수많은 저그들이 이름을 날렸지만
누구도 홍진호 위에 랭크되지 못했다.
홍진호가 최강의 저그는 아닐지 몰라도, 최고의 저그였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역대 두 번째로 억대연봉 장기계약 체결
역대 두 번째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100승 클럽 가입
역대 두 번째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명예의 전당 등록
역대 온게임넷 스타리그 다승순위 2위
역대 프로게이머 통산 다승순위 5위
 
 
누군가는 또 2를 찾아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팬들의 기억이 흐려지고 구전되는 말들이 왜곡되어도
홍진호는 기록이 증명하는 뛰어난 선수였다.
비록 최고가 아닐지라도, 최강이 아닐지라도
홍진호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이들 중에서 홍진호가 ‘저그의 진정한 왕’임을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저그가 힘들던 시절에 저그를 일으키고, 지탱하던 선수
저그의 자존심이었던 선수
마지막까지 ‘저그의 왕’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않았던 선수
 
0910 신한은행 프로리그 : 홍진호 VS 임요환
 
 
가장 ‘홍진호다웠던’ 선수
가장 ‘저그다웠던’ 선수
그리고,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았던 선수.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주요 수상내역
 
 
2000 게임아이배 주장원전 우승
2000 아이티비 한게임배 서바이벌리그 우승
2001 PSB메가패스배 사이버그랑프리 리그 우승
0001 쉐르파배 오픈대회 준우승
2001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 8강
2001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준우승
2001 스카이배 스타리그 4강
2001 한빛소프트배 KPGA 위너스 챔피언십 준우승
2001 아이티비 신인왕전 우승
2001 KT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왕중왕전 우승
2002 KPGA TOUR 1차리그 준우승
2002 Reebok KPGA TOUR 2차리그 준우승
2002 네이트배 스타리그 16강
2002 SKY배 스타리그 3위
2002 펩시 트위스트 KPGA TOUR 3차리그 6강
2002 파나소닉배 스타리그 3위
2002 WCG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 스타크래프트 개인전 준우승
2003 스타우트배 MSL 16강
2003 올림푸스배 스타리그 준우승
2003 TG삼보배 MSL 준우승
2003 마이큐브배 스타리그 8강
2003 벼룩시장 FindAll배 GhemTV 챌린저 오픈 우승
2003 KTEC배 KPGA 투어 위너스챔피언쉽 결승 우승
2004 하나포스 센게임배 MSL 16강
2004 스프리스배 MSL 16강
2004 에버배 스타리그 4강
2004 KT-KTF 프리미어리그 4강
0405 아이옵스배 스타리그 8강
2005 에버배 스타리그 16강
2005 우주닷컴 MSL 16강
2005 So1 스타리그 16강
2005 스니커즈배 올스타 리그 우승
2005 블리즈컨 스타크래프트 부문 우승
2006 WWI 준우승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1 3위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2 24강
2008 곰TV 클래식 시즌1 32강
2009 IeSF 챌린지 스타 인비테이셔널 클래식 준우승
2009 e스타즈 서울 2009 스타크래프트 헤리티지 4강
 
 
홍진호는 e스포츠가 제대로 정립되기 이전에 전성기를 맞은 선수다.
e스포츠판의 개국공신이자 선구자였지만, 그렇기에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지금 남아있는 e스포츠 초창기의 기록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
홍진호의 초창기 기록 역시 많은 부분 누락되었다.
그나마도,
훗날 e스포츠가 보다 프로화된 이후, 스타판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홍진호의 기록과 성과의 많은 부분이 축소되었다.
1세대라서 희생해야 했고 손해를 봐야 했던 기록들,
그것을 홍진호는 덤덤히 받아들였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e스포츠의 ‘레전드’로서
 
 
2011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 도전(홍진호의 Project A)
2012 대한민국 e스포츠 명예의 전당 헌액
2012 LOL 프로게임단 제닉스스톰 감독
2013 LOL 프로게임단 제닉스스톰 프론트
2013 소닉 스타리그 레전드매치 출전 (VS박정석, 승리)
2014 몬스터짐 스타 파이널포 개최, 우승
2014 제1회 콩두 스타즈 파티 개최, 우승
2014 위메프 곰 클래식 시즌4 8강
2014 하스스톤 인비테이셔널 참가
2014 프로게이머 매니지먼트사 콩두컴퍼니 설립
 
 
은퇴 이후에도 홍진호는 e스포츠를 떠나지 않았다.
자신의 20대 전부를 바친 곳, 자신의 20대 그 자체였던 곳에 계속해서 애정을 쏟았다.
팬들이 원하는 스타2에 도전하기도 했고, 지도자로 e스포츠에 종사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게임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이벤트리그를 개최하기도 했다.
스타1을 아직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그리고 e스포츠와 스타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하면서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력자 후배들과 이벤트 전에서 함께 경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미래가 불안정한 프로게이머 후배들을 위해 프로게이머 매니지먼트사도 차렸다.
홍진호는 은퇴한 뒤에도 여전히 e스포츠계의 레전드로서, 프로게이머 선배로서 e스포츠를 이끌고 있다.
"연예인 다 됐네" 하고 팬들이 농담할 만큼, 소위 '뜬' 지금까지도.
 
 
자신의 뿌리이자 고향을 잊지 않는 사람.
자신이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되돌려주려는 사람.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듯, 스타판의 선구자로서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
그래서 선수생활을 하며 e스포츠판에서 그토록 상처를 받았음에도
홍진호는 여전히 e스포츠를 위해 무언가 하려고 한다.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의 새로운 도전 : 방송인 홍진호
 
 
2013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우승
2013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2013 온게임넷 《더지니어스 비하인드》
2014 SBS 파워FM 《영스트리트 - 스무고개》
2014 tvN 《공유TV 좋아요》
2014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
2014 tvN 《SNL 코리아 시즌 5》
2014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
2014 JTBC 《크라임씬》
2014 tvN 《오늘부터 출근
 2014 CF 〈트윅스〉
2014 CF 〈KT〉
 
 
여전히 머리 쓰는 것을 즐거워하고, 여전히 승부를 좋아하고,
여전히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홍진호는 은퇴 이후 지니어스를 통해 방송에도 발을 들였다.
선수 시절부터 팬이었던 누군가의 눈에는 여전히 프로게이머 같은 그 모습이
홍진호를 방송으로 접하고 방송인으로 인식하는 어떤 이들에겐 새삼스럽고 매력 있나 보다.
홍진호는 지니어스1에서의 활약과 우승에 힘입어 제법 성공적으로 방송계에 안착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이 여전히 승부사다워서, 여전히 폭풍 같아서 기뻤었다.
 
 
소위 머리 쓰는 예능을 제외하고는 방송을 잘 못 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기우였는지 다른 방송에도 제법 잘 적응하고 어느샌가 CF도 따내면서 꽤 잘 나가고 있다.
십 년 가까이 몸담았던 팀의 모기업 CF에 출연한 것을 보고,
홍진호는 이제 프로게이머가 아닌 방송인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홍진호는 이제 방송인으로 점차 자리를 잘 잡아나가고 있는듯하다.
20대에 해보지 못한 도전을 이제 하는 것뿐이라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홍진호.
길을 정하면 뒤를 보지 않고 앞을 향해 내달렸던 프로게이머 시절과 다름없이, 여전히 폭풍 같은 그를
응원한다, 여전히.
 
 
 
 
 
 
청춘을 그와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었다.
부디 행복하기를.
스타판에서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였던 그를 보며 늘 바랐었던 그의 평온과 행복이
부디 영원하기를, 그의 생일을 맞아 다시금 기원합니다.
 
 
 
 
 
 
폭풍 홍진호를 응원했고, 아꼈고, 사랑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오래된 팬이
 
홍진호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께서 함께 축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일 축하한다, 진호야.
너의 경기를 볼 수 있음에 감사했었다.
너의 팬으로서 가슴아프고 힘든 시간속에서도
너를 응원하고 너를 사랑하게 된 것을 후회 한 적이 없다.
내겐 영원히 고마운 사람,
부디 지금처럼 행복하게 잘 살아라.
 
 
 
 
 

 

 

 

 

 

+ 이 글은 베스티즈와 pgr21에도 게시되었습니다.

씨발넘아 그 입 닥치라.





미친놈이 진짜 주둥이 털 게 있고 안 털게 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나 씨발ㅋㅋㅋㅋㅋㅋ 혈관 터지고 난리나서 며칠동안 노트북도 팽개치고 누워서 핸드폰으로 웹서핑이나 깨작대고 있었는데 김태우가 날 벌떡 일으키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드럽게 열받는다.


그래. 전성기 지오디 대단했다 그래. 근데 말을 꼭 저따구로 해야됨?ㅋㅋㅋㅋㅋ

저 말투와 표정 보소ㅋㅋㅋㅋ 장난이라고? 저거 존나 진심같은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입 털라면 좀 제대로 알고 털어라.

지오디가 대중성에서 신화를 압도했던건 맞음. 그건 인정.

근데 팬 싸움에서 팬지가 6:신화가3:기타1이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이 눈깔 삐었나. 풍선 색깔 구분 못했냐?ㅋㅋㅋㅋ

오히려 "팬덤"에서 더 강했던게 신화야. 신화는 지극히 매니악한 힘으로 그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대중성으로 그 시절을 보낸 지오디랑은 팬덤 자체가 달라.

진짜 팬덤으로 맞다이 뜨면 최소 신화가6:지오디가4정도였지 미친놈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함?ㅋㅋㅋㅋㅋ

대중가수가 대중과 팬덤도 구분 못하냐 씨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뭘 알고 쳐 씨부리던가.


그리고 신화가 얼굴 팔아 가수했던것 처럼 말하시네요 씨벌놈이.

1집부터 전곡 랩메이킹, 2집부터 자작곡 수록, 3집부터 자작곡 비중 늘리고 7집부터 프로듀싱한 아이돌이 신화예요.

아이돌 최초로 올라이브 밴드 콘서트 했던, 그리고 아직까지 하고 있는 그룹이 신화라고.

지오디 니들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잘생긴 놈들이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하는데 음악까지 잘하니, 못생기고 춤도 못추고 음악도 잘 못하면서 노래나 원탑 보컬에 기대는 니놈들이 뭘 알겠어요 씨발놈아? 내가 요따구로 말하면 좋겠냐?

아 빡쳐. 니들보다 음악성으로 월등하면 했지 니들보다 못한 사람 없으니까 좀 닥쳐요.

니들은 음악성에 자부심을 느낄 게 아니라 좋은 곡 받은 데 감사해야 하는거고 씨팔.

아, 니들 9할을 키워준 재민이한테도.


신화가 여러 방면에서 두루두루 잘나니까 진짜 신화는 존나 저평가되는것 같다.

뭘 좀 알아보고들 무시하세요. 신화가 얼마나 음악에 진정성이 있는지, 열심히 하는지, 잘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단 무시부터 하더라 다들. 모르는거 좋다 이거야. 그럼 까기 전에 좀 알아보고나 까던가.

신화가 동네 북이냐 씨팔.


그리고 지오디 15주년과 신화의 16주년을 동급 취급좀 하지 말아달라고. 일단 김태우 너부터ㅇㅇ.

야, 15주년의 절반을 해체해서 개인플레이 한 그룹이랑, 16년동안 군복무(대체복무 포함, 면제 1인 포함... 그래도 지오디 병역현황보다 나음ㅋㅋㅋ 이것마젘ㅋㅋ)했던 시기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못해도 2년에 한번씩 앨범 내고 활동 하고 콘서트 하면서 음악한 그룹이랑 같냐 씨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은근슬쩍 동급으로 묻어가려고 지랄이야.

니들은 그냥 8주년이예요. 알간?

이미 해체한 그룹이 이제와서 뭐 씨팔 대단한 장수그룹 행세를 하고 지랄들이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같잖아서 진짴ㅋㅋㅋㅋ

지랄 똥 좀 그만 싸세요들ㅋㅋㅋㅋ


장수한 것도 죄인가, 하여간 별 미친놈들이 뭐만 하면 신화 갖다가 지랄들이야.

내새끼들이 호구로 보임?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냐?

왜 자꾸 소환해다가 까고 지랄들이야. 신화가 동네북이냐?

니들 전성기때도 우리 안 꿇렸고, 지금은 넘사벽이니까 감히 소환할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주겠나. 존나 불쾌하다네. 씨펄놈아.

아니, 신화가 언제 다른 애들 소환하는거 봤음? 신화는 자기들 얘기만 함. 그래도 할 말 많고 자랑할 거 넘치니까.

신화는 추억팔이도 자기들 추억팔이만 함. 남의 추억팔이를 왜 함? 자기들 얘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그런데 꼭 씨팔 쥐뿔 없는 것들은 지들 추억팔이 할 거리가 모자라거나 지들 추억팔이 할 거리가 '급'이 안되니까 남의 거 갖다가 주둥이를 털어대요. 김태우 너처럼 말이야 개새끼야.

 

신화 가지고 나불대는 것들 보면 꼭 쥐뿔도 없든지 아니면 옛날에 반짝하고 지금은 별볼일 없는 것들이야. 아님 처음부터 아예 아무것도 없었거나. 그러니까 가장 잘 팔리는 신화 얘기를 지들것인양 존나 주둥이를 털어요.

꿇리는 거 없으면 니들 이야기를 팔아. 그렇게 잘났다는 놈들이 추억팔이 해댈게 모자라서 도둑새끼마냥 신화거 갖다 쓰냐? 허락도 안 받고 맘대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뭐 욕은 쳐먹어도 진실은 말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라이 씨팔놈아 그게 말이냐 방구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밑천이 얼마 없어서 선.배.님.들 얘기 좀 팔겠다고 솔직히 말하면 씨팔 같잖지나 않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추억팔이 좀 고만 해라... 하긴 15주년 운운하면서 활동한 시간보다 해.체.상.태.였던 시기가 더 길었던 놈들이라 추억팔이 말고는 할 게 없다는거 이해는 하는데, 니들 추억팔이만 하기에 모자라서 남의 추억까지 훔쳐다 팔아댈꺼면 걍 추억팔이 말고 앞으로의 비전같은걸 얘기하던가 해... 구질구질하지도 않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화는 과거, 현재, 미래가 확실한데 니들은 과거에도 구멍이 뻥 났지, 현재는 얼마나 갈 지 모르지, 미래는 더더욱 모르니 뭐 할 게 없긴 하겠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우리 애들이랑 동급인 양, 장수 아이돌인 양, 입 털지좀 말아요. 얼마나 입을 털어대면 내가 진짜 연예 섹션 잘 보지도 않는데 우리 애들 소식보다 니 입턴 얘기를 더 많이 보겠니. 주둥이 안 아픔?ㅋㅋㅋㅋ


god 해체하고 팬지랑 신화창조랑 서로 좋은 감정 가지고 교류도 많이 했고, 나도 god에 대해 별 감정도 없었는데

신창부심 타오르게 하네 김태우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 쳐먹고 철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쉰 넘어서도 이럴껄. 이런게 빠심이고 팬질인데.

그러니까 내새끼들 먼저 까대지 말라고. 니들이 까대면 나도 니들 깐다 씨팔. 니들이 까는데 나는 니들 왜 못깜?


그러니까, 전성기 god에 상대도 안 되는 그룹 신화의 팬인 신화창조 1인이 god 김태우씨에게 다시한번 말 하겠는데요,

그 입좀 닥치고 니들 자랑 하고 싶으면 니들 자랑이나 하세요. 가만히 있는 신화와 신화창조 소환하지 마시구요. 씨발놈아.



아 기분 존나 드럽네.

블로그에 왠만하면 감정적인 욕(드립용 말고) 안 싸지르려고 했는데, 김태우새끼 때문에 봉인해제요 씨팔!

짜증나!

이 글을 포함한 블로그 내 모든 글의 불펌이나 무단 도용·인용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yusongi.tistory.com/notice/407를 참고해 주세요.

 (모바일에서는 http://yusongi.tistory.com/m/407로 접속해 주세요.)

 

 

 

-전지적 홍빠 시점에서 본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

 

1.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명경기를 100% 필자 본인의 주관을 기준으로 선정해 소개합니다. 연도별로 나누어 시리즈 연재할 계획이며, 한 해 기준으로 TOP5 정도만 꼽을 예정이었으나 2001년 명경기 리스트를 적어보니 탑텐이 넘어가는 관계로다가.... 3~5경기를 1회분으로 묶어 분할합니다.
2. 한 해에 소개할 명경기가 10개도 넘어간다는 대목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제목은 '명경기'라고 적어놓고, 사실은, 그냥 필자가 재밌게 봤던 경기들 모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3. 그래도 명색이 명경기 모음이니 별점은 매깁니다. 별점은 ★★★★★ 만점이고, 당년도 경기들의 평균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즉, 2011년도 만점과 2001년도 만점의 경기력이 같단 소리가 아닙니다. 또한 별점 역시 100% 필자 본인의 주관에 의거합니다.

4. iTV나 게임큐 등 군소 방송사 경기는 영상을 찾기 힘들어서, 양대 방송사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5. 이하의 모든 내용은 홍진호 팬의 입장에서 작성되었으므로 홍진호에게 편향된 시선이 필연적이나, 경기 외적인 내용, 특히나 스타판과 관련된 내용은 가능한 한 객관성을 견지하려 노력할 것임을 밝힙니다.

6. 포스팅 편의를 위해 이하 반말로 작성합니다.

 

 

 

 

 

폭풍의 시작, 2001년

제 2의 최진우가 아닌 제 1의 홍진호라고 불리고 싶었던 선수,

저그 시대가 저물고 테란 시대의 서막이 오른 곳에 폭풍을 일으키다.

 

 홍진호의 공식적인 데뷔연도는 2000년이다. 후에 스타판 역사가 재편되면서 모든 공식의 기준이 양대 방송사, 그 중에서도 온게임넷, 또 그 중에서도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라는 브랜드를 단 자칭 공식대회에 편중되는 바람에 이외의 기록은 모두 서자 취급을 받았으며 그 영향인지 홍진호의 공식 데뷔가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에 진출한 2001년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홍진호의 공식적인 데뷔는 2000년 쉐르파배이고 이러한 사실은 한빛소프트배에서 엄재경 또한 언급한 바가 있다.(지금 생각해보면, 쉐르파배도 스타리그는 아니지만 온게임넷에서 방영해 줬기 때문에 그나마 언급된 것이라고 본다. 아니었다면 얄짤 없었을걸.)

 쉐르파배는 내가 제대로 보지 않아 자세히 언급하긴 좀 그렇지만, 어쨌든, 처음 진출한 방송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홍진호는 실력있는 신예 저그로 이름을 알렸고,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준우승하면서 1.07버전까지의 수혜를 받은 저그들을 제치고 최고의 저그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이른바 스타판 0세대, 혹은 1세대로 불리는 저그들의 종말을 고하고 1세대, 혹은 1.5세대 저그 시대의 서막을 열었음을 의미했다. 또한 이전까지의 저그 강세 시대가 저물고 스타판이 끝날 때 까지 이어졌던 테란 최강의 시대가 시작되는 그 대서사의 첫머리에 저그의 수장으로 홍진호가 있었다는 것, 그것은 이후 홍진호가 이른바 '스타판에서 저그가 가진 숙명'을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홍진호는 2001년, 저그의 몰락이 시작되고 테란의 부흥이 시작되는 전쟁터에서 폭풍의 시대를 열고 저그의 '진정한 시작'을 알렸다. 저그가 스타판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의 이전 저그들과 달리, 새롭게 시작된 저그의 잔혹한 숙명 앞에 홀로 맞서 싸우기 시작한 저그, 그가 바로 홍진호였다.

 

 

 

 

 


비로소 시작된 저그의 진정한 역사,

Lord of Zerg의 탄생,

그리고 저그라는 굴레와 시련의 시작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데뷔시절부터 진호를 지켜봐온 홍빠들에게, 홍진호의 팬으로서 가장 할 말이 많은 대회를 하나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홍빠들은 코카콜라배를 꼽을 것이고 나 역시 그렇다. 코카콜라배는 홍빠로서 애증의 마음으로 추억할 수 밖에 없는 대회다. 이 감정을 누군가는 2인자의 팬이 가진 열등감이라 비웃겠지만, 그들은 아마 코카콜라배 스타리그를 제대로 보지 못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일 것이다.

 

 쉐르파배와 한빛소프트배를 거치며 실력있는 저그로서 입지를 다지던 홍진호는, 코카콜라배 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하고 본선 16강에 안착했다. 홍진호는 첫 경기서부터 극악의 테란맵 라그나로크에서 김정민을 잡은 뒤 2승 1패의 무난한 성적으로 가볍게 8강에 진출, 8강에서 사투 끝에(재경기 끝에 진출. 박정석, 임성춘, 변길섭이라는 실력자들과 한 조였다.) 준결승에 진출하고 준결승에서는 조정현을 2:0으로 누르며 결승까지 한달음에 도착한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줬던 홍진호의 경기는 이전의 저그들이 보여준 것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경기였다.

 

 코카콜라배는 1.08버전으로 치뤄진 온게임넷의 첫 스타리그였다. 1.08버전에서는 밸런스 패치가 대거 이루어졌는데, 그때문에 선수들의 경기 양상은 이전 1.07버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변화는 특히나 하향패치에 가장 피해를 본 저그 선수들에게 더욱 강제되었다. 스포닝풀 건설 비용 증가, 히드라 발업 비용 증가, 럴커 개발 비용 증가 등은 상대적으로 초반에 공격 주도권을 가지면서도 부유하게 운영할 수 있었던 기존 저그 유저들의 경기방식에 치명적인 하향패치였다. 사우론 저그로 대변되는 확장과 물량 위주의 스타일은 점점 설 곳을 잃었고, 저그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했다. 원시적이고 원초적이었던 기존의 저그는 새로운 시대의 앞에서 새 역사를 강요받고 있었던 것이다. 홍진호는 그런 저그에게 새 시대를 풀어갈 새로운 해법을 가장 먼저 제시하고, 원초적이었던 저그의 기초를 정립하며 비로소 저그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저그의 진정한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새로운 저그 역사의 시작은 곧, 그 역사의 첫 머리에 기록될 저그의 lord, Lord of Zerg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1.08 패치는 스타판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약한 종족으로 분류되던 테란은 1.08패치의 수혜를 받고 단숨에 최강의 종족으로 자리매김했으며, 1.08 패치에 가장 피해를 입었던 저그는 테란과의 상성이 맞물리며 더더욱 리그에서 피해를 보게 되었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사실은 1.08 패치가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직전에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온게임넷은 직전 리그였던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가 이전에 개최된 3번의 스타리그보다 훨씬 흥행하자(사실, 코카콜라배 이전까지만 해도 스타판에서 스타리그, 정확히 말하면 온게임넷의 위상은 별 볼것 없었다. 오히려 게임큐나 겜티비, 아이티비의 리그가 더 주목받았다.) 그 흥행의 주역인 임요환을 띄우며 새 리그의 흥행요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코카콜라배는 국내 게임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다국적 기업의 후원을 받아 개최되는 대회기도 했다. 코카콜라배의 흥행여부는 차후 스타리그의 스폰서 선정과 밀접한 영향이 있었고 따라서 온게임넷으로서는 반드시 흥행에 성공해야 하는 대회였다. 그러므로 이전 대회에서 스타리그라는 브랜드의 위상을 단숨에 높여준 임요환이 반드시 상위 라운드까지, 가능하다면 결승까지 올라와야 했고 그러한 계산은 테란을 살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온게임넷은 상대적으로 약한 종족인 테란을 배려한다는 명분 하에, 망가진 밸런스에 대한 성토를 무시하고 한빛소프트배 공식 맵이었던 테란맵 홀 오브 발할라를 약간 수정해 코카콜라배 공식 맵으로 지정했으며, 테란을 배려하는 수준이 아닌 대놓고 테란이 이기라고 만든 수준의 테란맵 라그나로크를 공식 맵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온게임넷의 이러한 테란 우대는 모두 저그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테란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한 1.07버전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나, 코카콜라배 직전 1.08패치로 테란이 대폭 상향되고 저그가 대폭 하향되면서 저그는 코카콜라배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프로토스는 상성상 앞서는 테란에게도 밀리면서(역상성인 저그에겐 당연히...) 리그에 단 2명만 진출하게 되고, 테란은 역상성인 프로토스를 맵빨로 농락하고 상성인 저그를 한끼 식사하듯 해치웠다. 저그는 상성인 프로토스를 거의 만나지 못한 채, 역상성 관계의 테란을 맞아 불리한 맵에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1.08 패치로 이루어진 첫번째 스타리그에서 저그는 필연적으로 준우승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고, 저그가 준우승을 차지한 리그가 스타판 역사에 꼽힐 대박을 치면서 저그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1.08 패치가 없었더라면, 혹은 조금만 늦었더라면 저그의 '만들어진 불운' 또한 스타판 역사에 없었을 지 모르는 것이었다. 1.08 패치는 저그의 역사를 시작케 했지만, 동시에 저그의 운명, 혹은 저그의 역사 그 자체를 바꿨다.

 

 코카콜라배 스타리그는 다섯번째 스타리그이자, 스타판에서 스타리그라는 브랜드가 갖는 위치와 가치를 확실히 드높인 리그였다. 그 즈음부터 온게임넷과 온게임넷 해설진은 이전까지 해왔던 e스포츠의 위상과 인식 개선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고 스타판의 확장과 성장을 위한 가장 큰 전략의 틀을 수립하는데, 이른바 스토리 텔링이었다. 이는 온게임넷 개국 멤버였던 엄재경과 정일훈이 특히나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기도 했다. 스타판을 단순한 게임 경연이 아니라, 인물이 있고 이야기가 있어 스스로 자생력을 가지는 판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온게임넷은 코카콜라배를 포함한 두번의 리그에서 임요환이라는 가장 큰 흥행카드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보다 대중적인 흥행은 경기가 아닌 인물에 의해 손쉽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달성 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후 온게임넷은 경기 안에서 이야깃거리를 찾는 것 보다, 경기를 하는 선수의 캐릭터를 잡고 선수들간의 스토리 텔링에 보다 주력하면서 스타판을 종족-선수-게임이 얽혀 자생하는 하나의 유기적 개체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한다. 특히나 스타판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이야기의 줄기는 모두 엄재경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엄재경은 홍진호가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원년 리그를 제외하고는 계속되어오는 준우승의 한'을 중심에 두고 저그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한을 가진 종족이라는 설정은 향후 수 년간 스타리그의 스토리 텔링에 없어서는 안되는 소재였으며, 동시에 잘 팔리는 이야깃거리였다. 저그는 스타판의 스토리 텔링을 위해 조연으로 사용되어졌고, 그것은 저그에게 벗을 수 없는 굴레이자 시련이었다. 이 '만들어진 불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말할것도 없이 당대 최고의 저그였던 홍진호였고 코카콜라배는 그러한 악몽의 시작과도 같았다.

 

경기일 : 01.09.08.

경기대회 : 2001 코카콜라 스타리그 - 결승전

경기상대 : 임요환 - 테란

     대저그전 전적 [통산전적 280승 152패(승률64.8%), 2001년 전적 77승 17패(승률81.9%),

   코카콜라배 전적 9승 4패(승률 69.2%, 예선전적 없음)]

     홍진호:임요환 [통산전적 33:35(홍진호 승률 48.5%), 공식전 전적16:21(홍진호 승률 43.2%),

   비공식전 승률17:14(홍진호 승률 53.8%)]


 

 

 

 

 상술한대로, 코카콜라배 스타리그를 이야기 하면서 맵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코카콜라배는 여러모로 저그에게 불리한 대회였는데 특히나 맵이 그랬다. 코카콜라배에서 저그가 겪었던 부당함과 저그의 불리함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이야기 하기 위해, 자료를 근거로 논하도록 하겠다.(그래서 글이 매우 길어질 예정이다.) 자료를 보다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좀 차지하더라도 표로 작성했다. 표를 읽는 것이 골아프다면 그 아래에 정리해 둔 것만 읽어도 무방하다. 사실, 일일히 정리하기 귀찮아서 엔하위키에 누가 정리해 놨겠거니 싶어 찾아봤더니, 엉망진창이길래 좀 귀찮지만 스스로 자료를 찾아 정리했다. 적어도 내가 정리한 항목들만큼은 엔하위키 자료를 믿지 않는 것이 좋다.(진호가 코카배중 홀오발에서 [임]에게 패한 것만 해도 3패인데 2패라고 적어 놓질 않나, 전적은 대체 뭘 기준으로 잡은건지 엉망이고...) 엔하위키는 물론 재밌는 항목도 많고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정리해둔 데이터가 가득한 곳이지만, 불확실한 데이터나 정보도 많을 뿐더러 특히나 출처가 없는 자료들이 많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자료는 되지 못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출처가 명확한 자료들을 직접 정리하는 것이고, 나 역시 내 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작업했다. 사실, 나는 엔하위키를 킬링 타임용 그 이상으로 사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스타 관련 항목 여기저기에 진호로 드립을 해대서 싫다. 그 중에서도 콩드립, 2드립이 심각한 진호 페이지는 들어가고 싶지도 않다ㅠ_ㅠ 지니어스 끝나고 더 심해진 느낌... 그래서 이제 진호 관련 페이지는 안 본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엔하위키의 해당 항목을 수정하거나 어딘가에 인용할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출처를 표기해 주기 바란다.(이 글의 원문 주소: http://yusongi.tistory.com/413, 인용시 유의사항은 http://yusongi.tistory.com/notice/407를 참고 바람. 모바일에서는 http://yusongi.tistory.com/m/407로 확인 가능.) 자료 찾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내가 지금 병원에서 썩고 있어서 남는게 시간이라지만, 그래도 귀차니즘 참고 꾸역꾸역 정리한건데 불펌하면 화낼거다.

 

 스타판 초창기의 밸런스 붕괴 맵을 이제와 이야기 하면, 가끔 "지금 기준으로 봐서 그렇지 그 시절엔 개념맵이었음!"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홀 오브 발할라, 노스탤지어 등을 당시에는 개념맵이었다 포장하는 테뻔뻔들이 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홀오발이나 노스탤지아는 당시에도 밸런스 문제로 말이 많았고, 직접 밸런스에 대해 언급했던 선수들도 있었다. 말도 안되는 추억 보정은 제발 혼자서나 좀 했으면 좋겠다. 테뻔뻔도 정도가 있어야지... 하긴, 테뻔뻔들이 활개를 치는탓에 테저전 밸런스 6:4, 6.5:3.5 정도를 당연히 개념맵 취급했던 스타판 초창기는 저그빠로서 정말 복장 터지는 시절이었다.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으니 이쯤 해 두고, 나머지는 이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경기맵 : Neo Hall of Valhalla

별점 : ★★★★☆

 

 이 연재물의 제목이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인 만큼, 왠만해서는 진호가 진 경기를 넣고 싶지 않은 것이 홍빠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러나 진호의 스타일상, 지더라도 명경기가 많기 때문에(ㅠ_ㅠ) 어쩔 수 없이 진호가 패배한 경기도 가끔 포함될 것 같다. 이 경기도 진호가 지긴 했지만 명경기라 고민 끝에 포함했다.

 

 임요환은 홍진호가 이전까지 홀 오브 발할라에서 보여줬던 럴커 드랍을 의식해 빠르게 마린을 업그레이드 하지만, 홍진호는 그런 임요환의 허를 찔러 스파이어 후 본진 투햇 체제로 경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초반에 뮤탈 게릴라로 별 이득을 보지 못한 홍진호는 섬 지역에 멀티를 먹고, 이어서 타 스타팅 멀티도 가져감으로써 이전까지 가난한 상태에서 선 공격하던 전략 대신에 선 확장을 택한다. 견제를 위해 테란 본진에 기습 럴커 드랍을 시도했지만 그것이 막히면서, 도리어 테란의 병력에 의해 저그의 섬 멀티가 공격받게 된다. 저그가 어떻게든 섬 멀티의 해처리를 지켜내자 테란은 저그의 본진과 섬 멀티를 동시에 타격하면서 자신의 앞마당을 가져가려 하지만, 저그 역시 테란 앞마당의 일꾼을 털며 자원을 견제한다. 그러나 선 확장을 선택한 저그는 필연적으로(거기에 종족의 특성까지 더해) 병력의 화력과 양에서 테란에게 밀릴 수 밖에 없었고, 테란의 앞마당을 확실히 밀지 못한 상황에서 테란의 병력은 저그의 본진을 계속해서 점령한다. 저그는 처절하게 본진을 사수하면서도 맵 귀퉁이 멀티를 추가해 어떻게든 수비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하이브와 해처리를 뺀 본진의 주요 건물이 다 밀렸지만 그래도 본진을 지켜낸다. 저그의 주요 건물이 파괴된 것은 컸지만, 하이브가 깨지지 않은 상태였고 테란도 그동안 모아둔 한방 병력을 저그 본진에 다 쏟아부은데다가 앞마당도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진 자원을 쥐어짜다보니 손실이 제법 컸다. 홍진호는 자신의 본진에 있던 테란 잔여 병력을 청소하고 임요환의 드랍쉽 다수와 베슬까지 정리한다. 저그의 본진을 깨끗이 청소하지 못한 테란이 저그의 멀티를 노려봤지만 실패했고, 그 사이에 테란은 앞마당도 활성화 되지 않고 저그와 병력을 맞바꿨기 때문에 잔여 병력이 얼마 되지 않는 상태에서 본진 자원이 고갈된다. 홍진호는 테란의 본진에 드랍으로 역공하고 뒤이어 앞마당에도 럴커를 드랍하지만, 상성과 업그레이드에 모두 밀려 역공이 막히고 임요환은 앞서 마무리 하지 못했던 저그의 본진을 마저 청소한다. 저그의 견제에 본진과 앞마당을 모두 지켜낸 테란은 그동안 모은 병력으로 순회공연을 시작한다. 언덕 시즈탱크로 저그의 섬멀티를 청소하고, 저그가 타 스타팅에 재건한 본진도 다시 청소하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그는 주요 건물 파괴와 오버로드 손실로 병력 수급에 계속해서 딜레이가 걸렸고(업그레이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 그 동안 멀티 확장에 주력하며 시간을 끌지만 업그레이드 충실한 마메부대와 시즈탱크의 화력에 밀리고 거지같은 맵의 지형상 테란이 저그의 멀티를 청소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고 빨랐기 때문에 저그는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병력을 모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본진이나 멀티가 밀리고 있을 때 성급하게 병력을 꼴아박지 않고 꾹꾹 참아 병력을 모았다가 수비하며 테란의 병력 손실을 유도하는 홍진호의 침착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타 스타팅에 재건한 본진이 밀리자 저그 역시 테란의 섬멀티를 밀어버렸고, 그 와중에도 테란의 앞마당 견제를 잊지 않고 해주는 등 병력에서 밀리는 저그는 테란의 자원줄을 끊는 데 몰두한다. 시즈탱크에 자신의 섬멀티가 밀리면 자신도 테란의 앞마당을 털면서 분전했으나, 테란 한방 병력과 붙어야 할 때 마다 업그레이드 차이는 둘째치고 저그의 병력 자체가 너무 적었고 그나마도 계속해서 병력이 소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테란이 시즈탱크로 순회공연을 다니는 것을 저그가 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시간을 끌며 버티는 용도로 멀티를 내주었고(임요환은 저그의 섬멀티 언덕에서 터렛 짓고 농성까지 했다.), 그래도 틈을 찾아 테란이 순회공연을 도는 동안 여러번 본진 빈집털이를 노렸으나 계속 막혀버린다. 어쩔 수 없이 저그는 테란의 한방 병력을 건드리지 못한 채 테란의 섬멀티를 파괴해 추가 멀티를 내주지 않는 것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테란의 마지막 자원줄인 섬멀티를 계속 견제했으나 병력 부족으로 테란의 자원줄을 완전히 끊지 못한 채 저그의 병력만 소진되었고, 그동안 테란의 순회공연에 저그의 멀티가 다 밀려 병력도 자원줄도 없는 상황에서 홍진호는 마지막 진영이 털리자 남은 병력을 긁어 모아 들이붓고 GG선언을 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나는 진호가 이렇게 마지막까지 병력 다 쏟아붓고 GG선언하는 것을 좋아했다. 후회없이, 미련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여서.)

 

 이 경기를 요약한다면 '병력 모을 시간이 필요한 홍진호, 병력 생산할 자원이 필요한 임요환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겠다. 47분이 넘는 혈전 끝에 패배한 홍진호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이렇게나 잘 했는데, 이렇게나 분전했는데 패배라니...

 홍진호가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은 맵에 있었다. 테란은 시즈탱크만 있으면 저그의 본진을 포함한 모든 멀티를 공짜로 청소할 수 있다. 탱크를 엄호할 업그레이드 된 마메 한 부대 정도만 있다면, 탱크 몇기만 가지고도 전 맵을 돌며 빠르게 저그 멀티를 순회공연 할 수 있는 구조다. 테란의 강력한 한방 병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저그가 계속해서 병력교환을 해야 하지만, 반섬맵이라는 특성상 홀오발에서는 그것이 어렵다. 저그라는 종족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이 병력의 회전속도인데, 홀오발에서는 저그가 지상병력을 재충원하기까지의 속도가 느려 테란에게 병력 교환으로 이득을 얻기가 어렵다. 자연히 저그에게는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홀 오브 발할라는 다른 맵들보다 저그가 멀티를 내주고 벌 수 있는 시간이 훨씬 짧다. 다시 말해 저그는, 다른 맵보다 부대를 꾸리는 데 시간은 더 필요하지만, 그 시간을 벌기가 다른 맵보다 어렵다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그는 테란의 한방 병력을 상대하기도 힘들고, 멀티를 지켜내기도 힘들어 계속해서 피해가 누적되게 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병력도 얼마 없는 저그가 본진을 네번 정도나 밀렸는데도 계속해서 다시 일어나 테란과 혈투를 벌인 것은, 홍진호가 정말 대단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나 상성상 밀리는 히드라와 럴커를 가지고 이따위 맵에서 마메와 탱크를 상대로 이같은 혈투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홍진호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사실, 임요환은 본진과 앞마당의 자원으로만 경기를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홍진호의 계속된 견제에 섬 멀티는 제대로 돌릴 겨를이 없어 무용지물과 다름없었다. 반섬맵에서 본진 미네랄이 열 덩어리라는 것은 테란에게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본진과 앞마당 미네랄이 1~2덩어리만 적었더라도 임요환은 경기 끝까지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 왜 홀 오브 발할라가 테란에게 유리한걸까? 물론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대충 다 알겠지만... 그래도 한번 정리해보겠다.

 

 홀 오브 발할라는 반섬맵이므로 테란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완전 섬맵과 달리 반섬맵은 지상군 운용이 가능하므로, 주요 건물을 자유 자재로 옮길 수 있는 테란의 종족 특성상 극초반부터 육지를 점령할 수 있어 확장도 유리할 뿐더러(테란이 저그보다 멀티를 빨리 먹을 수 있으니 원...) 보다 좋은 진영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홀 오브 발할라는 여기에 더해 상대 앞마당에서 별도로 시야를 확보할 필요 없이 시즈 탱크로 상대 본진을 청소하는 것이 가능한데다가 섬멀티는 역언덕형이라 시즈 포격에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 맵이다. 시즈탱크로 바로 청소할 수 없는 멀티는 지도 네 귀퉁이의 비좁은 멀티인데 여기도 시야 확보만 되면 벽 너머로 시즈 포격을 통해 바로 청소가 가능한데다가 이 멀티는 성큰이나 스포어 건설을 하기에도 좁고 방어 병력을 두기에도 좁아 몰래 멀티가 아니라면 지키기 어렵다(테란은 마린 메딕 탱크로 어느정도 커버 가능). 그나마도 네오 버전에서는 두개로 축소되었고, 앞마당은 미네랄 멀티라 반섬맵에서 저그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멀티인데 반해 테란은 미네랄 잔뜩 먹고 마린 메딕 뽑아 육지를 점령하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게다가 본진에도 미네랄이 넘치므로, 테란은 우주방어 후 한방도 가능하고 본진 자원만으로도 어느정도 싸움이 된다. 저그는 방어로는 답이 없고 공격을 해야 하는데, 섬맵의 특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란이 우주방어를 시전하면 저그는 어지간해서는 답이 없고, 센터 싸움을 하자니 센터가 좁아 센터 싸움도 불리할 뿐더러 반섬맵이라 센터 선점도 테란에게 밀린다. ......... 이건 뭐 어쩌라고.....

 홀 오브 발할라에서 테란이 한방을 모아 순회공연을 시작하면 저그로서는 답이 없게 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테란에게 유리해 지기 때문에 저그는 초반에 승부를 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가난하게 몰아치는 폭풍 스타일이 이 맵에서 대테란전을 치루는 저그들의 모범답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홍진호는 1.08패치 이전의 저그들과 달리 가난한 운영에'도' 뛰어났고, 따라서 이 테란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저그와 테란이 똑같이 가난한 운영을 할 경우, 저그는 유닛의 효율상 테란에게 밀릴 수 밖에 없고 따라서 홍진호처럼 초반에 가난한 운영을 하며 컨트롤 싸움을 즐기던 임요환의 스타일은 홍진호에게 상성일 수 밖에 없었다.(물론, 홍진호가 이 경기를 가난하게 운영했다는 말은 아니다.) 홍진호가 유독 이 맵에서 임요환에게만 약했던 것은 홍진호가 임요환에게 실력으로 밀렸다고 보기 보다는, 반섬맵이라는 한계와 똑같이 가난한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갈 경우 필연적으로 테란에게 약할 수 밖에 없는 저그의 한계 때문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홍진호가 가난한 테란에게 모두 약하다는 말이 아니다. 가난한 스타일의 테란이든 부유한 스타일의 테란이든 전성기의 홍진호는 A급 테란은 학살하고 다녔고, S급 테란과도 호각의 성적이었다. 다만, 저그와 테란의 실력이 엇비슷할때 혹은 테란의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상성상 그리고 종족의 한계 때문에 저그가 지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 Hall of Valhalla에서의 모든 저테전 전적

  1-1. Original version

※ 국기봉의 선택 테란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9전

21

8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72.4

27.5

 공식전 전적 : 5전

2

3

 공식전 비율

40

60

  1-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4전

21

13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1.7

38.2

 공식전 전적 : 10전

6

4

 공식전 비율

60

40

  1-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 국기봉의 선택 테란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63전

42

21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6.6

33.3

 공식전 전적 : 15전

8

 공식전 비율

53.3

46.6 

 오리지널 버전부터 보자. 총 전적을 보면, 저그빠로서 이가 갈릴 수 밖에 없다. 테란이 저그를 상대로 무려 72%가 넘는 점유 승률을 올렸다. 그 아래의 공식전 전적은 좀 의문스럽겠지만, 1.07버전이 아무래도 테란에겐 상대적으로 패널티였던 것도 있고,  저그 유저였던 국기봉이 테란으로 플레이했다가 패하는 바람에 저렇게 된 것도 있다. 네오버전의 경우, 테란은 1.08 패치와 맞물려 공식전 점유 승률도 60%로 올 저그를 역전하고, 총 전적은 테란의 점유 승률이 62%에 육박한다. 종합해보면 두 버전을 통틀어 홀 오브 발할라에서는 테란이 저그를 상대로 67%에 육박하는 높은 점유 승률을 보인다. 공식전 전적 또한 저그에게 앞선다.

 

2. Hall of Valhalla에서 홍진호의 모든 저테전 전적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 국기봉의 선택 테란 포함.

승리

패배

 승률

 Original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전 

2

1

66.6

 Original version 공식전 전적 : 2전

2

0

100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6전

3

3

50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6전

3

3

50

Total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9전

5

4

55.5

Total 공식전 전적 : 8전

5

3

62.5

 그다지 좋은 성적은 아니라고 보여질 수도 있다. 총 전적 9전 5승 4패 중 3패는 코카배에서 임요환에게 당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2002 WCG 예선전의 패배다. 임요환과의 전적만 제외하면 6전 5승 1패로, 대테란전 83.3%의 고승률을 기록한다. 스팀팩에서 "요환이형에게만 지고 나머진 다 이겼는데, 내가 홀 오브 발할라에서 테란을 못 이기는 줄 알아." 하고 억울해 했던 홍진호의 마음이 십분 이해 간다.

 

3. Hall of Valhalla에서의 저테전 전적 (홍진호의 전적 제외)

  3-1. Original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6전

20

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76.9

23

 공식전 전적 : 3전

2

1

 공식전 비율

66.6

33.3

  3-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8전

18

10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4.2

35.7

 공식전 전적 : 4전

3

1

 공식전 비율

75

25

  3-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54전

38

1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70.3

29.6 

 공식전 전적 : 7전

5

 공식전 비율

71.4

28.5 

 3-1을 보자. 홍진호의 전적만 제외했을 뿐인데 가뜩이나 높았던 테란 점유 승률은 72.4%에서 4.5%나 급등하고, 저그 점유 승률은 동 수치 급락했다. 1-1에서 보았던 의아한 공식전 전적도 뒤바뀌어, 테란과 저그의 점유 승률이 약 27%씩 각각 증감 테란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네오 버전도 상황은 비슷한데,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니 테란의 총 점유 승률이 61.7에서 2.5% 상승하고 저그의 총 점유 승률은 동 수치 하락했으며, 공식전 점유 승률은 테란과 저그가 각각 15%씩 증감해 큰 차이를 보였다. 종합적으로,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면 테란의 총 점유 승률은 3.7% 상승하고 저그의 총 승률은 동 수치만큼 하락하며, 공식전 점유 승률 또한 테란과 저그가 18.1%의 큰 폭으로 각각 증감한다. 무개념 테란맵인 홀 오브 발할라에서, 홍진호가 저그라는 종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4. Hall of Valhalla에서의 저테전 전적 (임요환의 전적 제외)

  4-0. Hall of Valhalla에서 임요환의 전적 : 7전 7승 0패 (Original version 3전 중 공식전 1전, Neo version 4전 중 공식전 4전)

  4-1. Original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6전

18

8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9.2

30.7

 공식전 전적 : 4전

1

3

 공식전 비율

25

75

  4-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0전

17

13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6.6

43.3

 공식전 전적 : 6전

2

4

 공식전 비율

33.3

66.6

  4-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56전

35

21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2.5

37.5 

 공식전 전적 : 10전

3

7

 공식전 비율

30

70

 홍진호의 전적만 빼면 불공평하니, 임요환의 전적도 빼 보겠다. 상술했듯 반섬맵은 기본적으로 테란맵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데다가, 임요환의 경기 스타일은 특히나 반섬맵에서 더욱 강세를 보인다. 임요환은 홀 오브 발할라에서 전승하며 반섬맵 강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오리지널 버전에서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니 테란의 총 점유 승률은 3.2% 감소했고 저그의 총 점유 승률이 동수치만큼 올랐다.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보다 0.5%정도 낮은 종족 기여도를 보인다.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버전 공식전에서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면 저그와 테란의 점유 승률이 각각 15%씩 증감하는데, 임요환의 15% 종족 기여도는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보다 12% 낮다. 홀 오브 발할라가 테란에게 유리한 맵임을 감안하면 썩 높은 기여도는 아니다. 네오버전에서는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면 테란의 총 전적에서 5.1%, 공식전 전적에서 약26.6%의 점유 승률이 감소한다. 네오 버전에서 임요환은 종족 기여도를 대폭 끌어 올렸는데, 대 홍진호전에서 3승을 올린 영향이 컸다. 종합적으로 임요환의 전적은 총 점유 승률에서 4.1%, 공식전 점유 승률에서 23.3%씩 영향을 미쳤다.

 

5.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Hall of Valhalla에서의 저테전 전적

  5-1. Original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3전

17

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73.9

26

 공식전 전적 : 2전

1

1

 공식전 비율

50

50

  5-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7전

17

10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2.9

37

 공식전 전적 : 3전

2

1

 공식전 비율

66.6

33.3

  5-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47전

31

1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65.9

34 

 공식전 전적 : 4전

3

 공식전 비율

75

25

 홀 오브 발할라가 정말 테란맵인지에 대해 보다 공정히 분석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테란 임요환과 당대 최고의 저그 홍진호의 전적 모두를 제외한 저테전 전적을 살펴보겠다. 보다시피, 압도적으로 테란맵임을 알 수 있다. 이따위 맵에서 홍진호가 열심히 싸워줬기에 오리지널 버전에서 공식전 총 점유 승률이 40(T):60(Z)으로 저그가 높게 나온것이지, 홍진호가 아니었다면 엄대엄의 점유 승률에 그쳤다. 그나마도 1.07버전에서나 가능한 전적이었고, 1.08버전에서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홍진호가 있었기에 저그는 그나마 네오버전 테란 총 점유 승률을 1.2% 낮추고 동 수치만큼 점유 승률을 챙길 수 있었고, 공식전 점유 승률도 약 6.6%를 테란에게서 빼앗아 가질 수 있었다. 종합해보자면, 홍진호가 아니었다면, 임요환이 없었어도 테란은 저테전에서 21.7% 상승한 점유 승률을 기록하며 저그를 씹어먹고, 저그는 동 수치 감소한 점유 승률을 기록하며 테란에게 압도적으로 쳐발렸다 이거다.

 

 

 



 

 

경기맵 : Neo Jungle Story

별점 : ★★★★

 

 나는 힘싸움형 경기 보다는 난전형 경기를 더 좋아하는데, 이 경기 또한 가난한 운영을 하면서 소규모 난전이 이어지는 경기다. 임요환이 초반에 마인 벌쳐 게릴라를 하려고 뽑은 벌처를 홍진호가 다수의 저글링으로 무난히 막으면서 경기를 기분 좋게 시작한다. 홍진호는 정글 스토리에서 저그들이 대테란전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던 스파이어 테크 대신 럴커 테크를 탄다. 그 여파로 본진 옆 언덕에 떨어진 병력들을 막지 못해 손해를 보는가 싶었는데, 테란이 자신의 본진을 터는 동안 자신도 테란의 본진을 똑같이 털면서 첫번째 위기를 극복한다. 특히, 자신은 소수의 드론이나마 미네랄을 캘 수있었으나 임요환은 가스를 포함한 모든 자원 채취가 중단되어 피해가 보다 컸다. 리파이너리 반대쪽 미네랄 필드 옆에도 럴커를 버로우해 자원 채취도 방해하고 겸사겸사 서플라이도 공격하던 홍진호는, 럴커가 파괴된 이후 저글링 두마리 정도(피의 양을 보고 추측)만 던져서 시즈 되어있는 탱크가 저글링을 때리는 동시에 스플래시로 자신의 서플라이(공격당해 체력이 깎여있던 건물)도 터트리게 만들었다. 홍진호의 본능적 센스가 돋보였던 장면. 이후 자신이 멀티를 돌리는 동안 럴커로 테란 본진을 견제하면서 자원 채취를 계속 방해하고, 자신의 보유 병력이 현저히 부족할 때 테란의 병력이 진출했다고 해서 그나마 있던 유닛을 꼴아박는게 아니라 그냥 멀티 하나를 내어 주고 다른 데 멀티를 재건하면서 병력을 모으는 선택도 좋았다. 병력을 어느정도 모은 뒤에는 테란 한방 병력을 잘 싸먹고, 직후 가디언으로 테란의 앞마당을 청소한 다음, 바로 남은 가디언을 가지고 테란 본진을 털면서 모아둔 히드라와 럴커로 테란 본진을 마저 청소하면서 승리. 홍진호의 가난한 하이브센스있는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경기다. (참고로, 홍빠라면 경기 초반에 임요환의 드랍쉽 견제에 짜증나는게 정상이다.)

 

 정글 스토리를 개념맵 취급 하는 사람이 꽤 되는데, 전적으로 보나 맵 자체만 놓고 보나 정글 스토리는 테란맵이 맞다.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일단 앞마당에 가스가 없기 때문에 가스를 많이 먹는 저그의 특성상 당연히 불리하며 그나마도 본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수비가 힘들다. 또, 본진이 역언덕형이라 본진 옆 언덕에 시즈탱크만 갖다 놓으면 저그는 본진 드론이 팡팡 터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익스트랙터까지 털린다. 거기에 본진 옆 언덕은 빌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테란이 벙커나 터렛을 지은뒤 시즈탱크로 작정하고 농성을 벌이면 경기 초반에는 뮤탈로도, 드랍으로도 속수무책이다. 또, 뒷마당 언덕에 시즈탱크를 갖다놓아도 본진 일꾼을 털 수 있다. 가스 멀티는 스타팅 포인트와 섬 뿐인데, 스타팅을 먹자니 시즈탱크에 그냥 밀리고 섬 지역을 먹으려면 저그는 수송업을 해야 한다. 커맨드 센터를 만들어 가볍게 날려주기만 하면 되는 테란에 비하면 당연히 저그가 손해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밀어붙이기엔 테란은 입구가 1서플 1배럭 1SCV면 막히기 때문에 저그가 초반에 테란 본진을 털기도 힘들다. 게다가 센터에 투가스를 배치한 파격적인 노다지 멀티가 있지만, 센터 멀티를 제외하면 맵 전체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저그로서는 이 점도 불리하다. 또, 센터 멀티 때문에 개활지가 없어 센터 지역에서 힘싸움을 해도 저그가 불리하다. 하... 저그 다 죽는다 이놈들아.... 자연히 저그는 본진 스파이어 테크를 탄 뒤에 언덕 멀티를 가져가는 경기양상을 강요받게 된다.(이런 맵에서, 더군다나 결승전에서 스파이어 안 타고 히드라덴 올린 홍진호의 도전정신에 박수!)


 그럼, 이제까지 설명한 정글 스토리의 테란맵 요소가 과연 테저전 전적으로도 입증되었는지 살펴보겠다.

1. Jungle Story에서의 모든 저테전 전적

  1-1. Original version

※ 기욤패트리의 테란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7전

10

7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8.8

41.1

 공식전 전적 : 5전

3

2

 공식전 비율

60

40

  1-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69전

94

75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5.6

44.3

 공식전 전적 : 13전

6

7

 공식전 비율

46.1

53.8

   1-3. Total

※ 기욤패트리의 테란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86전

104

82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5.9

44

 공식전 전적 : 18전

9

9

 공식전 비율

50

50

 오리지널 버전부터 보자. 저그를 상대로 테란은 공식전만 따지면 6할, 총 전적도 6할이 넘는 점유 승률을 올렸다. 이후 네오 버전에서는 저그가 약진하여 저그의 점유 승률이 조금 올랐고, 공식전 전적은 1승 추월하게 된다. 그러나 두 버전의 합으로 볼 때 여전히 정글 스토리는 테란이 우위에 있는 맵이었다.

 

2. Jungle Story에서 홍진호의 모든 저테전 전적

※ Original version에서 전적 없음.

승리

패배

 승률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1전

9

2

81.8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5전

4

1

80

 홍진호는 테란이 유리하고 전적상으로도 우위에 있는 맵에서 80%가 넘는 고승률을 기록했다. 홍진호의 전적만 보면 정글 스토리가 저그맵인가 싶을 정도다. 홍진호가 오리지널 버전에서 전적이 없다는 사실과, 위의 저테전 모든 전적의 통계를 함께 보면 유의미한 결론 하나가 도출된다. 아래를 보자.

 

3. Jungle Story에서의 저테전 전적 (홍진호의 전적 제외)

  3-1. Original version : 홍진호의 전적이 없어 무의미한 통계이므로 생략.

  3-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58전

92

6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8.2

41.7

 공식전 전적 : 8전

5

3

 공식전 비율

62.5

37.5

  3-3. Total : Original version에서 홍진호의 전적이 없어 무의미한 통계이므로 생략.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자 테란의 점유 승률이 55.6%에서 58.2%로 상승하고, 저그의 점유 승률은 2.6% 감소했다. 공식전에서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는데, 53.8%로 46.1%의 테란 점유 승률을 앞서던 저그는 37.5%로 62.5%의 테란 점유 승률에 역전당한다. 홍진호는 16.3%나 되는 저그의 점유 승률을 책임지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한 사람이 한 종족에 끼치는 영향으로 보면 가히 엄청난 비율이었다.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자 테란 강세 양상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은, 그나마 홍진호가 있었기에 저테전 밸런스를 총 6:4정도(공식전은 5:5정도)로 맞출 수 있었다는 얘기도 된다. 

 

4. Jungle Story에서의 저테전 전적 (임요환의 전적 제외)

  4-0. Jungle Story에서 임요환의 전적

※ Original version 공식전 전적 없음.

승리

패배

 승률

 Original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전 

3

0

100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0전

7

3

70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4전

2

2

50

Total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3전

10

3

76.9

Total 공식전 전적 : 4전

2

2

50

  4-1. Original version : 앞서 홍진호의 전적이 없어 생략했으므로, 형평성 있는 자료 제공을 위해 마찬가지로 생략.

  4-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59전

87

72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4.7

45.2

 공식전 전적 : 9전

4

5

 공식전 비율

44.4

55.5

  4-3. Total : 앞서 홍진호의 Original version 전적이 없어 생략했으므로, 형평성 있는 자료 제공을 위해 마찬가지로 생략.

 임요환 역시 정글 스토리에서 성적이 좋았지만, 테란이 저그보다 유리한 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홍진호보다 11.8% 낮은 승률(홍진호는 오리지널 버전 전적이 없으므로 공정한 비교를 위해 네오 버전의 전적만 가지고 계산했다.)을 기록했으며, 공식전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아 홍진호보다 30%나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자 테란의 점유 승률이 0.9% 감소하고 저그의 점유 승률은 동 수치 상승했다. 이는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인 2.6%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글 스토리가 테란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맵임을 감안하면 임요환의 이름값에 못 미치는 결과였다. 임요환은 테란의 공식전 점유 승률에서 또한 1.7% 기여하는데 그친다. 홍진호의 종족 기여도에 비하면 1/10 수준이었다.  

 

5.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Jungle Story에서의 저테전 전적

  5-1. Original version : 홍진호의 전적이 없어 무의미한 통계이므로 생략.

  5-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48전

85

63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7.4

42.5

 공식전 전적 : 5전

3

2

 공식전 비율

60

40

  5-3. Total  : 홍진호의 Original version 전적이 없어 무의미한 통계이므로 생략.

 임요환과 홍진호라는, 당대 최고의 테란과 당대 최고의 저그가 가진 기록을 모두 제외하고 보아도 정글 스토리는 전적상 6:4 정도로 테란이 우위에 있는 맵이었다. 이것은 정글 스토리가 쓰였던 모든 기간동안의 통계로, 정글 스토리가 쓰였던 2003년까지(단, 정글 스토리가 마지막으로 사용된 것은 2006년 슈퍼파이트, 홍진호VS임요환, 홍진호 승)의 기록을 합산한 자료이므로 코카콜라배 당시의 저테전 전적을 이 자료만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코카콜라배 이후에도 오래, 그리고 많이 사용되어 200전 가까이 전적이 쌓이는 동안 전적이 보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주로 말하고자 하는 코카콜라배 당시의 저테전 기록을 따로 정리했다. 아래를 보자.

 

6. 2001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Jungle Story의 저테전 전적(예선 전적 포함)

  6-1. 홍진호의 Jungle Story 전적 : 6전 5승 1패, 승률 83.3%

  6-2. 임요환의 Jungle Story 전적 : 2전 0승 2패, 승률 0%

  6-3.

    6-3-1. 모든 저테전 전적

 

테란

저그

총 전적 : 79전

45

34

총 비율

56.9

43

    6-3-2.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한 저테전 전적

 

테란

저그

총 전적 : 73전

44

29

총 비율

60.2

39.7

    6-3-3.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저테전 전적

 

테란

저그

총 전적 : 77전

45

32

총 비율

58.4

41.5

    6-3-4.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저테전 전적

 

테란

저그

총 전적 : 71전

44

27

총 비율

61.9

38

 코카콜라배에서 정글 스토리의 저테전 전적을 살펴보면, 5-2의 누적 저테전 전적보다 오히려 테란 점유 승률이 감소하고 저그 점유 승률이 오르는 기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아래의 6-3-2를 보면 그 의아함은 바로 풀린다.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자 테란의 점유 승률이 3.3% 상승하고 저그의 점유 승률이 동 수치 감소해 5-2의 누적 저테전 전적과 비교해 점유 승률의 차이를 더 벌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2전 2패를 기록한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하자 도리어 테란 승률이 오르고, 저그 승률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임요환은 코카콜라배 정글 스토리 맵에서 -1.5% 종족 기여도라는, 마이너스 종족 기여도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6-3-4를 보면 알 수 있듯,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모두 제외하자 5-2의 누적 저테전 전적보다 테란 점유 승률이 4.5% 상승하고 저그 점유 승률이 동 수치 감소해 격차가 더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코카콜라배에서 정글 스토리는 테란이 저그를 상대로 우위에 있던 맵이었으며, 그런 맵에서 홍진호는 83%가 넘는 고승률을 올리며 저그의 점유 승률에 많은 부분 기여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경기맵 : Neo Legacy of Char

별점 : ★★★☆

 

 레가시 오브 차에서 테란이 초반에 할 수 있는 선택은 크게 두가지, 원배럭(혹은 노배럭) 더블커맨드냐 빠른 테크냐로 갈린다. 저그가 앞마당을 쉽게 가져갈 수 있듯이 테란도 더블컴을 쉽게 가져갈 수 있으므로 홍진호는 빠르게 드론정찰을 시도하고, 너무 일찍 임요환의 본진에 도착한 김에 만약을 대비할 겸 가스러시를 시도해 테란의 테크를 늦춘다. 상대적으로 초반에 저그도 부유하게 갈 수 있는 맵임에도 불구하고 홍진호답게 드론을 째는게 아니라 앞마당만 먹고 레어를 바로 올렸고, 테란도 금방 앞마당을 따라온다. 이때 저그는 테란의 진영을 정찰해 의도를 파악한다. 저그가 테란과 똑같은 자원을 먹고 싸우면 당연히 불리하기 때문에 홍진호는 선 가스 확장 이후 삼룡이를 먹고, 그동안 임요환은 앞마당을 돌리며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저그는 테란의 본진에 럴커 드랍을 시도했으나 막히고(솔직히 [임]의 마메 컨트롤만큼은 정말 그 당시엔 사기였다. 지금 봐도 대단하고.) 테란은 우주방어를 시전하며 제공권 장악을 위한 발키리를 모은다. 저그는 테란의 스캔을 소진시키기 위해 테란의 앞마당 위쪽에 미끼용 럴커를 심어 일꾼을 조금 털면서 동시에 테란 본진에 히드라와 럴커를 드랍, 테란의 본진을 신나게 터는 데 성공하고 덤으로 테란의 병력도 소진시킨다. 그동안 저그는 멀티 활성화 시간을 벌고 빠른 회전력으로 병력을 다시 충원한다. 그러나 테란이 발키리로 오버로드를 청소하면서 저그의 추가 드랍을 막고 직후 저그의 멀티를 털면서 시간을 벌었고, 저그는 멀티를 내어주는 동안 본진에서 하이브를 올리고 디파일러를 뽑아 컨슘까지 마친다. 이때 홍진호가 드론을 컨슘하는 것을 보고 엄재경이 드론을 아까워 하는데, 홍진호가 드론을 컨슘하는 것은 드론은 인구수에 방해만 될 뿐이기 때문이 아니라 저글링을 뽑아 컨슘하기까지의 시간이 드론보다 훨씬 아깝기 때문이다. 홍진호의 공격이 가장 무서운 것은 그 타이밍이 날카롭다는 데 있다. 홍진호는 가장 효율적인 공격 타이밍을 잡기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그것이 바로 홍진호의 전매특허인 폭풍 스타일의 핵심인 것이다. 어쨌든, 테란이 드랍쉽으로 저그의 멀티와 본진을 터는 동안 홍진호는 임요환의 게릴라에 휘둘리지 않고 디파일러를 대동해 테란의 삼룡이를 청소한다. 자원이 말라가던 테란은 삼룡이를 다시 재건하면서 저그의 삼룡이 앞쪽 언덕에서 시즈탱크로 농성을 벌이지만, 저그는 언덕 위의 병력을 청소하는 동시에 일부의 병력은 테란의 삼룡이로 보내 테란의 멀티를 재차 막는다. 자원이 떨어진 테란이 악착같이 삼룡이를 먹고 양 진영 삼룡이 사이의 언덕을 점령해 농성하자, 저그는 언덕 위에 다크스웜을 뿌리고 럴커를 드랍해 언덕을 수복하고 역으로 테란 일꾼을 털기 시작한다. 임요환이 홍진호의 멀티를 털면서 시선을 돌려보려 하지만, 홍진호는 아랑곳 하지도 않는다. 이 경기에서 홍진호의 가장 큰 전략의 틀은, 국지전을 통해 테란의 병력과 자원을 소진시킨 뒤 테란의 추가 멀티를 막고 말려 죽이는 것이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경기 중 가장 재밌었던 장면은, 임요환이 탱크를 드랍해 자신의 멀티 하나를 털고 있을 때, 그 곳에 수비 병력이 부족했던 홍진호가 어짜피 털릴 일하던 드론을 오버로드에 태워 탱크 바로 옆에 드랍한 뒤, 드론으로 탱크를 때려잡는 장면이었다. 드론은 인구수 방해가 아니다! 역시 황신... 탱크쯤은 가볍게 때려잡아야 홍진호의 드론이 될 자격이 있지! 시즈된 탱크가 드론을 잡으려다 스플래시로 다른 탱크를 터트리는 명장면이 연출되는 동안, 가디언은 테란의 삼룡이를 청소한다. 이후 저그는 히드라의 물량으로 테란의 남은 병력을 정리한 뒤, 삼룡이쪽을 밀봉하면서 홍진호의 승리.

 

 레가시 오브 차의 경우, 내가 저징징이라서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자면 저그맵으로 불리기엔 저그에게'만' 유리한 면이 그닥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저그가 초반에 비교적 쉽게 투가스를 가져갈 수 있다 보니 저그가 조금 괜찮기는 하지만, 그것이 테저전에서 저그에게'만' 유리한가 생각해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테란 역시 더블컴을 쉽게 할 수 있는 편이고 따라서 딱히 테란이 손해 볼 게 없다. 물론, 본진 자원이 센터쪽으로 돌아 있기 때문에 저그가 드랍을 하거나 뮤탈 견제를 하는 데 약간의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테란도 스컬지만 조심한다면 드랍쉽 운용이 가능하다. 또 지상 러시 거리는 먼 편인데 반해 공중상의 거리가 가까워 테란의 초반 마메푸시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저그의 뮤탈 활용도가 좀 더 높아지긴 하지만, 테란도 초반부터 투가스를 먹을 수 있으니 발키리 몇기만 뽑아놔도 뮤탈이나 드랍이 힘을 쓰기 어렵고, 뮤탈만큼은 아니지만 테란도 레이스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어쨌든 뮤탈 카운터 유닛이 있는 테란으로서는 충분히 해법이 있다. 어쨌든간 테란은 홀오발이나 라그나로크에서 저그가 당했던 것처럼 대책없는 상황에 놓이지는 않는다. 빠르게 테크를 올려서 제공권을 장악한 후, 삼룡이쪽 틀어막고 우주방어를 시전하며 한방을 모으거나 저그 멀티를 막아도 된다. 삼룡이를 먹으(테란은 저그나 토스처럼 빌딩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 수비만을 위해서라면 커맨드도 필요 없음.) 본진까지 어느정도 수비가 가능한데다가(다만 세로방향에 걸렸을 땐 삼룡이를 먹는게 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저그에게.) 특히나 테란은 언덕에 시즈탱크 몇기만 올리고 마린 메딕을 조금 갖다 두면 저그의 언덕 럴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이득을 본다. 저그가 언덕 럴커로 테란만큼 이득을 보려면 하이브 올리고 디파일러 뽑아서 다크스웜까지 쳐야 하므로 한 세월이 걸리지만, 테란은 탱크와 드랍쉽 그리고 마메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저그보다 훨씬 빨리 언덕을 점령할 수 있다. 더군다나 언덕 시야만 확보되면, 테란 삼룡이 멀티에서 세로 방향의 저그 삼룡이까지 시즈 포격이 가능하다. 이게 말이 되나 이게... 그것 뿐인가? 앞마당 위쪽의 언덕도 테란이 탱크와 마메로 농성하기 좋다. 물론 저그도 언덕 럴커와 히드라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말했듯 디파일러 없이는 테란의 언덕 농성만큼 효과를 보기 힘들다.(럴커는 탱크에 비해 화력에서도 밀리고 사거리에서도 밀리므로 시즈 포격만큼 피해를 주기 힘들며, 히드라는 당연히 마메와 상대가 안된다.) 레가시 오브 차가 저그맵이라고 불릴만한 요소는 고작 앞서 이야기한 것들 정도인데, 저그'만' 유리한 게 아니라 테란에게도 대부분의 이점이 해당되며 어떤 면에서는 테란이 오히려 더 유리한 점도 있다. 이정도를 가지고 저그맵이라 불리기엔 좀 억울하지 않나 싶다.

 

 상술한 테란맵의 요소에 비하면 저그맵의 요소로 불리는 것들은 상당히 보잘것 없는 조건들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몇 되지 않으며, 테저전에 한정해서 보자면 저그맵을 만드는건 모든 종족전에 5:5 황금 밸런스의 맵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힘들다. 따라서, 추측컨대 이 맵은 별 생각없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가 저그맵이 된 것이다.

 오랫동안 스타판을 지켜봐오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양대 방송사가 의도하고 저그맵을 만드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테란 압살맵을 만드는 경우는 있어도 저그맵을 만드는 경우는 없다. 토스맵을 만드는 경우는 있어도 저그맵을 만드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테란맵을 만든다. 어떤 경우든 의도적으로 저그맵을 만드는 경우는 단언컨대 없었다. 물론, 작정하고 저그를 죽이는 맵은 잘 만든다.) 스타판 역사상 저그맵이라고 불릴만한 맵 자체도 몇 없지만은, 그나마도 테란맵(이나 테란 압살맵) 혹은 토스맵을 만들다가 실패하여 의도치 않게 저그맵이 된 경우이거나, 그냥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만들다가 우연히 저그맵이 된 경우 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생각해보라. 저그맵을 깔아서 저그가 리그에 바글바글 올라왔다가 혹여 X망대진이라 불리는 저저전 결승이나 충공깽의 4강 4저그 사태라도 벌어지면? 방송국은 리그가 끝날 때 까지 답없는 암흑기를 맞게 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가장 흥행력 떨어지는 저그를 굳이 힘들게 저그맵까지 만들어주며 리그에 많이 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저그는, 리그에서 테란이나 토스를 빛내줄 조연 소수만 있으면 충분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스타판 초창기에는 새로운 시도라는 명분 하에 답없는 밸런스를 자랑하는 맵들이 넘쳐났고 그 무개념맵의 수혜자는 대부분 테란이었다. 저그는 가끔가다 맵퍼들의 '실수'로, 소 뒷걸음질해 쥐 잡는 격으로 얻어걸리는 일부 맵들을 제외하고는 맵의 수혜를 거의 받지 못했으며 특히나 저테전에서 더더욱 그러했다. 그나마 얻어 걸린 맵들도 당시에 널리고 널렸던 테란맵들이 가진 사기성에 비하면 저그맵이라 부르기도 뭣했다. 스타판 초창기에 저그맵이라고 불렸던 맵들(몇개 되지도 않지만)을 살펴보면, 라그나로크나 홀오발처럼 답 없는 요소가 많거나 대놓고 이기라고 만든 맵 수준의 유리함을 가진 게 아니라, "이 정도면 저그도 꽤 할 만 하지 않나?" 수준이었고 특히나 저테전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레가시 오브 차 또한 마찬가지다.
 스타판이 후반으로 갈수록 그나마 저그맵이 조금씩 늘어났고(물론, 테란 맵에 갖다 댈 수준은 역시 아니다.) 게중에는 비상-뮤짤드림라이너라든가 이카루스라던가 저그배틀로얄같이 저테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명실상부한 저그맵도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스타판 후반기의 일이었고 스타판 초창기에 저그를 지배했던 홍진호는 그러한 저그맵의 수혜를 받지 못한 채 고군분투했다. 혹자는 마레기(이새끼는 어짜피 프로게이머 자격도 박탈당하고, 기록도 다 사라져서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나 이제동도 저그가 불리한 맵에서 싸웠다고들 하지만, 홍진호가 혈혈단신으로 싸웠던 무개념 씹테란맵에 비할 바 못 되었다.

 

 맵 얘기 하다가 옆길로 새서 글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레가시 오브 차는 저그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맵이라 보기 어렵고분명 저그에게 조금 유리한 점이 있긴 하지만 홀 오브 발할라나 라그나로크를 테란맵이라 부르듯 레오차를 저그맵이라고 똑같이 부르기에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1. Legacy of Char에서의 모든 저테전 전적

  1-1. Original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4전

12

12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0

50

 공식전 전적 : 4전

4

0

 공식전 비율

100

0

  1-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54전

17

37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1.4

68.5

 공식전 전적 : 6전

1

5

 공식전 비율

16.6

83.3

  1-3. Total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78전

29

49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7.1

62.8

 공식전 전적 : 10전

5

5

 공식전 비율

50

50

 오리지널 버전 전적을 보면, 총 점유 승률은 각각 50%으로 같지만 공식전에서는 테란이 100%의 점유 승률을 기록한 것이 눈에 띈다. 오리지널 버전으로 저그가 공식전에서 단 1승도 하지 못했다는 것과, 홍진호가 오리지널 버전에서 공식전 전적이 없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홍빠로서의 팬심때문일까? 아무튼, 네오 버전으로 오면서 저그는 해법을 찾아 점유 승률을 대폭 끌어올렸고 두 버전을 합쳐서도 테란을 점유 승률로 앞서게 되었다. 뒤쳐졌던 공식전 전적도 테란과 5:5로 맞췄다.

 

2. Legacy of Char에서 홍진호의 모든 저테전 전적

 ※ Original version 공식전 전적 없음.

승리

패배

 승률

 Original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전 

1

0

100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1전

9

2

81.8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3전

3

0

100

Total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12전

10

2

83.3

Total 공식전 전적 : 3전

3

0

100

 아무래도 저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이다보니, 승률이 높은 편이다. 공식전 승률 100%가 눈에 띈다.

 

3. Legacy of Char에서의 저테전 전적 (홍진호의 전적 제외)

  3-1. Original version : 홍진호의 공식전 전적이 없으므로 공식전 전적은 생략.

※ 공식전 전적 생략.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23전

12

11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52.2

47.8

  3-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43전

15

28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4.9

65.1

 공식전 전적 : 3전

1

2

 공식전 비율

33.3

66.6

  3-3. Total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66전

27

39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40.9

59 

 공식전 전적 : 7전

5

 공식전 비율

71.4

28.5 

 오리지널 버전에서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니 테란의 점유 승률이 소폭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네오 버전에서도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면 테란이 3.5%의 점유 승률을 끌어올리고, 저그의 점유 승률은 동 수치 하락한다. 두 버전을 종합해 보면 홍진호는 저그의 총 점유 승률에 3.8%를, 공식전 점유 승률에 21.5%나 기여한다. 레오차는 테란을 상대로 저그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이기도 했지만, 위 통계를 살펴보면 홍진호가 저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 '이라서' 잘했다기 보다는, 저그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 '에서도' 홍진호가 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애초에 레오차가 '저그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맵'이라고 기록된 것에 홍진호의 공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Legacy of Char에서의 저테전 전적 (임요환의 전적 제외) 

  4-0. Legacy of Char에서 임요환의 전적

 ※ Original version 비공식전 전적 없음.

승리

패배

 승률

 Original version 공식전 전적 : 2전 

2

0

100

Neo version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6전

4

2

66.6

Neo version 공식전 전적 : 2전

0

2

0

Total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8전

6

2

75

Total 공식전 전적 : 4전

2

2

50

  4-1. Original version : 임요환의 비공식전 전적이 없으므로 공식전 전적만 표기.

비공식전 전적 없음.

테란

저그

 공식전 전적 : 2전

2

0

 공식전 비율

100

0

  4-2. Neo version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48전

13

35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27

72.9

 공식전 전적 : 4전

1

3

 공식전 비율

25

75

  4-3. Total

※ 공식전 전적에 왕중왕전 포함.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70전

23

47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2.8

67.1 

 공식전 전적 : 6전

3

3

 공식전 비율

50

50

 임요환 역시 상대적으로 저그가 유리한 레오차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네오 버전에서 임요환은 테란의 총 점유 승률을 4.4% 끌어 올렸으나, 공식전은 전패하면서 테란의 점유 승률에 -8.4%라는 마이너스 기여를 했다. 두 버전을 합해 임요환은 테란의 총 점유 승률에 4.3% 기여했다.

 

5. 홍진호와 임요환의 전적을 제외한, Legacy of Char에서의 저테전 전적

  5-1. Original version : 홍진호의 전적이 비공식전 1전 뿐이므로 무의미한 통계라 판단되어 생략.

  5-2. Neo version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37전

11

26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29.7

70.2

 공식전 전적 : 2전

1

1

 공식전 비율

50

50

  5-3. Total 

 

테란

저그

 비공식전 포함 총 전적 : 58전

21

37 

 비공식전 포함 총 비율

36.2

63.7 

 공식전 전적 : 4전

3

 공식전 비율

75

25

 임요환과 홍진호의 전적을 모두 제외하고 보아도 레가시 오브 차는 상대적으로 저그에게 유리했던 맵으로 보인다. 그러나, 게이머들과 게임팬들에게 보다 중요하고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공식전에서는 테란과 점유 승률이 같거나 오히려 테란이 저그보다 점유 승률이 훨씬 높다. 내가 아직까지도 레오차를 '체감상으로는 그다지 저그에게'만' 유리한 건 아닌듯한 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홍진호는 이따위 맵들을 깔고 결승전을 치루면서도 3:2의 스코어로 임요환과 호각세를 보이며 치열하게 싸웠다.(홀 오브 발할라가 두 번 사용됨.) 내가 진호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이따위의 맵들에서 어떻게 그리 잘 싸웠는지 아직도 신기하다. 진호는 저따위 개테란맵들에서도 저그라는 종족에 마이너스 기여를 한 적이 없다. 그 악명높은 라그나로크에서조차도... 4경기에 쓰였던 씹테란맵 라그나로크에 대한 설명은 1부 1장에 썼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스타판 사상 최악의 테란맵 라그나로크. 그냥 테란맵도 아니다. 개테란맵, 씹테란맵, 그보다 더 최악의 수식을 해도 모자라는 극악의 테란맵. 스타판 후반기에 쓰였다면(지금은 없어졌으니 지금 쓰인다면...으로 가정하기가 좀 그렇다.) 전성기 이제동도 2군 테란에게 떡실신 당했을 거지같은 테란맵. 스타판 사상 최악의 밸런스 붕괴맵 TOP5에 들거라 확신한다. 당시 인터넷이나 배틀넷에서, 테란이 라그나로크에서 저그랑 싸워 진다면 스타 접어야 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또, 영상에서 김캐리가 설명하듯, 당시에 이 맵을 두고 선수들조차 여기서 테란을 이기는 저그가 바로 킹왕짱!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개테란맵이었다. 최종 전적은 T:Z+P=14:1.(당시 이 맵에서 피봤던 저그들을 살펴보자면 박태민, 성준모, 이근택, 이창훈, 장진남, 김신덕으로 지금이야 박태민과 장진남을 제외하면 듣보잡 취급을 받겠지만 성준모나 김신덕은 당시에 나름 잘 나가는 저그였고, 이창훈도 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팀플에서는 꽤나 쓸만했던 선수였다. 또, 당시 토스의 희망과도 같았던 임성춘이 라그나로크에서 임요환과 경기하는걸 보면서 피눈물 흘린 토스빠들도 많았다.) 타 종족으로 대테란전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선수가 바로 홍진호고, 이게 바로 그 경기다. 이 사실 만으로 이 경기는 별점 만점을 받아도 모자라고, 2001년 대테란전 최고의 저그 경기라는 칭송을 받아도 모자라다.

 

 맵을 보면 알겠지만... 저그 유저 입장에서는 그저 눈물난다. 러시 거리가 가까워도 너무 가까워서(특히나 이 경기처럼 가로로 걸리거나 혹은 세로로 걸리면 답이 없는 수준으로 가깝다.) 테란이 벙커링 해대면 막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저그 앞마당에 시즈탱크 갖다 놓고 레이스로 언덕 위 시야 확보만 되면 저그 자원줄은 그냥 테ㅋ란ㅋ꺼ㅋ 당연히 앞마당 먹고 수비를 해야 사는데, 앞마당을 먹으면 가뜩이나 가까운 러시거리가 더 가까워져서 테란이 엎어지면 바로 코 닿는 데 해처리가 있다. 거기다가 앞마당이 지도 가로 끝쪽에 있다보니 본진 수비를 위해 3해처리가 거의 강제되는데, 그 세번째 해처리를 본진 입구 앞에다가 깔면 저그 해처리와 테란 본진이 이웃집 수준이다ㅋㅋㅋ 기가막혀서 눈물이 난다. 센터가 너무 좁아서 저그가 힘싸움 하기도 불리하고, 길목이 다 좁아서 테란이 조이면 저그는 답이 없다. 아니, 애초에 저그가 9풀을 강제당하는데, 거기에 3햇까지 강제당하니 이건 뭐 어쩌라고... 3햇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본진 플레이로 버텨야 하는데, 그랬다간 그냥 말라 죽는다. 그냥 맵 자체가 저그에게 답이 없는 맵. 반면 테란은 벙커링을 해도 되고, 중앙에서 힘싸움 해도 되고, 저그 조여놓고 확장을 해도 되고, 본진에 시즈탱크 몇대만 두면 앞마당까지 수비 가능하니 꾹 참았다가 한방러시 해도 되고... 테란이 뭘 해도 되는 더러운 맵. 이따위 맵을 엄옹은 저그도 할 만 하다, 테란도 어렵다 포장이나 하고있으니... 저그빠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 밖에.(물론, 엄옹은 애초에 라그나로크 사용을 반대했다고 알고있다. 그래도 일단 리그에 쓰이기로 결정했고 저그유저였던 엄옹이 봐도 답없는 테란맵인지라 어떻게든 포장은 해야 했겠지만.)

 

-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 폭풍의 시작, 2001년. -1부 1장-, 천칭자리, http://yusongi.tistory.com/398

 

 글의 서두에서, 나는 홍진호가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힘겨운 싸움을 했다고 적었고 본문에서 그 주된 원인을 맵으로 꼽으며 설명했다.(1.08 패치 자체는 뭐 어쩔 수 없었다고 보고.) 그러나 홍진호가 준우승을 차지한 이유는 단순히 불리한 맵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온게임넷이 리그를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석연찮은 점을 보였는데, 그것이 온게임넷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었든 간에 홍진호가 온게임넷의 미숙한(혹은 악의적인) 리그 진행에 피해를 보았다는 것 만큼은 사실이었다.

 나는 홍빠이자 극렬 임까이지만, 홍진호를 높이기 위해 임요환을 깎아내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깎아내려 얻은 위상은 구차하고 초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임요환을 깎아 내리지 않더라도 홍진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며, 진호와 요환이의 사이 자체가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 관계이므로 요환이를 깎아 내린다고 진호에게 딱히 도움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본문에서 요환이의 종족 기여도와 진호의 종족 기여도를 비교했고, 지금부터는 스타판에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터부시되었던 이야기를 잠깐 꺼내고자 한다. 스타판에서 이 이야기가 터부시 되었던 것은, 물론 극성 임빠들이 스타판 팬덤을 쥐고 흔들었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많은 스타팬들이 스타판 역사를 꽃피우게한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 흠집내는 것을 무의식중에 꺼려했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좋은 일도 아닌데 언급해서 제 살 깎아먹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기제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스타판의 역사에 흠집을 내기 위해서도 아니고, 임요환이라는 선수를 깎아내리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홍진호라는 선수가 얼마나 부당한 싸움을 해야 했는지 그리고 그 부당함에 맞서 얼마나 잘 싸워줬는지 말하고 싶을 뿐이고, 스타판에서 희생당하고 훼손된 홍진호라는 선수의 역사를 바로 알리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문에서 설명한 맵의 불리함만 이야기한 채 이 이야기를 덮고 넘어갈 수가 없다.

 

 나는 글의 서두에서, 온게임넷이 한빛소프트배를 계기로 임요환이라는 흥행카드에 주목했으며 코카콜라배에서도 그 흥행카드를 활용하고자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코카콜라배는 온게임넷이 흥행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대회였음도 이야기했다. 본문에서 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두에서는, '임요환을 살려야 했고 그러므로 온게임넷이 테란을 살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서술하였으나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온게임넷이 도출한 결론은 임요환 그 자체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임요환을 대체할만한, 검증된 흥행카드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온게임넷으로서는 임요환을 제외한 다른 테란들이야 어떻게 되든 별 상관 없었다. 도리어 테란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임요환이 영웅처럼 홀로 우승하는 쪽이 그림은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테란 진영에서 임요환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평범한 맵을 깐다면 임요환이 결승까지 올라올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당시의 임요환은 아직까지 최강자가 아니었고, 따라서 테란맵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빛소프트배 직전까지, 주요 리그에서(스타판 초창기에는 여러 군소대회가 난립했고 정말 듣보인 대회도 많았으며 초청전 등의 이벤트전이 너무 많았다. 이런 잡다한 전적을 제외하고 당시에 호평받았던 대회들의 전적만 추렸다.) 임요환이 거둔 성적을 살펴보면 52%정도로 썩 좋은 성적이 아니었다. 물론, 1.07버전이니 테란이 힘들었던 것을 감안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당시 임요환의 라이벌로 여겨졌던 김정민은 테란으로 동 기간 동 대회들에서 63%이 넘는 승률을 올렸다. 다시 말해, 한빛소프트배 이전까지의 임요환은 그저 괜찮은 테란 선수 중 한 명이었을 뿐, 테란 최강자는 아니었다. 한빛소프트배에서 1패만 기록하고 우승을 거머쥐면서 한빛소프트배를 기점으로 임요환이 테란 최강자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맞지만, 당시에는 대부분의 우승자들이 우승 후 슬럼프를 겪고 성적이 떨어지는 이른바 우승자 징크스에 시달렸고, 따라서 아무리 직전 리그에서 임요환이 우승했다고 해도 온게임넷으로서는 임요환을 온전히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온게임넷은 테란맵들을 깔아주는데 그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요환을 결승에 올리기 위해 불합리한 리그 진행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임요환을 위한 첫번째 배려는 조 편성으로, 임요환이 편성받은 조에는 저그만 3명이었다. 토스야 본선에 2명밖에 올라오지 않았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저그가 7명 테란이 7명 올라왔는데 한 조에 저그 셋을 몰아넣어주면, 가뜩이나 테란맵 천지인 리그에서 그냥 꽁으로 8강에 올라가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당시 스타리그는 조 편성에 선수들이 직접 관여하지 않고(조지명식은 2002 네이트배부터 시작) 온게임넷이 자체 추첨하여 16강 대진을 결정하는 방식이었고 공정한 방법이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 결과적으로, 임요환은 결승포함 총 15전 중 테란전 1전, 토스전 1전을 제외한 13전을 모두 저그전으로 치루면서, 당시 가장 자신있었던 저그전만 줄창 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두번째 배려는 대진 맵 추첨에 있었다. 당시에는 역시 경기맵도 온게임넷이 자체 추첨했으며(선수들이 모든 맵에서 고르게 경기하는 현재의 노동환 방식은 2001 스카이배부터 시작. 코카콜라배에서 임요환의 특혜에 의의를 제기하며 노동환씨가 제안한 방식.), 이 역시 공정한 방법이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므로 한 선수가 특정 맵에서만 계속 경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특히나 임요환은 유례없이 맵 추첨의 특혜를 받았다. 임요환은 총 15전 중 11전을 라그나로크와 홀 오브 발할라에서 치뤘고, 공식맵 지정 전부터 온게임넷 내부적으로도 테란맵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라그나로크에서만 7전을 치뤘다. 코카콜라배에서 라그나로크는 총 15회 사용되었는데, 그 절반을 임요환의 경기에 사용했다는 말이 된다. 나머지 4전은 홀 오브 발할라에서 치뤘는데, 이 역시 다른 테란들(조정현, 변길섭, 정유석, 박경태 각각 2전씩 사용했고 나머지 테란들은 전적 없음.)이 홀오발을 사용한 횟수보다 많았다. 물론 결승에서 2회 사용된 것을 포함하는 수치이지만, 그렇다면 왜 하필 테란에게 유리한 홀 오브 발할라를 결승 1, 5경기에 배치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코카콜라배 기간 중 임요환은 레가시 오브 차와 정글 스토리에서 전패했다. 전적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어쨌든 공식 맵 4개 중 절반에 해당하는 2개의 맵에서 그것도 임요환이 자신있어하는 저그를 상대로 전패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임요환이 스타리그 사상 2연속 우승을 달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던(그리고 실제로 그러기를 바랬던) 온게임넷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레오차와 정글 스토리를 결승에서 두번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라그나로크를 1, 5경기에 배치하자니 누가 봐도 임요환을 우승시키려는 의도가 뻔히 보일 것이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테란에게 유리하면서도 혹여 비난을 받는다면 어떻게든 변명으로 커버칠 수 있는(라그나로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오발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임요환은 유리한 맵에서만 줄창 경기를 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세번째 배려는 스타판 역사상 전무후무한 점수제의 도입에 있었다. 이건 진짜 다시 생각해도, 분명한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따위 삽질을 할 생각을 했을까 싶은 제도였다. 임요환은 3저그 조에 배치받고 16강을 치뤘지만, 성준모와 김신덕 그리고 임요환이 각각 2승 1패로 성적이 맞물리게 된다.(박태민은 2패 탈락. 후에 세팅운영의 맙소사마술사가 되는 그 박태민 맞다.) 자연히 재경기로 이어졌는데, 이 때 온게임넷은 뜬금없이 방영 시간과 경기수를 핑계로 점수제를 도입한다. 경기 후 나오는 결과창을 기준으로 진출자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 방식은 오랜 시간동안 혈전을 벌여 승리하는 선수가 초반에 쇼부를 쳐보고 안될것 같으면 차라리 빠르게 GG선언을 하고 패배하는 선수보다 도리어 불리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말하자면, 승리한 선수가 아니라 패배한 선수가 도리어 8강 진출자격을 얻게 되는 황당한 방식이었다. 실제로 임요환은 김신덕을 상대로 라그나로크에서 1승을 선취한 뒤, 정글 스토리에서 성준모와 치룬 경기에서는 초반 쇼부가 막히자 빠르게 GG선언을 해 버린다. 재경기에서도 1승 1패씩으로 성적이 맞물리자, 빠르게 GG선언을 해버린 임요환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는(성준모 동반 진출, 김신덕 탈락) 촌극이 벌어졌다. 상위 라운드로의 진출을 위해 자신 없는 맵에서 쇼부가 막히자 빠르게 GG를 선언한 임요환의 선택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다분히 임요환다운 선택이었으나, 당시 선수들이 가지고 있던 선수로서의 자존심이나 자부심과도 거리가 멀었고 스포츠맨십이나 프로정신과도 거리가 먼 선택이었다. 물론, 그런 말도 안되는 선택을 가능케한 온게임넷이 욕 먹어야 하는게 맞다. 어쨌든 임요환은 16강에서 라그나로크만 3번을 깔고도 정글 스토리에서 1패, 레가시 오브 차에서 1패를 기록하며 점수제의 도움을 받아 겨우 8강에 진출하였고 이후 라그나로크와 홀오발에서만 경기를 치루며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진출하게 된다.

 

 임요환은 이렇듯 온게임넷의 유례없는(사실상 전무후무한) 전폭적인 지지와 우대를 받으며 손쉽게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서 홍진호를 만나 3:2의 접전 끝에 간신히 우승을 차지했다. 1경기가 끝난 이후 임요환이 지었던 황당한 표정과, 5경기가 끝난 이후 임요환의 넋나간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홍진호는 코카콜라배에서 예선과 결승을 포함해 총 21전을 치뤘고 15승 6패로 71.4%의 승률을 올렸다. 6패 중 3패는 결승에서 기록했으며, 결승까지 포함해 테란전만 16번을 치루며 힘겹게 싸웠다. 남은 3패 중 1패는 프로토스(임성춘)에게 패배한 것이고, 나머지 2패는 테란전에서 기록했다. 한번은 정글 스토리에서 조정현에게 패배한 것이고, 다른 한번은 임요환에게 홀 오브 발할라에서 패배한 것이었다. 홍진호는 총 21전 중 정글 스토리에서만 10전, 홀 오브 발할라에서 6전, 라그나로크에서 2전, 레가시 오브 차에서 3전을 치뤘다. 누가 봐도 불리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홍진호는 실력만으로 결승까지 진출했고, 결승에서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나 분패할 수 밖에 없었다. 레오차까지도  필요 없고, 정글 스토리가 1, 5경기에 배치되었더라면 당시의 홍진호는 충분히 우승을 하고도 남을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하게 결승을 치룬 임요환을 그토록 혼쭐내주었으니.

 

 내가 홍빠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당시의 실력만 놓고 보자면 홍진호가 임요환보다 앞서 있었다. 보다 공정하게 대회가 치뤄졌었더라면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의 우승은 홍진호의 것이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다. 당시에도 임요환의 우승에 대해 말이 많았고 여전히 임요환의 코카콜라배 우승에 대해 석연찮아 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스타판 초창기에는 임빠들이 워낙 극성이었고, 얼마 안 가 임요환이 이스포츠판의 간판스타이자 대외적 얼굴마담이 되면서, 임요환의 기록에 흠집을 내는 것은 스타판에 흠집을 내는 것과 다름없다는 분위기가 스타팬들 사이에 암암리 조성되어 코카콜라배의 부조리함은 한동안 스타판에서 언급이 터부시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홍진호가 스타판의 까임소재(혹은 개그소재)가 되고 '선수로서의' 홍진호가 폄하당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코카콜라배의 부조리함을 잊었다.

 

 그러나 나는 기억한다. 모두가 잊어도 나는 기억할 것이다.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의 진정한 승자는 홍진호였다는 것을. 엄재경은 코카콜라배 결승에서 진호를 아기 사자(더 정확히 옮기자면 새끼 사자)라고 표현했지만, 그 때 이미 홍진호는 라이언킹이었다.

 

 

 

 

 

 원래 이 시리즈의 목적은 진호의 명경기나 추천하면서 살짝 노가리나 까는 거였는데, 막상 쓰다보니 홍빠 기질이 올라와서(십오년 다 되어가는 일인데 아직도 코카배는 생각할때마다 빡침.....) 어쩌다 보니 홍빠 시점에서 스타판 역사를 정리하는 시리즈가 되어가는듯. 내가 써놓고 봐도 긴데 이걸 다 읽는 사람이 있을지가 의문. 다음엔 좀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써야겠다.

 

 길고 길었던 1부 2장 끝. 1부 3장에서 계속.

 쓰느라 힘들었던 나에게 박수. 여기까지 다 읽은 분들의 끈기에도 박수.

 

 

 

 

 

※ 홀 오브 발할라의 자료에 누차 왕중왕전 전적을 공식전으로 포함시켰다고 적어 놓았는데, 필자 임의대로 포함한 것이 아니라 원래 왕중왕전 전적은 공식전 전적으로 들어갑니다. 온게임넷이 진호의 왕중왕전 우승을 비공식전 우승으로 만들어 놓는 바람에 왕중왕전 전적이 공식전 전적에 포함되지 않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왕중왕전 전적도 공식전에 포함되는거 맞습니다. 그리고 진호의 우승을 도둑질 해간 온게임넷은....... 할 말도 많고 내뱉을 욕도 많지만 해당 경기를 다루면서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죠.

 

※ 본문에 사용된 기록은 기본적으로 포모스와 와이고수의 전적검색을 참고했습니다. 다만, 기록이 서로 상이하거나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 경우는 일일히 확인·대조 후 교정했습니다. 또한 전체 저테전 전적과 개인 전적을 제외한 나머지 기록 또한 직접 계산·정리했습니다. 따라서 본문을 무단 도용하는 행위를 금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yusongi.tistory.com/notice/407를 참고해 주세요. (모바일에서는http://yusongi.tistory.com/m/407로 접속해 주세요.)

 

※ 또한, 와이고수나 포모스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전적에는 누락된 기록들이 꽤 있습니다. 너무 오래 전 일인데다가 저 역시 경기 VOD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락된 기록을 메우지 못했고, 따라서 이 글에 있는 자료가 홍진호의 모든 기록인 것은 아닙니다. 차후 자료를 찾아 누락된 기록을 메운다면 이 글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포함한 블로그 내 모든 글의 불펌이나 무단 도용·인용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yusongi.tistory.com/notice/407를 참고해 주세요.

 (모바일에서는 http://yusongi.tistory.com/m/407로 접속해 주세요.) 




-전지적 홍빠 시점에서 본 홍진호 명경기 시리즈-

 

1.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명경기를 100% 필자 본인의 주관을 기준으로 선정해 소개합니다. 연도별로 나누어 시리즈 연재할 계획이며, 한 해 기준으로 TOP5 정도만 꼽을 예정이었으나 2001년 명경기 리스트를 적어보니 탑텐이 넘어가는 관계로다가.... 3~5경기를 1회분으로 묶어 분할합니다.
2. 한 해에 소개할 명경기가 10개도 넘어간다는 대목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제목은 '명경기'라고 적어놓고, 사실은, 그냥 필자가 재밌게 봤던 경기들 모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3. 그래도 명색이 명경기 모음이니 별점은 매깁니다. 별점은 ★★★★★ 만점이고, 당년도 경기들의 평균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즉, 2011년도 만점과 2001년도 만점의 경기력이 같단 소리가 아닙니다. 또한 별점 역시 100% 필자 본인의 주관에 의거합니다.

4. iTV나 게임큐 등 군소 방송사 경기는 영상을 찾기 힘들어서, 양대 방송사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5. 이하의 모든 내용은 홍진호 팬의 입장에서 작성되었으므로 홍진호에게 편향된 시선이 필연적이나, 경기 외적인 내용, 특히나 스타판과 관련된 내용은 가능한 한 객관성을 견지하려 노력할 것임을 밝힙니다.

6. 포스팅 편의를 위해 이하 반말로 작성합니다.

 

 

 

 

 

폭풍의 시작, 2001년

제 2의 최진우가 아닌 제 1의 홍진호라고 불리고 싶었던 선수,

저그 시대가 저물고 테란 시대의 서막이 오른 곳에 폭풍을 일으키다.

 

 홍진호의 공식적인 데뷔연도는 2000년이다. 후에 스타판 역사가 재편되면서 모든 공식의 기준이 양대 방송사, 그 중에서도 온게임넷, 또 그 중에서도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라는 브랜드를 단 자칭 공식대회에 편중되는 바람에 이외의 기록은 모두 서자 취급을 받았으며 그 영향인지 홍진호의 공식 데뷔가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에 진출한 2001년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홍진호의 공식적인 데뷔는 2000년 쉐르파배이고 이러한 사실은 한빛소프트배에서 엄재경 또한 언급한 바가 있다.(지금 생각해보면, 쉐르파배도 스타리그는 아니지만 온게임넷에서 방영해 줬기 때문에 그나마 언급된 것이라고 본다. 아니었다면 얄짤 없었을걸.)

 쉐르파배는 내가 제대로 보지 않아 자세히 언급하긴 좀 그렇지만, 어쨌든, 처음 진출한 방송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홍진호는 실력있는 신예 저그로 이름을 알렸고,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 준우승하면서 1.07버전까지의 수혜를 받은 저그들을 제치고 최고의 저그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이른바 스타판 0세대, 혹은 1세대로 불리는 저그들의 종말을 고하고 1세대, 혹은 1.5세대 저그 시대의 서막을 열었음을 의미했다. 또한 이전까지의 저그 강세 시대가 저물고 스타판이 끝날 때 까지 이어졌던 테란 최강의 시대가 시작되는 그 대서사의 첫머리에 저그의 수장으로 홍진호가 있었다는 것, 그것은 이후 홍진호가 이른바 '스타판에서 저그가 가진 숙명'을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홍진호는 2001년, 저그의 몰락이 시작되고 테란의 부흥이 시작되는 전쟁터에서 폭풍의 시대를 열고 저그의 '진정한 시작'을 알렸다. 저그가 스타판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의 이전 저그들과 달리, 새롭게 시작된 저그의 잔혹한 숙명 앞에 홀로 맞서 싸우기 시작한 저그, 그가 바로 홍진호였다.

 

 

 

 

 

 

 

경기일 : 01. 02. 16.

경기대회 : 2001 Hanbitsoft 스타리그 - 16강 C조 1경기

경기상대 : 유병준(유대현으로 개명) - 테란

     대저그전 전적 [통산전적 31승 50패(승률 38.3%), 2001년 전적 5승 9패(승률 35.7%),

   한빛소프트배 전적 1승 2패(승률33.3%, 예선 대저그전 전적 없음)]

     홍진호:유병준 [통산전적 3:0, 공식전 전적 1:0, 홍진호 승률 100%]

경기맵 : Hall of Valhalla

별점 : ★★★★☆

 

 우선, 맵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빛스타리그는 1.07버전으로 진행되었고, 1.07버전은 저그가 상대적으로 조금 괜찮은 버전이었다. 테란>저그라는 종족간의 상성 설정이 뒤집힐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저그=테란 수준에 가까웠었던 것은 맞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테란이 리그에서 어려움을 겪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테란을 배려해 제작된 맵이 홀 오브 발할라로, 온게임넷의 첫 게임맵 공모 당선작이기도 하다. 그러나 배려가 지나쳐 도를 넘어선 테란맵을 만들어 놓았으니, 저그빠로서는 이가 갈리고도 남았다.

 홀 오브 발할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2부에서 더 자세히 하도록 하고, 일단 여기서는 테저전 전적만 간단하게 살펴보겠다. 한빛소프트배에 사용되었던 홀 오브 발할라(오리지널 버전)는 저테전 총 29전 중 테란 21승, 저그 8승으로 72.4:27.5의 압도적 테란 우세를 보이는 맵이다. 그나마도 홍진호의 전적을 제외하면 테란 20승, 저그 6승으로 76.9:23의 답없는 밸런스를 자랑한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하겠지만, 동시대의 라그나로크가 너무 압도적인 개테란맵of개테란맵이라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일 뿐, 사실상 홀 오브 발할라 또한 개테란맵이었음은 분명하다.

 유병준은 1.08버전 이전에 주로 활동했으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므로, 유병준의 전적이나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불공평 할 것 같아 생략하고, 아래에서 경기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만 하겠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한빛소프트배는 유병준의 마지막 불꽃을 구가한 리그였다.

 

 다시 경기 얘기로 돌아와서, 이 경기는 홍진호의 온게임넷 스타리그 데뷔 경기이자(홍진호의 공식 데뷔 경기가 아니다. 홍진호의 공식 데뷔 경기는 쉐르파배 16강 VS나건동, 홍진호의 비공식 포함 데뷔전은 iTV 고수를 이겨라 VS강도경이다.)홍진호가 '폭풍'으로 게임팬들에게 인식된 경기다. 내가 진호의 팬이 된 계기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공격으로 테란을 괴롭힌 이 경기는 당시 게임팬들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꽤나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확장의 중요성과 물량으로 대변되던 당시 저그의 트렌드에 일갈하듯, 저그의 기본정신은 공격이다! 라는걸 일깨워주는듯 했던 경기. 계속되는 드랍으로 지독하게 유병준을 괴롭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초반의 드랍은 유병준이 무난하게 막아냈지만, 바로 이어진 럴커 드랍에 SCV 대박이 터지면서부터 홍진호가 경기 주도권을 내내 잡은채로 게임을 이끌었다. 마린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드랍하기 위해 럴커를 아래에 심어둔 채 먼저 히드라를 드랍하고, 다시 럴커를 올리는 센스는 지금이야 흔한 컨트롤이지만 당시로서는 분명 센스있는 플레이였다. 가난한 상태에서 파상공세를 펼치던 홍진호의 드랍작전은 탱크와 베슬이 나오면서 무난하게 막히나 싶었지만 2교대 드랍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리며 테란의 본진을 충분히 흔들었고, 중간에 드랍 위치 선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삽질을 좀 했으나 유병준의 멀티를 한번 깬 이후로는 테란 앞마당을 막으며 저그가 확장할 시간을 충분히 벌었다. 그렇다고 틀어막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본진에 드랍을 하면서 견제도 꾸준히 해줬고. 저그 멀티를 견제하기 위해 육지로 내려온 테란 한방 병력을 상대하면서 테란이 자원 수급할 시간을 주기 보다는, 자신의 멀티 하나를 내어주고 테란의 유일한 자원지역인 앞마당을 털면서 자원줄을 끊는 판단이 좋았다. 테란의 자원 수급을 끊은 이후 저그의 멀티 견제를 왔던 주병력을 줄여주고, 또다시 테란이 저그의 멀티를 노리는 동안 홍진호는 테란의 앞마당을 끊은 뒤 바로 테란의 남은 주병력을 싸먹으면서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이후 한참동안 유병준은 열심히 버티지만 결국 홍진호의 마지막 드랍에 GG.

 드랍으로 시작해 드랍으로 끝난, 홍진호의 상징인 폭풍드랍의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 준 경기(당시 기준)였다.

 

 당시 유병준은 우주방어로 유명한 테란이었고(반대되는 게이머는 현 게임해설가 김동준. 김동준은 우주공격 테란이었다.) 이 경기에서도 유병준의 수비력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계속되는 공격으로 집요하게 빈틈을 만들고, 그 빈틈을 파고드는 홍진호가 좀 더 잘해서 이겼을 뿐. 어떻게든 상대의 빈틈을 파고든다, 혹 상대가 빈틈이 없다면 공격으로 빈틈을 만든다-라는 홍진호의 경기 성향을 잘 보여준 경기.

 돈도 없고 병력도 없는데 끝까지 버티는 유병준이나 끝까지 공격하는 홍진호나 둘 다 악착같이 경기해서 더 재밌었다. 후에 성춘쇼에서도 밝혔듯, 유병준이 정말 열심히 버텼다. 그래서 더 명경기 그림이 나오긴 했지만.

 2001년 난전형 양상의 저테전으로는 손에 꼽히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공방양민보다 못한 경기력인데, 당시에는 정말 굉장한 수준의 경기였다. 뭐, 홍빠 보정빨인지 지금 봐도 나는 꽤 재밌다.

 

 여담으로, 나는 여전히 유대현 보다는 유병준이 입에 붙는다. 습관이 되어서 맨날 유병준이라고 한다...ㅠ_ㅠ;;

 


 

 

 

 

 

경기일 : 01. 06. 22.

경기대회 : 2001 코카콜라 스타리그 - 16강 B조 2경기

경기상대 : 김정민 - 테란

     대저그전 전적 [통산전적 167승 121패(승률58%), 2001년 전적 50승 22패(승률69.4%),

   코카콜라배 전적 6승 3패(승률66.7%, 예선전적 포함)]

     홍진호:김정민 [통산전적 23:13(홍진호 승률 63.9%), 공식전 전적 11:4(홍진호 승률 73.3%)]

경기맵 : Ragnarok

별점 : ★★★★★

 

 스타판 사상 최악의 테란맵 라그나로크. 그냥 테란맵도 아니다. 개테란맵, 씹테란맵, 그보다 더 최악의 수식을 해도 모자라는 극악의 테란맵. 스타판 후반기에 쓰였다면(지금은 없어졌으니 지금 쓰인다면...으로 가정하기가 좀 그렇다.) 전성기 이제동도 2군 테란에게 떡실신 당했을 거지같은 테란맵. 스타판 사상 최악의 밸런스 붕괴맵 TOP5에 들거라 확신한다. 당시 인터넷이나 배틀넷에서, 테란이 라그나로크에서 저그랑 싸워 진다면 스타 접어야 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또, 영상에서 김캐리가 설명하듯, 당시에 이 맵을 두고 선수들조차 여기서 테란을 이기는 저그가 바로 킹왕짱!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개테란맵이었다. 최종 전적은 T:Z+P=14:1.(당시 이 맵에서 피봤던 저그들을 살펴보자면 박태민, 성준모, 이근택, 이창훈, 장진남, 김신덕으로 지금에서야 박태민과 장진남을 제외하면 듣보잡 취급을 받겠지만 성준모나 김신덕은 당시에 나름 잘 나가는 저그였고, 이창훈도 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팀플에서는 꽤나 쓸만했던 선수였다. 또, 당시 토스의 희망과도 같았던 임성춘이 라그나로크에서 임요환과 경기하는걸 보면서 피눈물 흘린 토스빠들도 많았다.) 타 종족으로 대테란전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선수가 바로 홍진호고, 이게 바로 그 경기다. 이 사실 만으로 이 경기는 별점 만점을 받아도 모자라고, 2001년 대테란전 최고의 저그 경기라는 칭송을 받아도 모자라다.

 

 맵을 보면 알겠지만... 저그 유저 입장에서는 그저 눈물난다. 러시 거리가 가까워도 너무 가까워서(특히나 이 경기처럼 가로로 걸리거나 혹은 세로로 걸리면 답이 없는 수준으로 가깝다.) 테란이 벙커링 해대면 막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저그 앞마당에 시즈탱크 갖다 놓고 레이스로 언덕 위 시야 확보만 되면 저그 자원줄은 그냥 테ㅋ란ㅋ꺼ㅋ 당연히 앞마당 먹고 수비를 해야 사는데, 앞마당을 먹으면 가뜩이나 가까운 러시거리가 더 가까워져서 테란이 엎어지면 바로 코 닿는 데 해처리가 있다. 거기다가 앞마당이 지도 가로 끝쪽에 있다보니 본진 수비를 위해 3해처리가 거의 강제되는데, 그 세번째 해처리를 본진 입구 앞에다가 깔면 저그 해처리와 테란 본진이 이웃집 수준이다ㅋㅋㅋ 기가막혀서 눈물이 난다. 센터가 너무 좁아서 저그가 힘싸움 하기도 불리하고, 길목이 다 좁아서 테란이 조이면 저그는 답이 없다. 아니, 애초에 저그가 9풀을 강제당하는데, 거기에 3햇까지 강제당하니 이건 뭐 어쩌라고... 3햇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본진 플레이로 버텨야 하는데, 그랬다간 그냥 말라죽는다. 그냥 맵 자체가 저그에게 답이 없는 맵. 반면 테란은 벙커링을 해도 되고, 중앙에서 힘싸움 해도 되고, 저그 조여놓고 확장을 해도 되고, 본진에 시즈탱크 몇대만 두면 앞마당까지 수비 가능하니 꾹 참았다가 한방러시 해도 되고... 테란이 뭘 해도 되는 더러운 맵. 이따위 맵을 엄옹은 저그도 할 만 하다, 테란도 어렵다 포장이나 하고있으니... 저그빠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 밖에.(물론, 엄옹은 애초에 라그나로크 사용을 반대했다고 알고있다. 그래도 일단 리그에 쓰이기로 결정했고 저그유저였던 엄옹이 봐도 답없는 테란맵인지라 어떻게든 포장은 해야 했겠지만.)

 

 맵도 개테란맵인데, 김정민이라는 선수는 또 어땠나. 지금 와서 평가하는 김정민이야 전성기가 빨리 끝난데다가 개인리그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서 갈수록 네임밸류가 떨어진 '스타판 초창기의 A급 테란'이지만, 당시만 해도 임요환에게 견줄 S급 테란이었고(임요환과 테란 진영에서 라이벌 구도였고 그래서 임빠들이 꽤 견제했었음.), 스스로는 다 망가졌다고 말했던 2005년까지도 프로리그에서 야무지게 제 몫을 하며 클라스를 입증했었으며, 후대에도 테란의 기초를 갈고 닦았다 평가받았을 만큼 정석테란이었다. 당시 손꼽히는 대저그전 강자기도 했고. 게다가 코카배 당시에 홍진호는 쉐르파배, 한빛배에서 이름을 알리고 이제 막 뜨기 시작하는 저그의 신예 강자였지만 김정민은 이미 임요환과 테란의 왕좌를 놓고 다투는 네임드 선수였다. (스타판 역사가 십년도 넘긴 후에야 그냥 싸그리 통틀어 스타판 조상들이지, 당시에는 스타판 초창기였기에 고작 몇개월, 1년여 정도 먼저 이름을 알린게 굉장히 큰 차이였다.) 그런 김정민에게 라그나로크라는 씹테란맵에서 이겼다는 것은, 지금에 와서야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당시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엄청난 의의를 가지는 사건이었다.

 

 물론, 김정민이 라그나로크라는 희대의 테란맵을 믿고 초반에는 조금 안일하게 경기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저그 본진으로 진출하면서 입구 안 막은 것만 봐도... 하지만 그것만이 패인은 아니다. 참았다가 한방을 끌고 나오지 왜 자꾸 나와서 병력 소모를 하느냐고 김캐리가 계속 답답해 했지만, 김정민과 홍진호는 이미 친분이 있는 상태였고 이전에도 여러번 경기를 하거나 연습을 한 사이였다. 본진에 틀어박혀 수비만 하는 타입은 홍진호 스타일에 취약하다는 것 정도는 김정민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물론 공격형 테란도 거진 홍진호가 때려잡고 다녔다만...), 그것이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홍진호는 김정민이 공격할 틈을 주지 않았고, 방어할 시간 조차 주지 않았다.

 

 초반부터 김정민은 다른 테란이 그러하듯 마린을 끌고 나와서 적당히 저그를 압박했지만 홍진호가 잘 막아냈고, 홍진호는 자신의 병력과 김정민의 병력을 초반부터 맞교환 하면서 가난한 상태에서 성큰까지 다수 건설한 약점을 어느정도 극복해냈다. 저글링과 러커가 테란 병력을 싸먹으려고 달려들자 김정민은 보다 좁은 지형으로 유인했지만, 끌려가지 않고 순간적으로 테란 본진으로 쳐들어간 홍진호의 센스가 결정적이었다. 부랴부랴 회군했을 땐 입구도 안 막은 테란 본진으로 저그 병력이 쳐들어간 뒤였고, 시즈도 안 해놓은 탱크 한기 정도는 저글링 밥이지 뭐... 테란 주병력을 싸먹고 난 뒤에는 망설임 없이 계속 테란 본진에 들이닥쳐 몰아붙이면서 저그가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테란을 조여놓은 상태였으니 한타이밍 정도 멀티를 생각해봄직도 한데, 최소한만 먹고 병력 꽉꽉 쥐어짜는 홍진호의 가난한 저그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가 되겠다.(이건 뭐 맵에 의한 반강제긴 하다만은...) 당시에, 앞마당만 먹은 저그가 계속 병력 뽑아 테란 괴롭히면서도 가스를 700이나 모으는걸 보면 참... 홍진호의 드론은 앞발에 모터라도 달았나... 아무튼, 중간에 히드라 7마리가 동시에 러커변태 하는 장면은 장관. 그 이후로는 완급조절 해가면서 드랍으로 자원줄 끊는 선택도 좋았고, 오버로드로 드랍 훼이크를 쓰고 입구를 개방해서 테란 본진 열고 마무리 하는 센스도 좋았고.

 

 라그나로크에서, S급 테란을, 이렇게 좋은 경기력으로 잡아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홍진호가 당시 대테란전 최강자였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거다. 경기 패배후의 김정민 표정이 ㅎㄷㄷ한데 저 표정이야 말로 이 경기가 어떤 경기였는지 가장 확실히 보여준다고 생각.

 진짜, 이 희대의 씹테란맵 라그나로크, 개테란맵 홀 오브 발할라, 테란맵 정글스토리를 4번이나 맵으로 깐(홀 오브 발할라 2번) 코카콜라배 결승전에서 우승자와 호각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3:2 준우승한 홍진호는 정말정말정말 대단한거다. 솔직히 우승으로 쳐줘야 한다ㅠ_ㅠ... 뭐 이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경기일 : 01. 08. 24.

경기대회 : 2001 코카콜라 스타리그 - 04강 1경기 1세트

경기상대 : 조정현 - 테란

     대저그전 전적 [통산전적 86승 78패(승률52.4%), 2001년 전적 23승 21패(승률52.3%),

   코카콜라배 전적 10승 4패(승률71.4%, 예선전적 포함)]

     홍진호:조정현 [통산전적 12:5(홍진호 승률70.6%), 공식전 전적 7:4(홍진호 승률 63.6%)]

경기맵 : Neo Hall of Valhalla

별점 : ★★★


 홀 오브 발할라에 대한 얘기는 위에서 대충 언급한데다가 다음 2부에서 제대로 할테니 일단 넘어가고, 상대 선수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해 보겠다. 조정현은 선수 생활 초기부터 저막끼가 있다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었으나(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막.....), 사실 생각보다 저그전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2001년은 조정현이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두번째로 대저그전 전적이 좋았던 해였으며, 더더군다나 코카콜라배에서는 대저그전 페이스를 상당히 끌어올려 75%의 승률(예선전적 제외)을 기록했다. 홍진호에게 2패 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저그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했는데, 경기 내용도 괜찮은 편이었다. 특유의 아스트랄함 때문에 강력한 포스 같은게 없어서 그렇지, 2001년의 조정현은 저그를 상대로도 꽤나 괜찮은 맞수였다.

 

 이전까지는 홀오발에서 럴커를 주력으로 사용했던 홍진호였으나, 이번에는 스파이어부터 올리면서 1차 훼이크를 줬다. 그러나 메인으로 뮤탈을 사용하지 않고, 스컬지만 보여주면서 테란이 럴커보다 뮤탈에 상대적으로 신경쓰게 만든 뒤(물론 겸사겸사 드랍쉽도 잡고) 뮤탈이 아닌 히드라와 럴커를 또다시 주력으로 사용한다. 홍진호는 선 조이기 후 확장, 조정현은 선수비 후 한방을 생각하고 경기를 운영했는데, 조정현이 홍진호의 멀티를 견제하러 오자 홍진호는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해진 본진에 드랍을 하면서 테란 본진을 털고 자신의 멀티를 견제하러 온 병력도 동시에 일부 청소해 멀티를 지키면서 경기가 사실상 기울게 된다. 이후 조정현은 본진 자원만으로 경기를 운영하지만 가난한 본진 플레이로는 가난본좌 홍진호를 이길 수가 없지! 홍진호가 조정현의 본진을 다시 털어대자 조정현도 홍진호의 본진을 노리며 맞불을 놓지만... 홍진호는 기본적으로 "엘리전?ㅋ 콜!ㅋ 자신있음 본진 바꾸던가ㅋ"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원하게 테란 본진을 마저 턴다.(어짜피 홍진호는 멀티도 여럿 있었고... 본진 플레이 하던 조정현이 이길 수가 없다;;) 스파이어 올린 후 내내 스컬지 뽑아서 드랍쉽만 노리던 홍진호는 마지막 정리용 가디언(이 당시는 가필패가 아닌 가필승 시절..ㅠ_ㅠ)을 사용할 때가 되어서야 뮤탈을 뽑고, 가디언으로 테란 본진을 마무리 청소 하면서 GG를 받아냈다.

 사실, 홍진호가 너무 쉽게 꿀떡 이긴 것 같지만, 경기 중반에 나오듯 멀티 언덕 위에서 시즈하면 테란이 저그 멀티를 공짜로 청소하는 더러운 테란맵에서 이렇게 쉽게 이긴 것 자체가 대단한거다.

 

 참... 물론 2001년 경기들은 지금 기준으로 볼 때 경기 수준이 OME급이지만... 그래도 그 시대의 낭만이 있고 스타일리스트들의 로망이 있고 무엇보다 스포츠맨십이 있어 다시 봐도 좋다. 건물 모두가 불타고 자원이 다 떨어지고 뮤탈에 멀티가 막혀 커맨드 센터가 길 잃고 떠다녀도, 히드라를 SCV로 막으면서도 끝까지 버티며 포기하지 않는 그 근성,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는 그 선수로서의 투지와 열정이 보여서, 지금 보면 아마추어 수준 같을지라도 나는 당시의 경기를 좋아한다. 아마 나는, 조정현이 마지막에 분전하는 그 모습에 끌려 이 경기를 꼽았는지도 모른다.

 

 

 

 

 

 역시 추억팔이는 재밌다. 지금 보면 촌스러운 무대와 의상과 외모에, 허접한 경기력이지만 초창기의 스타판은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낭만이 있다. 그 낭만이 나로 하여금 이 시절을 자꾸만 추억하게 하는 건 아닐런지.

 

 어쨌든, 1부 1장 끝. 1부 2장에서 계속.

 

 

 

 

 

Log

 + 14.09.01. 상대전적 추가

 + 14.09.01. 대저그전 전적 추가

신화의 6000일 기념, 김동완의 <사랑하기 때문에>



영상 초점도 안 맞고...

대충대충 부르는 것처럼 박자도 살짝 안 맞기도 하고...

반주는 촌스러운 어쿠스틱 기타.


그래서 더 좋다.

아주 오래된 연인의, 새삼스러워서 더 쑥스럽고 그래서 더 무신경한듯한 세레나데 같아서.


실감이 잘 나지 않는 시간, 6000일.

아주 오랜 시간이지만, 짧게 느껴지는 시간.


6000일이나 함께 울고, 웃고, 늙어가면서

칭찬이 줄어들고 비판이 늘어나고

열정이 줄어들고 편안함이 늘어나도

애정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너희는 알런지.


전처럼 예쁘다 예쁘다 하지는 않지만, 내가 말 안해도 너희는 멋지니까.

잘한다 잘한다 하지 않고 이거 못했다 저거 못했다 지적해도, 너희가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랬단거 알아줄테니까.

전처럼 매일매일 너희 소식에 귀귀울이고 너희를 열정적으로 지켜보지 않지만, 그건 애정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너희가 편해졌고 너희를 믿기 때문이라는 걸 너희는 알아줄테니까.

아주 오래된 연인들처럼.


6000일, 12000일, 60000일....

계속 함께하자.

조금 멋 없어도, 서로 예쁘게 보이려고 신경쓰지 않아도,

익숙해져서 권태가 아닌가 의심하다가도 만나면 가슴 뛰는거 확인하면서,

계속해서, 아주 오래된 연인들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너희의 노래를,

그리고 너희를.


THE EVERLASTING MYTHOLOGY,

SHINHWA

SINCE 198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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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6일 일어났다.

블로그에 스크랩 해둘 게 있어 블로그에 들어왔더니, 갑자기 블라인드 되었다며 뜨질 않는거다-_-....

관리자 페이지도 접속 불가능.

뭐여....

황당해 하고 있는데 메일함에 덜렁 와 있는 다음 측의 통보메일.

청소년 유해사이트 홍보를 한다고 도배, 스팸행위를 했다면서 로그인 제한을 하겠단다. 억울하면 한 달 안에 변명해보란다.

잠깐 여담이지만 소명하라는 게 참... 소명이란 단어가 나쁜 단어는 아니지만, 어감이 참.... 죄 지은것도 없는데...

어쨌든, 억울해서 바로 항의 메일을 보냈다.

내 블로그 봤다면 알겠지만 여긴 덕질이나 하면서 혼자 노는 곳이고, 나는 여자고, 내가 청소년 유해 사이트를 홍보할 일도 없으며 하물며 귀찮아서 블로그에 글도 잘 안쓰는 내가 뭔 도배, 스팸 행위를 하겠느냐....

했더니.

그래? 그럼 납치태그 때문인가보네. 알았어. 그럼 로그인 제한은 풀어주께. 근데 블로그 사용하려면 한번 더 변명해봐ㅇㅇ.

............... 뭐임마? 니 시방 뭐라고 혔냐...................................................

빡쳐서 개지랄 함 떨어볼까 하다가,

여기 내가 스크랩해둔게 얼만데..... 아쉬운 놈이 을이지 싶어 한번더 글을 남겼다.

내가 한동안 블로그 안 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간만에 들어와보니 납치태그가 있더라. 안그래도 알고 있었고 보름도 더 전에 지웠어. 근데 생각해보니 빡치네. 왜 이제와서 난리여?

하고 보냈더니.........

블로그 제한 풀어줌ㅇㅇ 한번더 이러면 짤 없음ㅇㅇ

하고 내 질문에는 답이 없다. 이런 젠장할............-_- 왜 이제와서 블라인드 했냐니까....

아무튼. 다음측에서 블라인드를 걸어버리면 무려 세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귀찮은 절차가 기다린다.

 1. 블라인드 된 것이 자기 탓이 아니라는걸 소명

 2. 로그인 제한 해제 요청(블라인드 중에는 심지어 로그인도 안 된다.)

 3. 블로그 블라인드 해제 요청

요따위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심지어 빠르게 처리해 주지도 않는다. 절차 하나에 하루 소요.... 다음측에서 답장 오는대로 바로 답변 보내도 꼭 그다음날 처리해준다...-_-... 하......

그래서 결국 3일동안 블라인드 크리. 스크랩은 주소 저장해놨다가 뒤늦게 몰아서 했네.

하.... 빡쳐...


이 사단의 원흉은 납치태그에 있었다.

내가 블로그를 몇달씩 버려두는 일이 예삿일이다 보니,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 웬 잡놈들이 와서 스킨에 납치태그를 심어놓고 갔다.

그놈들은 블로거가 열심히 글을 써서 유입을 높여야 납치 확률도 늘어나므로 비밀번호는 바꾸지 않는다.

와서 조용히 납치태그만 심어놓고 갈 뿐...

이런 불상사 예방을 위해 티스토리 사용자의 경우, 관리 페이지-HTML/CSS 편집 메뉴에서 스킨 코드를 한번씩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납치태그는 헤드에 심어지므로 전체 코드를 볼 필요 없이, <head>로 시작해서 </head>로 끝나는 부분만 보면 된다.

아, 납치태그란 말 그대로 접속자를 납치해가는 태그다. 티스토리에 납치태그 심는 놈들은 주로 야동사이트나 불법도박 사이트로 납치해가며 직접 접속한 접속자들이 아닌, 포털 검색등으로 유입된 접속자를 노린다. 블로그에 납치태그를 심어 놓으면 블로그에 접속해도 블로그가 잠깐 보였다가, 납치태그에 지정된 야동사이트 등으로 화면이 바로 넘어가게된다.

이미 지워버려서 내 블로그에 삽입된 납치태그를 정확히 쓸 순 없지만,

<script>로 시작해 </script>로 끝나는 태그 중 document.referrer라는 단어나 url.indexOf라는 단어가 보이고 그 뒤에 naver, daum, nate등이 보이면 그 뒤를 볼 것도 없이 납치태그니까 <script>로 시작해 </script>로 끝나는 해당 태그 전체를 그냥 지워버리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관리 페이지-스킨에서 사용중인 스킨을 골라 다시 적용하는 방법인데, 혹 html소스나 css에서 무언가를 수정해 놓았거나 한다면 초기화 되니 주의해야 함.

그리고 자작스킨이나 유저배포스킨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별 수 없이 직접 헤드에서 스크립트 부분을 유의해서 보는 수 밖에 없다.

좌우지간에, 납치태그를 발견하면 즉시 해당 부분을 지우고 저장해야한다.

블라인드 당하는 일이 없도록, 가끔 한번씩 스킨 코드를 유심히 살펴보면 좋다.


어쨌든 이 모든 일이 티스토리를 해킹당해 일어난 일이니,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던가 하고,

관리 페이지-기본정보-로그인기록을 보면 누군가가 내 티스토리에 접속해 장난질 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으니, 한번씩 유심히 보고 수상쩍은 ip는 차단하는게 좋다.


흠...........

근데 다음측의 방식이 굉장히 맘에 들지 않긴 하다.

사전통보도 없이 그냥 다짜고짜 차단이라니. 차단한것까진 좋다 이거야. 로그인이라도 되게 해줘야 할 거 아니야.

블로그도 막고, 로그인도 막고, 그냥 지들 멋대로 차단하고서 사후 통보하고 사후 소명하게끔 할 게 아니라,

미리 이러한 이유로 차단하려 하는데 변명 할 거면 해보든가ㅇㅇ 하고 메일로 통보 해주면 덧나냐. 닥치고 차단당하니 어찌나 황당하던지.

블라인드 해제 절차가 복잡한데다, 차후 같은 이유로 블라인드 당하면 복구 안 해줄수도 있다는데 이거 불안해서 살겠나. 내가 여기에 혼자 찌끄려놓은 글이 얼마며, 스크랩 해놓은게 얼만데. 다 비밀글이라 다음에 도움 안 되는 글이긴 하지만;;; 어쨌든.

하... 역시 설치형이 이런 면에선 속 안 썩고 좋은데 유지보수가 귀찮아서 원...


아무튼, 쥐새끼마냥 도둑고양이마냥 내 블로그로 기어 들어와서 납치태그 심어놓은 놈들은 콱 패버리고 싶고,

다음측의 정책이나 처리방식도 마음에 안 든다.


이래저래 마음에 안 드는 3일이었음.

쓰고싶은 글 있었는데, 덕.분.에. 의욕이 싹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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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아이돌 아닌 일반 가수들 중에서 가장 아끼는 투탑 중 하나인 창정신!(다른 하나는 연우신)

이 둘의 조합이 예고되었을 때 부터 두근두근... 기대중이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ㅠ_ㅠ 너무 좋다. 하악하악.


13년 전 혜성이의 그 날카롭고 앙칼진, 젊음의 생기와 패기가 있었던 그 목소리도 좋았지만

2014년, 서른 여섯의 좀 더 부드럽고 애상에 젖은 감성적 목소리도 마음에 든다. 거기에 또 한 감성 하는 임창정의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 혹여 감성이 너무 넘치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도 했었지만(개인적으로, 노래든 연기든 감상자가 느낄 여유 없이 모두 표현해버리는 표현자와 작품을 싫어한다.) 그저 기우였다. 정말 완벽에 가까운 감성이다.


13년전 혜성이가 부른 인형에서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까지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에 창정신과 부른 인형은 삼사십대의 그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어쨌든, 상상 이상으로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당분간 계속 듣게될 것 같다...ㅠ_ㅠ


간만에 신화 관련 포스팅.... 역시, 나는 가수로서의 신화를 가장 좋아하나보다.

문엙 드라마도 몇편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봐야지, 이러고 있는 판에 혜승이가 노래 불렀다니까 득달같이 포스팅하는거 보소;_;

그러니까 얘들아, 애... 앨범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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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일병 사건을 차치하고서라도, 요 몇해간 군 관련 사고 소식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최근들어 유독 군대에서 사건이 많이 발생다기 보다는 최근들어 군 사고가 세간에 알려지는 거겠지. 미디어의 발달, 특히나 인터넷의 발달에는 부작용도 많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 또한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그 누가 억울한 청년들의 죽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기십년전까지 그래왔듯 군 내부에서 조용히 덮고 묻었을테지.

 

 오래전에 육군을 만기 전역한 남동생이 있지만, 전역한 남자들이 밥자리에서든 술자리에서든 흔히 꺼내놓는다는 군시절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웠다. 워낙 과묵한 놈이라 그런지, 휴가를 나오거나 가끔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에도 군 생활 어떠냐는 질문에는 그저 "괜찮아요." 한마디로 답했고, 제대한 이후에도 좀체 군시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진짜 사나이'를 보시고 "너 때도 저런거 있었니?" 하고 물으실 때마다 "그래도 요즘은 군대 많이 좋아졌나보네요." 하는 정도가 다였다. 지난 임병장 사건이나 그 이전에 군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나와 어머니는 신나게 군대의 문제점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성토하는데 반해 동생은 "죽은 놈도 불쌍하고, 총기 난사한 그 놈도 불쌍하고..." 하며 '군대에 있는 놈들은 모두 불쌍한 놈들'이라고 했다. 이정도의 이야기가 동생 입에서 나온 군대 이야기의 전부다.

 동생이 전역한 이후로 한동안 내가 들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군대에 대한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 뿐이었다. 물론 술자리나 회식에 동석한 동료나 상사나 또 다른 누군가가 군복무 시절의 무용담을 거나하게 풀었던 적이 있었을테지만, 기억하지 못한다. 역시 나는 내게 '의미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면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것이 이야기든, 기억이든, 생일이나 혈액형 같은 아주 사소한 것이든간에. 공무와 관련되어 기록해 놓은 것이 아닌 이상 사적인 것들은 좀처럼 기억에 상주하지 못한다.

 

 그런 내가 남동생 이후에 군대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는 경우는 딱 두가지 경우다. 하나는 우리 막내 도련님이 군대 갔을 시절이고, 또 하나가 이 글의 주제인 진호가 군대 갔을때의 이야기다.

 막둥이 앤디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공익 복무를 하느라 기초 군사 훈련밖에 받지 못한 4명과 그나마도 받지 못하고 면제된 1명의 이야기는, 팬의 입장에서도 사실 딱히 쓸 것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말할수록 까먹기 십상이라 아예 언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사실, 막내도 군생활을 딱히 힘들게 한 편이 아니라서 더더욱 그렇다. 불법으로 병역을 기피하지는 않았으므로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딱히 자랑할 거리도 안되고 하니 그냥 그런갑다 하는 정도다. 사실 막내가 군입대한 직후에는 걱정도 많았고 안타까운 것도 많았으나(추운 겨울에 간 건 둘째치고 생일은 좀 지나고 가지 싶었던 것들 등) 짬 좀 차면서부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당시 홍보단(연예병사)의 분위기가 괜찮아 보였기에 막내의 군복무에 대해서는 크게 응어리 진 것이 없다.

 그러나 진호의 경우에는 좀 다른데,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적어보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공군 시절의 홍진호와, 공군 프로 게임단인 공군 에이스(Airforce ACE, 이하 한글로 표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에 윤일병 사건에 부들부들 하다가, 오늘 우연찮게 다시 성춘쇼를 돌려보고는 빡쳐서 급 작성하는 글이다. 그래서 미리 말해두건대, 공군 에이스에 대한 비난과 공군 에이스 소속이었던 몇몇 선수들에 대한 비난 내지는 비하가 이 글에 넘칠 예정이므로 공군 에이스에서 악명을 떨쳤던 선수의 팬들은 이 글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이 글에서 가장 먼저 확실하게 전제할 것이 있다. 공군 에이스는 다른 스포츠 상무팀과 마찬가지로, 이스포츠의 '프로 상무 게임팀'이라는 것이다.

 "게임은 마약이다!" 따위의 정신나간 주장을 하는 인사가 국회의원직에 앉아 있는 대한민국에 뭘 바라겠냐만은, 2014년 현재도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젊은이들 많은 커뮤니티에서조차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 두드리는게 스포츠면 유치원생이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것도 스포츠다." 식의 비난이나 "엄마 천원만 주세요, 피씨방 가서 스포츠 한시간만 즐기다 올게요." 따위의 비아냥대는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심지어 게임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조차 이스포츠를 '스포츠'와 동등한 개념의 것인지, 이스포츠가 '스포츠'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빈번하게 논란이 일어나며,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프로게이머를 그저 게임 중독자 정도로 취급하고, 프로게이머가 받는 억대 연봉을 마뜩찮아하며, '선수'들의 '경기'에 환호하는 게임팬들을 게임 폐인으로 본다. 하물며, 공군 에이스가 창설되던 2007년에는 지금보다 그 '업신여김'의 강도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무려 7년 전에,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상무 게임단'이 창설된 것이다. 군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절대적이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았으며 심지어 게임팬들 사이에서조차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스타판 관계자들의 노력, 특히나 문체부 인사 몇명과 국회의원 원희룡 등의 소위 '높으신 분들'의 노력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들이 '노력'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임요환'이었다.

 나는 블로그에서 몇번이고 내가 '극렬 임까'임을 밝혀왔다. 임요환이라는 사람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홍진호의 라이벌인 임요환'을 미워했고 어느 시점부터는 '게이머로서의 임요환'을 싫어하게 된 경우다. 특히나 나는 임요환의 '과장된 역사와 업적'을 부정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이스포츠(혹은 스타판) 임요환이 없었더라면..."으로 시작하는 시리즈 같은 것들 말이다. 스타판은 당시 게임채널 관계자들과 게임팬들, 그리고 임요환과 홍진호를 비롯한 1세대 게이머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거의 유일하게 인정하는 임요환의 '(게임 내의 업적이 아닌) 이스포츠계의 업적'을 꼽자면 바로 "공군 에이스 창단은 임요환 덕에 가능했다."라는 명제다.

 2007년 당시 임요환은 내일 모레면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였고, 선수로서의 입지도 좁아진 상태였다. 임요환은 진작부터 '30대 프로게이머'의 꿈을 공공연히 얘기해왔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군복무 해결이라는 선결과제가 있었다. 그러나 단 며칠만 연습을 쉬어도 손이 굳어버리는 프로게이머란 직업의 특성상, 특히나 프로게이머로서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대의 임요환에게 군입대 결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고 이 즈음에 자칭 임빠인 원희룡 의원과 만나게 되면서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상무 게임팀' 공군 에이스가 창설된다. 게이머들에게는 군복무를 해결하면서도 2년이라는 시간동안 연습과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는 어마어마한 메리트가 있었고, 이것은 특히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경기 출전을 잘 하지 못하는 미필 선수들이나 군입대를 더이상 미루기 힘든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선수생활'을 위한 한줄기 빛이자 희망이었다. 또한 공군의 입장에서는 공군의 이미지를 보다 젊고 활기차게 쇄신하고, 스타팬의 대부분이 곧 성인이 되어 군입대 해야 하거나 입대 적령기에 있는 젊은 남성이었기에 공군을 홍보하기에도 적합하다는 계산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계산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가장 흥행성 높은 카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공군 에이스의 창단 조건은 '임요환의 공군 입대'였다. 이러한 사실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로, 따라서 내가 제아무리 극렬한 진성 임까라지만 공군 에이스 창단의 일등공신이 임요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창설된 공군 에이스는, 다시한번 말하지만,

1. 프로게이머들의 선수 생활 지속을 돕기 위해(라는 명목으로) 창설되었다.

2. 프로게이머들의 군복무 문제를 해결한다.

3. 프로게이머들이 일반 군복무시 생길 수 있는 '프로 선수'로서의 능력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습 환경을 제공한다.

4. 프로게이머들이 일반 군복무시 생길 수 있는 '프로 선수'로서의 경험과 경력의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 출전 기회를 제공한다.

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상무 게임팀'이었다. 일반적인 특기병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제하고 글을 시작한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지만 나는 늘 용두사미의 글을 쓰니 괜찮을거다.

 

 상술한대로, 공군에이스는 '임요환을 위해 창설된 상무팀'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혜택을 가장 먼저 받은 것도,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것도 임요환이 아니었다. 길 가다 로또맞은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후술될 모든 악습과 폐단을 만드는데 관여한 강도경이었다. (강도경의 동기인 최인규, 조형근도 있지만 별다른 성토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일단 강도경만 논한다.)

 공군 에이스의 창단 논의가 시작될 무렵, 강도경은 은퇴를 선언하고 은퇴식을 가진 후 코치로 전향해 군입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군 에이스 창단이 가시화되면서 공군은 우선 프로게이머를 전산특기병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이즈음에는 WBC 병역특례 논란의 여파로 공군 에이스의 창단이 사회적으로도 제법 이슈거리가 되었고 반발 또한 거셌는데, 이 시기 강도경은 "프로게이머의 병역특례는 말도 안된다."와 같은 발언으로 상무 게임단 창설에 부정적인 뉘앙스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전산특기병 모집을 시작하자 강도경은 전산특기병 선발에 가장 먼저 응모했고, 결국 제 1기 전산특기병(전산특기병은 원래도 존재하던 보직이고 지금도 존재하는 보직이지만, 이 글에서는 '공군 에이스 입단'을 목적으로 선발된 전산특기병을 지칭하며 그래서 기수도 강도경부터 1기로 계산한다.)으로 공군에서 군복무를 시작했다. 제1기니 내무반에서 선임이라고 쪼아댈 사람도 없고, 그야말로 '꿀 빠는' 군생활을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원래대로라면 전산특기병(이하 전특병) 1기로 군복무를 시작해야 했을 임요환은 이래저래 일정이 꼬이고, 미뤄져 전특병 2기로 입대한다. 당시 임요환은 그 어떤 선수의 은퇴식과는 비교되지 않을 수준의 '송별식'과 '헌정 방송' 그리고 수많은 인터뷰와 이벤트를 가졌다.(가끔 [임]이 은퇴식을 안한 건, 이때 받은 걸로 충분히 퉁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농 반, 진 반의 생각을 한다.) 임요환 팬이 아닌 다른 선수의 팬이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만큼, 그리고 시기할 만큼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전특병 1기는 공군의 중앙전산소에 배속되는데 그쳤을 뿐, 아직 공군 에이스가 창단된 것은 아니었다. 전특병 2기인 임요환이 입대하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중앙전산소 소속 전특병 4명은 '공군팀'으로 경기에 설 수 있었으며, 임요환 입대 이후에야 비로소 공군 에이스가 정식으로 창단되었다. 그야말로 임요환의, 임요환에 의한, 임요환을 위한 팀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극렬 임까인 나조차 인정하는 이 분명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은퇴 이후까지 "공군 에이스가 만들어 진 것은 결코 임요환 때문이 아니었다."는 망언을 하고 다닌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강도경이었다.

 

 강도경은 전특병 1기로 입대한 3명중 가장 형이었고(단, 동갑인 최인규가 생일은 더 빠르다.) 가장 먼저 데뷔한 선배였으며, 성격 또한 조용히 뒤에 있기보단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전특병 내무반의 권력은 강도경이 거머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의 본모습은 돈과 권력을 쥐었을 때 비로소 나온다고 했던가? 강도경은 일반 사병으로서는 두려울 것 없는 위치에서 전특병 내무반을 제멋대로 주물렀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악습이 탄생했다.



빙산의 일부.


 임요환을 오래 봐 온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중간에 보이는 임요환의 저 빡친 표정은 진심이다. 그것도 보통 빡치면 저런 표정이 안 나온다.

 진호가 제대하고 나서도 지켜본 바로는, 공군 에이스 출신들은 군시절 있었던 좋지 못한 일화들을 정말 어지간해서는 매체에다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제 얼굴에 침뱉기라고 생각해서인지, 가뜩이나 창단 이후 끊임없이 해체 압박과 여론에 시달리는 공군 에이스의 이미지에 먹칠하면 후배들에게 해가 될까봐 걱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공군 에이스 내부의 일을 얘기할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얘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임요환이 얘기한 저 일화만으로도 공군 에이스 내무반에서 강도경이 가졌던 절대적 권력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만은, 임요환이나 진호나 공군 에이스 시절 힘들었던 일화에 대해 얘기할때면 항상 '일일히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이라는 전제를 붙여가며 아주 사소한 일화만 얘기하는 편이다.

 사실, 공군 전역자들의 인터뷰나 알려진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휴가 나온 성학승을 불러서까지 갈구는 바람에 성학승을 울렸던 일화는 뭐 유명하고, 게이머들이 일일히 밝히지 않은 수많은 악습의 근원에는 강도경이 있었다(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한 게이머들이 꽤 있었다.). 공군 에이스 내무반 밖, 다른 중앙 전산소 병사들에게까지 유명했을 정도이니 아마 상상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강도경은 뭐 스타판 초창기부터 송병석과 아이들의 일원으로서 임요환에게 적대심을 가진 대표적 게이머였으며 성깔로 유명했으니 후임으로 들어온 임요환에게 열폭하는 것이야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지만, 임요환을 제외한 다른 후임들에게도 얼마나 진상짓을 떨었는지 군생활 하며 강도경에게 이를 간 게이머가 한둘이 아니었다.

 공군에서 쓰이는 은어로 '꼽창', ''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상식 이상의 수준으로 후임들을 죽어라 갈궈대는 선임을 이르는 말이다. 원래부터 성격이 꼬인 인간이 짬 차며 꼽창이 되는 경우와, 후임을 받지 못해 짬이 차고도 선임을 오랫동안 모시는 꼬인 군번이 한꺼번에 쌓인걸 푸느라 꼽창이 되는 경우 두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는데, 뭐 유의미한 구분은 아니고 한마디로 개진상 떠는 선임들은 모두 꼽창이라 불린다. 공군 중앙전산소에서 가장 유명한 두명의 꼽창이 전설로 내려온다는데 한명은 상술한 강도경이요, 나머지 한명은 후술할 이주영이다. (다만 이주영은 후자의 경우로, 강도경에게 하도 들들 볶였던 것을 후임들에게 한꺼번에 푸느라 꼽창이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설이 있긴 하다만은 동기인 박대만에 비해 악명이 상대적으로 드높았던 것을 보면, 꼽창은 결국 그냥 꼽창일 뿐이다.)

 

 또 하나의 꼽창으로 꼽히는 이주영은 전특병 5기로 입대한 이후 1년이 넘도록 후임을 받지 못하는 와중에 시간이 흘러 전특병 1기(이하부터 공군 에이스 1기라고 호칭을 바꾸겠다.)가 전역한다. 그리고 임요환이 최고참일 때 공군 에이스 6기로 박정석과 오영종 그리고 한동욱이 입대했으며, 두달 뒤 홍진호와 차재욱이 공군 에이스 7기로 입대하게 된다. 그리고 홍진호가 자대 배치를 받기도 전에 임요환은 제대했다.

 원래 진호는 공군 에이스 6기로 입대할 예정이었다. 5기가 제대로 꼬인 군번인 반면에 6기는 제대로 풀린 군번으로, 1기를 제외하면 공군 에이스 중에서 가장 '꿀 빤' 기수가 되겠다. 그러나 일이 꼬여 입대가 미뤄졌고 진호는 7기로 입대하면서 군생활은 한층 더 꼬이게 된다.



ㅋ.......


중간에 잠깐 딴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별로 길진 않다.


 방송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인터뷰로 서너번 더 이주영과 박정석에 대해 성토했지만, 방송에서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인터뷰 기사는 생략하겠다.

 진호를 아주 오랜 기간동안 지켜보면서 의문이었던 점 중 하나는, 저 애는 대체 속에 부처가 몇명이나 들어앉아 있는걸까, 였다. 존경받는 게이머가 되기 위해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까지도 조심했던 시절도 있었다지만, 진호 멘탈이 산산조각나 그런 것에 더이상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때에도 진호는 인간적으로 정말 착한 게이머였다. 아무래도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천성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지은 죄도 없는 자신을 죽일 기세로 달려들던 수많은 자칭 '게임팬'들(블로그의 다른 글에서도 수차례 말했지만, 단순히 디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의 조롱과 멸시와 비난에 마음이 부서지고 멘탈이 가루가 되면서도 버티고 버텨 지금은 그냥 같이 웃어 넘기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것만 봐도, 홍진호의 천성이 얼마나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고 사람에게 다정한지를 알 수 있다.

 스타판의 0세대, 1세대라고 불리는 형뻘 선수들부터 자신과 함께 활동했던 1.5세대 선수들은 물론이고 스타판 가장 마지막 세대의 막내동생뻘 선수들까지 거의 모두와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거의 진호가 유일했다. 가족같은 분위기였던 스타판 초창기에는 물론이고, 보다 경쟁이 심화되고 체계가 갖춰져 같은 또래끼리도 서먹한 선수들이 많았던 스타판 마지막까지 홍진호가 스타판에서 가장 발이 넓은 선수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금이야 스스로 '콩드립'도 쳐대지만, 선수시절까지만해도 그토록 싫어했던 콩드립을 까마득한 후배가 쳐도 허허 웃어 넘기고, 그 까마득한 후배가 방송에서 콩댄스를 춰도 같이 춰주고, 동생들이 방송에서 콩간지 표정을 따라해도 그냥 농으로 받아줄 정도로 진호는 동생들과 후배들에게 관대한 형이자 선배였다. 진호의 곁에 늘 사람이 많았던 것은, 진호가 착한 성격을 타고 난 것 외에도 진호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호는 누가 자신에게 잘못한 것이나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것을, 대체로는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다. 가장 극단적으로는 삼연벙 사건만 봐도, 사실 범인이라면 삼연벙이라는 그 세번의 경기 자체만으로도 임요환에 대한 미움을 금방 털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진호는 그 사건이 터진지 며칠 안되어 임요환과 만나 시시덕거리며 웃었을 정도로 속 없는 사람이다. 뿐인가? 그 사건으로 아주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었고 더 오랫동안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시달려야 했으며 결과적으로는 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전성기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진호는 여전히 임요환과 친하게 지낸다. 임요환이 순간적으로 밉긴 했지만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홍진호는 그런 사람이다. 또 하나 얘기해 보겠다. 진호는 자신을 데뷔시킨 송호창 감독(이라고 불러주기도 싫지만...)에게 피씨방 사업을 빙자해 이용당하고, 사기당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투나SG의 돈줄이었던 홍진호를 절대 KTF로 보내지 않으려 버둥거렸던 송호창조차도 진호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을 만큼 심각한 사건이었고, 당시에 진호가 부진을 겪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호는 KTF로 이적후 송호창의 악행을 잊었는지, 또 금방 투나SG에 놀러 다녔고 송호창과도 나쁘지 않게 지냈으며 선수생활을 은퇴할 때 까지도 자신이 사기당한 사실을 함구하고 지냈다. 게임업계 사람들도 진호가 송호창에게 사기당한 내용을 거의 모를 정도로. 홍진호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홍진호를 잘 알기 때문에, 은퇴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까지 여전히 진호가 언급하는 군시절의 박정석과 이주영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적당히 했으면 이전까지 그랬듯 혼자 속으로 삭히고 잊어버렸을 홍진호란 걸 잘 알기 때문에.

 

 상기 2개의 동영상에서 언급된 공군 에이스 내의 똥군기에 대해, 먼저 여기서 정리해 두고 이하에서 자세히 후술하겠다.

01. 아직 입대하지도 않은 선수에 대해 밖에서 예능하다 왔다며, 게이머로 보지 않을 정도로 안좋은 이미지로 낙인부터 찍음.

02. 자대배치 받고 일주일도 안된 신병에게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일단 갈굼부터 시작. "예 알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외에 "잘 모르겠습니다." 했다고 갈굼.

03. 홍진호가 먼저 나서서 뭘 한게 없다는 박정석의 제대후 발언.

04. 후임은 선임이 경기장에서 받은 선물을 받아 들어야 한다는 관행이 있었음. 선임이 한번 거절해도 후임은 서너번까지 애원하듯, 빼앗듯 나서서 선임 짐을 받아 들어야 하고 그러한 행동을 선임들은 원하고 즐겼음. 가끔 그런거 싫어하는 선임이 있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몰라 망설이면 해당 선임이 아니라 맞선임에게 끌려갔음.

05. 박정석曰 뒤지고 싶냐?

06. 이주영에 대한 홍진호의 평가 : 사람이 이렇게까지도 싫어질 수 있구나, 미친 줄 알았다, 보통 꼽창이 아니다,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누구 시켜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김)선기처럼 대놓고 하면 순간 그 자리에서는 화나도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데.

07. 지 게임 졌다고 승질내서 후임들이 눈치보게 만듦, 그래놓고 홍진호가 게임 져서 혼자 삭히고 있는거 보고 아니꼬워서 갈궜다고 자랑스럽게 인터뷰한 홍진호 아버지군번들.

08. 신병은 배틀넷 접속도 못하게 하는 똥룰, 심지어 사전에 얘기도 안 해줌.

09. 신병은 늦게까지 연습하지도 못하게 하고 취침시간 되면 바로 취침해야 함.

10. 군대에서 흡연하는것 가지고 갈구는 것으로도 모자라 냄새나니까 흡연후 밖에서 10분 대기, 가글한뒤 비누로 손 씻은 후 내무반 입장하라고 시킨 이주영.

11. 자기들보다 나이 많고, 선배고, 인기 많고, 선수로서 우월했던 홍진호를 위해 계획된 기죽이기.

 

 아, 새삼 다시 정리하니 빡친다. 이제까지는 욕과 비하를 꾹꾹 자제해 왔지만 이하부터는 욕과 비난, 비하 등등이 난무할 예정이므로 읽는데 주의를 요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나는 '인간 박정석'이나 '게이머 박정석'을 싫어하지 않는다, 절대로. 호불호를 따지자면 오히려 好에 가깝다. 정석이가 진호랑 한솥밥 먹고 지낸 시간이 얼마며 KTF에서 동고동락 하기 이전부터 또 얼마나 친하게 지냈는지를 잘 아는데, 그 오랜 시간동안 든 정이 있는데 어찌 싫어할 수 있겠는가. 박정석이 얼마나 FM인지, 얼마나 곧은 성격인지에 대해서 역시나 나도 박정석의 팬들만큼이나 오래 지켜보았으므로 잘 안다. 공군 이후에도 진호가 정석이를 얼마나 아끼고 좋아하는지도 물론 잘 알고, 둘이 잘 지내고 있는 것 또한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전히 불편해하고 서운해하고 미워하는 박정석은 '인간 박정석'이나 '게이머 박정석'이 아니라, '공군 에이스 시절의 박정석'임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또한, 이주영은 진호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기에 나는 이주영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감정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나는 이주영에 대해서는 '공군 에이스의 이주영' 이전에는 어떠한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다시 말하자면 호감도 불호도 가지고 있지 않은 0의 상태에서 '공군 에이스의 이주영'을 접한게 거의 전부였음을 밝힌다. 따라서 '드론 많이 뽑는 출산드론'이라는 것 이외에는, 내게 이주영은 오로지 '공군 에이스의 이주영'일 뿐이다.

 

 먼저 <아직 입대하지도 않은 선수에 대해 밖에서 예능하다 왔다며, 게이머로 보지 않을 정도로 안좋은 이미지로 낙인부터 찍은 것>에 대해 말해보겠다.

 까놓고 말해보자. 진호가 신병일때 공군 에이스에 있었던 이재훈, 김환중, 김선기, 이주영, 박대만, 박정석, 오영종, 한동욱 중에서 '게이머로서' 진호보다 우월했던 놈이 누가 있나? 그래, 박정석 정도나 진호와 동급으로 봐줄 수 있겠다. 그런 박정석 조차도 진호에게 경력, 경기수, 다승, 승률, 다전제 경험 등등 모든 분야에서 다 밀린다.(스카이 우승 얘긴 하지 말자, 열받아서 말 길어지니까. 농담 아니고 진지하게 말해서 진호도 우승 많이 했다.) 하물며 다른애들? 오영종과 한동욱이 고작 스타리그 우승 한번씩 해봤다고 진호에게 비벼볼 수 있을 것 같은가? 진호보다 우승 횟수로조차 밀리는게 오영종과 한동욱이다. 앞서 언급한 다른 분야에서 뒤지는 것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이재훈, 김환중, 김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저그였던 이주영? 까놓고 말해서 감히 진호 옆에 이름이나 쓸 수 있겠나?

 게이머로서 별달리 이뤄논 것도 없는 것들이, 끽해야 우승 한번 한 놈들이(스타리그 중심으로 왜곡된 스타판 초창기의 리그와 훼손된 진호의 역사적 가치와 우승에 대해서는 내가 이전에 설명한 글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홍진호는 우승 존나 많이 했다. http://yusongi.tistory.com/343 그리고 http://yusongi.tistory.com/346) 감히 '게이머로서의 홍진호'를 논해?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진호가 게이머로 안 보이면, 지들은 대체 뭘까 생각이나 해봤는가 모르겠다. 분수를 알고 주제를 알아야지.

 그리고 진호가 밖에서 예능 하다가 왔다고 고깝게 봤다니 그것도 웃겨서 말이 안 나온다. 팀에서 사실상 짐 빼고 나와서 공군 입대 기다리는 와중에 공군쪽에서 일이 꼬여서 진호가 한 기수 늦게 들어가게 된것도 억울한데, 그 시간동안 다시 KTF 매직엔스(이하 케텝) 가서 연습하기도 어정쩡하고, 마침 온게임넷에서 방송 제의가 들어와서 한게 뭐 나쁜가? 이것도 까놓고 말해보자. 방송사에서 예능은 아무나 시켜주나? 그것도 메인으로 이름 걸고? 그거 아무나 안 시킨다. 네임밸류, 흥행성, 시장성 같은걸 다 따져보고 시키는거지. 지들은 '가치'가 없어서 안 시켜준 예능 좀 했다고 아니꼽나? 지들이 인기 없고, 네임밸류 떨어져서 '못'한거지 '안'한건가? 공군에이스 제대하자마자 예능부터 시작한 이주영은 뭔가?ㅋㅋㅋ 어떻게 열폭을 해도 그렇게 '없어뵈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예능 좀 하다 왔다고 홍진호가 게이머로 안 보였으면, 아예 은퇴하고 공군 에이스 입단한 강도경은 뭐냐?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없다. 그냥 열등감 폭발시킬 꼬투리 잡기였을 뿐이다.

 

 <자대배치 받고 일주일도 안된 신병에게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일단 갈굼부터 시작한 것>과 <"예 알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외에 "잘 모르겠습니다." 라는 말을 했다고 갈군 것>에 대해 얘기해 보자.

 내가 저 성춘쇼 보고 하도 기가막혀서 동생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야, 군대 가면 처음에 아무것도 안 알려줘놓고 일단 갈구기부터 하냐?" 하고. 답변은 "한번은 알려줘. 두번을 안 알려줘서 그렇지." 였다. 또, "야, 군대에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면 까이냐?" 하니 "아니." 하는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군대 다녀온지 십년은 된 동생이 군생활 할 때도 그랬다는데 2009년에 저게 왠 똥군기였는지 진짜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를 일이다.

 상식적으로, 이제 막 자대배치 받은 신병이 뭘 아나? 눈치로 하는것도 어느정도 눈치를 볼 수 있을만한 데이터가 있을 때의 얘기지, 아예 제로베이스에서 뭘 어떻게 알고 알아서 하라는건지. 최소한 한번은 알려주는게 옳은거다. 가르쳐 주지도 않고 알아서 잘 하길 바라는건 뭔 개떡같은 심술보인가. 그리고 신병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게 대체 왜 죄란거냐? 모르는걸 모른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아님 처음부터 알려주길 하던가. 내가 또 이게 너무 기막혀 주위 몇명에게 물어보니 십수년 전에 군복무한 이들도 "잘 모르겠다고 하면 한번은 알려주는 편이야, 빡쳐하긴 하지만. 아예 못 물어보게 하진 않아." 란다. 진짜 2009년에 왠 개떡같은 똥군기냐.

 이건 정말이지 상식선에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까기도 기막힌다. 뭐라고 까야 하는거야, 이거. 그냥 몰상식하다.

 

 <홍진호가 먼저 나서서 뭘 한게 없다는 박정석의 제대후 발언>은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ㅋㅋㅋ

  내가 진호를 공군에 보내놓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진호 성격이 워낙 귀차니즘 자주 앓고, 대충대충 설렁설렁 하기 좋아하는 성격인데다가 오랜 시간동안 스타판 최고참으로 군림했으니 어린애들 선임으로 모시며 막내생활 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공군 입대가 결정된 시점부터 진호가 "각오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와 같은 말들을 여러번 했지만, 그래도 어쩐지 바지런떨고, 열심히 하는 홍진호가 잘 상상이 가질 않아서. 그래서 진호 공군 들어간 이후로 혹시나 어디선가 공군에서의 진호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얼마나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는지.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자 같이 입소한 동기들의 후기라던가 아니면 같은 중앙전산소에서 복무하는 일반병들의 목격담 같은 것들을 몇개 볼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열심히 한다, 친절하다, 착하다, 솔선수범한다 와 같은 얘기들 뿐이어서 한시름 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성춘쇼를 볼 때, 대체 박정석이 왜 저런 얘길 했는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여러개의 후기들이 다 조작일 리도 없고, 설마 진호가 박정석 앞에서만 아무것도 안했을 리는 없고. 방송이니까 그냥 재미삼아 한 말일수도 있지만 솔직히 저건 좀 아니지 않나. 방송에서 공군 에이스 내부 얘기를 부추기는거 아는데, 본인이 후임이라 '당한 입장'인것도 아니고, 선임이라 '갈군 입장'에서 저런 얘길 함부로 해도 되는건가? 진호 이미지는?

 아니면 바로 아래에 서술할 내용때문이냐 박정석? 혹시 너도 니 선물 안 들어준다고 진호 갈궜니?

 

 <후임은 선임이 경기장에서 받은 선물을 받아 들어야 한다는 관행>은 진짜 기가 막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후임이 선임한테 예쁨 좀 받으려고 자발적으로 선임 짐도 들어주고 그럴 수는 있지. 근데 그게 당연한 것처럼, 강제되는 분위기는 대체 뭐냐ㅋㅋㅋ 그것도 모자라서, 선임이 한번 거절해도 후임은 서너번까지 애원하듯 빼앗듯 나서서 선임 선물을 받아 들어야 하고 그러한 행동을 선임들은 원하고 즐겼다니 진짜 똥군기도 이따위 개똥같은 똥군기가 없네. 단체로 뭘 옮겨야 하는데 선임이 짐을 드는걸 보고도 후임이 멍하니 놀았으면 문제지. 근데 선물은 개인 소유 아니여? 그걸 후임이 안 들어줬다고 갈구는 것도 어이없는데 한두번 거절했다고 그런갑다 하면 그게 또 고깝다니ㅋㅋㅋㅋㅋㅋ 시팔, 이게 말이여 방구여? 후임이랑 연애하나? 밀당해? 서너번 튕겨가며 후임 갈구는 시간에 연습이나 쳐 할 것이지, 그딴 사소하고 거지같은 것에 목매고 후임들 갈구면서 허튼짓이나 하고 다니니 경기력이 그따위들이었지.

 게다가 진호 말마따나 그런거 싫어하는 선임도 있는데, 짬 좀 차면 모를까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은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냐? 게다가 정말 자기 선물을 자기가 들고싶어하는 선임인것 같아 그냥 두면 그 선임한테는 안 불려가도 맞선임에게 끌려갔다는(이건 정확히 나온 말은 아니고, 진호가 제대로 말을 안 해서 문맥상 내가 해석한거다. 물론 그 해당 선임한테 불려갔다면 그건 더 거지같은 경우고. 이게 너무 말도 안되는 경우라 맞선임에게 불려갔다고 해석했다.) 개같은 경우는ㅋㅋㅋㅋㅋ 하...... 단체로 이따위 삽질이나 하고 있었으니 공군 성적이 그렇게 개똥같았지. 게임하라고 불러놨더니 똥군기 잡으며 일진놀이들이나 쳐 하고 있었다니ㅋㅋㅋㅋ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박정석 너, 설마 진호가 선물 안 받아 들었다고 "뭘 나서서 한 게 없다."고 한거냐? 어?

 

 <지 게임 졌다고 승질내서 후임들이 눈치보게 만들어놓고, 진호가 게임 져서 혼자 삭히고 있는거 보고 아니꼬워서 갈궜다고 자랑스럽게 인터뷰한 홍진호 아버지군번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쏘원 16강에서 진호가 묻지마 다크관광 당한 이후로 오영종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이후로 딱히 진호와 경기할 일도 없고 해서 싫어하지도 않았다. 별 감정 없었는데... 아마 드리머였을거다. 진호가 공군 에이스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서, 게임 지니까 말없이 혼자 삭히고 있는걸(오영종은 "티낸다."고 표현했을거다, 아마. 내가 드리머는 가슴아파서 한번 본 이후로 다신 못봤지만 맞을거다. 어쨌든 아니꼬웠다는 표현이었다.) 보고 갈궜다고 인터뷰 했던게. 그리고 이건 오영종 혼자 갈군게 아니라 박정석도 같이 갈궜다고 알고 있다. 내가 진짜 이때 오영종한테 없던 정까지 떨어져서 진짜ㅋㅋㅋ 그럼 어떡할까? 졌는데 웃을까? 그럼 빠졌다고 갈굴꺼잖아? 게이머가 지면 당연히 기분 나빠야 하는게 정상 아니냐? 진호가 지 게임 졌다고 선임들한테 지랄한것도 아니고, 혼자 그랬다는데 게임 지고 표정관리 못한게 그렇게도 아니꼬우셨쎄요?ㅋㅋㅋㅋ

 그래놓고 박정석은 지가 서지수한테 게임 졌다고 기분나쁜 티 사방팔방 냈지. 서지수한테 뺨맞고 애꿎은 후임들 앞에서 빡쳐하니 좋더냐.

 

 <군대에서 흡연하는것 가지고 갈구는 것으로도 모자라 냄새나니까 흡연후 밖에서 10분 대기, 가글한뒤 비누로 손 씻은 후 내무반 입장하라고 시킨 이주영>은 진짜 미친놈이다.

 담배 끊었던 사람도 다시 담배 피우게 만드는 곳이 군대고, 담배 안 피웠던 사람도 담배 배워오는 곳이 군대인데(물론 게중에 소수는 정말 대단하게 금연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흡연한다고 들었다.) 지깟게 뭐라고 담배가지고 씨팔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담배냄새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 담배냄새를 싫어하는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바로 옆에서 흡연하는 것도 아닌데 군대에서 너도나도 피우는 담배 가지고 지가 뭔데 저따위로 유난을 떠는지는 절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꼴초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담배냄새를 풍겨대며, 그것이 비흡연자에게 얼마나 혐오스러운지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이병이 담배를 피워봤자 얼마나 피우겠는가? 일과시간에 펑펑 피울 수도 없을 것이고 기껏해야 하루 서너개비 피우는 정도일텐데 그정도는 그냥 흡연후 옷 탈탈 털기만 해도 옆사람에게 담배냄새로 피해를 주지 않는다. 대화를 많이 한다면야 가글정도는 하면 좋겠지만, 그 겨울에 밖에서 10분을 세워두고 손을 씻게하고 그따위로 안 갈궈도 담배냄새 잘 안 난다. 진호 몸에 코 박을 것도 아니고, 진호 옆에 찰싹 붙어 있을것도 아닌데.

 이주영이 그렇게 사소한거 가지고 갈궈대는 꼬장타입이었다던데, 진호가 이 일화 얘기할때 어떤식으로 꼬장피웠는지 확 알겠더라. 다른 공군 일반병들 후기 보니 사람 존나 피곤한 스타일이라는데 그 말도 이해가 되고.

 

 <신병은 배틀넷 접속도 못하게 하는 똥룰, 심지어 사전에 얘기도 안 해줌.> <신병은 늦게까지 연습하지도 못하게 하고 취침시간 되면 바로 취침해야 함.>.......... 하... 공군 에이스 정체가 뭐임???

 다시 말하지만 공군 에이스는 상무 게임팀이다. 프로게이머로서, 프로 선수로서 가진 능력과 경력이 단절되지 않기 위해 가는 곳이고 그러한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 창설된 곳이다. 그런데 게임하러 갔더니 게임을 못하게 하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씨발. 진짜 욕나온다.

 기본적으로 프로게이머들의 연습은 배틀넷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처음 빌드를 짜기 위해서라면 싱글모드로 놓고 빌드타임 재가면서 구상하는 일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건 다른 선수들과 붙으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빌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게임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찾아 보완하는 것이다. 그러한 연습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배틀넷에 접속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아주 당연한 행동을 공군 에이스 내의 신병들은 할 수 없었으며, 심지어 그러한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조차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다. 아니, 연습을 해야 팀내 랭킹전도 하고 경기에도 나가지 연습을 못하게 하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군 에이스 왜 만듦???ㅋㅋㅋ 왜 존재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팔 장난하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훈련소에서 훈련받느라 한달동안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지 못해 현저히 감이 떨어졌을 신병들,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연습이 필요한 신병들에게 야간 훈련조차 금지했다. 오직 '신병들에게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한 개똥같은 룰의 시행 주체가 누군지 중요한데, 간부라면 모두 금지시키거나 모두 허가했지 신병만 금지시켰을 리가 없고, 99%의 확률로 개똥군기 잡기 좋아하는 공군에이스 선임들이 만든 똥룰이라고 본다. 개똥군기 잡을 게 따로있지 게임하러 갔는데 게임을 못ㅋ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 하려고 간 공군 에이스다. 게임 하라고 부른 공군 에이스다. 근데 신병들 똥군기 잡는답시고 일진놀이하는 선임들은 신병들 연습도 안 시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려면 공군 에이스는 왜 만들었냐. 공군 에이스는 왜 존재하냐. 공군 에이스에 왜 들어갔냐. 저따위 개떡같은 규칙을 만들어서 일진놀이 하고 있었으니까 공군 에이스 성적이 그따위였지!!!!!!!!!!!!!!!! 진짜 개놈들. 만년 꼴지해도 괜찮다고 위로하고 잘 하라고 응원하는 팬들 보기 미안하고 부끄럽지도 않더냐? 그딴 거지같은 똥군기 잡을 시간에 서로 도와 연습을 했어도 될락말락한 실력들로, 고따구로 헛짓거리나 하고 자빠졌으니까 성적이고 경기력이고 다 그모냥들이었지!!!!!!!!!!!!!!!!!!!!!!!!!!!!!!!!!!!

 제일 화나고 빡치는게 이거다. 지들끼리 개똥군기 잡는것도 스타팬으로서는 솔직히 짜증나는데, 이건 그러한 차원을 넘어 지들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똥을 투척한 것과 다름이 없다. 팬들이 공군 에이스를 얼마나 응원했는데, 공군 에이스 해체될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걱정했는데... 정작 지들은 저따위 헛짓거리나 하고 있었다니. 팬들을 기만해도 이렇게 기만할 수는 없는거 아닌가? 경기장에서 응원해주는 팬들 보면서 양심에 찔린적이나 있었느냐고 묻고 싶다.

 

 <박정석曰 뒤지고 싶냐?> <이주영에 대한 홍진호의 평가 : 사람이 이렇게까지도 싫어질 수 있구나, 미친 줄 알았다, 보통 꼽창이 아니다,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누구 시켜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김)선기처럼 대놓고 하면 순간 그 자리에서는 화나도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데.>와 관련해서.

 앞서서 내가 공군에이스는 일반 특기병이라기보다는 e스포츠 상무팀이라고 하는 이유와 정당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했다.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 아닌가의 논의와는 별개로, 공군 에이스가 e스포츠팀임을 천명했고(정확히는 군 프로게임단) 공군에이스의 대외적 존재 목표가 일반 스포츠 상무팀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일반 스포츠 상무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밝히건대 나는 다른 스포츠종목의 팬이 아니다. 그래서 스포츠 상무팀의 팬들보다는 상무팀 내부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을 쓰기 전, 최소한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본 뒤에 작성하는 성의는 잊지 않았다는 것을 명기한다.

 살다보면 듣기 싫어도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 혹은 내가 관심없는 축구나 야구나 농구나 하는 것들에 대해 들어야 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그냥 잊어버리고 말지만, 가끔씩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아마도 내가 그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시기―그러니까 아주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남동생이 군입대를 앞뒀을 무렵, 그리고 이후로는 앤디가 군입대를 목전에 뒀을 무렵, 또 진호가 공군 에이스에 입단하겠다고 밝혔을 무렵―에 들었던 것들이었을테지. 진호와 관련된 글이니 진호의 얘기만 해 보자면, 2009년쯤, 아마 회식자리였을 것이다. 흔한 군대 이야기에서 어찌어찌 이야기가 흘러 '군기'에 대한 시덥잖은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로 저마다의 부대 군기가 그렇게도 드셌다며 자랑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것들을 늘어놓다가, 이야기는 소위 '똥군기'로 유명한 부대들을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흘렀는데, 그 '똥군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가 '상무팀'이란 얘길 들었다.

 상무팀이라는게 기본적으로는, 사회에서 운동을 하다 나이가 차서 입대한 '프로 선수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그리고 공군 에이스의 존재 이유와 같이, 상무팀은 은퇴 직전 선수들의 요양소 개념이 아니라, 선수들의 병역을 해결해 주면서도 이후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지원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따라서 상무팀으로 입대하는 병사들은 병사이자 여전히 '프로 선수'로서, 이전에 해왔던 선수 생활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고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할 예정인 사람들임을 자타가 인정하는 것이다. 즉, 상무팀에서 만나게 되는 선임이나 후임은 모두 이전에 리그에서 만난 선수들이었고 팀 동료였으며 선배이자 후배였고, 제대후 상무팀에서 나와 기존의 팀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만나게 될 선배이자 후배이자 동료인 셈이다.

 상무팀 내부의 병사들이 사회에서 대개 10년정도, 혹은 그 이상 알고 지낸 선·후배·동료 사이거나, 내지는 동갑내기 친구·형·동생 사이었고, 제대후 최소 3년정도 혹은 그 이상 지속적으로도 생업에 있다면(그것이 선수로든, 코칭스텝으로든, 또 다른 어떤 식으로든) 업계에서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상무팀 내부의 '군기'가 일반적인 타 내무반의 그것과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야기한다. 그것은 아주 필연적인 것이다, 일반병들 대부분이 사회에서 모르는 사이였던 이들끼리 만나 제대후에는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기에(물론, 관계를 지속하며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에 비해서는 소수이다. 그마저도 후술할 '일반적 군기'에 시달리지 않았을 경우에나 가능하니, 당연히 예외로 둠이 옳다.) 가능한 '일반적인 군기'가 필연적인것처럼. 사회에서 10년간 형이자 선배로 지내왔던 이가 후임으로 들어왔다고 치자. 그리고 그 후임은 다시 사회로 나가면 여전히 내게 선배이고 형이며 같은 업계에서 마주쳐야 할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후임으로 들어왔다고, 감히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제대 후 바로 은퇴를 하고 업계를 떠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상무팀 내에서의 군기는 '일반적인 군기'와는 조금 다른 것이고,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다.

 물론 상무팀도 군대 내에 소속된 단체고, 그렇다 보니 가장 대전제가 되는 법규들은 군법을 따른다. 그렇다보니 소위 '군기'를 잡는 행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등병이 자대배치를 받은 뒤 짧게는 보름에서 한달 정도, 이 곳이 사회가 아니라 군대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군대 내부의 규칙을 알려주는 수준에 그칠 뿐, '짬밥놀이'라든지 '똥군기 잡기'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사회에서 형이거나 선배였을 경우 후임이라 할 지라도 존중하고 대우해 주며(일반병들만 해도 나이먹고 가면 대부분은 대접 해준다는데...), 짬이 좀 찬 뒤로는 공공연히(당연히 간부 없는 곳에서만) 형이나 선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사회에서 선배(형)였다가 군에서 후임이 된 사람은 사회에서는 후배(동생)였을지라도 군에서 선임이 된 사람을 존중하고, 마찬가지로 군에서 선임일지라도 사회에서 선배였던 사람이 후임으로 들어왔을 때 하대하거나 꼬장부리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것이다. 당연히, 흔히 군 가혹행위라고 불리는 구타나 기합, 혹은 막말등은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사회 나가서 매장당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군대는 계급 사회'라는 명제를 말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군대 내의 계급은 일반병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대는 계급 사회'라는 명제에서의 '계급'은 별 단 사람들끼리의 이야기이지, 일반병들은 군법상 모두가 그냥 '일반병 계급'일 뿐이다. 이등병, 일등병, 상병, 병장이라는 호칭은 '계급'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경력'을 칭하는 호칭이다. 말하자면, 군대 내에서 선배와 후배를 구분하기 편리하게 나누는 것일 뿐, 병장이나 상병이 '계급'이 될 수 없음을 뜻한다. 이것이 일선 군 지휘관들이 가진 귀차니즘에 의해 남용되고 있을 뿐, 군법상 일반병은 모두 일반병 계급으로 묶인 다는 것이 정석이다. 따라서, 군대 내에서 계급을 운운하며 병장이나 상병이 일병과 이병을 갈궈대는 것은, 고등학교 일진들이 일이년 선배랍시고 후배들을 모아 갈궈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모두 계급상으로는 '고등학생' 신분임에도. 군대 내에서 통솔권을 가지고 명령과 복종의 관계에 있는 것은 일반병끼리가 아니라, 정말로 '계급'장을 단 이들과 일반병끼리의 관계에서나 허용되는 것이다. 뭐, 지금의 한국 군대는 명문화 된 규정과 법규에서 많이 벗어나 악습과 똥군기를 규율삼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윤일병 사건이나, 병사 2인 동반 자살 등의 군사고가 있는 것이겠고.) 공식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러므로 사회에서 10년정도 선후배였던 관계, 그리고 제대후에도 여전히 선후배일 관계와 고작 2년여동안 군대 내에서 선후배일 관계가 충돌한다면 어떤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함이 옳겠는가? 사회에서 맺었던 관계 그리고 앞으로도 맺을 관계를 무시하는 것도, 그렇다고 군대 내에서 맺은 관계를 무시하는 것도 적절치 않으니 서로 상호 존중함이 옳을 것이다. 상호 존중, 그것이 일반병 사이의 '경력'에 대한 호칭을 '계급'이나 '서열'이라 잘못 인식하고 소위 '똥군기'를 잡는 병영문화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병영문화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학연이나 지연처럼 '측근 봐주기'의 악습이라기 보다는 '인지상정'이라 봐야 할 것이다. 말했듯, 상무팀은 그 특성상, 모르는 이들이 모여 있다가 모르는 이들로 흩어지는 일반 부대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사람이 모인 곳에서 '인지상정'이 어찌 나쁘다 하겠는가, 그것도 '같은 계급에 있는 일반병들'끼리.

 그런데 공군 에이스는 어떠했나? 사회에서 10년을 알고 지낸 형한테 막말도 하고, 기합도 주고(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진호가 분명히 언급했다.) 별의 별 말도 안되는 똥군기를 잡아가면서 그것을 '군대니까'라는 말로 정당화했다. 앞서 말했듯 일반병은 다 같은 일반병이다. 거기서 군기 잡겠다고 짬밥놀이 하는건, 그냥 고등학교 양아치들이 하는 일진놀이에 불과하다.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하기에는, 공군 에이스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고, 그러므로 뿌리깊게 내려오는 악습이나 관행을 빙자한 폐단도 없었다. 초창기 멤버들이 어떻게 마음먹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분명 '이상적인 군대'가 될 수 있는 곳이었다. 사회에서 무작위로 모인 것도 아니고, 서로 친하거나 최소한 알고 지내던 사이들이 모였으니 병무청이 부르짖는 '선진 병영 문화 실현'이 충분히 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나 강도경이 똥물을 끼얹고 간 데 이어 나머지 멤버들마저 "위에서도 그랬으니까..." 식의 자기합리화로 어릴때 못 해봤던 일진놀이나 실컷 해대며 "군대가 그렇지 뭐."따위의 합리화까지 시전했다. 그러면서 공군 에이스를 다른 상무팀, 그 이상적인 모습(선임과 후임의 상호존중이라는 측면에서)이 아닌 일반적인 군대, 그 온갖 부조리의 구덩이와 다름없이 만들었다. 있었던 악습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할판에, 창단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곳이 창설된지 60년이 넘은(당시 기준, 지금은 70년이 다 되어간다.) 군대의 부조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공군 에이스 구성원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곁다리로 얘기해 보자면, 내가 진호처럼 정석이를 너무 오래 지켜보아서인지, 그래서 정석이에게만큼은 기대라는게 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석이가 그 부조리를 그대로, 더군다나 앞장서 행했다는 것은 굉장히 충격이었고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박정석이 FM맨이라는 걸 알지만서도, 그러한 악행과 폐단을 '군대니까'라는 핑계로, FM은 FM이지라는 식으로 그대로 따랐다는게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그것은 FM도 뭣도 아니다. 그냥, 일종의 '집단의 광기'에 휩쓸려 앞장섰던 것일 뿐. 내가 아는 박정석이라면 그따위 얼마 안된 악습(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개짓거리)은 과감히 자기 선에서 끊고 안할 줄 알았다. 내가 아는 '바른 사나이' 박정석이라면. 그래서 내가 '공군 에이스의 박정석'을 떠올리면 여전히 불편하고, 서운하고, 미운가보다.

 공군 에이스 내부의 그 개똥같은 일들이 발생 가능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다. 첫째는 사회에서 선배(혹은 형)이었던 선수들이 후배(혹은 동생)들을 '너무 풀어줬던 것'이겠고, 둘째는 공군 에이스에 입대한 선수들 대부분이 은퇴 직전에 있었거나 사실상 이미 은퇴했던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스타판 초창기에는 사실상 선후배라는 개념이 없었다. 스타판 1세대부터 1.5세대까지의 선수들은 데뷔 시기가 거의 차이나지 않았던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시에는 공식적인 데뷔의 기준이라는 것이 없었다. 게임단에 입단한 것을 데뷔로 봐야 하는 것인지, 그저 게임채널에 출연한 것을 데뷔로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식적으로 게임경기에 출전한 것을 데뷔로 봐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게임계의 자각조차 없었다. (여기에 '공식적인 게임 경기'의 기준까지 논하자면 훨씬 더 복잡해진다. 당시에는 군소 게임대회가 난립하던 시기였으므로.) 이것은 비단 이스포츠계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새로 막 시작하는 업계 특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선후배 구분은 서로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모두가 '동료'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스타판 초창기에는 선수가 적었고, 따라서 서로 형·동생으로 가족같이 지내는 것이 업계 분위기였다. 게임계에서 선후배 개념이 생겨난 것은 신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2세대 선수들이 기지개를 펼 즈음인 2004년이었으며 그때까지도 게임계는 '세대'구분은 했으되 '선후배'의 개념이 흔히 통용되지 않았다. 선후배의 구분은 선수들끼리 가끔 농담식으로나 사용되었을 뿐, 여전히 스타판은 가족같은 분위기였으며 스타판에서 선후배의 구분이 보다 활발해 진 것은 2.5세대 이후나 되어서였다. 따라서, 1.5세대 선수로서 스타판이 끝나기 직전까지 현업에 있었던 홍진호는 3.5세대의 선수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선후배의 개념보다는 형동생의 개념으로 동생들을 가족같이 대하는 것에 익숙했다. 앞서 말했듯, 홍진호는 스타판에서 발이 가장 넓다고 봐도 좋을 선수였다. 1세대 선수들부터 3.5세대 선수들까지 홍진호는 스타판 전 세대를 아울러 친분이 있었고 그것은 단순히 지인이나 동료의 개념이 아닌, 친한 형동생의 개념의 친분이었다. (나이와 데뷔연차가 10년 가까이 차이나는 동생·후배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별명으로 드립치는걸 웃어 넘겨주는게 쉬운 일이겠는가.) 물론, 다른 1.5세대 선수들 역시 위계를 중시하기보다 후배·동생들과 가족처럼 지냇으나, 진호처럼 동생들에게 격의없이 대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전상욱이 [임]의 머리크기로 드립쳤다가 임요환이 정색한 것으로 모자라 후배 관리 못한다고 최연성 갈궈서 SKT 내부가 싸해졌던건 유명한 일화고, 박정석 역시 KTF에서 군기반장 역할을 했으며, 강민 또한 G.O시절 예의없는 동생들 교육담당이었으니. 그러나 진호는 그런 것이 없었다. (아, 윤얄이도ㅠㅠ)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아서인지, 계급과 권위의식이 별로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호는 후배와 동생들에게 그저 '사람 좋은 형'이었고(물론 게임할 때 건드리면 얄짤없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동생들과 후배들을 '너무 풀어줬던 셈'이 되었다. 홍진호라는 사람이 사회에서 무섭거나 두려운 존재였다면, 흔히 말하는 카리스마 있고 건드리지 못할 형이자 선배였다면 공군 에이스에서 선임이었더라도 사회에선 후배·동생인 이들이 과연 진호에게 그렇게 막 대할 수 있었겠는가?

   아예 은퇴식까지 치르고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강도경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당시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선수들 대부분은 소속 게임단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이나 하고 있거나 혹은 그마저도 할 처지가 안되는, 그야말로 설 곳이 없었던 은퇴 직전의 선수들이었다. (물론, 진호도 마찬가지다.) 스타크래프트는 정통 RTS 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은 나이가 들 수록 전략 시뮬레이션이 가져오는 단점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나이가 들 수록 창의성이 떨어지기에 참신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전보다 힘들어 지고, 신체적 노화로 순간 반응속도가 느려지며 손가락이 굳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떨어지고 마이크로 컨트롤이 버거워진다. 또한 나이가 먹을수록 두뇌도 퇴화되기 때문에 순간 판단능력또한 저하된다.) 공군 에이스에 입대한 선수들 대부분은 프로게이머로서의 한계에 내몰린 선수들이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가진 선수로서의 생명력이 이미 끝났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프로선수인데, 스스로의 상태를 본인이 모를 수가 없다.) 그러므로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선수들은 선수로서의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도전을 위해 공군 에이스에 입단했거나, 선수 생활을 마무리도 지을 겸 군문제도 해결할 겸 해서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경우, 이 두가지 경우로 나뉜다. 진호나 요환이나 박정석처럼 공군 제대 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갔던 이들이야 전자의 이유로 공군 에이스에 입단했을 테지만, 공군을 제대하자 마자 보란듯이 제대한 많은 이들은 후자의 이유로 공군 에이스에 입단했음이 자명하다. 즉, 공군 에이스에 입단한 많은 선수들이 공군 에이스를 프로게이머로서의 마지막 관문이자 행보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는 자연히 공군 에이스의 멤버들을 공군 제대 후에는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이들이라 인식하게 했다. "밖에 나가서 볼 것도 아닌데"라는 마인드가 공군 에이스의 분위기를 일반 상무팀이 아닌 일반 내부반 분위기로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마인드는 공군 에이스의 창설 목적에 가장 결정적으로 위배되었으며 공군을 제대한 공군 에이스 선수들이 보란듯이 바로 은퇴하는 것을 보고(코치직으로 옮기는 이들은 양반 수준이었다.) 게임팬들 사이에서도 공군 에이스의 존재 의의에 대해 성토하는 일이 잦아졌다.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군 문제를 배려해 줬더니 그냥 거기서 남들보다 편하게(초기 멤버들이야 내무반 생활이 편했음은 확실하지만, 사실, 군 생활 자체는 힘들었다는 증언이 많다. 일반적인 군 작업이나 일과를 똑같이 했고, 경기 준비를 위한 연습 시간을 내기 어려워 일과시간 이후에 개인 시간을 빼서 연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군생활 하고서는 보란듯이 은퇴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 안에서 하라는 게임은 제대로 안 하고 일진 놀이나 하면서 똥군기 잡는데 신나 있었다- 라는 사실은 스타판을 지켜봐온 팬으로서 분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일진놀이에 내가 아끼는 선수가 시달렸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어쨌든, 군 제대 후에는 어자피 이 판을 떠날 계획이었던 많은 공군 에이스 멤버들은 마음놓고 개똥 군기를 잡으며 일진놀이를 즐겼고, 계획한 대로 제대 후 거의 곧바로 스타판을 떠나버렸다. 공군 에이스가 이렇게 은퇴 직전의 선수들이 쉬다 가는 요양소 역할이나 하고 있다가, 앞으로도 계속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있는 선수들의 집합소가 된 것은 박대경 감독이 취임한 이후 시간이 조금 지나서였고, 진호는 뭐 똥군기 놀이 하는 일진 선임들의 갈굼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홍진호는 사회에서 무서운 형·선배도 아니었던 데다가, 이주영으로 대표되는 꼽창 선임들은 어짜피 제대 후엔 은퇴하고 진호를 볼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는지 진호를 마음껏, 아주 신나게 갈궈댔다. 다른 형들에게는 참 깍듯했던 박정석도 언제부턴가 진호에게는 다른 형들을 대할 때 보다 훨씬 더 편해 보인다고 생각해 왔었고, 그것이 진호가 군대 가기 전까지는 참 좋아 보였는데 박정석이 진호의 선임이 된 이후로 정석이의 그런 태도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요환이나 민이나 강도경이나 하는 형들이 자기 후임으로 들어왔더라도 박정석은 진호한테 했듯이 그렇게 막말하고, 기합주고 그랬을까 싶어서. 물론 정석이는 사회 나가서 진호를 안 볼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니었을 테고, 진호가 너무 편해서 그랬겠지만, 그렇기에 난 더더욱 서운했던 것이다. 이주영은 뭐.... 진호가 저렇게 평한 것 만으로도 더이상 말할 게 없다. 다시 말하지만, 진호는 워낙에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누군가에게 서운하거나 누군가가 잘못한 것을 웬만하면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런 진호가 저렇게까지 말을 했으니, 진짜 오죽 꼽창이었으면 진호가 몇번이나 이주영, 박정석을 언급하며 서운해 했을까 싶다.

 

 진호의 팬으로서, 이 모든 것들이 <자기들보다 나이 많고, 선배고, 인기 많고, 선수로서 우월했던 홍진호를 위해 계획된 기죽이기.>의 일환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군대를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군대에서 일진놀이 하는게 그토록 신났더냐고 묻고 싶다. 사회에서 선배·형들은 프로게임계를 일궈 대기업 소속 선수로 연봉 받으며 선수생활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거기에 더해 선수들끼리 가족같이 지내며 좋은 분위기에서 게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더니, 기껏 그러한 선배·형들의 혜택을 받으며 게임한 놈들은 군대 조금 먼저 가서 그따위 개똥같은 군기나 잡으며 일진놀이 하니까 참 재미있었느냐고. 네놈들이 거기서 일진놀이 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네놈들이 갈궈댄 선배·형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알고 갈궈댔느냐고. 하여간, 승부조작 사건때도 느꼈지만, 애써 선배·형들이 개고생 해가며 판을 만들고 길을 닦으면 그 혜택을 보며 상대적으로 편하게 게임했던 것들이 배때지가 불러서 꼭 선배·형들의 노고를 말아먹는다.

 군대가 아니라면 감히 홍진호를 그렇게 갈궈 볼 수도 없는 입장들이었겠지만, 프로게이머가 게임이나 성적으로 이겨먹으려고 해야지, 그따위로 비겁하게 선배 위에 서려고 하고, 일진놀이 하려고 하는게 생각할수록 가소롭기 그지없다.

 

 여기에 더해, 공군 에이스와 관련해 박대경 감독 이야기를 잠깐 하고 싶다. 박대경 감독은 84년생이다. 진호보다 2살, 정석이보다 1살 어리다. 물론 군대는 계급 사회고, 박대경 감독이야 말로 그 '계급'장을 단 사람이니 일반병이었던 진호나 정석이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임은 분명하지만, 군대 내부에서야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다만은 인터뷰 등 공식 석상에서는 '진호', '정석이'로 부르기 보다는 '홍진호 이병', '박정석 일병'과 같은 식으로 부르는 센스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박대경 감독이 공군 에이스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이었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그의 활약에 대해서 높이 사지만, 내가 박대경 감독을 온전히 아낄 수 없었던 것은 이전 유성렬 감독과 달리 진호보다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석상에서 이름을 불러대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군 내부에서야 뭐 진호야라고 부르든 야라고 부르든 상관없지만 진호보다 어린 놈이 대외에서 진호 진호 해대니까 참 보기 싫더라.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다. 사실 이렇게까지 길게 쓸 계획이 아니었는데, 글을 쓰면서 빡침이 자꾸 올라와서 그랬는지 말이 길어졌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번호 매겨가며 정연하게 쓸 걸 그랬다.

 진호가 공군 에이스에서 고생한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공군 에이스 내부에서 연습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일진놀이나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한때 공군을 응원했던 입장에서 정말 화나고 실망스러운 사실이었다. 나중에 공군 에이스에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 모범이 되고 노력하기는 커녕 그러고들 있었다는 게.

 어쨌든, 나는 진호가 공군 에이스에서 고생한 게 마음아파서 공군 시절 진호를 잘 보지 못한다. 물론 공군 시절 명경기가 있으니 경기는 보지만, 드리머라던가 여기저기서 잠깐씩 나오는 백스테이지 조차도 나는 보는 것을 꺼리며, 심지어는 군 제대후 게임예능에서 군시절 얘기 하는것도 두번 이상은 잘 안 본다. 너무너무너무 불편해서.

 이 글에서 정석이를 좀 까댔는데(덤으로 빵종이도), 여전히 진호와 잘 지내고 여전히 진호가 아끼는 동생들이라는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군 에이스의 박정석(과 공군 에이스의 오영종)이 공군 에이스의 이주영만큼이나 불편하다. 그건 아마 내가 진호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것 같다. 그래도 공군 에이스 이전의 박정석은 좋아했었고, 공군 에이스 이후의 박정석도 싫어하지 않음을 다시한번 밝힌다. 물론, 정석이와 빵종이가 이전처럼 진호를 '형'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군 제대 후에도 맞먹으려 들었다면 아마 나는 [임]보다 더 미워했겠지.

 나는 왠만하면, 사람을 미워는 해도 싫어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미움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지라 사람에게 미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보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 가능하면 나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혹 싫어한다손 치더라도 '~로서'의 누군가를 싫어하려고 하는 편이지, 사람 자체를 싫어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임요환에 대한 나의 감정이 애증을 넘어 '게이머로서의 임요환'은 싫어했었지만, 절대 '인간 임요환'을 싫어한 적은 없었듯. (지금이야 [임]이 잠정적 은퇴 상태이니 이제 더이상 '게이머로서의 임요환'을 싫어할 일도 없다.) 그러나 내가 게이머 중에서 인간 그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딱 둘 있는데, 하나는 강도경이요 또 하나는 이주영이다. 둘은 정말 인간 그 자체로 싫다. 그래서 강도경이 KT에서 잘 나가고 있는것으로도 모자라 공군 에이스 전역자 모임에도 따박따박 끼어 있는 것을 보면 진짜 토기가 치밀 정도다. (강도경과 함께 군생활 했던 선수들이 보살이지, 절대 강도경이 군 생활을 그럭저럭 잘 한게 아니다. 진호도 그렇지만 [임]도 한동안 공군 에이스 전역자 모임이 있으면 가길 꺼려했는데, 시간이 흘렀다고 이젠 같이 어울리는걸 보니 진짜 다들 보살인듯.) 세상은 저렇게 좆같이 사는 놈이 잘된다 싶어 짜증나기도 하고. 그리고 공군 에이스 모임에서도 안 보이는 이주영은 복학했다는데,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는 몰라도 꼭 자기보다 더한 꼽창 만나서 진호 갈군 만큼 꼭 고대로 돌려받길 바란다.(덤으로 김선기도.) 그리고 박정석 오영종.... 진호한테 잘 해라-_-...

 

 요즘 계속해서 쏟아지는 군 사고를 보며 참담한 심정이다. 특히 윤일병 기사를 볼때면 화날 때가 많다. 군 관련 부조리들이 한두개가 아니지만(터무니 없는 월급과 말도 안되는 처우, 군 관련 비리, 불법 군면제, 복무 형평성 등) 현실적으로 그 많은 것들을 한번에 다 개선할 수는 없어도, 가장 많은 군복무 애로사항이자 가장 많은 시간 함께 붙어있는 내무반의 분위기 개선은 반드시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병은 모두 일반병일 뿐, 말도 안되는 군기 잡기나 서열 나누기로 일진놀이 하지 말고 선임들은 후임들을 다독이고, 후임들은 선임들을 도와가며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병영문화가 부디 단시간 내에 자리잡을 수 있기를, 그래서 더 이상은 병사간의 가혹행위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기를 바란다. 

 

 개인 블로그이고 혼자 노는 곳이라 그냥 내키는대로 글을 쓰고, 글 보는 이를 별로 의식하지는 않는 편이지만...(그, 그치만 댓글은 언제나 환영+_+!) 이 글은 너무 길어서 여기까지 다 읽은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내용도 아닌데,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네요.

 

처음 티스토리 블로그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이나 네이버같은 포털형 블로그에 질렸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내가 처음 티스토리 블로그에 가입할때만 해도, 내 주력 포털인 다음의 블로그 서비스는 조악하기 그지없었는데... 디자인이 정말 뭔 짓을 해도 구렸다.

뭐, 포털 블로그가 다 그렇듯이 자유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그렇다고 제공중인 디자인이 쓸만한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었던지라, 꾸며볼래도 불가능하고 괜찮은 디자인을 골라볼래도 마땅찮아 그냥 반쯤 포기하고 사용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에 티스토리에서 초대장을 보내왔기에(베타 서비스 하던 시기였던가?) 덥썩 가입을 해 버린 것이다. 설치형 블로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포털형 블로그와는 차원이 다른 자유도에 끌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귀차니즘의 압박과 일 문제, 개인 사정등이 겹쳐 블로그에 뭔갈 쓰기 어려웠고 그렇게 한참을 방치해 두었었다.

필요할 때면 스크랩북 대용으로 쓰긴 했지만 그마저도 가끔이었다.

그리고 정말 아주 가끔 간헐적으로 블로깅을 하긴 했으나, 얼마 안 되는 포스트들의 대부분을 비공개로 돌려버린 것은, 그러니까 순전히 나의 변덕 탓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그동안은 블로그 디자인이고 뭐고...-_- 별 관심이 없었다. 일단 내 블로근데 내가 잘 들어오지 않았으니...

그러다 얼마 전부터 갑자기 블로그에 조금 재미를 붙였는데, 뭐 열성적인 블로거들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내 기준으로 한 7~8년 전에나 가졌던 열성을 다시 가진 것 같다.


그동안은 티스토리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디자인 중 그나마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약간만 수정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워낙 한 디자인을 오래 사용하기도 했고 배경색이 어둡다보니 우중충한게... 최근엔 좀 눈에 물리는 기분이었다.

블로그 개설 후 처음으로 스킨을 바꾸려고 기본 제공되는 스킨을 하나씩 다 적용해 봤는데, 영 별로인 것이.... 아, 물론 다음 블로그에 비할 바는 아니다만은.(7~8년 전 기준)

딱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없고, 병원에서 할 짓도 없고-_-해서 간단하게 만들었다.

병원에서 뒹굴거리는 중이니 시간이 남아 돌기도 하고, 예전부터 웹사이트 만들거나 간단한 웹디자인, 웹프로그래밍을 취미로 하는걸 좋아하기도 했고.


티스토리 블로그는 꽤나 친절하더라. 블로그 스킨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다. 스킨 제작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 공식적으로 스킨 구조나 치환자, 스타일시트 클래스명까지 몽땅 알려주는데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나....

아무리 취미로 가끔씩 하는 거라지만, 습관은 무서운 거라고, 처음 독학할 때부터 하드코딩으로 시작해 메모장에 일일히 치는게 습관이 되다 보니.... 한 십년 그런 방식으로 하다보니 손꾸락은 좀 아파도 하드코딩이 편하다.

티스토리 스킨 구조 자체는 직관적이고 제법 단순한 편이라(모든걸 한 문서 안에 구겨넣은것 치고는) 초보자도 html과 css 기본만 알면 만들기 쉬웠다. 게다가 가이드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그거 긁어다가 스타일만 지정해줘도 되는 수준. 난 그냥 보고 쳤지만.


심플하다못해 너무 허접한가 싶다가도, 난 그냥 간단하고 단정한게 좋다. 미적 감각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만은, 내 눈에는 그냥 봐줄만 하다.

이미지를 조금씩이라도 사용했다면 만들기도 편했겠고, 디자인적으로도 훨씬 보기 좋았겠지만... 난 역시 이미지가 들어가는건 질색이라, 취향대로 모두 텍스트만 사용해서 디자인 했다. 폰트의 한계는 구글 웹폰트로 해결! 참 좋은 시대다.

글자로만 이루어져 있으니 가볍고, 심플하고. 딱 좋다. 내 취향. 게다가 스타일 시트에서 포인트색 2개의 색상코드만 바꿔주면 편하게 변신 가능!


요즘은 배경음악 플레이어도 설치형이 아닌, 간단하게 소스만 긁어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있더라. 정말 좋은 세상이다. 웹페이지에 배경음악 플레이어를 달아본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젠 정말 편해졌다.

여러가지 스킨도 제공하는 플레이어가 있기에 뚝딱 달아보았다. 스킨이나 재생목록  편집도 편한 편이라, 서비스가 지속되는 한 꽤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젯밤부터 이거 만든답시고 밤을 샜더니 문장들이 그냥 개판이구만.

어쨌든, 이래저래, 하룻밤 재밌게 놀았다. 스킨을 바꿨으니 블로그에도 더 자주 들어오고, 글도 더 많이 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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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에 엠겜 앳플레이에 출연했던 진호.

이때와 비교해보면 최근은 정말 아나운서급임. 스피치 속도도 훨씬 느려졌고, 발음도 더 좋아졌고.

사실 예전에도 진호 딕션이 크게 나쁘다고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진호가 말이 진짜 빨랐던건 있었다.

아무튼, 요즘에는 정말 스피치 좋아진듯.

 

옆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병준도 진호와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그런지...

친한 형+게임하느라 정신 없음 = 속사포랩+딕션붕괴ㅋㅋㅋㅋㅋ

거기에 유병준도 흥분해서 평소보다 말도 빨라지고, 딕션도 좀 뭉개지고(해설할땐 잘하는데;;;)

완전 총체적 난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는지 테스트 해봐도 재밌을듯ㅋㅋㅋ 한국어 듣기평가랄까?

밑에 내가 받아쓰기한 스크립트. 정답 채점용ㅋㅋㅋ (약간 스압)

발음은 다 알아들었는데 말이 너무 빨라서 두번만에 다 받아적었다-_-

 

 


홍진호 유병준

 

덮쳐, 덮쳐!

지금 가야돼요, 에, 고고고.
어쩔수가 없어, 가야돼 이거. 무조건 먹어야돼 이거, 못먹으면 클나.
제가 파뱃을 끊을게요, 드라군으로.
아 이거... 질럿 컨트롤 했어요? (안했어.) 컨트롤 했어야죠, 이거.

드라군 나왔잖아.

그래도, 사업이 안 돼가지고, 위험해.
어어어어? 이거 분위기 좀 이상한데요, 이거 어떡하죠? 이거?

분위기 이상하다, 이거? 분위기 이상해?

질럿으로 빨리 절 도와줘야돼요, 지금.

분위기 이상해, 이거.

뭔가 조금, 분위기가 좀 멜랑한데요?

어우 분위기 이상... (크하하하)

살아있잖... 빨리 일단 저 막아주세요, 아이.

야, 이거 왜 이렇게 잘하지? 여태까지 했던 그런... 클랜전이랑 비교가 안돼.

일단, 이거만 막으면은, 어떻게든 해볼게요, 한번. 빨리빨리, 막게.
아, 지금 프로브 찍고 있어 이사람! 아이.
좋아좋아좋아.

와, 또 왔어?

본진에, 포톤하나 지세요. 안쪽으로 견제당하잖아, 지금.

질 거예요.

지금 저그가, 저그가 지금 거의 끝났어요. 저그가 지금 드,드론이 없거든요? (확실해요?) 일단 막기만 하면 돼, 막기만 하면. 하면서...

테란은 어떻게 하게?

아 빨... 프로브, 프로브 지금 놀고 있잖아, 프로브 뭐해? 아 진짜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테란은 어떻게 할거냐고?

테란은, 제가 드라군이, 쫌만 여섯마리만 쌓이면은, 컨트롤로 저거 어떻게 할 수 있거든요?

야, 저그가 끝난게 맞어?

저그 지금 거의 끝났어요. 그러니까 저그, 원해처리에서 계속, 계속 그것만 뽑고 있는거야.
질럿은 지금 아직 박지마요, 천천히. 최대한 시간 끌어요, 최대한. 뒤에 있어, 뒤에. 제가 그냥 드라군 왔다갔다 할게요. 알았죠?

드라군 두기로?

네, 할 수 있어. 저는 사업은 됐으니까.
아아! 많아많아많아!
아, 질럿은 싸우지 말라니까요, 아이.
알았어, 알았어. 안 싸울게.
아 이거, 위에 쩌글링 쩌글링! 쩔로 갔어, 쩌글링!
자아, (어때, 할 만 하니?) 파뱃 숫자좀... 예.

#$^*% 우리.
빨리빨리, 빽업빽업빽업빽업!

아이~ 얘가 원.

또 왔어, 또 왔어.
기달려요. 질럿 조금 뒤에 있어. (에헤! 아우 왜 이래.) 질럿이, 뒤에 있어, 뒤에. 내 뒤에. 드라군 뒤에, 드라군 뒤에. 나와 있어서 좋을 거 없어요.

자, 쫌 뺐어.

자, 자 붙어야 되는거 아니야?

아니아니아직, (야, 저글링까지 왔잖아.) 좋아좋아좋아. 빽빽빽빽빽. 빽. (빽? 빽?) 쭉 빽, 쭉 빽. 제일 나중에 싸우는 거예요. 제 본진까지, 제 본진까지 와야돼요. (알았어, 알았어요.) 그때까지 하면 제가 드라군이 더 나오니까. 쭉 빽, 쭉 빽, 쭉 빽.

어우, 너무 많이 잡혔는데...

아 진짜, 싸우지 말라니까요.
아이고... 아이고.
질럿 다 어디갔어? 옆에서 덮쳐요.

덮쳐요? 다 죽는데, 질럿이?

아 그러니까 질럿 좀 뒤에 가 있으라니까 뭐 이렇게 나가있다가 다 죽었어요. 아이~ 최대한 늦게 싸워야 되는데, 우리가. 에이...

먹지마 그럼?

그렇죠. 빨리 빨리... (먹지마?) 졌네. 에이~

아, 미쳐.

아 뭐야, 아이, 이게.

어떡해... 아, 이거 뭐야, 진거야? 야 우리 민이 말대로 되는거야, 이거? 분위기가?

졌잖아요 이거, 어떡할 거예요 지금, 이거 지금. 아이...

아, 잘하네.

아, 근데 이길 수 있었는데. 아이...

이길 수 있었어?

이길 수 있었죠. (야, 그럼 우리 저그 들어가서..^&#%$) 질럿 좀, 질럿 좀, 질럿 좀 뒤에 가 있으라니까 왜 이렇게 앞에 가 있...

워매, 이거 봐, 야 이거 봐, 이거 보이니?

아 지금 갖고 놀, 갖고 놀고 있잖아요, 지금. 아이, 지금. 장난감이예요, 지금? 아이.

자꾸 왜 나만 잘못한것처럼 얘기를 해, 지금. 어?

GG!

왜 나만 잘못한거 얘기를 해. 왜 GG는 너혼자 치고 나가? 나 아직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유, 그거 좀 하고, 하라니까 좀. 질럿 좀 뒤에 있으라니까 왜 이렇게 나가 있어요 좀? 아이.
아, 예 알겠습... (질럿 좀 뒤에 있으라니까.) 지금 그것때문에 진거예요?
그게 크죠. 아이, 진짜.
그게 커요? 진짜요?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네, 하여튼,) 프로답게 딱 오더를 내렸으면은, 딱 들어가가지구 그렇게 했었어야죠. (아, 그랬어야 됐다?) 아, 왜 어물쩡 거려요. 아~
알겠습니다. 제가... 아, 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 지금 이연패했어, 이연패.) 아직까지 기회가 많아요.
이연패 했어요, 지금. (앞으로 잘하면 되지...) 그런 저주가...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앞으로 잘하면 되잖아요! (알겠어요. 아이, 저주가....) 앞으로 잘 할게요. 아, 죄송합니다.
아, 예. 이번에는 쪼끔, 그 호흡이 잘 안 맞아서... (예예.) 그리고 상대방 실력도 청말 출중하셨구요.
아 여기, 이제부터는... 상대방의 실력 필요 없어요. 무조건 이길거예요, 그냥. (무조건?) 상대가 프로든 뭐든, 무조건 이길 거예요. (네, 알았어요.) 아 진짜 이번에는 안되겠어요. 3승... 2패! 아, 3승 2패만 해도 제가 좀 약간 좀 굴욕적인데.... (네네.) 3승 3패하면은, 아 진짜 그건 안될 것 같아요.

 

 

 지금이야 진호가 방송을 많이 하니 진호 딕션이 약점이라고 걱정하거나 놀리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진호가 게이머 할 때를 생각해 보면, 나는 진호가 말이 빠르다는 생각은 해봤어도 발음이 나쁘다는 생각은 거의 해본 적 없는 것 같다. 알아듣는데 별다른 지장도 없었고.

 물론 진호가 한창 선수로 뛸 때에도 진호 말을 잘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건 사실이다만은, 그래도 김구라가 진호의 '딕션'을 지적한 탓에 진호의 발음이 더 안좋은 쪽으로 부각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발음 정말 많이 좋아졌는데. 말도 훨씬 천천히 하고.

 말이 빨라도, 발음이 좋지 않아도 나는 진호가 말하는 스타일이 좋다. 집중해서 듣게 되니까. 언젠가 이두희가 트위터에 이런 비슷한 글을 남겼던 적이 있다. 그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싶어 놀랐었다.

 방송일을 하면서 스피치 연습도 하고, 노력 많이 하는 것으로 아는데... 개인적으로는 진호 스타일을 너무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케이블은 물론이고 지상파까지 출연자 발언을 자막으로 달아주는게 굉장히 흔한 일이니까, 방송일에 크게 지장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기에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다다다 내뱉는 말이 진호의 매력 중 하나니까.

 

 이전부터 느꼈지만, 스타판에는 유독 미남 게이머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 여기서 말하는 스타판은 스타크래프트1이다.

  진호때문에 롤도 꾸준히는 아니지만 꽤 여러번 봤고, 스1판이 끝난 이후에 스2판도 간간히 지켜봤다. 직접 경기를 보는 일이 줄어든 이후에도 꾸준히 이스포츠 언론이나 커뮤니티에서 관련 소식을 간략하게나마 찾아보면서 느낀 점은, 영상으로든 사진으로든 아무리 열심히 봐도 롤판이나 스2판에는 인물이 몇 없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게이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실력이다. 가수가 노래를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듯, 연기자가 연기를 잘 하는게 당연하듯. 그러나 그 '당연한' 조건에 더해 이목을 끌 수 있는 외모까지 갖춘다면 이스포츠판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이스포츠판 외부에서도 주목받는 소위 '스타'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나 이스포츠처럼 아직 시장이 작고 사회적 입지가 좁으며 양적 성장 또한 절실한 바닥에서는 속된 말로 '상품가치 높은' '스타급 선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스1판(이하 스타판)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그것도 아주 폭발적인 속도와 수준으로 함께 이뤄낸 아주 희귀한 케이스지만, 나는 스타판이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성장한 가장 큰 원인을 앞서 말한 스타급 선수들에게서 제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본다.

 생각해 보자면, 스타판은 초기부터 아주 복이 많았다. 1세대 선수들(이 글 뿐만 아니라 나는 흔히 1.5세대로 불리우는 사대천왕과 그 이전 선수들을 모두 스타판 1세대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 바란다.)의 외모가 다행스럽게도 준수했기 때문이다. 임요환을 필두로 최인규, 김동준, 기욤 등의 미남을 포함해 장진남 장진수 형제, 강도경, 김정민, 조정현, 임성춘 등의 훈남(혹은 쾌남ㅋㅋ)들까지 전체적으로 외모가 괜찮은 편이었다.(지금 시대 기준으로 보지 말자. 당시 기준으로 그정도면 괜찮았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서브컬쳐라 불리우는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즐기는 이들을 '오덕'이라 지칭하고 뚱뚱하고 여드름이 많은데다 땀을 자주 흘리고 뺑뺑이 안경을 쓰고 다니는 이미지의 소위 '오덕의 평균초상'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것이라 하더라도, 스타판이 막 태동하던 당시에도 서브컬쳐의 위상은 볼품없었고 당시의 세상이 그려낸 '게임하는 것들'의 초상은 그 형태는 지금과 다르지만 매우 비루한 것이었다. 임요환으로 대표되는 '미남'게이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 까지는 말이다.

 물론, 잘생긴 게이머들이 한 1-2년 티비에 나와 게임을 한다고 세상의 시선이 금방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2년이 넘어가면서 스타판은 보다 조직과 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임요환, 최인규, 김동준, 기욤, 김정민 등의 미남 게이머에 더해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등이 해처리에서 하이브로 급 정변하고, 서지훈, 강민, 박경락 등 다른 미남게이머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스타판은 다져진 매니아층에 더해 라이트한 여성팬들까지 급속도로 흡수하며 빠른 시간 안에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한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스타성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선수들이 더 많이 유입되었고, 그들이 더욱 많은 팬을 끌어들이면서 스타판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의 선순환을 지속했다. 물론, 가볍게 스타판에 발을 들인 여성팬들을 보다 단단한 매니아층으로 만든 것은 단순히 선수들의 외모만으로 이룬 것은 아니며, 그 스타성을 뒷받쳐줄만한 실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운좋게도 초창기 스타판이 미남 선수들을 보유하게 되었고, 그것이 스타판의 양적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에도 기여했다는 나의 주장은 확고하다. 어느쪽이 더 먼저였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미남 선수들이 스타판에 있었다는 것이 먼저라고 하겠다. 운이 좋았다는 전제가 그 옆에 찰싹 붙은 채로.

 

 아, 이러한 나의 주장에 어떤 이들은 조금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홍진호의 팬인 네가 미남 게이머를 운운하겠다고?ㅋㅋㅋ" 하면서. 물론 인정한다, 네이트배까지의 홍진호는 해처리였다는 걸. 하지만 파나소닉배 즈음부터 홍진호는 급성장을 거듭해 금방 레어로 변태했고, 올림푸스배 즈음부터는 하이브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하이브 체제는 꽤나 오래 지속이 되었는데, 개인적으론 군대 가기 직전에 처참하게 망가진 시점부터 다시 레어로 역변태 했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홍진호는 대략 2002년경부터 2008년까지 꽤나 오랫동안 '가치있는' 외모를 유지했다고 본다. 아, 나는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장땡이지, 얼굴이 뭔 상관이여?" 라던지 "아무리 예뻐도 연기 못하면 그게 연기자냐?" 하는 마인드를 가진 소유자였으므로 한빛배에서 홍진호를 보고 팬이 된 것은 오로지 진호의 게임 스타일과 실력 때문이었다. 사실 그때의 진호 외모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찐따같은 양아치였다. 강도경도 그렇게 염색 죽어라 해댔는데 강도경을 보면 그냥 "멋내는구나ㅋㅋ" 정도의 생각에서 그친 반면, 진호가 머리색 신나게 바꿔대는걸 보면 양아치 같아서 싫었다. 그래도 지금이나 그때나 나는 사람을 외모 가지고 평가하거나 외모를 가지고 사람을 깎아내리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그냥 외모와는 별개로 홍진호를 좋아했었다. 물론 레어 변태 이후 진호의 외모는 말할 것도 없이 좋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는 외모'도' 좋아한다. 군대가기 직전 나타난 왠 뚱땡이 아저씨마저도.... 눈에 콩깍지가 씌였었나보다.

 

 잠시 옆길로 샜지만, 어쨌든 스타판에는 유독 미남들이 많았다. 미남까지는 아니어도, 요즘말로 '훈남'급 되는 선수들은 솔직히 차고 넘친다. 내가 눈이 많이 낮은가 하고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다른 스포츠 선수들 보면 잘생긴 선수들이 많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드니까.(물론 타 스포츠를 비하하는건 절대 아니다. 말했지만 나는 프로라면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력만 된다면야 그깟 외모 무슨 상관이냐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어떤 종목의 스포츠를 봐도 이스포츠만큼 미남, 훈남 비율이 높은 스포츠를 못 봤다. 가족이 나만 빼고 모두 스포츠 매니아들이라(종목 불문) 나름 별의 별 스포츠를 다 접했는데도 그 생각이 여지껏 바뀌질 않는다. (아, 물론 '우리나라 리그', 더 정확히 말해 '한국인 선수들'에 한해서라는 전제를 두자. 외국 리그나 선수들 얘기하면서 "아닌데?"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특히나 초창기 게이머들이 압도적으로 미남 비율이 높다고 보는데, 이건 정말 '천운'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을것 같다. 저 '상품성 높은' 미남 게이머들이 실력까지 출중했다는 건, 정말 '복'이었다.

 그러나 또, 가만히 떠올려 보자면, 대대로 미남 수맥이 흐른다던 GO의(변형태:"???") 조규남 감독이 선수 선발시 외모 또한 본다고 직접적으로 언급도 한 사례도 있고, 희대의 망나니긴 하지만 송호창 감독 또한 진호를 데리고 있던 시절, 진호가 크게 이길때마다 미용실에 데려가 꾸며줬다는 진호의 이야기도 있고, 선수들 스스로도 외모 관리에 열을 올리는 게이머가 많았다는 폭로들도 여러번 있었다. 이러한 증언들을 종합해 볼 때, 어쩌면 천운은 아주 작은 것이었고, 스타판에 굴러온 '복'은 알고보면 선수들과 감독들이 스스로 키워 수확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계속해서 '상품 가치'라던지 '스타급'등의 단어를 언급하는게 어떤 이들에게는 불쾌할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 이스포츠판은 엄연히 '프로' 이스포츠판이다.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오고, 방송단과 게임단과 협회의 이해관계와 알력이 서로 얽혀있고, 게임판 관계자들은 '리그'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팔고, 게임팬들은 그러한 상품들을 '소비'한다. 순수한 열정으로 게임판에 뛰어들어 열심히 '승부'하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프로게이머는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상품'이 되기도 하며 어쩌면 '상품'이 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히 '가치'가 있어야 하고 '시장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불편하지만.

 

 어쨌든,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스타판에는 잘생긴 프로게이머, 즉 미남 선수들이 많았다. 그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그리고, 스2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스2판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제2자'쯤 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지금 스2판은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이 서로 불균형 상태에 있다고 본다. 지금껏 이뤄낸 질적 성장만큼이나 양적 성장또한 필요하다. 선수들, 게임단 관계자들이 한번쯤 '시장 가치'가 높은, '스타성 있는' 미남 게이머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스1판의 성공에 대해, 게임 혹은 리그 내적인 분석도 좋지만 한번쯤은 바깥으로 눈을 돌려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덧붙여, 홍빠로서 말하건대, 미남은 얼마든지 노력에 의해 만들어 질 수 있다. 이건 정말이다. 홍진호도 피부, 외모 가꾸려고 전성기때 녹차를 달고 살고, 음식도 가려먹고 줄여먹으며 '만든'외모다.(사실, 원판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홍빠에게 씌워진 홍깍지 때문일수도 있다.) 이미지만 바꿔도 사람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은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잖는가.

 

 사실, 이 글은 모 사이트에 올릴 아래의 사진을 정리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이다. 지루한 글 읽느라 고생들 하셨으니 잘생긴 프로게이머들로 눈 정화들 하고 가시면 좋을 것 같다.

 이하의 글과 사진은 나의 애정도와 '항상'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게임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스타판이 이렇게 우월함!!!!" 하고 자랑도 하고 홍보도 할 겸 쓴 글이라, 가능하면 사감을 배재하려 애썼다. 까놓고 말해 내 감정이 들어갔으면 사진은 커녕 이름도 소개하지 말아야 할 게이머들이 몇 있다. 대표적으로 공군에서 그렇게 꼽창이었다던 이모씨라던가....

 애정은 하는데 제3자의 냉정한 눈으로 보자면 "별로 미남 아닌것 같은데?" 소리 들을까봐 사진 갯수 줄이고, 차례도 후순으로 밀려난 게이머들이 여럿 있다. 흑흑. 시간이 된다면 애정있는 게이머들은 별도로 소개하고 싶은데 1년 안에는 힘들지 싶다.

 글은 귀찮으니 그냥 별다른 수정 없이 복붙하겠다. 갈수록 사진이 성의없어지고, 소개가 성의없어진다고 느낀다면 정확히 느낀거 맞다. 갈수록 귀찮아져서 그냥 대충 썼다.

 

 

 

 

일단 이스포츠라는 판을 일궈낸 1세대(정확히는 1.5세대) 사대천왕부터.

 

 

팬심 담아 1빠따! 저그의 시작이자 저그의 혼, 폭풍 홍진호 [저그, 82년생]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배용준저그ㅋㅋㅋ (대충 보면 2초 배용준)

 

 

 

 

배용준 저그 시절ㅋㅋㅋ

 

 

어릴때

 

 

 

 

 

 

 

 

전성기

 

 

 

 

'노장'이라 불리던 시절

 

 

홍진호는 머리빨? 해처리 벗어난 이후엔 아님! 공군시절.

 

 

 

 

 

 홍진호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테란의 제국을 건설한, 황제 임요환 [테란, 80년생]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 (그딴거 없고 그냥 임요환)

이후에 외모로 생긴 별명 : []=대괄호 (좋은건 크게 보라는 신의 배려)

 

 

 

 

 

 

 

스타판 최고의 흥행보증수표, 임진록 (임요환+홍진호)

 

 

 

 

참 오래, 징글징글하게도 서로 맞붙었던 둘

 

 

 

 

 

모든 기록은 그를 위해 존재한다, 천재 이윤열 [테란, 84년생]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수달 (보노보노 캐릭터를 닮아서... 근데 보노보노는 해달이란게 함정ㅋㅋㅋ)

 

 

 

우승 한번 할때마다 주는 뱃지들... 우승 3회 하면 금뱃지!

 

 

 

 

 

 

 

남자의 종족인 프로토스의 로망, 영웅 박정석 [프로토스, 83년생]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등짝 (등짝이 실해서... 정작 본인은 별로 안 좋아하는 별명ㅋㅋㅋ)

 

 

 

 

 

 

 

 

(지금 기준으로는 오글거리지만 당대 기준에선 멋있는 호칭이었던) 사대천왕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선수 아니고, 감독;; (한빛 스타즈, 이재균)

 

 

 

 

 

 여기서부터는 작성자 기준에서 미남들(외모순X, 작성자 애정도순으로 정렬ㅋㅋ)

...이라고 썼지만 사실 외모가 어느정도 작용한거 맞다. 

 

 

 

프로토스의 미래를 제시한 꿈의 군주, 몽상가 강민 [프로토스]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 (이미지로만 따지면 가정적인 남자, 가정부라는 별명이 있음. 외모 이미지+숙소에서 밥하고 빨래를 많이 하던 시절이 있어서)

 

 

 

 

 

 

 

 

 

 

 

 

다른 말 다 필요없고! 스타판 미모의 아이콘, 무지개(레인보우) 김성제 [프로토스]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성제양(예뻐서, 여자같아서.... 근데 팔뚝과 성격은 상남자라는게 함정ㅋ), 요녀(소속팀인 T1 별명이 악의군단+미모를 담당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

 

 

 

 

 

 

 

합성 아니고 컨셉사진ㄷㄷㄷㄷ 기자가 시켰다고 투덜투덜 대면서도 일단 하긴 했다는 김성제ㅋㅋㅋ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는 엉뚱한 매력, 엔진 전상욱 [테란]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아기곰 (생긴것, 말투가 완전 곰)

 

 

 

 

 

 

 

전상욱 하면 싸인!ㅋㅋㅋㅋ 데뷔 초엔 정말 저렇게 정직하게 이름만 써주다가, 나중에 하도 말이 많아지니 싸인 만듦ㅋㅋㅋ

 

 

 

 

 

순정만화 남자주인공 같았던, 흑마술사 나도현 [테란]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 (다만, 게임 도중 PAUSE를 걸고 실신을 해서 실신테란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연약하고 청순한 순정만화남 이미지에 일조함ㅋㅋㅋ)

 

 

 

 

 

이건 저 위에 있던 이윤열과 같이 찍은 HEAD 화보

 

 

 

 

 

 일단 싸우고 보자, 우주최강 공격수 김동준 [테란]

 

 

 

 

 

선수시절 사진을 금방 못 찾겠어서 그냥 최근 사진으로 넣었는데 워낙 선수생활이 짧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선수시절이나 지금이나 외모가 똑같음ㄷㄷ

 

 

 

 

 

뮤탈 뭉치기라는 저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을 해낸, 뮤짤의 창시자 서경종 [저그]

 

 

 

 

 

 

 

 

앞에선 무표정(-_-)하지만 뒤에선 형들에게 서딸기로 불렸던, 퍼펙트 서지훈 [테란]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서즐(예전엔 '즐'이란 단어 뒤에 꼭 '-_-'을 붙이는게 유행이었는데, 서지훈 얼굴이 -_-를 닮아서), 미스서(예뻐서)

 

 

 

 

 

 

 

 

 

 

 

 

무결점의 총사령관 송병구 [프로토스]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공룡토스(아래 사진 참조ㅋㅋㅋ)

 

 

 

 

 

컨셉 사진이고 저 밑에 오글거리는 글은 기자가 작성한 것임ㄷㄷㄷ 당시에 이스포츠계에서 저런 컨셉사진 찍는거 유행이었음ㅋㅋㅋ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 [저그]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팀민(가수 팀을 닮아서)

 

 

 

 

 

 

 

 

 

새로운 게임 세계를 열었던, 푸른 눈의 전사 기욤 패트리 [프로토스]

 

 

 

 

 

 

 

 

 

 

 

프로토스의 새 시대를 열다, 혁명가 김택용 [프로토스]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미남토스

 

 

 

 

 

 

 

 

 

 

 

 

랜덤의 최강자, 마우스 오브 조로 최인규 [랜덤->테란]

 

 

 

 

 

 

 

 

 

 

 

게이머 출신 연예인 1호이자 대한민국 연기자 중 스타 제일 잘하는, 신형 폭격기 민찬기 [테란]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미남테란

 

 

 

 

 

닥치고 패밀리? 라는 시트콤에서 엘이었나? 아무튼 박지윤이랑 같이 연기했다고 들음.

 

 

 

 

 

좋은 별명은 별로 없지만 얼굴만은 예쁜ㅠㅠ, 손주흥 [테란]

 

 

 

 

 

 

 

 

 

 

 

연습실의 강자, 얼짱토스 문준희[프로토스]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원빈토스

 

 

 

 

 

 

 

 

 

 

 바이오닉 컨트롤의 진수 그리고 포스트 임요환, 소닉 한동욱 [테란]

 

 

 

 

 

 

 

 

 

 

 

질럿 공장장, 사신 오영종 [프로토스]

 

 

 

 

 

 

 

 

 

드론(저그의 일꾼유닛)의 아버지, SD(드론생산키) 이주영 [저그]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미남저그

 

 

 

 

 

 

공군시절에도 살아남음ㄷㄷㄷ

 

 

 

 

 

 여기서부터는 개개인의 호불호가 좀 갈릴수도 있다고 생각함 (가나다순)

 

 

 

 고강민 [저그]

 

 

 

 

 

고인규 [테란]

 

 

 

 

 

 김근백 [저그]

 

 

 

 

퀸의 아들, 김명운 [저그]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어린왕자

 

 

 

 

 

브레인, 김윤환 [저그]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코난저그

 

 

 

 

 테란의 정석을 제시하다, 귀족 김정민 [테란]

 

 

 

은퇴후 해설자로 전향.

 

 

 

 대인배, 김준영 [저그]

 

 

 

 

 

 

김학수 [프로토스]

 

 

 

 

 

김환중 [프로토스]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흰둥이

 

 

 

 

 

공공의 적, 박경락 [저그]

 

 

 

 

 

박세정 [프로토스]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괴롭힌다, 악마 박용욱 [프로토스]

 

 

 

 

 

내가 뚫지 못하는 방어선은 없다, 불꽃 변길섭 [테란]

 

 

 

 

 

사나이는 스트레이트, 실버벨 변은종 [저그]

 

 

 

 

노력으로 기적을 만든다, 미라클 보이 신상문 [테란]

 

 

 

 

 

도박적인 전략의 묘미, 타짜 심소명 [저그]

 

 

 

게이머 시절 별명이 타짜였는데....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다! 은퇴후 겜블러로 활동중.

 

 

 

뇌제, 윤용태 [프로토스]

 

 

 

 

사마의, 이경민 [프로토스]

 

 

 

 

 

 

기본에 가장 충실했던 테란, 백작 이병민 [테란]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도우너, 깐따삐야;;; (도우너 머리를 하고 다닌 시절이 있었다)

 

 

 

이거 말고 완전 뽀글파마에 노란색으로 염색까지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진이 금방 안나와서... 그냥 이걸로 때움ㅋㅋㅋ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를 가장 완벽하게 이해한 테란, 최종병기 이영호 [테란]

 

 

중딩시절ㅋㅋㅋ 우측은 박정석

 

 

 

 

 

 

이영호 [프로토스]

바로 위에 있던 테란 이영호가 더 유명하긴 한데, 둘이 같은 팀이었던 적이 있어서 구분지어 부르기 위해 테(란)영호, 프(로토스)영호 라고 구분지어 부름.

 

가운데가 프영호, 우측은 저 위에 있던 고강민.

사진 정말 안나오는 프영호ㅠㅠ 그나마 세번째 사진이 제일 비슷하게 나온듯. 영상으로 보면 진짜 귀여운데ㅠㅠ

 

 

 

 이재호 [테란]

 

 

 

 

 

저그의 끝, 폭군 이제동 [저그]

 

 

 

 

 

 

임진묵 [테란]

 

 

 

 

전태양 [테란]

 

아가시절ㅋㅋㅋ 피씨방 놀러 온 꼬마 아님ㅋㅋㅋ 예선 참가하러 온거임ㅋㅋㅋ

 

 

최근ㄷㄷㄷㄷ 진짜 많이 컸음ㄷㄷㄷㄷㄷㄷ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최후의 테란, 테러리스트 정명훈 [테란]

 

 

 

 

내가 가장 강해질 타이밍까지 숨죽여 기다린다, 목동 조용호 [저그]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어린이(어린이 같아서)

 

 

 

 

 

조일장 [저그]

 

 

 

 

 

진영화 [프로토스]

 

 

 

 

 

차명환 [저그]

 

 

 

 

 

강한자에게 강하다, 자이언트 킬러 차재욱 [테란]

 

 

 

 

 

폭발적인 힘과 물량, 괴물 최연성 [테란]

리즈시절 외모로 생긴 별명 : 머슴;;;

 

 

 

호불호 심하게 갈리는 외모지만 웃으면 정말 귀여움. 키+등치+웃는얼굴 조합하면 진짜 매력있음. 웃는 사진 찾기가 힘들어서(찾으려면 찾겠지만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와이프와의 연애시절 사진으로 대충 때우겠음ㅠㅠ

 

 

 

한승엽 [테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최후의 토스, 올마이티 허영무 [프로토스]

 

 

실제론 참 귀엽게 생겼는데 사진 엄청 못찍는 선수 중 하나ㅠㅠ 표정이 하나같이 왜그래ㅠㅠ

 

아쉬우니 저 위의 정명훈과 함께 나온 포스터샷.

 

 

 

황병영 [테란]

 

 

 

 

 

 

 

+ 번외

 

유리천장을 향해 홀로 끊임없이 부딪혔던, 여제 서지수 [테란]

 

 

 

 

 

 

 

 

 이하는 썼던거 그냥 복붙하겠음. 개인 블로그에 맞게 말투 고치기도 귀찮고, 새로 쓰거나 뭘 더 보태 쓰자니 그건 더 더 귀찮고.

 

 

 

 홍진호 사진 찾고나니 지쳐서 나머지 선수들 사진은 보도사진으로 대충 찾았다는게 함정ㅋㅋㅋ

 실제 외모에 가깝게 더 잘 나온 사진들이 많은데 아쉽네요ㅠㅠㅋㅋㅋ 대부분 보도사진이기도 하고, 프로게이머들이 워낙에 수줍음 많이 타고 카메라를 무서워ㅋㅋㅋ해서(물론 안 그런 선수들도 가끔 있지만) 사진이 정말 안 예쁘게 나온다는거, 실물이 훨씬 예쁘다는거 감안하고 봐주세요.

 

 프로게이머로서의 모든 기록이 삭제되고, 프로게이머 자격이 말소되어 이스포츠 역사에서 사라진 조작러들은 프로게이머라고 불릴 자격도 없으므로 제외했습니다. 그래봤자 마레기 새끼는 어림도 없고(조작사건 이전에도 잘생겼다거나 훈남이라고 생각해본적 한번도 없음) 기껏 해봐야 진조작정도나 여기 끼워줄 수 있겠지만요.

 

 현재 스2에서 현역 선수생활을 하는 몇몇 빼고는 저 중 대부분이 은퇴했습니다. 홍진호나 기욤처럼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다수는 평범한 회사원이나 개인 사업자로, 몇몇은 게임단 코칭 스텝으로, 또는 게임 해설자나 옵저버(연출)로, 혹은 여전히 '승부'를 놓지 못해 겜블러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깟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신들의 청춘을 바쳐 증명한 사람들.

 저들의 새로운 출발과, 제 2의 전성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십여년 전의 명성을 이어, 지금도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의 실력을 가진 대한민국 프로게이머 선수들과 이스포츠, 게임 업계를 응원합니다!

 

 

 

끝.

죽다 살아났다.

여전히 상태는 최악이지만, 이제 목숨부지에 급급한건 아닌듯 하다.

 

한숨 돌리고 나니 떠오르는 것들.

가족. 일. 공부.

벌려놨던 팬페이지.

그 외 시작하다 만 것들.

 

오랜만에 더 옐로우에 들어갔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래도 최근까지 명맥유지는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초토화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태에서 관리자가 빠졌으니.

복구할 엄두도 나질 않고, 사실 그정도까지 몸 상태가 회복된 것도 아니고.

막막하다. 짧게나마 만났던 분들께 미안하기도 하고.

어쩌지, 닫아두는게 더 나으려나.

 

진호는 잘 지내는 것 같다.

못 본 사이 더 예뻐진 것 같기도.

그동안 콩두스타즈파티도 잘 끝낸것 같고, 예능 하나도 잘 끝냈고,

여전히 고정인 프로들도 있고. 점점 더 방송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나보다.

여전히 어색하고 조금은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없나.

서른 훌쩍 넘어버린 진호에게 게이머 해달라는 욕심은 말도 안되는 거겠지.

생각해 보면 원레기, 마레기, 찬레기, 진조작, 신베팅 등등과 같은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

술집 영업부장 한답시고 지 팬까페까지 술집 영업까페로 바꾼 누구라던가

아프리카에서 마레기와 어울린다던가 일베 비위나 맞춰주고 있는 몇몇 아이들이라던가(아프리카 한다고 무조건 나쁘다는건 절대 아니다.)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아이들에 비하면 진호는 무척이나 괜찮은 길을 가고 있는 거니까.

내가 적응해야겠지, 방송인 홍진호에게.

 

지오디가 컴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솔직히, 신화의 팬으로서는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지오디가 15주년이라고는 하지만, 공백기가 10년 가까이 되는데 그걸 온전한 15주년으로 볼 수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신화는 군대 다녀오느라 생긴 공백을 제외하면 정말 꾸준히 앨범내고, 무대 서고, 활동하면서 지켜온 16년인데

신화의 15주년, 16주년과 지오디의 15주년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과 온도가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여론, 언론은 물론 같은 연예계 종사자들까지 신화와 지오디의 15주년에 대해 확연히 차이를 보이니,

성실히 음악하고 활동해온 우리 애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은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16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8년 전에도, 2년 전에도, 작년에도, 올해까지 여전히.... 끊임없이 평가절하 당하는 우리 애들이 불쌍할 뿐.

뭐, 해체했던(공식적이든, 잠정적이든) 옛 그룹들이 다시 뭉치고 활동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이끈게 바로 신화의 컴백이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지난 5개월동안 세월호를 비롯해 참 별별 일이 다 있었고,

세상은 그 사이에 또 많이 바뀌었고,

나만 멈춰 있었구나.

 

한번에 따라잡긴 힘들겠지만, 다시 걸어야겠지.

 

  일주일째 야근으로 몸이 죽어나지만, 그래도 이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짧게라도 몇 자 적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한달쯤 전에, 네가 곰티비 클래식에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 때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그저 단순히 네게 고마웠고, 또 네가 걱정되었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니까.

 

  너는 이스포츠판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너는 '레전드'라는 표현이 부담스럽다며 스스로를 '퇴물'이라 칭하지만, 스타판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네가 '스타판의 레전드'를 넘어 '이스포츠판의 레전드'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흔히 스타판을 만들고 키운 제 1 공신으로 임요환이 언급되지만, 그 큰 판을 만들고 키우는 데 어찌 임요환만 공헌했으랴.([임]의 공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임요환 외에도 황형준, 엄재경, 정일훈, 김태형, 전용준 등등 스타판을 만들고, 키우고, 꾸며가며 뒷바라지 했던 이들이 있었고 너도 그 '공신'중 한명이었다.

  너는 아주 오랫동안 '저그의 수장'이었고, 스타판이라는 스토리의 '주인공'이었으며, '이슈 메이커'였고, 수많은 팬들을 스타판에 유입시킨 '팬덤의 중심'이었으며, 무엇보다도 '뛰어난 선수'였다. 너는 폼이 많이 떨어졌을 때에도 스타판에 남아 '개그 소스'로까지 쓰였고, 스타판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너는 스타판이 요긴하게 써먹는 '소재'였다.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모든것을 다 해 스타판에 이바지했다. 아니, 너의 모든것, 그 하나하나가 스타판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보는게 맞겠다. 네가 했던 말이나 행동들 전부는 너의 의도와 상관없이 스타팬들의 유희를 위해 쓰여졌고 네가 걸었던 행보는 네 목적과 상관없이 스타판의 스토리 구성을 위해 쓰여졌다. 스타판에 존재했던 팬들도, 스타판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던 이들도 모두 너를 뜯어먹고 너를 쥐어짜 마시며 즐기고, 살아갔다. 네가 받는 상처나 짓밟힌 너의 꿈과는 상관없이... 그것은 스타판이 끝날 때 까지도 이어졌다.

 

  그저 네 팬이었던 나도 계속되는 폭력에 마음이 너덜너덜해 졌을 때가 있었고 끝나지 않는 조롱에 정신이 산산조각났을 때가 있었다.

  하물며 너는 어땠을런지.

 

  그럼에도 너는 폭력과 조롱을 견디며 스타판에 남아줬다. 그것은 못다 이룬 우승에 대한 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네가 언젠가 말한대로 스타판의 '선구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엄밀히 따지자면 신주영 이기석 김도형 김창선 등을 1세대로 봐야 하지만, 언제부턴가 스타판 1세대를 이야기할 때 임요환, 홍진호부터 꼽는 일이 많아졌고 너는 소위 '올드'로 불리던 시점부터는 그 판의 '1세대'이자 '선구자'로서, 그리고 그 판을 지탱해 온 '버팀목'으로서 스타판과 후배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한다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신한 시즌1때까지만 해도 너의 부활을 기대하고 네 제3의 전성기를 기대하던 이들이 낙담하고, 너를 등지고, 이제 홍진호는 끝났다며 더이상 네게 기대하지 않던 때가 2007년. 폼은 떨어질때로 떨어지고, 김철과의 보이지 않던 트러블, 출전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그나마 방송경기에 대한 감각도 무뎌지면서 세상의 모든 욕이 너를 향하던 시절.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견디기 힘든 모욕감을 참아내면서 너는 버텼다.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을 때도 너는 '거기서' 버텼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놓지 않았다. 한참 후배들, 어린 동생들을 선임으로 모셔야 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너는 '선수로서의 마지막 도전'을 위해 공군에 입대했고 너보다 월등한 후배들과 맞서 싸웠다.

  아마추어인 내가 봐도 07년 08년의 너는 '답이 없는' 실력이었고 네가 상대해야 할 후배들은 압도적인 피지컬과 기량을 자랑했다. 그들에게 도전하는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그 즈음에는 그 누구도 너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 나처럼 맹목적으로 너를 응원했던 팬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네가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없다는 걸. 널 응원하는 나를 내 이성은 매번 "이제 그만 포기해, 더이상 상처받지 말고." 하며 비웃었었다.

  너를 응원하던 나도, 너의 팬들도, 너의 팬들이었던 자들도, 너의 팬들이 아닌 자들도, 너의 안티였던 이들도 모두 너의 선수 생명이 끝났음을 알고 있었던 그 때, 너는 정말 몰랐을까? 냉정히 말해 그 때의 네 실력이 어땠는지를.

  이영호라는 스타판 최고의 괴물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리고 그 괴물과 호각세를 이루는 스타판 최고의 저그를 보면서도 너는 포기하지 않고 스타판에 남아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부딪히고, 깨지기만 했다. 너는 이제 더이상 정상에 설 수 없음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정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네 무모함을 비웃다 못해 더이상 지켜보는 이가 없었을 때 까지도.

  이 모든 일들이 정녕 네 개인적 욕심이나 한 때문이었을까?

 

  변변찮은 성적 없이 네가 벤치만 지키고 있었을 때, 많은 이들이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며 차라리 너의 은퇴를 종용하던 시절, 그 시절엔 한번씩 상상해보곤 했다. 네가 저그로서 정점을 찍었을 때, 혹은 비록 정규리그 우승 타이틀이 없기는 하지만 스니커즈배 우승 즈음 해서 은퇴하고 전설로 남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네가 이렇게 조롱당하고 무시당하는 일 없이, 네가 원했던 대로 좀 더 명예로울 수 있었을까 하고. 그랬을런지도 모른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고 옛 기록은 우상화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너는 볼 꼴 못볼 꼴을 다 보면서 스타판이 끝나기 직전까지 그곳을 지탱했다. 마지막까지 너는 안될 걸 뻔히 알면서도 까마득한 후배와 스타리그 예선에서 붙었고 이기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은퇴경기에서까지 네 스타일로 네 경기를 했다.

  나와 비교도 안되게 능력있는 까마득한 후배들이 이전에 내가 있었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재주를 뽐내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을 안다. 그 허탈함과 굴욕감과 비참함.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않고 되려 나를 대접해 주지만, 내 스스로 뼈저리게 나의 한계와 현실을 알고 있을 때의 그 좌절감. 그러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다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 구차하게 느껴지는지도 안다. 그럼에도 너는 거기서 버텼다. 너는 네 자리에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고, 마지막까지 '선구자'로서의 책임감을 버리지 않은 채 끝까지 임요환 없는 스타판에서 맏형 노릇을 했다.

  그것은 너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네가 선수 생활 후반기에 까먹은 그 아까운 승률이나 네 폼이 떨어진 이후에 조롱받으며 싸잡아 평가절하 당한 너의 전성기적 실력을 생각하면 아쉽다는 생각부터 든다. 나도 이럴진대 '존경받는 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너는 오죽할까.

  그럼에도 네 승률을 계속 까먹어가면서, 네 업적의 가치를 계속 상실해 가면서 도전했던 너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못 이룬 우승? 07년 이후의 네가 정말로 우승을 노리고 게임했을까? 최강자로 불리던 후배들을 이겨보겠다는 승부욕? 대체 너의 목표는 뭐였을까.

  생각해 보건대 너는 임요환이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제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삼십대 프로게이머도 가능하다는 것, 삼십대가 되어도 여전히 도전하고 승부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 길은 녹록치 않았고 삼십대 프로게이머로서의 너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네가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되려 너의 모습을 통해 후배들이 좌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즈음, 너는 GG를 선언했다. 그 선택 마저도 너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후배들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너는 후배들에게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느니 그쯤에서 멈추는 걸 택했고, 이름뿐인 선수생활을 택하느니 차라리 은퇴를 택했다. 사실 눈 딱 감고 그 자리에서 케텝의 얼굴마담으로 있었더라면 너는 2년 정도는 더 안정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수치스럽고 초라하다 생각되었을 수 있으나 네가 당했던 조롱과 멸시와 모욕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너는 하는 것 없이 자리를 차지하기 보다 재능있는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케텝이 붙잡았으나 끝끝내 현역 선수고, 코치 자리고 거절했던 것도 아마 비슷한 맥락이었을게다. 너는 지쳤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네 은퇴경기를 보며 굳어졌다.

 

  은퇴 이후에도 너는 이스포츠판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고 여전히 어떤식으로든 게임을 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겠으나 이스포츠 판에서 상처 투성이로 버텼던 너를 기억하는 내게는 눈물나게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었다.

 

  2014년 여기는, 게임을 마약 취급하는 나라다. 여전히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이들 중 대부분이 이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고, 여전히 프로게이머는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으며 천대당하는 나라다. 너와 임요환을 비롯한 수많은 게이머들이 자신의 피와 땀과 눈물과 청춘을 바쳐 노력했지만 여전히 이스포츠와 프로게이머는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다. '전 프로게이머' 타이틀을 달았다는 이유로 프로그램도 제대로 보지 않고, 너의 활약도 보지 않고 그저 '게임 폐인'으로 너를 폄하하는 악플들이 달리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너는 이제 막 방송일을 시작했다. 너는 연기자가 될 수도 가수가 될 수도 그렇다고 개그맨이 될 수도 없다. 가장 애매하고 가장 성공하기 힘든 '방송인'으로서의 길을 너는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전 프로게이머'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전 프로게이머' 방송인인 너는 방송 카메라가 있는데도 종일 게임만 한다. 너의 방송 분량 대부분은 게임이다. 그것도 발매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아주 오래된 게임. 방송에는 네가 집에서 게임하는 모습이 나가고 네가 게임 대회를 주최해 거기서 우승하는 모습이 나간다. 이스포츠 향유층이 아닌 이들은 게임 폐인이 티비에 나온다며 말세라고 악플을 달고, 인터넷에 관심없는 기성세대는 티비속의 너를 보곤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냐며 혀를 찬다. 프로게이머로서 십년 넘게 네가 치열하게 훈련했던 시간들, 그 시간의 잔재로 네게 남은 버릇들이 그들에게는 '그깟 게임'이다. 여기는 그런 나라다.

  이 나라에서 네가 방송인으로 성공하는 데 '전 프로게이머'라는 수식은 네게 득일까, 실일까. 득일수도 있다. 스타판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대부분은 네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테니. 또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절대적인 너의 우호세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꽤 많은 너의 '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는, 인터넷에서 너를 비호하는 이들보다 스타판의 너를 몰랐던 이들이 훨씬 더 많다. 그들을 상대로는 '전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여전히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고, '게임'은 '악'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많다. 온라인의 힘이 많이 세 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세상은 오프라인의 힘이 움직이고, 그들 중 다수는 짐작컨대 게임에 관대한 이들이 아니다.

 

  '전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이 방송인 홍진호에게 득이 될 지도 장담할 수 없는데, 하물며 '여전히 게임하는 전 프로게이머'라는 수식이 네 방송일에 도움이 될 지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부정할 수 있다. 나이 서른이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게임하는 남자, 그것도 현재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왠지 백수같고, 철 없어 보이며, 마이너 같다. 정말 단호히 말하자면 한마디로 B급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는 결코 네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너는 게임을 한다. 동생의 부탁에 흔쾌히 아프리카 방송에서 팀플을 한다. 공중파 방송인 <나혼자 산다>에 나와서도 종일 게임을 하고, 네가 직접 주최한 게임 대회 <스타 파이널 포>에서도 게임을 한다. 그리고 인터넷 방송국 게임 대회인 <곰티비 클래식>에서도 헤드셋을 끼고, 키보드를 치고, 마우스를 잡는다. 점점 더 화려한 조명을 받고 점점 더 좋은 카메라 앞에 서면서 '방송물'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법한 네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초라한 조명 아래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카메라 앞에서 게임을 한다.

  이제 많이 굳어버린 손, 퇴화된 동체시력, 늦어진 반응속도, 부정확한 상황판단, 떨어진 방송경기 감각... 세월의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감수하고 컨트롤도 멀티태스킹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게임을 한다. 공방 양민들 상대로도 차마 말하기 싫은 승률을 올리면서도 매일 아침마다 습관처럼 게임을 하고 옛 동료나 동생들과 추억을 곱씹으며 '썩은 손'으로 게임을 한다. 명절에 본가에 내려가서도 팬들과 후배들을 위해 피씨방까지 찾아가 게임을 하고, 한참 어리고 뛰어난 실력의 후배들과도 승산없는 게임을 한다.

 

  너는 여전히 게임이 너의 반쪽이라 말하고 여전히 게임계를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너에게 고맙다. 네가 스타판에서 당했던 그 모든 것들을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여전히 게임에 관해서라면 게이머를 처음 시작하던 그 시기의 그 마음을 가지고 있어주어 고맙다. 게이머 홍진호였던 너의 과거, 게이머 홍진호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게이머 홍진호를 사랑하는 이들을 놓지 않아주어 고맙다.

 

 구성훈과의 경기에서 무난히 발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너는 선전했고 꽤나 접전을 보여줬다. 게이머에게 꾸준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군다나 방송경기의 감각이라는게 얼마나 잃기 쉬운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면, 너는 여전히 레전드 게이머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저 대충 얼굴마담이나 하려고 나온 게 아니었다는 걸 보여줘서 고마웠다.

 여전히 네 게임은 재밌고, 게임하는 너는 여전히 멋지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게임하는 너를 사랑한다.



* '홍진호 팬'이 '홍진호'에게 바치는 헌사. 라는 글을 읽지 않으셨다면, 이 글부터 읽어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http://yusongi.tistory.com/343

* 아직 감정이 다 정리되지 않아, 매우 횡설수설합니다.

 

 

 

 

 

  언제부턴가 너와 나는 말도 안 되는 최면에 걸렸다.

 

  아주 오래 전, 어떤 이들은 네가 가진 우승 기록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그것을 부정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그래서 너의 역사를 왜곡했다. 그들에게 너는 우승 없는 저그여야 했고 그래서 그들은 너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최면을 걸었다. "홍진호는 우승하지 못했다." 하고. 많은 이들은 그 최면에 의문을 품었고 나는 그 최면을 완강히 거부했다. 너는 성격상, 그리고 입장상 그것을 드러나게 거부하지는 못했으나 너 역시 그 최면을 탐탁찮아했다.

  그러나 최면은 계속 이어졌고 점차 많은 이들이 그 최면에 빠져들었다. 너 역시 언제부턴가 그 최면에 걸려버렸고, 나는 마지막까지 발악했으나 힘이 없었다.

 

  네가 이룬 업적들은 모두 '서자' 취급을 받으며 우스갯거리로 전락했다. 나는 칭찬받아 마땅한 너의 역사가 농락당하는 걸 보고도 어찌할 힘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꾸준히 너의 역사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역사와 너를 '준우승의 한' 이라던가 '이벤트전의 제왕'이라던가 하며 비웃었지만, 나는 안다. 너에게는 자랑스러운 우승의 역사가 있었고 네가 이룬 준우승의 업적은 '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빛났다는걸.

 

  네가 이번에 이룬 열세번째의 우승, 그 자랑스러운 업적도 사람들에게 우스갯거리로 치부되는 너의 역사에 편입되어 모욕당하겠지만, 나는 너의 우승이 자랑스럽고 기쁘다. 너도 그렇지 않을까.

 

 

 

  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스타판의 불운아였다. 사실, 너의 불운은 모두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것이었으니 너는 불운아라기 보다는 차라리 희생양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옳을지도 모른다. 팬들이 그토록 성토했던, 너에게 의도된 불리함을 너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가끔씩 너의 아쉬웠던 순간들에 대해 얘기하던 너 역시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너를 뜯어먹고 너를 쥐어짜 마시며 몸집을 키운 스타판이 끝날 때 까지도 너는 명예회복 하지 못한 채 훼손된 반쪽짜리 역사로 헌액되었다. 그래서 나는 서운했고, 너의 업적을 부정한 이들은 마지막까지도 자신들이 좋을대로 너를 이용하기만 했기 때문에 그들이 미웠다.

 

  한번씩 궁금할 때가 있었다. 너는 서운하지 않았는지. 스타판의 흥행을 위해 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희생되고, 훼손되고, 모욕당한 너는 정말 괜찮은지.

 

  네가 스타판을 떠났을 때, 나는 매우 서운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스타판에서 그 어떤 프로게이머보다 많은 수모와 치욕을 당하면서도 스타판을 위해 노력했고 견디기 힘든 모욕과 수난을 참으며 스타판에서 버텨줬다. 십년 넘는 세월이면 너도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해 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너 역시 편히 살아야 할 때라고도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게 서운한 마음이 더 컸던 것은, 내가 욕하는 그 어떤 이들처럼 나도 너에게 욕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버텨줬는데, 조금 더 버텨주면 안돼?" 하고, 나는 당연히 너의 인내와 너의 희생을 기대했으며 그것이 단순한 나의 욕심인 것을 알면서도 너에게 강요하고 싶었다. 네가 정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나같은 팬의 그 욕심 때문에 험한 그 바닥에서, 험한 일을 감내하며 그 곳에서 그때껏 버텨줬다는 걸 알면서도.

 

 

 

  방송일로 바쁜 너를 보면서 나는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했고 또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너의 이십대를 통째로 바친 스타판에서 네가 더 잘 나갔어야 했는데, 네가 더 큰 사랑을 받고 더 위대한 기록으로 남았어야 했는데, 네가 일군 역사들이 모욕당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는데, 네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고 너에게 쏟아지는 오물들을 막아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네가 푸대접 받고 너를 훼손했던 스타판이었지만, 내가 가장 사랑했던 너는 프로게이머 홍진호였고 스타판의 홍진호였고 이스포츠의 홍진호였기 때문이라서 그런걸까. 이스포츠판과 네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럼에도 이스포츠판과 나는 너에게 서운하단 소리를 할 자격이 없어서 더 씁쓸했다.

 

  스타 파이널 포 기획 소식을 들었을 때, 그 기획의 주체가 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나를 질책했다. 네가 어떤 사람인데. 대놓고 저그 우승 막으려고 테란맵 토스맵 깔아대던 시절에도, 그 이후에도 한번도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던 너인데. 마지막까지 프로게이머로서의 자존심, 이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던 너인데. 그런 너인데, 너는 계속해서 너의 본심을 증명했는데 나는 번번히 너를 걱정하고 의심하기만 했었다. 그래서일까, 너는 또다시 증명했다. 그리고 또다시 약속을 지켰다. 은퇴할 때 했었던, "이 스포츠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약속을.

 

  이제 막 방송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싶은 일도 많을텐데. 바쁘고 힘들텐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선수로 참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물론 선수로 곰클에 참가해 준다는 말만 들었을 때에도 고맙고 기뻤지만) 리그를 기획할 생각을 해 줬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

  너의 고향, 너의 뿌리, 너의 어머니이자 너의 아이인 스타리그. 사실 고향 떠나 성공하면 타향에 그대로 눌러앉아 새 삶 사는 경우도 많은데,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그리고 돌아와줘서 그리고 "내가 그래도 좀 여유로우니, 뭐 도울 것 없을까?" 하고 마음써줘서 고마웠다.

  사실, 새로 생긴 너의 팬들은 너의 오랜 팬들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또 너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있는 듯 보여서, 네가 힘들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나같은 팬은 이제 너에게 별 쓸모 없는 팬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너의 오랜 팬들, 네가 게임하는 모습을 가장 사랑하던 그들을 위해 다시 헤드셋을 끼고, 키보드를 잡고, 마우스를 잡아줘서 고마웠다.

  네가 이렇게 마음쓰지 않아도 너는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네가 스타판을 돌아보지 않는대도 누구도 널 원망할 수 없는데도.

 

 

 

  너는 여전히 너라서 고맙다. 여전한 네 게임 스타일도 고맙고, 전성기 만큼은 당연히 아니지만 여전히 선수시절 실력을 가지고 있어줘서 고맙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져줘서 고맙고, 팬들을 사랑해줘서 고맙고, 이스포츠를 떠나지 않아줘서 고맙다.

  여전히 우승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앞으로도 가끔은 네 경기를 볼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해줘서 고맙다.

  여전히,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너라서 고맙다.

 

 

  몬스터짐 스타 파이널 포 우승자 홍진호.

  열세번째 우승을 축하하며, 사랑한다.

 

 

 

 

 

* 역시 감정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글 쓰기가 무리인듯 하여, 짧게 글을 마칩니다. 아마 곰클이 끝나도 비슷한 글을 쓰게 될 것 같으니, 그 때 제대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홍진호 팬사이트 '더 옐로우'에 놀러오세요! : http://jino.dothome.co.kr

음... 다시 이런걸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신화 팬페이지도 이제 운영 안 하는데, 진호 팬페이지 만들 생각을 하다니.

으음. 난 혼자 팬질하는게 체질상 맞지만... 그래도. 갑자기 만들고 싶어졌다.

팬사이트 운영하면서 상처받은 적도 많고 상처 준 적도 많아서 다신 안 하려고 했건만...

으음... 또 괜히 시작하는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어쨌든간. 팬사이트 만들때마다 느끼는건데, 정작 사이트 만드는건 쉬운데 구상하는게 더 어렵다.

이름 짓는것부터 난항....

 

일단 만들어 볼까.

 

.............. 근데, 같이 달릴 사람들은 어떻게 구하지;;;

- 전지적 홍빠홍진호팬의 시점에서 -

- '홍빠'가 아닌, '홍진호 팬'이 '홍진호'에게 바치는 헌사.-

 

 

 

* 이 글은 감상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감상글은 차후 업로드 예정)

* 의식의 흐름대로 쓴, 아주 긴 글.

 

 

 

 

 

 

 

 

  늘 그랬듯이 너의 GG 선언에 나는 눈물이 났다.

  GG를 선언하는 너는, 늘 그랬듯이 아쉬움을 애써 감추며 의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너를 응원하던 내 가슴은 무너져 내렸지만, 제 3자는 '아름다운 패자'라며 다독였던 10여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너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패배하는 모습 마저도.

 

 

 

  고백하건대 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네 폭풍같았던 경기나, 네가 우승했던 대회나, 팬들을 아끼는 네 모습이나, 상대방 선수에게 보여준 매너가 아니라... 기뻐하는 우승자 옆에서 그들을 축하해주던 모습이었다. 늘 준우승으로, 조연으로 한쪽 옆에 서 있던 네 모습이 가장 사무치게 내 기억속에 남아있었던 것은, 너의 팬으로서 뼈져리게 아팠던 그 순간의 한 때문이었으리라.

 

  그래, 또다시 고백컨대 한때는 너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 패배를 하고도, 준우승을 하고도 사람좋게 상대를 축하해주는 네게 화가 났던 적도 있었다. 조연으로 밀려나서도 웃고 있는 네가 미웠던 적도 있었다. 언제나 "이번에는 우승하겠지?" 하며 너를 응원했던 나의 믿음과 기대감을 박살내버린 네게 지쳤던 적도 있었다. 늘 한 발짝이 모자라 정상에 닿지 못하는 네가 너의 팬들에게 희망고문을 한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으며, 그래서 너를 응원하는 일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너의 팬이었다. 너만의 팬이었다.

  네가 이루지 못한 저그의 한을 풀었다며 박성준을 추켜세우던 시절에도, 저그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어떤 쓰레기 새끼가 본좌로 추앙받던 시절에도, 완성형 저그라고 불리우던 이제동이 날아다니던 시절에도 나는 여전히 너만을 응원했으며 너의 팬이었다.

  스갤에서 너를 가루가 되도록 까대도, 그나마 좀 점잖다던 여타 커뮤니티에서 너를 조롱해도, 이스포츠 커뮤니티를 넘어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까지 너를 우스갯거리로 삼아도 나는 너를 옹호했고 때로는 그들과 싸우면서 키배를 뜨기도 했으며 가끔은 속상해서 눈물흘렸던 너의 팬이었다.

  네가 숨만 쉬어도 너에게 돌을 던지던 이들이 넘쳐났던 때에도, 네가 돌팔매질을 당해 피투성이인 상태에서도 꿋꿋이 네 길을 걸었을 때에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너의 팬이었다.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늘 같은 자리에서 너를 응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지만 나는 너의 팬이었다.

  나는 '콩빠'가 아니라 '홍진호의 팬'이었다.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과 멸시에 네가 지쳤을 그 무렵에는 나도 지쳐있었다.

  한번만, 정말 단 한번만 우승을 했더라면 이러한 사단은 없었을 게 아닌가 싶어 너를 원망하던 그 시절에 너는 나를 포함한 네 팬들에게 경기로 답했다. 소멸된 줄 알았던 폭풍의 귀환으로 답했다.

  06신한 1시즌에서의 네 폭풍은, 빛바랜 내 소망과 식어버린 내 열정에 대한 너의 위로였다. 너는 나보다 더 처참한 몰골로, 나보다 더 많은 상처를 안고 나보다 더 많은 피를 흘리면서도 나를 다독였다.

  누구보다도 힘들었을 너는, 때로는 너를 원망하고 너를 미워했으며 너를 비난하고 너를 조롱했던 팬들의 상처를 걱정했다. 네 잘못이 아닌 일로 팬들에게 미안해했고 네게 해준 것 없는 팬들에게도 고마워했다. 그리고 너는 너의 팬들에게 다짐했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그렇게 노력할 거라고.

  나는 너의 그 기약없는 다짐을 믿었다. 그리고 너는 길고 긴 폭풍전야를 묵묵히 견딘 너의 팬들을 위해 이따금 폭풍의 귀환을 보여주었다. 곰티비 클래식에서 윤용태를 잡았을 때도, 공군 입대 이후 김택용이나 이제동은 물론이고 우정호, 신상문, 김재훈, 정윤종 등을 잡았을 때도 너는 폭풍 그 자체였다. 나이가 들어 손이 느려지고, 멀티태스킹이 제대로 되지 않고, 눈이 느려지고,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네 스타일을 모두가 알고 있어 불리했을 때에도 너는 여전히 폭풍이었다. 그 위세가 예전같지 않았다 한들 폭풍은 폭풍이었다. 폭풍은 소멸되었다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잠시 방황하다가 귀환하는 것이라는걸 너는 너의 게임으로, 너의 존재 자체로 증명했다.

  너는 그 자체로 폭풍이었다.

 

  네 경기에 울고 웃으면서, 네 전성기에 함께 기뻐하고 네 부진에 함께 힘들어했던 아주 오랜 시간동안 너의 팬으로 지내오면서, 나는 언제부턴가 내가 왜 너를 좋아하는지 잊고 지냈다. 너에 대한 애정뿐이었던 시기를 지나 어느샌가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린 너를 놓지 못하면서도, 나는 왜 내가 너의 팬이 되었는지를, 왜 여전히 너의 팬인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무조건적인 대상이었다.

  하지만 06신한 1시즌에서 귀환한 폭풍을 보고 나는 잊고 지냈던 그 이유를 떠올렸다.

  너를 처음 보았던 2001년 한빛배에서 유병준과의 경기를 기억했다. 아직도 이가 갈리는 홀 오브 발할라, 그 테란맵에 불었던 네 폭풍을.

  01코카배 결승전 1경기, 홀 오브 발할라를 깔고서도 끈질기게 몰아쳤던 너의 폭풍을 기억했다. 그 끈질긴 혈투의 끝에서 GG를 선언한 너의 그 아쉬운 얼굴을.

  02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조정현을 꺾었던 너의 당당한 우승을 기억했다. 02KPGA 위너스 챔피언십에서 임요환을 꺾고 우승했던 감격의 순간을 기억했다.

  03올림푸스배 결승 3경기, 기요틴에서의 그 처절한 승리와 '엄마 사랑해요'라는 서지훈의 우승 소감을 듣고도 웃으며 동생을 축하해주던 너를 기억했다. 조명이 꺼진 무대에서, 대기실에서, 화장실에서 남몰래 울었던 너를.

  03삼보배 결승 직전까지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거센 폭풍을 기억했다. 결승 3경기, 유보트에서의 그 처절한 패배를.

  04스카이 4강에서의 패배와 05아이옵스 임진록을 기억했다. 05스니커즈배 우승을 기억했고 05블리즈컨 우승을 기억했다.

  너는 남들이 뭐라고 하든간에 꾸준히 너의 폭풍을 지켜오고 있었다. 남들이 인정하든 말든 너는 내게 '수많은 우승 경력을 가진' 최고의 저그였다.

  너의 팬이 된 이유를 굳이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다. 화끈한 너의 경기 스타일, 이기건 지건 늘 재미있었던 너의 경기 그 자체, 승부에 대한 너의 집념, 굴욕을 두려워 하지 않는 투지, 네 경기와 네 스타일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정신, 상대 선수에 대한 매너, 팬들에 대한 사랑, 늘 곧았던 너의 신념과 목표...... 아마 너의 모든것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할지도 모른다. 너는 그 자체로 사랑받기 충분했고 너는 그것을 계속해서 증명해냈다.

  06신한 시즌1 이후에도 너는 08곰클래식 윤용태전이나, 09프로리그 김택용전이나, 09프로리그 임진록이나, 10프로리그 이제동전에서도 계속해서 나를 흔들어 깨웠다. 왜 내가 너의 팬이 되었고 아직도 너의 팬인지, 왜 내가 계속해서 너를 응원해야 하는지 너는 계속해서 그것을 증명해보였다. 너는 은퇴경기까지도 네가 왜 폭풍이고 왜 나를 포함한 팬들이 너의 폭풍을 사랑해 마지않았는지를 보여주었다, 비록 그것이 패배일지라도.

 

  너는 응원할 수 밖에 없는 게이머였고 사람을 매료시키는 게이머였다. 너는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네게 매료되어 너를 응원했으며 너를 사랑했다.

  내가 사랑했던 네가 은퇴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너는 누구보다 성대한 은퇴식을 치뤘고 누구보다도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 떠났다. 너를 잉태했던 곳에서 너는 근사하게 자랐으며 네가 잉태했던 곳을 너는 근사하게 키워냈다. 누가 뭐래도 너는 이스포츠의 기둥이었으며 이스포츠는 너의 기둥이었다. 네가 떠남으로써 이스포츠는 가장 튼튼했던 버팀목 하나를 잃었고 너는 너의 청춘을 지탱했던 가장 큰 버팀목 하나를 빼낸 셈이었다.

  그리고 이스포츠에 대한 나의 애정은 그렇게 무너졌다. 내가 사랑했던 '프로게이머 홍진호'는 바로 거기에 묻혔다. 나는 내가 사랑하던 너를 너의 은퇴식과 은퇴경기를 끝낸 그 순간에 묻었고 되도록이면 그 지점을 찾지 않으려 애썼다.

 

  너는 내게 화상의 흉터였다. 지독히 뜨거웠던 만큼 깊게 자리한 흉터. 너는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고마운 사람이자 내가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슬프고 가슴아픈 기억이자 치유되지 않는 한이었다.

  나는 너의 마침표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차라리 너의 흔적을 지우고 너를 깊이 묻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너는 으레 그랬듯이 내가 너를 포기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비록 레전드 매치라는 이벤트성 경기였지만, 너는 라스트 브루드워 결승전에서 최후의 저그로서 다시금 폭풍의 건재함을 내게 확인시켰다. 임진록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하는 너를 보면서, 은퇴를 하고 다른 게임의 감독을 하고 있으면서도 네 존재를 잊지 않고 그것을 지켜왔던 너를 보면서 나는 감격 때문인지, 안도 때문인지, 아쉬움 때문인지 모를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프로게이머가 아닌 홍진호'를 인정할 수 없었던 내가, 네가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해서 이스포츠판에 남아주기만을 바랬던 것은.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와 희망 때문이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선수'가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홍진호를 낳았던 곳에, 홍진호가 낳았던 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롤의 L도 모르지만 너의 팀인 제닉스 스톰을 응원했고 예전보다 열성적이지는 않지만 너의 소식을 찾아 들었다.

 

 

 

  네가 TV에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건 작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그 무렵의 나는 일과 개인사에 치여 정신이 없었고, 나는 한때 내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너의 소식을 귓등으로 흘려 들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여유를 되찾은 초가을 무렵, 문득 흘려 들었던 너의 소식이 떠올라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을 다운받았다.

  사실 다운로드가 끝난 뒤에도 며칠을 망설였다. 당시의 나는 네가 우승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네가 얼마나 활약했는지도 몰랐으므로. 네가 괜히 예능에 나와 듣보잡 취급을 받거나, 굴욕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상처를 받았을까봐 겁났고 그런 너를 보면서 내가 다시 상처받을까 겁났다.

  스포당하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이 천운이라고 생각할 만큼 극적이었던, 한편의 드라마였다. 네가 프로게이머로 살아온 그 시간도 물론 한 편의 드라마였지만, 지니어스는 훨씬 더 유쾌하고 즐거운 해피엔드 드라마였다.

  소년만화의 주인공 같았던, 아니 그보다 더 빛났던 '지니어스 게임'속의 너를 보면서, 끝내 우승을 거머쥔 너를 보면서 나는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가슴아팠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네가 이뤘던 수많은 우승을 너 스스로 없는 경력 취급해야 하는, 기분나쁜 역사의 농간 때문이었고, 둘째는 비록 우승했지만 그것이 프로게이머로서 스타리그에서 이룬 것이 아니라는 회한 때문이었고, 셋째는 네가 그동안 정말 하고 싶었던 그 우승소감을 예능에서 말했기 때문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이 기회를 마지막으로 승부사 홍진호, 게이머 홍진호를 볼 수 없을거라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나는 너의 멋진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지니어스 1기를 수없이 돌려보았다. 네 은퇴 이후 잊고 있었던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네 옛 경기들을 다시 꺼내보면서 향수에 젖었다. 그리고 11월, 네가 다시 지니어스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임요환과 함께.

  당시의 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마치 네가 다시 선수로 복귀했다는 소식을 들은 기분이었다. 스타크래프트는 아니지만, 다시 게이머 홍진호를 볼 수 있다! 그것도 최고의 라이벌과 함께 겨루는 홍진호를 볼 수 있다! 지니어스2에서의 임진록 소식은 스타리그 결승에서 다시 임진록이 성사된 것과 같은 기대를 내게 안겼다.

  11월, 네가 지니어스2에 다시 출전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 순간부터 지니어스2기 1화를 볼 때 까지, 그리고 그 다음화, 다다음화, 7화를 볼 때 까지 나는 매일 손꼽아 방송 시간을 기다렸다. 마치 네가 출전한 스타리그, 프로리그 경기를 기다리던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더 지니어스'속의 너는 내게 '프로게이머 홍진호'였으며 '홍진호 선수'였다. 너는 선수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정당하게, 최선을 다해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었으며 그래서 나는 선수시절의 너를 응원하듯 너를 응원했다. 네가 승리하기를 바랬고 네가 다시 우승하기를 바랬다.

 

  우승. 네가 목말라했었던 그것이자, 내가 염원했었던 그것.

 

 

 

  십년이 넘도록 지켜본 너는 최고의 프로게이머였다. 우승할 자격이 있는 게이머였고 우승할 수 있는 실력도 가지고 있었다.

 

   이벤트전으로 치부하기에는 상금 규모나 참가 선수들 면면이 스타리그 못지 않았던 스니커즈 올스타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네이트배 시드까지 주었던 왕중왕전이나, 방송사가 망했다고 위상을 격하시킨 겜티비 우승이나, 양대리그 정립 전의 기록이라 폄하된 위너스 챔피언십 우승처럼 스타판의 역사를 기록하는 이들의 손에 훼손된 너의 우승기록은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피가 거꾸로 솟지만 애써 논외로 하더라도, 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저그였고 최고의 프로게이머였다.

 

  누군가는 구차한 변명이라 비웃겠지만, 홀 오브 발할라가 아니었다면, 라그나로크가 아니었다면, 유보트가 아니었다면, 패러독스가 아니었다면, 펠레노르가 아니었다면, 개척시대가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네가 무관의 제왕이라며 놀림받을 일도 없었을 거라고 나는 장담한다. 사실 언급한 맵 뿐만이 아니라, 당시에 개념맵 소리를 듣던 대부분의 맵들이 밸런스 붕괴된 맵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것이다. 6:4를 개념맵 취급했었고 7:3도 나쁘지 않은 맵이라고 했으니 말 다 했지. 사실, 그나마도 네가 맞춰놓은 밸런스였다.

  혹자는 승부조작 했던 쓰레기 새끼나 이제동도 테란맵에서 싸웠다고들 하지만, 네가 혈혈단신으로 싸웠던 그 테란맵들에 비하면 그 아이들이야 말로 개념맵에서 싸운 셈이었다. 앞마당 노가스맵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시절에도 투해처리 레어로 테란을 짓밟던 너였으니, 맵이 조금만 더 공정했다면 너는 내가 아쉬워했던 그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남았을거라고... 나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던 시절, 너는 너의 실력과는 무관한 이유로 우승을 저지당했다. 대놓고 테란을 밀어주던 세력들은 이미 네가 가지고 있던 우승기록을 도둑질해간건 물론이고, 도저히 저그가 이길 수 없는 맵을 깔아대며 저그를 대표해 악착같이 싸우던 너를 가로막았다.

  흔히 너의 준우승을 얘기할 때, A급 테란이었던 서지훈을 포함해서 임요환과 이윤열 그리고 최연성이라는 최고의 테란들만 결승전에서 만났기에 네가 졌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시에 내가 본 너는 절대 그들에게 뒤지는 실력이 아니었다.

  스타판의 성장을 위해서는 이야깃거리가 필요했다. 스타판이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게임 외적인 스토리가 필요했다.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의 구조는 아주 간단했다. 선과 악을 만드는 것이었고 절대강자와 난세영웅과 희생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저그는 악당이 되어야 했고 저그의 수장이었던 너는 희생자가 되어야 했다. 저그는 매번 우승을 노리지만 우승할 수 없는 악이었고, 그 악을 이끌던 너는 매번 선역인 테란에게 우승을 내어주는 아쉬운 2인자여야 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써내려가던 이들에게 너는 절대 우승하면 안되는 존재였다.

  너는 이따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번번히 우승을 저지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네가 계속해서 준우승과 4강에 머무르던 그 시기, 나는 네가 혹여 그대로 꺾여버리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다. 우승을 향한 너의 의지가 사그라드는 것은 아닐까, 네가 포기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때 마다 너는 의연하게 툭툭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너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너의 팬들을 위해 다시 도전하겠노라고.

 

  그래, 네가 은퇴를 선언한 그 순간까지도 언젠가 반드시 너의 우승을 내 두 눈으로 볼 날이 있을거라고 믿고 싶었던 이유는, 종족과 맵의 불리함을 떠안고도 기어코 우승을 향했던 시절의 너를 지켜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너는 그 누구보다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너는 3:2로 졌던 다른 결승보다 차라리 덜 아쉽다고 했지만, 삼보배 결승은 내게 정말이지 큰 상처였다.

  삼보배에서의 너는 정말 무적이었고, 나는 네가 02KPGA 1차에서 해내지 못했던 전승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훗날 들은 이야기로는 네가 "아무나 올라오라고 해, 내가 다 이겨줄테니까."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을 정도로 너 역시 네 실력에 자신있던 시절이었고 나는 드디어 네 우승을 목도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네 유니폼 뒤에 위풍당당하게 그려졌던 風자를 기억한다. 1경기와 2경기의 무력한 패배를 기억하고 3경기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던 너를 기억한다. 땀으로 번들거리던 네 얼굴을 기억한다. 웃으며 최연성을 축하해주던 너를 기억한다. 그 날 이후 다시 보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잊지 못할 그 결승전을 기억한다.

 

  삼보배에서 이루지 못했던 전승 우승의 한은 잊혀진 줄 알았다. 조 1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좋고, 전승이 아니어도 좋고, 3:2 승리라도 좋으니 네가 우승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길어서일까. 너의 전승 우승은 내게 잊혀진 꿈이었다.

  그런데 지니어스2에서 네가 4화까지 연이은 우승을 하면서, 가슴속 어딘가에 파묻혀 있었는지도 모를 그 꿈이 되살아나 나를 설레게 했다. 한달동안이나 그 꿈에 취해 살 수 있어서 기뻤다. 삼보배 당시의 무적모드 너를 보는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여전히 너는 나로 하여금 너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했고, 여전히 너는 너를 믿게 만들었으며 여전히 너를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

  삼보배의 그 쓰라린 상처를 가지고도 "이깟 일로 포기하지 않을테니 좀 더 지켜봐 주세요."라며 너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너는 '선'과 '악'의 대결에서 늘 '선'이 이기는 것이 싫어서, 가장 악당으로 보이는 저그를 골라 '악'이 '선'을 이기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지만, 내가 지켜본 너는 늘 '선'이었다. 저그는 악당이 아니라 악당 취급을 받는 약자였고, 그 저그를 고른 죄로 너는 늘 희생을 강요당했다.

 

  임요환을 위시한 테란을 대놓고 밀어줬던 온게임넷은 김동수와 박정석의 우승을 시작으로 '가을의 전설'을 위해 특정 시즌에는 프로토스의 손을 들어줬다. 엠비씨게임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의도된 시나리오에서 저그는 항상 희생양이었다.

  너를 제외한 다른 저그들이 무참하게 나가 떨어질때도 너는 끝끝내 홀로 남아 절벽 끝에서 버티며 온 몸으로 저그를 지켜냈다. 그리고 스타판은 그런 너를 제물로 삼아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너를 뜯어먹으며 몸집을 키웠다.

 

  그 불합리함과 부조리함을 탓하지 않고 너는 늘 그 자리를 지켰다. 테란의 최강자가 4명이나 바뀌는 순간에도 너는 저그의 마지막 보루로 늘 최정상에 있었고 그들과 싸웠다.

  설령 그들의 앞에 주저앉거나 무릎을 꿇을지언정 너는 네가 서 있던 절벽 가장 끝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너는 네 어깨에 짊어진 저그의 숙명을 끝내 내려놓지 않고 버텼다.

  네가 맞서 싸운 것은 단순히 최강의 테란 4명이 아니었다. 너는 동시대 모든 테란에 맞서 싸웠고 뒤에서 그 테란을 밀어주는 검은 손과 싸웠다. 저그의 우승과 너의 우승이 이음동의어로 사용되던 시절, 저그의 우승을 용인하지 않던 그 모든것들에 대항해 너는 홀로 싸웠다.

 

  흥행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고 의도된 시나리오를 숙명이라 우기던 이들에게 맞서던 너는 '선'이었다.

  너는 희생을 강요받으면서도, 불운을 강요받으면서도 저그의 미래를 짊어진 채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묵묵히 걸었다. 네가 걷는 길은 누군가가 장애물을 놓고, 함정을 파둔 길이었지만 너는 피하지 않고 그 길을 꿋꿋이 걸었다.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함정에 빠져 다쳤지만, 너는 네 등에 짊어진 짐을 탓하거나 장애물을 놓고 함정을 파둔 이를 탓하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걷던 '선'이었다.

 

  내게 테란은 '선'이 아니라, 검은 힘을 등에 업은채 무자비하게 다른 종족을 탄압하던 '악'이었다. 가문의 힘을 믿고 왕좌에 앉아 독재를 꿈꾸던 폭군이었다. 내게 '선'은 저그였다. 무시받고 천대받고 괄시당해도, 힘겹게 버티며 자신을 지켜내던 '선'이었다. 아무리 탄압을 당해도 끝끝내 폭군에 맞서던 정의였다.

  그런 저그의 선봉장이었던 너야말로 '선'이었고 '정의'였다. 저그의 무덤이자 프로토스의 묘지였던 라그나로크에서 테란이 아닌 종족으로 유일하게 승리했던 네가 '선'이었다. 대놓고 가을의 전설을 노리며 깔았던 패러독스, 저그의 또 다른 무덤이었던 그 곳에서 박경락까지 테란을 선택했을 때에도 "저그로 합니다."라고 단언했던, 다른 저그들이 해보지 못한 승리를 자신이 꼭 해보고 싶다며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보겠다던 네가 바로 '선'이었다.

 

  나는 너를 보면서 '선'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선'을 방해하고 괴롭히던 모든 것들을 '선'인 네가 물리치고 우승을 거머쥐며 정상에서 웃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늘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였지만, 나의 '선'이었던 너는 약하지 않았고 악하지 않았다. 그래서 너를 응원했다. 내게 '영웅'은 박정석이 아니라 홍진호, 너였다.

 

 

 

  십여년이 지나도 너는 '선'이었다. 세월의 때도 묻지 않은채 너는 '선'이었다. 수없이 패배를 맛보고 숱한 좌절을 겪고 난 뒤에도 너는 '선'이었다. 너를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당겼던 이들의 손을 모두 뿌리치고 너는 '선'이었다. 또다시 너를 배척하고, 무시하고, 희생양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너는 여전히 '선'이었다. 여전히.

 

  그렇게 죽어라 저그를 탄압해도 끝까지 버티던 네게 더더욱 악랄하게 굴었던 이들처럼, 지니어스 게임 속 '악'들은 네가 '강자'라는 핑계로 너를 배척했다. 그 악랄한 이들의 탄압에도 너는 네 자신을 더럽히지 않고 버텼다.

  마치 십여년 전 그 때 처럼, 너는 또다시 절벽 끝에서 너만의 방식으로 싸웠다. '저그'라는 종족을 짊어졌던 그 때 처럼, 이번에 너는 '선'을 짊어지고 싸웠다. 그것은 '힘'이 아니라 '짐'에 가까웠으나, 너는 끝끝내 그것을 놓지 않았다. 십여년 전에도 그랬듯이.

 

  그래, 너는 여전히 너다웠다.

  너를 제물로 삼으려는 이들을 두려워 하지 않고 다시 맞섰으되, 너는 승리를 위해 결코 네 신념을 팔지 않았다. 너는 여전히 네가 지키고 싶어하던 너만의 정의를 지켜가며 싸웠다. 존경받는 게이머가 되고 싶다던 너는, 너의 그 목표를 조롱하던 이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너만의 목표를 위해 너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정당한 승부, 자랑스러운 승리, 동료이자 적인 이들에 대한 존경과 존중,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플레이,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는 자세, 모두에 대한 신의, 프로로서 가져야 할 승부욕, 네 게임에 대해 설명하기를 좋아하던 모습까지. 너는 여전히 내가 사랑했던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나의 '선'이었던 너의 우승을 기도했고 이번에는 반드시 '선'이 이기기를 바랬다.

 

 

 

  스타판은 권선징악의 동화가 아니라 전쟁이었다. 착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강한 자가 이겼다.

  '선'은 '독'을 이기지 못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때로는 악해져야 했고 때로는 독해져야 했으나, 가엾은 나의 영웅은 그러지 못했다. 너는 어쩔 수 없는 '선'이었다. 이길듯 이길듯 하지만, 마지막에는 지고 마는.  너는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선'이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조금만 더 독한 사람이었다면, 네가 조금만 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면 너는 무개념맵 따위와는 상관없이 우승을 거머쥐었을거라는 생각에 나는 늘 아쉬웠다.

  아직도 너무 아쉽고 억울한 03올림푸스배 1경기. 네가 다 이긴 그 경기에서 뜬금없이 PPP를 쳤던 서지훈을 나는 네가 은퇴할 때 까지 미워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밉다. 다 진 경기에서 하필 그 순간에 PPP라니...

  너는 그 상황에서 항의 한번 하지 않고 쿨하게 재경기를 받아들일 게 아니라, 억울해 하지도 않고 5경기 전략을 땡겨 쓸 게 아니라, 경기 속행을 거부하고 우세승을 주장했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너는 올림푸스배에서 우승했어야 했다.

  그러나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너를 책망하면서도, 그런 너이기에 너를 더 사랑했다.

 

  03마이큐브 8강, 패러독스를 기억한다. 저그의 무덤이었던 그 곳을 기억한다. 너의 저그를 사랑해 마지않던 내가, 차라리 네가 테란이나 프로토스로 경기하기를 바랬던 그 지옥을 기억한다. 주종족이 아닌 테란이나 프로토스로도 동료들을 상대로 승률이 높았던 너였지만, 너 스스로 저그가 암울하다고 했던 그 곳에서 저그를 고집했던 너를 기억한다. 도무지 저그가 이길 수 없는 그 맵에서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노력하던 너의 집요함을 기억한다.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디스가 걸렸던 순간, 환호하던 나를 기억한다. 그 찰나의 순간동안, 제발 연결이 끊기고 재경기 하게 되기를 두 손 모아 염원했던 나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런 내게 보란듯이 네가 화면에 찍은 두 글자를 기억한다. GG. 악착같이 버티던 너의 패배선언에 순간 화가 나 울컥하던 나를 기억한다. 곧이어 화면에 비춰진 네 얼굴을 기억한다. 숨을 몰아쉬던 너의 그 의연한 표정을 기억한다. 내 귓가를 때리던 해설진들의 칭찬을 기억한다.

  너의 GG 선언에 화를 냈던 내가 부끄러웠다. 홍랜덤, 홍토스는 어디다 갖다 버리고 저그를 골랐느냐고 너를 책망했던 내가 부끄러웠고 재경기를 외쳤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 날 너의 패배는 그 어떤 승리보다 아름다웠다. 경기가 끝나고 박정석에게 "꼭 우승해라."하며 동생을 격려했다던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새삼 깨달았다. "이래서 내가 너의 팬일 수 밖에 없구나." 하고.

  그래, 그 때에도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너는 그런 게이머였다. 너는 최후의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만큼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했고 항상 승부욕에 불탔지만, 게임 외적인 요소가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경계하며 정당한 승부를 지향하던 게이머였다. 너는 그 누구보다 순수한 게이머였다. 너는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게임을 사랑했고, 네가 지향하는 순수한 승부에 대해 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게이머였다.

 

  04스카이 4강, 악몽과도 같았던 임진록. 너 역시 평생 잊지 못하겠지만, 내게도 그 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 충격의 패배를 마주한 네 얼굴을 어떻게 잊을까. 너는 잠시 망연자실해하는 표정이었고, 잠시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으며, 잠시 화가 난 표정이었다. 패배후 그런 표정을 짓던 너를 나는 처음 보았고, 나는 너의 패배가 아쉽다거나 임요환의 승리에 화가 난다거나 하기보다는 너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훗날 네가 밝혔듯이, 미친듯이 달려 도착한 곳에서 혼자 깡소주를 마시고, 피씨방에 들어가 사람들의 반응을 본 뒤 네가 적었다던 그 글. 그 글을 읽고 무너졌던 내 가슴을 어떻게 말로 다 할까. 한번도 네 자신 이외의 무언가를 탓해 본 적 없던 네가, 처음으로 테란이라는 종족의 유리함과 천운을 탓했던 그 글을 읽으면서, 나는 네가 비겁하다고 느끼기보다 너의 무너진 그 자존심과 자긍심을 걱정했다. 네가 가장 화가 났던 대상은 임요환이 아니라 너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매번 준우승에 머무르면서도 네가 좌절하지 않았던 이유, 프로게이머로서의 너의 자존심과 저그라는 종족의 수장이라는 자긍심, 그것이 산산히 조각났으니 혹여 네가 거기에서 주저앉을까 겁났다.

  그러나 너는 또다시 일어섰다. 누구보다 힘들었을 네가 그저 팬들의 한마디 위로를 바라며 적은 그 글에 대해 무수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너는 그 십자포화를 맞고도 다시 일어섰다. 이전까지 너를 응원하던 많은 이들이 너의 절규마저 조롱했지만, 너는 아랑곳않고 다시 너의 길을 걸었다. 05아이옵스 임진록에서 또다시 벙커링을 시도한 임요환에게 설욕했던 너의 덤덤한 표정을 기억한다.

  훗날 너는 그 치욕의 순간을 소회하면서 말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지더라도 멋지고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내가 사랑했던 너는 그런 게이머였다. 최고보다 최선을 위해 노력하던 게이머였고 승리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좋은 경기에 대한 욕심이 있던 게이머였다. 너는 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 싸웠고, 너를 위한 경기가 아니라 팬들을 위한 경기를 했다.

 

  돌이켜보면, 너의 이러한 점들이 너의 우승을 방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의 이러한 점들이 나로 하여금 너를 계속해서 응원하게 했고, 너를 사랑하게 했다.

 

 

 

  너는 여전히 너다웠다. 내가 응원했었던 그 시절 그대로였다. 내가 사랑했던 그 모습을 너는 여전히 간직한 채였다. 그리고 너는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운 패자가 되었다. 너의 실력과 무관한 이유로 패한것까지도 그 시절과 같았다. 혈혈단신으로 절벽 끝에서 다수와 맞서 싸우다가 끝내는 무릎을 꿇었지만, 끝까지 네가 짊어진 것들을 내려놓거나 포기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 까지도 너다웠다. 2연속 우승을 응원하며 가슴졸이던 나는 또다시 나의 '선'이 패배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마지막까지 '승리'가 아니라 '게임 다운 게임'을 생각했던 너라서 기뻤다. 상대의 올인에 폴드하지 않고 네가 지지 않을 상황을 믿고 콜을 했던 너라서, 승부를 피하지 않던 너라서 기뻤다. 패배에 아쉬워 하는 게 아니라, 좋은 게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는 너라서 기뻤다. '게임'이 아니라 '도박'을 했음에도, 결과를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상대에게 멋지게 GG를 선언하는 너라서 기뻤다. 여전히 '프로게이머'다운 너라서 기뻤다.

 

  네가 끝까지 '선'이어서 기뻤다.

 

 

 

  사실 너는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었다.

 

  내가 지켜본 한,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한 너는 가장 많은 모욕을 받은 게이머였다. 너는 너의 팬이었던 나조차도 견디지 못할 만큼 수많은 비난을 받았고 조롱을 받았으며 끝없는 멸시와 치욕을 견뎌내야 했다. 그것은 한 사람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폭력이었다.

 

  너는 단지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디찬 땅에 산채로 파묻혔다. 너를 힐난하던 이들은 너의 절규를 듣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파묻은 네가 숨막혀 몸부림치는 광경을 보며 낄낄거렸고 네가 발버둥칠때마다 너를 짓밟았다. 그들은 심심하면 너를 파묻은 곳에 흙을 끼얹어 다지거나, 그곳에 침을 뱉거나, 그곳에서 음주가무를 하고 놀았으며 때로는 간신히 숨이 붙어있는 너를 꺼내어 난도질했다.

  그들 중에는 한때 너의 팬이었던 자들도 있었다.

 

  나는 억울했다. 너는 절대 그런 취급을 받을 게이머가 아니었다. 너는 충분히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였으며, 04스카이 4강과 05WCG 예선을 제외하면 네가 목표로 하던 '존경받는 게이머'에 위배되는 일을 하지 않았고 그나마 앞선 두 사건도 큰 오점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러나 너는 까였다. 가루가 되게 까였다. 네가 했던 실수가 오점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너를 까대던 이들은, 종국엔 네가 숨만 쉬어도 너를 깠다. 그들은 너의 모든것을 문제삼았고, 너는 네가 걸어온 길과 네가 지켜왔던 신념과 네 소중한 목표를 부정당했다.

  너를 까대던 이들은 점점 그 세력을 불렸고, 너는 너의 팬을 제외한 모두에게 죄인이 되었으며 너를 옹호하는 이들은 모두 마녀사냥을 당했다.

 

  너를 향한 폭력은 문희준을 향한 광기에 비견될만큼 잔인했다. 내가 기억하기에, 너는 문희준 이후 문희준 다음으로 많이, 그리고 오래 까인 사람이었다.

  나는 너에게 가해지는 집단의 광기와 폭력앞에서 무기력했다. 그들이 부정하는 너의 본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면 어김없이 융단폭격을 맞았다. 나는 이따금씩 무모하게 그들과 키배를 뜨며 싸웠지만, 그저 속으로 화를 삭히거나 그들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던 적이 더 많았다. 나는 너를 위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팬이었다. 그리고 네 대부분의 팬은 나와 같았다.

 

  너는 혼자였다. 너는 갑옷도 방패도 없이 혼자 그들과 맞섰다.

  아니, 버텼다고 표현하는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너는 너에게 날아오는 오물을 그대로 뒤집어썼고 너를 향한 욕설을 들었으며 너에게 가해지는 돌팔매질을 버텼다. 눈부시게 빛나던 너는 거기에 없었다. 너는 온갖 오물로 더럽혀져 있었으며 온갖 상처로 피투성이였다. 그러나 너는 너덜너덜한 몸으로도 눈물나도록 꿋꿋하게 버텼다. 너는 눈을 감지도 귀를 막지도 않았고 주저앉지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나는 네가 주저앉을까봐 노심초사 하는 것 말고는, 상처 투성이의 네가 그대로 죽어버릴까봐 두려워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네가 선수 생활을 포기할까봐 겁났고 네가 혹여 나쁜 생각이라도 할까봐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너는 피떡이 된 몸을 이끌고 걸었다. 차라리 아무도 너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가 편히 쉬기를 바랬을만큼 엉망진창인 상태에서도, 너는 어떤 길을 걸어갔다. 그 길은 아무도 그 끝에 도달해 본 적 없는 길이었으며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길이었다. 너는 피범벅을 해서는 그 길을 힘겹게 힘겹게 걸었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너는 힘겹게 발길을 옮기는 와중에도 너의 옆에서 걷고 있던 너의 팬들에게 웃어주었으며 때로는 나를 포함한 너의 팬들을 걱정하고 위로했다. 그저 너의 곁에 있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도 너는 고마워했다.

 

  힘들게 걷는 너를 쫓아다니며 여전히 너를 욕하고, 네게 침을 뱉고, 네게 돌을 던지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너는 멈추지 않고 걸었다. 차츰 너를 괴롭히던 이들이 줄어들었고, 너를 힐난하던 이들도 네가 걷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너는 아랑곳않고 너의 길을 갔다. 그리고 끝내 너는 네가 걷던 그 길의 끝에 섰고, 웃었다. 

 

  언제부턴가 너를 향했던 폭력과 광기는 가벼운 장난과 애정으로 미화되었고, 너에게 돌을 던지고 너를 파묻었던 이들은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자비했던 집단폭력이 모두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며 변명했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콩까=콩빠'의 논리를 앞세워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한 면죄부에도 네가 상처받았던 '콩'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 끝까지 잔인했다. 그들에겐 네가 받았던 상처는 중요하지 않았기에, 결국에는 너도 웃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며 자신들을 정당화했다.

  나는 그들의 그 허접한 변명과 추악한 면죄부에 구역질이 났다.

 

  그러나 너는 그들을 향해 웃었다, 너의 팬들을 향해 그랬던 것처럼.

  너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너에게 가해졌던 그 폭력의 주체를 너는 모른척했다. 너는 네가 온 몸으로 맞섰던 그 폭력을 그저 운명이 부여한 시련쯤으로 여겼다. 네 상처가 아물어가던 무렵부터 너는 너에게 쏟아졌던 비난과 조롱을 덤덤히 되새김질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네 스스로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기에 이르렀다.

  콩, 콩댄스, 2인자, 3연벙 같은 것들을 웃으며 얘기하는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모든것을 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에 꽂혔던 비수들을 꺼내어 보이는 너를 보면서 나는 피눈물을 삼켰다. 너를 갈가리 찢어놓았던 그 칼에 무뎌지기까지, 너는 얼마나 굳은살이 배겼어야 했을지 나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너는 너를 갉아먹던 악에 맞서기 위해 더 큰 악이 될 수도 있었지만, 너는 악해지는 길을 택하지 않았고 되려 더 선해지는 길을 택했다.

  그래서 너는 내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네가 '악'에 물들었대도 세상 그 누가 너를 비난할 수 있으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끝끝내 '선'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네가 아팠지만, 동시에 너를 보며 기뻤다.

  그래서 너는 내게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절대 선'이었다.

 

 

 

  가끔 생각해보곤 했다. 전쟁 속에서 홀로 동화를 꿈꾸던 너에게, 가장 좋은 결말은 뭐였을까?

  아쉽게 준우승 혹은 4강에 그쳤던 그 모든 경기에서 우승하고, 스타판 역사에 길이 남을 최강자가 되었더라면 좋았을까? 아니면 네가 조롱받고 비난받던 그 모든 과거를 지우고, 네 목표대로 흠집 하나 없이 존경받는 게이머로 남았더라면 좋았을까?

 

  너는 사람들이 멋대로 네 어깨에 지운 '저그의 수장'이라는 짐을 꿋꿋하게 짊어졌고, 네가 몇년간 짊어지고 걸었던 그것을 사람들이 멋대로 빼앗았을 때에도 화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제멋대로 이유를 붙여가며 너를 비난했을 때에도 너는 모든것을 네 탓이라고 여겼고, 사람들이 너를 제멋대로 이용해먹다가 버렸지만 너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너의 결말을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그의 한을 풀지 못했던 수장, 비운의 프로게이머.

 

  혹자는 네가 무능력한 저그의 수장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목동체제를, 누군가는 뮤짤을, 누군가는 3햇 하이브를, 누군가는 완성형 저그의 표본을 남겼으나 너는 저그에게 아무것도 남긴 것이 없다고 얘기한다. 너는 정규리그 우승을 이루지 못한, 끝내 저그의 한을 풀지 못했던 저그라고 얘기한다. 네가 그토록 노력해도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후배 저그들은 너무 쉽게 이뤄냈다며, 너는 수준낮은 저그라고 얘기한다.

 

  혹자는 네가 그저 그런 2인자였다고 이야기한다.

  네가 우승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단지 너의 신념이 고지식했기 때문이고 너의 승부욕과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너는 너 개인으로도 모자라 팀에게서도 우승을 빼앗은 불운의 아이콘이라고 얘기한다. 너는 팀에게 우승을 안겨준 적 없는 무능한 주장이자 게이머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나는 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는 저그라는 종족의 시작인 라바 관리의 중요성과 그 기준을 제시한 '저그의 시작'이었다. 너는 저그라는 종족을 가장 제대로 이해하고 있던 '저그의 바이블'이었으며 저그가 가진 공격성을 일깨운 '저그의 왕'이었다. 너는 저그의 한이 아니라, 저그가 무참히 짓밟히던 시절 단 하나였던 '저그의 희망'이었다. 너는 후대 저그들을 위해 저그의 기틀을 닦은 '저그의 선구자'였다. 너의 뒤를 이었던 수많은 저그들은 결국 네가 제시했던 '저그의 시작'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므로 너는 '저그의 끝'이었다. 너는 그 자체로 '저그의 혼'이었고, '저그의 모든것'이었다.

  너는 세상 그 어떤 1인자도 줄 수 없는 감동을 준 게이머였으며, 네가 지켜왔던 신념은 고지식한 것이 아니라 '프로게이머의 본질'이었다. 너는 쓰러지고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불굴의 아이콘이었고, 단지 우승이 없었을 뿐 기록과 꾸준함 모두 손에 꼽히는 유능한 게이머였다. 너는 이스포츠를 잉태하고, 낳고, 키웠던 양대산맥이었으며 이스포츠를 지탱하던 기둥이었고 이스포츠를 수호하던 신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너의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지니어스 게임을 보기 전 까지는.

 

 

 

  번번히 느꼈던 것이지만, 나는 아주 아둔한 팬이었다. 오랜 시간 너를 지켜보며 너를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때때로 너의 본질을 잊었다. 그리고 그 때 마다 너는 내게 너의 본질을, 너의 존재를 증명해보였다.

  너의 폭풍을.

 

  지니어스 게임에서 너는 또다시 내가 잊고 있었던 홍진호를 상기시켰다.

  강한 상대를 피하지 않고 도리어 강자와의 승부를 즐기던, 확신이 설 때 까지 신중하되 승부를 봐야 할 순간에는 폭풍같이 몰아치던, 김구라와의 데스매치가 그랬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너만의 필승법을 찾아내던, 오픈 패스가 그랬다. 타인의 도움을 받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이고 너는 너의 방식대로 게임하겠다던, 박은지와의 인디언 포커가 그랬다. 단순히 네 패만 생각하며 최선의 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가지는 최악의 수를 찾고 그것을 역이용하던, 불리할수록 집중해 치고 나가던, 아주 긴 게임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던, 성규와의 데스매치가 그랬다. 남들과 다른 발상과 새로운 방식의 접근으로 게스트들의 찬사를 이끌어내던, 5:5게임이 그랬다. 상대가 너를 도발하고 칭얼거려도 묵묵히 네 승부에 집중하던, 결승전의 인디언 포커가 그랬다. 유리한 상황에서도 네가 해야 할 것을 잊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던, 결승전의 결합이 그랬다. 정해진 길을 고집하지 않고 역발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던, 자리 바꾸기가 그랬다. 남들이 놓치는 사소한 것에서도 게임의 실마리를 잡아내던, 노홍철의 해달별 조언이 그랬다. 게임과 동료에 대한 신의와 소신을 끝까지 지키고자 노력하던, 암전게임이 그랬다. 남들보다 한발 더 앞서 걷고 한계단 더 높은 곳에서 게임하던, 역의 역까지 생각하던, 이은결의 해달별 조언이 그랬다. 아무리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기지를 발휘해 파해법을 찾던, 7계명이 그랬다.

  지니어스 게임의 너는 예전처럼 여전히 그랬다.

 

  너는 여전히 폭풍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너의 결말이었다.

  너의 결말은 아직 없었다. 그리고 너는,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결말 없는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너는 영원히 소멸되지 않을 폭풍이므로, 네 폭풍의 끝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너는 이제껏 그래왔듯이 이따금 한번씩 귀환해 나를 포함한 너의 팬들에게 너의 폭풍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릴 것이고,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폭풍으로 영원할 것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네가 써내려오던 대서사시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님을, 끝나지 않음을.

  너는 지니어스 게임을 통해 너의 아둔한 팬에게 그것을 증명했다. 이제껏 계속해서 너의 존재와 본질과 가치를 증명했듯이.

 

 

 

  지니어스 게임 시즌1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네가 했던 우승 소감을 기억한다. 너는 말했다, "내가 했던 길들이 절대 틀린게 아니다."라고. 너는 당당하게 네가 걸었던 길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나는 네가 그 길을 걸을 때 의구심을 품었고 네가 그 길의 끝에 섰을 때 아쉬워 했으나, 자랑스러워하는 너의 얼굴과 확신에 찬 너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너의 어리석은 팬은 깨달았다. 너는 옳았다.

  호랑이와 하이에나가 난무했고 벌레들이 들끓었으며 무수한 장애물과 함정이 처음부터 설계되어 있었던 길. 네가 상처 투성이의 몸을 하고서도 묵묵히 끝내 그 길을 걸었던 이유를, 그 길의 끝에서 웃었던 이유를 나는 지니어스 게임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네가 걸었던 그 길이 어떤 길이었는지를.

 

  너는 아주 긴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나는 네가 멈춰서서 웃었을 때, 그 길이 끝난줄로만 알았다. 너의 웃음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그 때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고행을 끝낸 너의 소회인줄만 알았을 뿐.

  이제는 안다, 너의 그 웃음은 네 앞에 새로 시작된 또 다른 길에 대한 다짐 같은 것이란걸. 그리고 너는 지니어스 게임을 통해 그 새로운 길에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너는 지금껏 걸어온 길 보다 훨씬 더 많은 길을 가야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나는 네가 걷기를 포기하거나 중간에 쓰러져버리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너는 이제껏 그래왔듯이 또 묵묵히 네가 가야 할 길을 갈 것이고, 그 끝에서 결국 웃을 것임을 믿고 있기에.

 

  어떠한 길을 가든, 나의 폭풍을 응원한다.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m no longer young and beautiful?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 got nothing but my aching soul?

I know you will, I know you will.
I know that you will.

- Lana Del Rey, <Young and beautiful>

 

  나는 네가 은퇴하던 순간까지 언젠가 네가 우승할 날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우겼고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너의 시대는 끝난지 오래였고 너는 끝물을 넘어서 퇴물이 되어 있었다는걸. 그럼에도 너는 위태롭게 그 판에서 버텼고 그래서 나는 끝까지 꿈을 꿀 수 있었다. 누군가는 오기라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의리같은 거였다. 사실 네가 더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은 네 스스로 제일 잘 알고 있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치여 험한 꼴을 보면서도 네가 그 판에서 포기하지 않고 버텼던 것은 그때까지도 너를 응원하던 이들에 대한 일종의 의리였고, 나 역시 그런 너를 끝까지 믿는 것이 그런 너의 눈물나는 노력에 대한 보답이었다.

 

  네가 더이상 젊지 않았을 때에도, 너의 외모가 변하고 너의 손이 굳고 너의 성적이 떨어졌을 때에도 나는 너를 사랑했다. 너보다 젊고 예쁘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쏟아져도 나는 너만을 사랑했다. 네게 남은 것이 상처뿐인 영혼이었을 때에도 너를 사랑했다. 너를 사랑하며 내 영혼도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너만을 사랑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너를 사랑하려고 한다.

 

 

 

  지니어스 게임의 너를 이야기 하면서 게이머 시절을 더 많이 회고했던 것은, 지니어스 게임의 네가 여전히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사랑하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너를 보면서, "역시 홍진호는 홍진호구나." 하고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너의 행동에서 애써 네 선수시절의 흔적을 찾지 않아도, 너는 프로게이머 시절 홍진호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승부에 있어 주저함이 없던 너는, 마지막까지 '프로게이머 홍진호'다웠다.

  그래서 기뻤고, 그래서 고마웠다.

 

 

 

더 지니어스, 홍진호. 아쉬웠지만 너는 최선을 다했고 최고였다. 여기서 끝나지만, Good Game이었다.

 

수고했다, 진호야. 고생했어. 잘 했어.

덕분에 즐거웠어. 고마웠다.

 

사실 화도 나고, 억울하고 분하기도 하지만, 나도 이쯤에서 너처럼 멋지게 GG를 선언하려고 한다.

 

 

 

너는 언제나 폭풍이었고 앞으로도 폭풍이리라 믿는다.

폭풍은 소멸하지 않으며 언젠간 귀환하리라고 믿는다.

잠들지 못하는 밤, 내 청춘에 폭풍을 불러왔던 너에게,

누구보다 선하고 순수했던 너의 폭풍을 사랑한 이가.

 

 

 

GoodLuck, [NC]...YellOw.

GoodLuck, 홍진호.

 

 

 

 

 

 

 

 

 

* 간밤에 비공개로 작성했던 글인데, 조금 수정해 공개로 돌립니다. 혼자 한풀이 하듯 쓴 글이라 의식의 흐름을 따랐고 횡설수설 정신없이 길기만 한, 영양가 없는 글이지만... 혹여 저처럼 여전히 폭풍으로 진호를 기억하고, 앞으로도 진호를 폭풍으로 기억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공개로 전환합니다.

* 짧게라도 저와 비슷한 기억, 비슷한 마음, 비슷한 생각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이 헛헛한 기분 함께 풀어요.

 

 

 

 

 

본방을 보고 이제껏 넋놓고 있었네요.

사실, 아직도 손가락에 힘이 잘 안들어가고, 후들후들 합니다.

이렇게 끝이라는게 너무 아쉽고.......... 하하.....

스포를 봐버려서, 어느정도 각오하고는 있었지만

이런식일줄이야... 참.......................

하......... 그냥 너무 허무하네요.

이렇게 끝이라니....... 오늘은 잠 못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겠네요.

오늘부로 제게 지니어스2는 종영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요환이가 남아있지만, 본방으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고...

다운받아 보거나, 그나마도 안 하게 될 것 같네요.

 

인디언 홀덤에서 은젼이 올인했을때, 정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진호는 올인을 받는게 최선이었거든요. 칩수가 적어서 어짜피 후반 운영도 힘들고...

무엇보다 올인해도 절대 지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자신의 카드가 1이면 더블, 2면 무승부, 3 이상이면 승리...

근데 참... 기가막히게도 양쪽 모두 2가 나왔다는게....................

홍빠생활 하면서 지긋지긋했던 2.

그 2가 또 이 상황에서 진호를 도와주지 않다니요.

참.....................

진호가 2에 무던해진 만큼,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었는데...

다시 도졌습니다. 2 트라우마.

 

하........... 정말 그냥 너무 황당하다는 말 밖에는.

 

어쨌든 실력으로 진 것도 아니고, 다구리 맞아서 진 것도 아니고

그저 운빨로 졌다는게 그나마 위안입니다.

아.... 그게 더 슬픈건가...........

 

사실 지금 좀 횡설수설 정리가 안되는 상황이라....

 

그냥.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진호야, 수고했다. 고생 많았다 정말.

배척받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 고군분투했던거 알아.

힘겨웠을 1대 다수의 상황에서 너는 할만큼 했고, 보여줄만큼 보여줬고,

잘 했어. 정말 잘 했다.

고맙다는 말 하고싶어. 암 유발 방송이라 본방시간만 되면 심장이 삐걱거렸지만서도

네가 보여주는 '지니어스'한 플레이에 그 괴로움 다 잊을 수 있었어.

게이머시절 보여줬던 네 눈빛, 게임에 몰두한 네 모습, 네 승부욕과 매너, 페어플레이 정신.

프로게이머 홍진호를 그리워했던 나는, 네 그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기뻤어.

스타리그에서, 프로리그에서 네 경기만 기다렸던 그 시절 그 기분을 다시 느끼게 해줘서 고맙고

네 플레이에 환호할 수 있어서, 네 인성과 매너와 프로정신에 감탄할 수 있어서, 다시 그럴 수 있어서 좋았어.

수고했다. 고생했다. 잘 했다, 진호야.

지니어스에서 유일한 지니어스는 홍진호 너였어.

프로게이머 시절, 박성준이 우승하고 이제동이 우승해도 내게 최고의 저그는 너였듯이

지니어스2에서 누가 우승하던간에, 내게 유일한 지니어스는 너야.

더 지니어스, 홍진호.

 

 

 

 

 

 

 

사실, 지난주 그 사단이 난 이후에... 이번주에 진호가 탈락한다는 스포를 봐 버려서

감상이고 뭐고 의욕이 안 생기더군요. 그런데 정말로 진호가 떨어져버렸네요.... 하하....

마음 좀 추스리고 나면, 5 6 7화 감상 차례로 업로드하고,

시즌1이나 다시 달려볼까 합니다.

일단 마음 좀 추스려야겠어요.... 사실 너무너무 슬프네요.

진호가 다시 우승하길 바랬는데. 2라는 숫자가 더이상 진호를 괴롭히는 숫자가 아니라,

진호에게 신의 가호를 내려주는 숫자이길 바랬는데.... 또 이렇게 사람 가슴에 비수를 꽂는 숫자가 될 줄이야.

아쉽고, 슬픈 밤이네요...

7화는 당분간 못 볼것 같아요...

아픈 몸으로 본방 봤다가 진짜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암걸릴 뻔 했다.

일요일에도 할 게 많았는데 그냥 머엉........

 

오늘 점심시간에 어쩌다가 지니어스 얘기가 나왔는데

하필 그 얘기 꺼낸 사람은 조유영 예쁘다고 쉴드....... 나머진 지니어스가 뭔지도 모름.....

하....................... 열불나고 울화통 터져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는지 콧구멍으로 넘어갔는지.............

어린 친구한테 현실 세계에서 그깟 예능 가지고 목소리 높일 수도 없고,

가만히 있자니 속터져서 있을 수가 있나.

몇마디 하다가 노답이라는 걸 알고 그냥 닥치고 밥이나 먹었는데

체한것 같다.

그놈의 지니어스가 뭐라고 이렇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힘든건지.

 

6화를 보고 나니 감상이고 뭐고 내가 그 프로그램 붙잡고 하나하나 뜯어가며 분석할 이유도 못찾겠다.

하........ 진짜...........

현실에서 수없이 부딪히는 추악함을 예능에서까지 보고 나니,

그것도 내가 십여년이나 좋아했던 사람이 그 추악함의 피해자가 되어 있는걸 생생히 보고 나니,

이건 도저히 '그깟 예능'이라고 봐 줄수 없는 수준까지 와버렸다.

프로그램도, 내 몰입도도.

참나ㅋㅋㅋ 그깟 예능때문에 일이 손에 안잡히는것도 웃기고,

이 속터지는 마음 어쩔 길 없어서 일과시간에 블로그에 끼적대는 나도 웃기고,

악착같이 방송인 쉴드치는 피디새끼도 웃기고.

 

진호나 요환이를 거기서 빼 오고 싶은 마음 뿐.

진호가 저 공고한 방송인 카르텔을 깨고

매번 데스매치에서 깨부숴가며 우승하기를 기원했지만...

더 험한 꼴 보기 전에 진호나 요환이나 그냥 손 털고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나도 더이상 1급 발암물질 접하지 않아도 되고.

 

멀티 없어도, 본진하고 앞마당 자원만 가지고도 끝까지 버티고

지지 치더라도 최대한 병력 끌어모아 한방러시 한 다음 끝내던 진호가,

실낱같은 가능성만 있어도 버텨가면서 게임해보겠다고 그 많은 관광 당했던 진호가,

물론 프로게이머니까 승리가 목표지만, 지더라도 항상 멋진 게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던 진호가

그런 진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 놓은 채 메인 홀에 내내 앉아있는 걸 봤을때의 심정이란..............

내가 아직도 다시 못 보는, 유보트 혈전만큼이나... 정말 그때만큼이나 마음아팠다.

아, 유보트는 그래도 처절하지만 열심히 경기를 했으니 그것과 비교하는건 그 피눈물나는 경기를 했던 진호에 대한 실례일까.

그래, 어쩌면 아직도 다시 못 보는 삼연벙 만큼이나 마음 아팠다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하.......... 5화 감상을 미루는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6화를 보고 나니 그저 의욕상실. 아니 그건 둘째치고, 아직 반이나 더 써야 하는데 6화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있을런지.

하아. 모르겠다.

퇴근하고 집에가서 진호 명경기나 보면서 치맥한잔 하고 생각해야겠다.

술병 났던 사람 술 땡기게 해주는 지니어스. 대다나다.

 

 

 

지니어스 촬영장에 가서 외치고 싶다.

하나,

둘,

셋!

홍진호 화이팅!!!

 

 

 

 

 

 

 

+ 지니어스 5화 감상과 6화 감상은 7화 방영 전까지는 꼭 올릴 계획입니다. 더 미뤘다가는 정말 쓰기 싫어질 것 같아서요.

   진호가 지니어스에 출연하는 한은 계속 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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