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을 살기 바빠서(라는 핑계로 만사가 귀찮아서) 드라마를 아예 안 보고 산 지 어언 몇 년. (그 유명한 오징어 게임도 안 봄)
어쩌다 보니 BL 드라마(하나는 영화본으로 봤지만) 네 개를 연달아 달리고 급 현생 불가 모드로 들어가서;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한다.
최근 연달아 달린 드라마는 겨울 지나 벚꽃 -> 나의 별에게 -> 시맨틱 에러 -> 새빛남고 학생회.
그나마 정기적으로 챙겨보는 꼬꼬무를 보러 웨이브에 들어가서 겨울 지나 벚꽃이 뜬 걸 보고 호기심에 클릭했다가... 그 때 부터 현생 불가 헬게이트가 열릴 줄은 꿈에도 몰랐지.
겨지벚 보고 급 삘이 꽂혀서 유튜브 기웃대다가 나별을 접하고... 그거 또 며칠 기웃대다가 발견한 새빛. 첨에는 연기의 압박과; 컨셉의 압박이 심해서 차마 도전 못하고 또 정처없이 해메다가...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라 공중파까지 진출했다는(출비) 시에러를 달렸다가... 간만에 달리는 드라마의 갈증이 미처 달래지지 않아 나름 맘먹고 도전한 새빛.
가장 나중에 접했고 가장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래도 새빛을 가장 먼저 정리하려는 이유는 사실 가장 많이 여운이 남아서다. 물론 완성도 자체는 나별이나 시에러가 훨씬 좋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고 같은 학생물이라면 차라리 겨지벚이 더 내 취향에 맞지만 그래도 새빛이 계속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다온이 때문인 것 같다. 내게 가장 여운이 남는 캐릭터가 신다온이기 때문에.
그래서 신다온 시점으로 다시 드라마를 보면서(이미 여러번 돌려봤지만) 내 감상을 정리하고 나면 이 여운이 좀 가시고 현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오랜만에 블로그를 열었다. 따라서 이 시리즈는 전지적 다온이 시점으로 전개될 예정이고, 노신우 시점으로 드라마를 본 사람들에게는 별로 재미가 없을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대충 보아하니 신우태경이 메이저 중의 메이저라(결과적으로 신우와 태경이가 이어졌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심하게) 다온태경은 마이너 중의 극 마이너를 넘어 파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그래서 내가 팜.
참고로 나는 늘 그렇듯 드라마 캐릭터 자체를 애정할 뿐 배우 본체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참고 바람. 또한 어차피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드라마 자체는 다 알 거라고 보고 다른 블로그에서 숱하게 볼 수 있는 공홈 붙여넣기 식의 인물 소개와 작품 소개는 건너 뛰겠음.


놀랍게도, 이 중에 내 첫사랑이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마냥 첫사랑 찾기로 시작되는 드라마.
지독한 서브병을 앓고 있는 나는(왜 슬픈 예감은 늘 틀린적이 없나...) 특히나 로맨스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그래서 보는 로맨스물이라곤 거의 퀴어 로맨스 뿐) 더더군다나 응답하라 시리즈류의 최종 승자 찾기 게임 같은 컨셉을 극도로 싫어한다.(그래서 응칠도 다 건너뛰고 준희 부분만 봄) 온갖 떡밥 뿌리면서 마지막 회 까지 질질 끌다가 마지막에 쨔쟌 실은 얘네 둘이 커플이고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하며 서브를 도구 취급하는 컨셉은 정말 극혐 중의 극혐이다. 실은 이 드라마도 신다온만 아니었으면 때려 쳤을 것.

어쨌든 이미 시작한 드라마니까 2년 전 고딩때로 들어가 본다.

담임이 먼저 악수하자고 손 내밀어도 씹고

뒤에서 애들이 수근거리면 그냥 참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아싸인 주제에 솔직하기는 또 오지게 솔직해서 할 말 있음 내 앞에서 크게 말하든지, 그럴 거 아니면 안 들리게 말하라고 하다가 니가 그딴 식이니까 친구가 없는 거라며 시비 털리고

반 단톡방에도 없어서 뭔 과제가 떴는지도 모르는 아싸중의 아싸지만

학생들에게 관심 많은 따듯한(이라고 쓰고 오지랖이 넓은 이라고 읽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한 학생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는 전형적인... 교훈형 학원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의 교훈은, 그냥 한 번 해보자.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 그냥 한 번 해봐, 그게 뭐든.
혹시 모르잖아? 재밌는 일이 생길지도?

자발적 아싸를 가장한 진짜 아싸 우태경은 이렇게 문득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충동이 아닌 욕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 는 무슨. 아싸가 이런 생각하는 건 사치 아니냐 하고 비웃듯 머리를 강타하는 공.

을 맞고 아파하는 우태경에게 "괜찮아?" 하며 누군가 손을 내미는 순간

머리로 냅다 들이받는 우태경.

괜찮아 괜찮아. 다행히 피는 안 난다.

초면인데 벌써 다정한 남자가

지가 머리 들이받힌건 생각도 안하고

본인이 공 던진 것도 아닌데 다친데는 없는지 걱정해주고

많이 놀란 것 같다며 다독여준다.

뭐야.. 선생도 아니고 초면에 왜 다정한데...

이 때 신다온 표정 레알 후배 타이르는(혼내는 아니고 타이르는이 킬포) 선배 같아서 좋음.

내 머리 공으로 후려친 애들을 나 대신 타일러준다.

그것도 나긋나긋 다정한 말투로 레알 선배처럼...
이때 신다온 말투 레알 학생회장 선배 같아서 킬포2

안 다쳐서 다행이지, 다쳤으면 어쩔 뻔 했어? 복도에서 위험하게.
공은 내가 가져갈게.

회장 한번만 봐 주세요, 소리에

복도에선 하지 마.
친구한테 사과 꼭 하고.

맘 약해져서 공을 돌려주는 와중에도 선생님처럼 후배들 우정 생각해 주던 참 선배는

다음에 보자, 우태경.

그 와중에 다친 후배 명찰 보며 이름까지 챙겨주고 쿨하게 떠났다.

- 진짜 회장 존멋... 친해지고 싶다.

응 니들 맘 = 내 맘.

- 야 부탁도 다 들어준다며? 완전 대인배래. 화내는 거 본 사람도 없다더라.

저런 친구면... 괜찮을지도.

나 다정한 사람을 좋아했네... 라고 이제야 본인 취향을 깨달은 우태경은 처음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도와주세요.

그래서 오지라퍼 담임에게 친구를 만들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니 도와달라고 SOS를 치고, 때마침 학생회 담당이었던 우태경의 담임은 태경에게 학생회 입부를 제안하게 된다.

일터에서는 나를 인싸로 알고 있지만 나는 사실 아싸에 가깝다. 그것도 우태경처럼 자발적 아싸. 밖에서는 내가 아싸 중의 아싸라고 하면 코웃음을 치며 인싸중의 핵인싸라고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고 사람이 귀찮다고 느낀다. 집이 아닌 밖에서 나는 그저 내 자리에서 내 할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누구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누군가 내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극도로 싫어하며, 마찬가지로 빚을 주고 받는 게 싫은 사람이다. 그래서 생일이고 선물이고 서로 안 챙기는 것이 편하고, 서로 아무것도 주고 받지 않는 것이 좋으며, 기본적으론 혼자인 상황을 좋아한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상황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겉으로는 남들과 잘 어울리는 척 하며, 남을 배려하는 척 하고 살지만 사실은 그러한 사회작용이 나는 매우 귀찮다. 불편하다기 보다는 귀찮다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귀찮고 혼자인 게 너무 좋은 나 역시 가끔은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고 아주 간혹 나도 친구들과 어울려서 남들처럼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막상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면 내가 귀찮아서 안 나가는 게 함정), 초반부 우태경의 심리에 어느정도 공감이 됐다. 내동 아무렇지 않다가, 정말 너무 뜬금없이 태경이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서. 물론 나는 겉으로는 아싸가 아니고, 사람들과 단절된 건 아니라 완벽히 우태경의 심리와 맞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학생회 담당 햇빛쌤은 태경이에게 20명 정도 되는 학생회 부원들 중에서 단 셋만 기억하면 된다고(이거 편애 아니냐 편애...) 친절히 알려준다.

태경이도 알지? 3학년 전교 회장 신다온.
잘 웃고, 다정하고, 사람도 잘 챙기고.
그래서 애들한테 인기도 엄청 많아.

복도에서 가만히 얘기하던 친구들한테 먼저 같이 가자며 손짓하고, 마주치는 친구에게 먼저 손인사 하고,

- 회장! 나 체육복 좀.
- 아, 내 사물함에 있어.
- 오케이, 땡큐!

친구의 부탁을 1초의 고민도 없이 수락하며(그것도 본인이 직접 체육복을 꺼내 주는 것도 아니고, 사물함이라는 개인 공간을 친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어주면서)

- 아 맞다, 그 때 부탁했던 노트, 이따 줄게.
- 아 역시, 난 우리 회장 밖에 없어.
- 야, 우리 매점 갈까?
- 아, 좋지. 배고파 죽겠어.

전에 친구가 했던 사소한 부탁도 잊지 않고 챙기며, 친구의 말에 즉각 호응해주는 사람.
이 장면들이 신다온이라는 인물을 한 컷으로 다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다정다감, 배려심, 친절함, 사교성, YES맨.
다온이가 왜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인물인지를 아주 뻔한 방법이지만 아주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 다음은 2학년 봉사부장 남궁시운.
- 비켜, 비켜! 으디 우리 회장님 앞을 가로막아? / 회장님, 가시죠.
- 친화력도 좋고 엄청 웃겨서, 친해지기 쉬울거야. 학교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으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도 좋고.

그 둘을 컨트롤하는 2학년 학생 부회장 노신우까지. 친절한 햇빛쌤이 학생회 주요(사실은 요주) 인물을 소개하고 있을 때, 때마침 신다온과 남궁시운이 학생회실에 등장하며 4인방이 모두 모이게 된다.

난 다온이가 선생님들한테 꼬박꼬박 이렇게 정석으로 인사하는 게 너무 좋다. 정말 모범적인 학생회장 그 자체로 보여서. (절대 내가 꼰대라 그런거 아님)

어? 우태경... 맞지.

아마도 전교생 이름을 다 꿰고 있을 것만 같은 다온이가 태경이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자

???한번 보고 내 이름이랑 얼굴을 어떻게 기억하지???
내 이름을 기억해 준 건 네가 처음이야... 하는 표정으로 놀라는 태경이.

초조하게 한 사람의 답을 기다리는 학생회.

난 반대. 아무튼 반대.
우태경의 학생회 입부를 찬반여부로 결정하는 평화로운 학생회는 의사 결정을 할 때 무조건 만장일치여야만 한단다. 뭐 이런 민주적인을 가장한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다 있냐...

하... 저럴 줄 알았어...

신중히 생각한 거 맞아?

신중히 생각하고 말했다는 신우의 말에 다그치지 않고, 나무라지 않고, 우선 동생에게 다시 확인하는 다온이.
신우가 섣불리 생각하고 말 했을 수도 있으니까, 신우 성격에 먼저 번복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 다시 말할 기회를 준다.

- 이유가 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찬성하는데, 너 혼자만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고.
- 일일히 말하기 귀찮을 정도로 많은데, 다 말해줘?
- 어 말해줘. 하나도 빠짐 없이 다.
-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창VS방패. 들어오려는 자VS막으려는 자... 그리고 노빠꾸 후배들의 유치한 말싸움 속에서 눈치보는 힘 없는 회장...ㅠㅅㅠ

에이, 신우야아.

다온이는 틱틱거리는 동생을 무안하지 않게, 차분히 달래준다.
난 이 부분도 참 다온이스럽다고 생각했다. 신우야 왜 그래, 야 왜 그래, 혹은 야, 가 아니라... 신우야, 하고 다정히 이름만 불러준 게 중재하는 상황에서도 참 다온이다웠다.

- 태경이는, 2학년?
- 네, 2학년이요.

그리고 곧바로 태경이에게 말을 걸어준다. 입부를 거부 당한 태경이가, 그 상황에서 무안할 수도 있고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는 아이가 민망하지 않도록.

- 음, 신우랑 동갑이네. 우리 학교 끝나고 다같이...
- 회장, 또 그렇게 넘어가려고 하지 마. 우린 쟤랑 같이 다닐 이유 없어.

뭐든 좋게 좋게 넘어가고 싶은 다온이가 신우의 태클에 살짝 킹받은 것 같아 보이는 건 나 뿐인가...

본인이 어떻게든 해결해 볼테니 태경에게는 우선 반에 돌아가 있으라고 하며 남궁에게 같이 가 달라고 하는 다온이.
여기서도 다온이의 성격이 잘 보이는데, 첫째로는 본인이 중재자의 위치에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고, 둘째로는 상대가 무안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그것을 방치하지 않고 상대를 보호하며 본인이 대신 해주려는 희생정신이 있고, 셋째로 누군가가 혼자가 되지 않도록 세세하게 신경써주는 배려심이 있다.
남궁에게 다온이를 반에 데려다 주라고 부탁하는 저 장면은 단순히 스윗하다, 자상하다를 넘어 이런 이유에서 좋았다.

그러나 이놈의 학생회는 무슨 마가 끼었길래 부회장도 까칠한데 새로 들어오려는 애도 깐깐한지 둘이서 포기를 모르고 으르렁댄다. 반대하는 이유를 알려주기 전 까지는 못 나가겠다며 버티는 우태경에게 노신우는 매우 귀찮아하는 말투로, 하지만 아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이유를 설명해준다.
.... 문제는 조목조목 반박당했다는 거?
1. 입부 기간이 아님. 보름 전에 입부 기간 끝남. 입부 기간에 입부 신청서 내고 정정 당당하게 들어오셈.

- 읭? 나 입부 신청서 안 냈는데? 그냥 회장이 찾아와서 봉사부장 하라고...
- 크흠!

여기서 신다온 너무 티나게 크흠 하는거 본인은 겁나 진지하고 단호하게 하는데 너무 범생이 같고 생전 저런 눈치 안 줘본 사람 같아서 웃김.

- 뭐야? 이거 비밀이야?

-> 봉사부장 남궁도 입부 신청서 안 내고 회장이 스카우트 했으니까 상관 없음.

이제 돼찌??? 하고 씐나게 시마이 하려던 회장이었으나...

응ㅋ 안 됐어ㅋ
2. 정원이 다 참.

아 대충 하지 진짜 킹받네...
-> 애들 고생하는 거 맘 아파서 햇빛쌤이 정원 늘려주려고 생각중이던 거라 상관 없음.

반대 아무튼 난 반대! 개나 소나 들어오는거 반대!

아이, 신우야 왜 그래. 태경이가 불편해 하잖아.

태경이가 불편해 한다는 다온이의 워딩에서조차 다온이의 배려심이 느껴졌다. 저기서 태경이가 상처 받잖아, 라고 하면 신우는 태경이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되는거고, 그럼 신우 또한 기분이 상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표현을 순화해주는 배려로 느껴졌다. 말투 또한 나무라기 보다는 어르고 달래는 말투로, 신우를 제지하면서도 최대한 신우를 배려해주는 것 같아서 참 예뻤다.

아무튼 삔또 상할 대로 상한 우태경은 됐다 그럼 관둬, 하고 일어서는데

아싸를 하더라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우태경 답게 받은 건 고대로 되갚아 준다.

나도 싫어.
나 싫다는 사람, 나도 싫다고.

너 나 시름? 응 나도 너 시름.

그런 태경이를 지켜본 다온이는 놀람을 넘어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웹 드라마라 원체 분량이 짧고, 또 신다온 위주로 보다 보니 더 짧다.
사실상 1화는 그냥 캐릭터 설명 및 상황 설명 같은 프롤로그 느낌이라 별로 재미도 없고, 곱씹을만한 것도 거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재탕 할때도 거의 스킵하는 편.

다만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서 신다온, 그리고 다온태경을 위주로 볼 사람들에게 몇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그 부분만 짚어보려고 한다.

1. 우태경이 학생회에 들어가려고 했던 이유
친구 따윈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으나 문득 그러한 생각에 회의감이 들었다. ->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신다온을 만난 후 저런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신다온이 학생회 회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 친구를 만드는 법을 몰라 담임과 고민 상담을 하다가 학생회 입부 제의를 받았다.
여기서 우태경이 학생회에 입부하려고 했던 이유는 단순히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신다온 같은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 '신다온'이 학생회에 있었기 때문에 우태경은 학생회에 입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봐야 한다.

2. 모두에게 다정한 신다온과, 나를 다정히 대해주는 이를 처음 만난 우태경
신다온이 모두에게 다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각종 문제는 이후로 수두룩하게 나올 테니 일단 차치하고, 1화에서는 신다온이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말 한 마디, 단어 하나, 목소리와 표정에서까지 신다온이라는 사람이 상대를 얼마나 배려하고 챙겨주는지, 그 다정함의 수준을 통해 신다온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이후 전개되는 상황을 이해하기가 더 쉬워진다.
또한 친구 따윈 없었던 우태경이 처음으로 자신을 걱정해주고, 자신의 이름을 먼저 부르고 기억해주고, 자신을 배려하고 자신의 편에서 노력해주는 사람을 만나면서 다정함이라는 것을 처음 겪었을 때의 놀라움과 신기함이 어땠는지를 유심히 봐야 한다.

3.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우태경을 만난 신다온
신다온은 농구공 에피소드에서 만난 학생들이 뒤에서 얘기했던 것 처럼,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보인 것처럼 거절을 모르는 사람이다. 모든 부탁을 망설임 없이 들어주는 YES맨이고 그것이 신다온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모든 부탁들이 신다온에게 모두 아무렇지 않은 것이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때로는 다온이에게 어려운 부탁도 있었을 것이고, 수락하기 싫은 부탁도 있었을 것이고, 망설여지는 부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온이에 대한 타인의 평가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는 그러한 부탁 또한 어떻게든 들어줬을 것이다.
신다온은 거절하는 법을 모른다. 그것은 곧 솔직하지 못하다는 얘기도 된다. 신다온에게 솔직함이란 내키지 않는 것일수도, 용기나지 않는 것일수도, 혹은 딱히 필요없는 것일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솔직함이란 신다온에게 결핍이고 어쩌면 모든 것이 완벽한(가족은 신다온 자체의 문제는 아니니 제쳐두고) 신다온에게 유일한 단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결핍이자 단점을 본인이 그간 인지하고 살았든, 아니든 간에, 당돌할만큼 직설적이고 솔직한 우태경의 모습이 신다온에게는 꽤 신선하고 흥미로운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결핍을 모르고 살았다면 그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을 것이고, 만약 알고 살았다면 그 결핍에서 오는 갈망에 스파크가 튀었을지도 모른다.
신다온과 우태경 관계의 서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짚어보자면, 태경이의 서사는 다온이를 처음 만난 순간 시작되었겠지만, 다온이의 서사는 마지막 씬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불씨라고 볼 수도 없을 만큼 아주 작은 스파크에서부터 다온이의 마음은 시작되었다.



전지적 신다온 시점 새빛남고 학생회 1화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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